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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이야기-222화 (222/501)

# 222

합자사 보드 미팅 (5)

(222)

구건호가 한남동 요정에 도착하자 임태영이 뛰어나와 반갑게 맞이했다.

“큰형님 오셨습니까?”

“오, 임 팀장, 오래간만이네. 미국 손님들은 왔나?”

“아직 안 왔습니다. 안으로 드시죠.”

구건호가 안으로 들어가자 임태영이 쪼르르 따라왔다.

“저, 큰형님. 찬호는 일 잘 하지요?”

“응, 잘해. 좋은 사람 보내줘서 고마워. 차 주차시키고 이리로 올 거야.”

장마담이 호들갑을 떨며 나왔다.

“아이고, 구사장님. 얼굴 잊을 만 하면 오시네.”

“얼굴 좋아지셨습니다.”

“그래요? 호호, 화장 빨이죠, 뭐.”

구건호가 벗는 양복 상의를 장마담이 받아서 벽에 걸어주었다. 구건호는 조끼만 입은 상태로 자수 병풍 아래 앉았다.

“영어 도우미는 준비 되었죠?”

“그럼요. 새로 온 예쁜 얘들이 영어도 어찌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구건호가 미소를 지었다.

구건호의 앞의 교자상에는 흰 상보가 깔려있었다.

“이런 내 정신 좀 봐. 차를 안 가져 왔네. 설록차 준비할게요.”

한참 후에 한복을 입은 20대 여성이 들어왔다. 예쁘장하게 생겼다.

“자네가 영어를 할 줄 안다는 도우미인가?”

“네, 잘은 못합니다.”

“흠, 그래? 잘 좀 부탁해요.”

여자는 구건호에게 차를 따라주고 인사하고 나갔다.

구건호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생각을 해보았다.

[이 집에 자주는 못 왔지만 그래도 이런 집이 있어서 손님 접대엔 유용하게 써 먹네. 그런데 장사는 되나? 도우미들도 많고 주방에도 사람이 많았던 것 같은데, 더구나 밖에는 깍두기들도 있는데 말이야.]

밖에서 사람들 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온 모양이군.”

미국인 세 사람이 들어왔다.

“오, 구사장. 벌써 와 계시네.”

키가 큰 브렌든 버크가 고개를 숙이며 들어왔다.

“나는 이태원으로 갈 줄 알았는데 이런 장소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온돌방인데 앉을 수 있을까?”

장마담이 얼른 방석을 더 가져왔다.

“호호, 방석 두세 개 겹치면 되요.”

“지난번엔 발을 뻗는 방이 있었던 것 같은데.”

“호호, 그 방은 오늘 손님들이 있어서요.”

브렌든 버크가 손을 저었다.

“괜찮아요. 한국에 왔으면 한국 문화를 접해야지.”

도우미들이 들어와 차를 날랐다.

도우미들이 영어를 할 줄 알자 브렌든 버크가 아주 좋아했다.

안젤리나 레인은 자수 병풍을 유심히 살피고 방안에 있는 문갑이며 도자기도 자세히 살폈다.

“오늘 여기 와서 한국을 안 것 같네요.”

안젤리나 레인은 옆에 도우미들이 입은 한복도 유심히 살피고 만져도 보았다. 도우미들에게 이것저것을 묻기도 하였다.

가야금을 든 도우미들이 들어왔고 한국 전통주에 가야금 소리를 들으며 미국인 세 명은 뿅 가버렸다. 특히 여성인 안젤리나 레인은 두 손을 가슴에 모우고 감동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브렌든 버크가 한국의 전통주를 입에 털어 넣고 구건호에게 바싹 다가앉았다.

“구사장, 인도의 첸나이를 주목해 보시오.”

브렌든 버크는 지에이치 모빌의 송장환 사장과 같은 말을 하였다.

“인도의 남부는 북부의 델리에 비해서 낙후되어 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인도는 말이요 나라가 커서 합자사를 4개 정도는 설립할 수 있습니다.”

“돈이 많이 들겠네요.”

“골드만 삭스나 모건 스텐리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있소. 디욘코리아가 성공한다면 자금 조달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브렌든 버크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자 옆에서 통역을 하던 도우미도 목소리를 낮추어 구건호에게 말했다. 안젤리나 레인과 애덤 캐슬러는 옆에 도우미들과 이야기하기에 바빴다.

구건호가 잔을 들어 브랜든 버크에게 부딪쳤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구사장, 내가 은퇴하면 디욘코리아 인도 본부장을 시켜주시오.”

“하하, 별 말씀을. 버크 부사장님은 글로벌 기업 라이먼델 디욘사의 사장을 하셔야지요. 글로벌 기업의 CEO는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하하, 나도 농담으로 해본 소리요.”

구건호는 술을 마시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흠... 인도라....”

구건호는 한남동 요정 ‘솔’에서 브렌든 버크와 작별 인사를 하였다.

“나는 내일 다른 일이 있어서 공항까지 마중은 못 나갑니다. 여기서 작별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구사장의 환대에 고맙소. 합자사가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에 고맙고 구사장과 구사장 회사의 임직원들이 따듯하게 맞아주어 고맙소. 더욱 발전하길 빌겠소.”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은 저의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입니다.”

구건호가 인사동에서 산 도자기와 한국 인형을 선물했다.

“와-,”

브렌든 버크 보다도 안젤리나 레인이 더 좋아했다. 레인은 선물을 받고 팔짝 팔짝 뛰었다.

구건호는 요정에서 나와 도곡동 아파트로 향했다.

엄찬호가 운전을 하면서 말했다.

“저, 사장님. 제가 태영이 형한테 이야기 해 봤습니다.”

“중장비 말이냐?”

“태영이 형도 문재식 사장님과 통화를 해보았는데 아직 중장비는 갖추어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럴 거야.”

“그럼 중장비 갖추어 놓고 영업을 해야겠네요.”

“중장비나 트럭들을 세워 놀 공간은 필요하겠지. 내일은 땅 보러 성환 쪽에 가보자. 성환은 지에이치 모빌과 거리도 가까우니 말이야.”

“사장님, 중장비 같은 건 차고가 필요하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요?”

“어째서?”

“교통량이 뜸한 도로에 보면 길가에 중장비 세워놓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트럭도 세워 놓고요.”

“글쎄. 그거야 개인사업자들이겠지. 생계형 개인사업자들이 영세해서 자기 땅이 없으니까 그렇게 하겠지만 지에이치 로직스티스는 엄연한 법인체란 말이야.”

“그런 것도 있긴 있겠네요.”

구건호가 직산으로 출근하는 날이었다.

“야, 찬호야. 성환 쪽으로 가보자.”

“땅, 보게요?”

“응.”

구건호가 성환으로 들어서서 부동산 몇 군데를 들려보았다. 대한민국은 땅 공화국인지 길가의 부동산은 엄청 큰 글씨로 ‘땅“자를 써놓았다. 찬호가 말했다.

“여기도 땅, 저기도 땅이네요.”

“그러게 말이다. 이 많은 부동산들이 다 밥 먹고 사는지 모르겠다.”

공장부지 전문이라고 쓴 부동산이 있고 간판 밑에 전화번호가 있었다. 핸드폰 전화번호는 아니고 사무실 전화번호였다. 구건호는 간판 전화번호를 메모했다.

“부동산 사무실에 들어가는 것 보다는 저쪽에 차 세워놓고 전화나 한번 해보자.”

굵직한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여보세요?”

“부동산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공장 매물을 찾는데요?”

“공장 매물 많이 갖고 있습니다. 한번 오세요.”

“한 2천평 되는 공장 있습니까? 대로변으로요.”

“무슨 공장을 하실 건데요?”

“뭐, 그저 조그만 제조업입니다.”

“무슨 공장인지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맞추어 드리지요. 어떤 지역은 공장 업종에 따라 안 되는 지역이 있습니다.”

“무슨 공장이 안 됩니까?”

“소음이나 유독성 가스가 나오는 공장은 아무 곳이나 안됩니다. 시에서 허가도 안 해주고 주민 민원도 발생합니다. 그런 공장 하시는 데는 또 다른 장소가 있습니다.”

구건호는 제조업이라고 말 할까 하다가 그냥 정비공장이라고 말했다.

“정비공장 할건데요.”

“정비공장요? 자동차 정비공장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정비공장 나온 건 있습니다. 그런데 평수는 980평입니다. 꼭 2천평이어야 됩니까?”

“한 2천평이면 좋겠는데...”

“정비공장 하는데 뭐하러 2천평이나 필요합니까? 괜히 세금만 많이 나오지요.”

구건호는 성환에서 천안 쪽으로 가다가 다른 부동산에 전화를 해보았다. 이번에도 간판에 붙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 보았다.“

“공장부지요? 직접 한번 오세요. 크기가 얼마나 되는 것을 원하는데요?”

“한 2천평요.”

“3천5백평 짜리가 하나 있습니다. 4미터 도로변입니다. 대형트럭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매물도 싸게 나온 것이 있습니다.”

“4미터 도로변요? 네, 한번 들러보도록 하겠습니다.”

구건호가 전화하는 것을 엄찬호가 듣고 말했다.

“사장님, 4미터 도로는 하지 마세요. 4미터 도로는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서야 됩니다. 그런 곳은 아마 꼬불꼬불한 길을 많이 들어가야 있을 겁니다.”

“아까 처음에 전화 걸었던 곳이 정비공장 자리라 딱 좋은데 980평이면 좁단 말이야.”

“왜요? 980평도 커요.”

“건물 같은 것이 있으면 마당이 좁을 거란 말이야. 그럼 가서 구경이나 해 보자.”

“차, 돌릴 가요?”

“그래, 돌려라.”

구건호는 처음에 전화했던 부동산 사무실을 들어갔다.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던 사장이 일어났다. 50대 정도로 보였다.

“아까 전화했던 사람입니다.”

“무슨 전화를....?”

“정비공장 매물 나온 것이 있다고 말씀하셔서 왔습니다.”

“아아, 정비공장 통화하신 분이군요. 쇼파에 앉으십시오. 차 한 잔 하실까요?”

“차는 마셨습니다.”

부동산 사장이 막대기를 들고 지도를 가리켰다.“

“이쪽 지역인데요, 교차로에서 300미터 방향으로 들어간 곳입니다. 메인도로는 아니지만 2차선 길가에 있어서 대형차 같은 건 다 들어옵니다. 1급 정비공장을 하던 곳입니다. 자동차 검사도 여기서 했는데요. 뭘. 아까 말씀드린 대로 980평인데 정비공장으로서는 적은 장소가 아닙니다.”

“망해서 나갔는가요?”

“요즘 정비공장 잘 안되잖아요. 차들이 워낙 좋게 나오니까 고장들이 잘 안나요. 사고차량들이 가끔 들어왔습니다.”

“흠.”

“땅값은 얼마나 합니까?”

“이 지역 같으면 평당 200만원 정도는 잡으셔야 합니다.”

“흠. 20억 가까이 되네요.”

“그쪽도 개발 예정지구라 나중에 땅값도 많이 올라갈 전망입니다. 삼성 전자 고덕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영향도 받을 수 있습니다.”

“에이, 고덕 산업단지와는 많이 떨어져 있는데 뭘 그러십니까?”

“아이고, 사장님. 이 정도 거리면 가까운 겁니다. 일단 한번 가 보시죠.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부동산 사장이 자동차 키를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옆에 기사 식당에서 장기를 두고 있는 사람을 불렀다.

“찬호야, 내 가게 비었다. 잠시만 봐줘라.”

“알았어.”

장기를 두는 사람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엄찬호가 구건호를 쳐다보며 웃었다.

“헤, 내 이름하고 똑 같네요.”

부동산 주인이 자기차를 후진시켜 빼냈다.

“제 뒤에 따라 오세요. 와, 사장님 차 좋네요.”

부동산 주인은 구건호가 타고 온 벤트리 승용차를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

정비공장은 멀지 않았다.

정비공장 좌측으로는 공장 같은 건물들이 있었는데 우측은 아직도 논이었다. 논에는 플라스틱 통이나 기름같이 것이 있어 지저분했다. 정비공장 정문은 자전거 잠을쇠가 채워져 있었다. 부동산 주인이 열심히 자전거 잠을쇠 번호를 돌렸다.

“번호 아세요?”

“알아요.”

부동산 주인은 한참동안 번호를 돌렸지만 열쇠가 열려지지 않았다.

“씨팔, 왜 이렇게 안 열어져? 정비공장 뭐 훔쳐갈게 있다고 이렇게 단단히 매놨어? 개새끼들!”

부동산 주인은 계속 투덜거리며 번호를 돌렸다.

보다 못한 엄찬호가 말했다.

“제가 한번 해 볼게요.”

엄찬호가 하니 금방 열렸다.

“어? 내가 할 땐 왜 안됐지?”

구건호와 엄찬호는 앞서 들어가는 부동산 주인을 따라 빈 정비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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