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13화 (213/501)

# 213

지에이치 로직스틱스 (2)

(213)

구건호는 천안에서 숙소로 쓰던 불당동 아파트 판돈을 가지고 자본금 3억원짜리 운송회사를 설립했다.

물론 상호는 (주) 지에이치 로지스틱스로 했다.

구건호는 이 자본금을 가지고 파주 물류회사를 좀 깎아서 1억 2천에 인수했다. 트럭이 2대 있었지만 년 식이 오래되어 되팔면 500만원도 못 건질 것 같았다. 지게차도 10년 이상 되는 낡은 차였다.

물류회사를 판 사람은 창고 임대 보증금이 3천만 원이지만 출판사들이 맡긴 책들을 보관하는 철제 선반을 짜느라고 돈이 들었다고 해서 계산해주고 거래처 프레미엄 값도 계산해주어 모두 1억 2천에 인수한 것이다.

창고 토지의 주인은 근처에서 대대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었고 먼저 있던 직원도 동네 사람이었다. 창고 안에 간이 사무실도 있었다.

“지에이치 미디어의 오민숙 디자인 팀장이 너 명함은 거창하게 만들어주었는데 사무실이 이래서 안됐다.”

“처음인데 어때. 그래도 내가 팔자에 없는 사장 소리 듣게 생겼다. 마포 사무실 보다도 여기가 좋다. 주변에 논밭도 많아 공기 좋고 얼마나 좋아. 그런데 내가 직접 출판사 다니면서 트럭 운전하지 않으면 안 될 구조네.”

“기사 한사람 둬라.”

“그럼 돈이 안 남아.”

“법인 설립하면 초기 년도에 돈 벌겠다는 사람은 없다. 한사람 둬라. 자본금 있으니까 거기에서 우선 네 월급 가지고 가라.”

“그래도 될까....”

“법인이니까 행정 사무가 있을 거다. 세무와 4대보험이 있으니까 혹시 이 부분에서 지원 받을 것이 있으면 지에이치 미디어나 개발에 문의해라.”

“응, 그건 그렇게 할게.”

“포터 1톤짜리 하고 4톤짜리 새 차로 한 대씩 뽑아라. 운전기사는 아산 거주자로 광고를 내고 차하고 기사는 모두 디욘코리아로 보내라. 거기에 윤상무가 관리를 보고 있으니까 그 사람하고 연간 용역 계약 체결하면 된다.”

“계약금은 얼마로 하지?”

“기사 인건비하고 차량 비용하고 이익금 얹으면 되겠지. 로지스틱스 회사의 자료도 수집해 보고 운송원가는 여기 물류회사를 판 사람한테도 물어봐라.”

“음, 판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겠군.”

“법인통장과 카드, 그리고 도장은 다 너한테 주고 갈게. 이 회사의 주주는 구건호, 문재식 두 사람이다. 주식은 내가 100%지분이지만 너의 실적에 따라서 5% 스톡옵션을 주겠다. 김민혁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어.”

“스톡옵션 5%를 준다고?”

“김민혁은 올해 열심히 뛰어서 연말 스톡옵션 배당을 1억 정도 받아갈 걸?”

“헉 1억!”

“김민혁은 그래서 주안에 현대 홈타운 아파트 32평 짜리를 융자 끼고 샀잖아. 그 집은 현재 부모님이 살고 계셔.”

“그래?”

“네가 있었던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도 스톡옵션이 5%야. 그래서 그 여자 지금 엄청 뛰고 있잖아. 아마 프랑스 작가 마리옹 킨스키의 작품전도 성공할걸.”

“흠.”

문재식은 자기의 턱을 쓰다듬으면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김민혁과 신정숙 사장, 그리고 지에이치 모빌의 송사장은 모두 스톡옵션을 행사할수 있는 사람들이라 엄밀히 따지면 내 부하들이 아니야. 사업 파트너지. 어때 문재식! 너도 내 사업파트너가 한번 되어봐라.”

문재식은 대답대신 입을 앙 물고 무언가 결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모빌의 송장환 사장은 기업 CEO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 확실히 머리가 잘 돌아가더라.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에이치 모빌이 코스닥 상장 된다면 몇 십억 챙길 것이 분명하다.”

“몇 십억!”

문재식의 눈에서 파란 불꽃이 튀었다.

신문에 프랑스 색채 미술의 마술사 마리옹 킨스키의 개인전이 열린다는 신문기사가 나왔다. 문화 방면의 특색 있는 기사는 신문에서 잘 다루어 주었다. 조중동을 비롯한 각 일간 신문은 물론 경제지, 지방지, 잡지 등에도 기사가 나왔다.

“지에이치 갤러리에서 열린다고 하는군. 지에이치 갤러리가 어디 있나? 인사동 아닌가?”

“아니야, 강남이라고 하던데? 가로수길 초입에 있는 화랑이야.”

사람들은 프랑스 미술에 대하여 조금 말해야 유식하게 보이니까 중국 청년 전위 작가전보다 더 몰린 것 같았다. 미술전을 구경한 구건호가 승용차 안에서 말했다.

“난 당체 어지러워서 못 보겠어. 물감 엎지른 것 같은 그림을 두고 인간 욕망의 표현이니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나는 통 감이 안와.”

“저도 그래요. 사장님.”

운전대를 잡은 엄찬호도 구건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전시회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설빙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오늘 저녁 8시쯤 들리겠습니다.]

↳ [그래? 키를 가지고 기다릴게].

화랑이 7시에 끝나고 비서 오연수가 내려와 소등을 했다.

“키를 날 줘. 8시에 누가 특별히 보러 오는 사람이 있다고 하네.”

“그래요? 그럼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구건호 혼자만 사장실에 남아 ‘만화 세계역사’를 보았다.

8시가 가까워 오자 구건호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리엔 지에이치 빌딩 1층에 있는 은행과 지하의 갤러리만 불이 꺼져 있을 뿐 다른 곳은 모두 환했다. 거리의 점포와 음식점들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처럼 온통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이 환한 거리에서 불 꺼진 음침한 곳으로 설빙을 불러내는 것 같아 미안했다. 구건호는 문을 열고 갤러리에 들어가 비상등만 켰다. 그리고 문을 약간 열어 놓았다..

문자가 왔다.

[갤러리 안에 들어가도 돼요?]

↳[ 나, 갤러리 안에 있어요.]

마스크를 한 설빙이 들어왔다.

“설빙!”

“오빠?”

구건호가 갤러리의 불을 켰다. 설빙이 마스크를 벗고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와줘서.”

구건호가 갤러리의 문을 잠갔다.

“우리 둘뿐이야. 마음 놓고 그림 감상해요.

설빙이 천천히 홀을 돌며 그림을 감상했다. 구건호가 신사장한테 들은 짧은 지식으로 설빙에게 그림 설명을 하였다.

“마리옹 킨스키는 색채의 마술사라고 하지. 이 붉은 빛들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나타내고 이 청색은 평화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해요.”

설빙은 구건호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언제나 아름다운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홀을 돌았다. 고요한 정적 속에 설빙의 하이힐 소리만 들렸다.

15분쯤 지났을까? 설빙은 홀을 다 돌았다.

“그림 감상 잘 했어요. 그림이 너무 어려워요.”

“그림을 감상하는 아름다운 설빙의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싫어할 가봐 안했어요.”

“사진은 찍지 마세요.”

그러면서도 설빙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동경에서 만나고 한국에서의 만남은 처음이네요.”

“지난번 중국 미술전에도 다녀갔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만나지 못했었지. 저녁 안 먹었죠? 우리 식사하러가요. 여기 가로수길 보니까 분위기 있는 식당도 많네요.”

“다음에 할게요. 오늘은 좀 피곤해요. 엄마가 청담동으로 오기로 했어요.”

“그럼 차라도 한잔.”

“됐어요.”

“그럼, 뽀뽀라도.”

구건호가 설빙을 와락 껴 앉았다. 그리고 입을 맞추었다. 이번엔 뺨이 아니고 입술이었다. 설빙은 의외로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사랑해 설빙!.”

“이제 그만!”

설빙은 문쪽으로 뛰어가며 손을 흔들었다.

“저, 먼저 갈게요.”

구건호도 손을 흔들었다.

“문자 또 보낼게!”

구건호는 오늘 설빙을 만나면 식사도 하고 술도 한잔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입술이라도 훔쳤으니 됐다고 자위하였다.

“기회는 또 많으니까. 입술까지 발전했으니까!”

문재식은 파주로 출근을 하였다. 집이 멀어 트럭을 가지고 출퇴근을 하였다.

구건호가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다.

“문사장? 나야. 집이 멀어서 출퇴근 할 때 애먹지?”

“아니야. 회사 트럭 가지고 다녀.”

“집 주위에 트럭 세워둘 때는 있나?”

“있어. 집 근처는 아니고 300미터 정도 걸어가면 있어. 9시까지는 괜찮아.”

“다행이구나.”

“그런데 디욘코리아에 들어가는 포터트럭1톤 짜리와 4톤짜리는 할부로 사면 안 될까?”

“법인 명의로 해야 되는데 법인 설립이 얼마 안 되어 있으면 잘 안 해줘. 그냥 현금주고 사라.”

“기사 모집은 워크넷에 올려놨어. 여기 출판사와 서적 도매상 다니는 기사는 먼저 있던 사람이 소개해서 새로 왔어.”

“잘 됐구나.”

“아산 디욘코리아에서 근무할 기사들은 내일 면접 보기로 했어.”

“면접 보러 오는 사람들이 파주까지 오려면 힘들겠는데?”

“아냐. 용산역에서 보기로 했어. 용산역 사무실 임대했어. 3시간만 쓰기로 했어.”

“지원자가 좀 있나?”

“전화 문의가 많았어. 지입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어. 아니라고 하니까 많이 지원하던데?”

“그래?”

“또 회사 소유의 신형차량 배정한다고 하니까 그런 모양이야.”

“알았다. 차 구입하면 디리버리 장소는 디욘코리아 공장 마당으로 해라.”

“파주로 해야 돼. 출고 후 특장차 회사에 가서 탑 제작을 의뢰해야 돼.”

문재식이 물류 용역 계약을 하기 위해 디욘코리아로 왔다. 새로 산 트럭 두 대는 문재식과 출판사 도매상을 운행하는 기사가 각각 파주에서 부터 끌고 왔다.

“직접 끌고 오느라고 힘들었겠다.”

“아니, 괜찮아. 새로 채용한 기사는 여기서 만나기로 했어. 곧 올 거야. 기사 두 사람 모두 아산 사람이야.”

문재식은 기사 두 사람이 오자 윤상무에 소개 시키고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 회사 출근 시각은 매일 아침 8시입니다. 8시에 오면 그날 배송지시는 영업부의 성일기 과장이 할 겁니다.”

윤상무는 성일기 과장을 소개했다. 문재식은 자동차 키를 새로 채용한 기사들에게 인계했다.

“새 차니까 잘 운행하세요.”

“알겠습니다.”

마침 김전무가 들어오자 문재식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 출판사 주간으로 있다는 문재식씨 아니오?”

“이번에 구사장님이 물류회사를 맡으라고 해서 거기로 갔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문재식이 새로 나온 자기 명함을 김전무에게 주었다.

“오,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근사한데? 그 회사 앞으로 많이 발전할거요.”

구건호가 화장실을 갔다가 사무실을 들어왔다.

“김전무님이 영업활동하면서 로지스틱스도 신경 좀 써주세요.”

“화물 쪽도 재미있는 사업입니다. 로지스틱스도 큰 회사 많습니다. 한솔 로직스티스처럼 상장기업도 있어요.”

“그래요?”

“앞으로 디욘코리아에서 나가는 해외 수출 수송도 문사장님이 해보세요. 다른 기업 것도 하시려면 팜프렛과 명함 들고 평택항에 있는 관세사 사무실도 한 바퀴 돌고 홈페이지도 만들고 그러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명함 보니까 회사가 파주네요. 지에이치 로지스틱스는 허브터미널을 오산이나 평택쯤 내려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금 출판사 수송 일을 하고 있어서 파주에 있습니다.”

“출판사? 출판사에서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 수송하는 것 말입니까?”

“네.”

“에이, 그거 가지고 밥 먹겠어요? 문사장님이 눈을 좀 크게 뜨시고 항만 하역이나 미술품 수송이나 냉동품 수송이나 이런 것에 관심을 가져 보세요.”

“알겠습니다.”

“오늘 보니까 우리가 거래하는 오영테크가 노사분규로 수송을 못하는데 그런 회사도 한번 들어가 봐요.”

“아직은 차하고 기사 여유가 없어서. 좀 있다 해야 되겠네요.”

”그럼 늦어서 안돼요. 미리 준비했다가 부르면 얼른 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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