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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이야기-212화 (212/501)

# 212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1)

(212)

이제 밤이면 제법 찬바람이 불었다.

구건호 산하의 회사들은 착착 굴러가고 있었다. 적자를 내는 회사들은 없었다. 지에이치 개발만 부채가 많다보니 이익을 못 냈다. 그래도 강남 한복판에 옥상까지 합하여 20층 빌딩을 가지고 있으니 누가 보아도 구건호는 강남 큰손이었다.

구건호는 증권사에서 늘려주고 있는 돈이 1700억원 가량 있었다.

이 돈은 하늘 아래 구건호만 알고 있는 돈이다. 이 돈은 증권사의 안전 금융자산에 투자하여 매년 40억 넘는 돈이 이자 수익으로 들어오고 있다. 또 4개 회사에서 받는 급여도 월 3500만원이 넘는다. 구건호는 월급도 잘 안 건드린다. 법인 카드를 주로 쓰다 보니 자기 돈을 건드릴 기회도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구건호는 함부로 돈을 쓰지 않았다.

구건호가 투자한 회사에서는 아직 배당을 못하고 있다.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회사들이 많다 보니 그랬다. 이 회사들이 배당을 하기 시작한다면 아마 구건호의 재산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구건호가 가지고 있는 회사 중에서 지에이치 모빌과 디욘 코리아는 매출 규모로 보아서 코스닥 상장이 가능한 회사들이었다. 이들 회사들이 상장만 된다면 구건호의 재산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아주 많았다.

구건호가 직산공장에 출근해 있는데 애덤 캐슬러가 전화를 했다.

“하우아유? 보스. 잠깐 기다리세요. 통역 바꾸어 드릴게요.”

통역 이선생이 전화를 받았다.

“에덤 캐슬러 부사장이 지금 인천공항에 가겠답니다. 감사반이 들어온답니다.”

“그래요? 다녀오시라고 그러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같이 안 따라 가기로 했습니다.”

“차가 비좁아서 그런 가요?”

“제가 가면 뒷좌석에 세 명이 앉아 와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혼자가면 헤매지 않고 잘 올 가요?”

“캐슬러 부사장도 한국에 나온 지가 여러 달 되었으니 그 정도는 할 겁니다.”

구건호가 오후에 디욘코리아에 넘어가자 윤상무가 신입사원 12명을 인사시켰다. 경력사원들은 구건호 정도 나이가 되어 보였고 신입사원들은 30세 전후가 많았다.

“디욘코리아의 공채 1기생들인가요?”

“그렇습니다. 사장님.”

이들은 들어온 지가 이틀째 되어서 이미 현장 배치를 받고 일을 하다가 올라왔다. 구건호는 짧은 격려의 말만 하고 돌려보냈다.

“신입사원이 들어와서 우리 디욘코리아의 현재 인원은 총 얼마나 되지요?”

“25명입니다.”

“야간 경비원을 채용해 달라고 했는데 했습니까?”

“아직 안했습니다.”

“경비는 주간도 한명 채용하세요. 원재료 업체이기 때문에 물건 싣고 나가는 차량들은 반출증을 끊고 경비에 제출하고 가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야간 경비와 주간 경비는 우리가 신규채용하지 말고 용역업체를 쓰도록 하세요. 이직률이 많은 직종은 용역이 낫습니다.”

“알겠습니다.”

“가만, 용역업체는 내차 운전기사를 파견한 경비업체에 말하도록 하지요.”

구건호는 바로 임태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임태영이냐?”

“넵, 접니다. 큰 형님.”

“우리 아산공장에 근무할 야간 경비원과 주간경비원 한명씩을 모집해서 보내줘라. 나이는 60대도 괜찮다.”

“알겠습니다. 큰형님.”

외근 나갔던 김전무가 들어왔다.

“애덤 캐슬러는 공항에 갔습니다. 감사반이 온다고 하네요.”

“네, 이야기 들었습니다, 사장님. 그리고 우리가 생산된 원재료를 택배로 보내는 것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포터 트럭 2대와 물류 소송을 담당할 운전직 사원 2명을 채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원래 기사나 경비, 식당, 청소 등은 많은 회사들이 용역을 주는데 우리도 그걸 연구해 보지요.”

“잡급직이 정규직원으로 하면 관리하기도 힘들고 툭하면 요구 사항도 많습니다. 노사분규라도 있으면 애를 먹기는 합니다. 해마다 임금인상도 해줘야 하고 관리도 해야 하니 용역이 낫긴 낫습니다.”

“용역업체는 내가 아는 사람이 있으니 추천해 보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쪽 일은 제가 신경을 안 쓰겠습니다.”

구건호는 김전무가 나가자 바로 문재식이한테 전화를 했다.

“웬일이냐?”

“편집주간일 잘하고 있지?”

“활자를 많이 보니까 눈이 좀 아프기는 하네.”

“너, 운수회사 사장 한 번 안할래?”

“운수회사 사장? 그게 무슨 소리인데?”

“지에이치 특송을 설립하려고 한다. 내일은 내가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하니까 거기서 만나자. 너 온김에 너 와이프도 만나고 좋잖아?”

“갑자기 그러니 내가 어리둥절하다.”

“무조건 내일 오전 중으로 나한테 와.”

“알았다. 내일 갈게.”

오후가 되어 애덤 캐슬러가 돌아왔다. 젊은 미국인 두 사람과 같이 왔다.

애덤 캐슬러는 미국인 두 명을 구건호와 임원들에게 소개했다. 젊은 미국인이 통역 이선생을 통하여 말했다.

“우리는 현물 출자한 기계류의 가동 현황과 애덤 캐슬러씨의 업무에 관해서만 감사 합니다. 한국 측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 한국인들은 자기들 일만 하시면 됩니다.”

“흠, 그래요?”

“감사할 수 있는 장소만 제공해 주시면 됩니다. 아까 오다보니까 소회의실이 있더군요. 거기를 이틀간 썼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혹시 한국 체재 중 불편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우리 윤상무님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 사장실에서 문재식을 만났다.

“앉아라. 커피 한잔 할까?”

구건호는 비서 오연수씨에게 커피를 주문했다.

“옥상에는 올라가 봤니?”

“아직 안 올라가봤어. 이따 갈 때 올라가보지.”

“편집주간 일이 적성엔 맞냐?”

“맞고 안 맞고가 어디 있나. 아는 게 그거 밖에 없으니 말이야.”

“택시 운전도 할 줄 알잖아.”

“택시 운전은 돈이 안 돼. 사납금이 쎄서 새벽부터 밤까지 돌아다녀야 돼. 나이 드신 분들이 다른 일 하기 힘들 때 하는 거지 젊은 사람에게는 권장할 만한 직업이 못돼.”

“지금 마포 어디 산다고 했지?”

“망원동.”

“집은 월세인가?”

“응, 방2개에 1,000에 50짜리야.”

“월급이 300이라고 그랬나?”

“세금 떼고 270정도 가져가.”

“부채가 있다고 했지.? 부채상환하고 방값 빼면 빠듯은 하겠구나.“

“와이프도 버니까. 그런대로 괜찮아.”

“네 처는 얌전해 보이더라.”

“얌전하긴. 감정 기복이 좀 많은 여자야. 시를 썼던 여자라 그런 모양이야. 같이 교정 일 하다가 만나 동거했는데 결혼식도 안하고 사는 거야.”

“흠, 그 소리는 한번 들었던 것 같아.”

“한번 나갔다 온 여자라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서로 어렵다보니 의지하고 살아야지 별수 있겠나. 언젠가 소원이 뭐냐고 하니까 웨딩 드레스 한번 입어 보는 게 소원이라고 하더군.”

“허, 그래?”

“그런데 오늘 날 부른 이유는 뭐야? 지에이치 특송이라는 게 뭐야?”

“다른 게 아니고 내가 운송회사를 만들려고 그런다. 특송 회사 말이야.”

“특송회사를? 택배 말이냐?”

“일반 택배는 아니고 기업체 수송 업무를 용역 맡아서 하는 회사다. 그러면서 차츰 회사를 키워나갈 계획이야.”

“그건 기업체를 잘 알아야 하는데.”

“트럭 2대의 특송 회사를 만들어 우선 디욘코리아의 물동량을 맡아가지고 하다가 차츰 늘려가는 거다.”

“음, 그거였구나. 우선 일감은 있다는 이야기구나. 그런데 디욘코리아만 바라보고 한다면 안 되는데.”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도 트럭 2대가지고 일을 시작했어. 지금 손녀딸들이 말아먹고 있지만 말이야.”

“운송회사는 화물 보다는 여객 운송사업 같은 건 좋긴 좋아. 고속버스 회사 망하는 것 봤어? 없잖아. 시내버스 회사도 적자 노선은 정부에서 보존도 해주잖아. 그래서 매물로 나오는 회사도 없어. 화물은 경쟁이 많긴 한데 일감만 잡으면 되긴 되겠지.”

“나는 국내에서는 일감 찾기가 힘들면 해외 운송에 눈을 돌려볼까 생각중이야.”

“해외 운송?”

“응, 디욘코리아는 한국 뿐만 아니라 동남아 판매권을 가지고 있어. 설립되는 운송회사도 같이 진출하자는 거지.”

“흠.”

문재식은 무언가 생각하는 눈치였다.

“커피 식는다. 일단 커피 마셔라.”

“특송 회사를 새로 설립하는 것 보다는 특송 회사를 하나 인수하는 건 어떨까? 특송 회사는 개인사업자도 많으니까 돈도 많이 안 들어 갈 거야.”

“그런 회사가 있나?‘

“우리 출판사 거래하는 물류회사가 있어. 법인은 아니고 개인사업자 같은데 사장이 지난번에 와서 팔아야겠다고 하는 걸 들은 것 같아.”

“그래? 어디에 있는 회사인데?”

“파주에 있어. 그런데 출판사 거래하는 물류회사는 책 보관 때문에 창고가 있어야 돼. 창고가 임대라면 상관없는데 자기 땅이라면 인수자금이 좀 들어가겠지. 출판사 물류회사들은 영세하니까 임대일 가능성이 많아. 창고하나 빌려서 지게차나 한 대 갖다놓고 트럭 두 대 잦다놓으면 되겠지. 트럭 운전도 사장이 직접 하는 데도 있어.”

“그거 한번 알아봐라. 인수자금은 걱정하지 말고 알아봐라.”

“정말?”

“응, 정말이야. 빨리 알아봐라. 디욘코리아는 당장 트럭을 사야할 입장이다. 파주 출판 물류하고 디욘코리아만 잡고 시작해도 너 한사람 월급은 떨어지겠다.”

“그런데 출판 물류는 몰라도 디욘코리아같이 기업체 수송업무를 하는 운송회사들은 요즘 특송이란 말을 잘 안써.

“뭐라고 하는데? 지에이치 특송이라고 하면 안 어울려?”

“요즘 기업체 물류는 로지스틱스란 말을 많이 써. 종합 지원시스템이란 이미지 때문에 그런 모양이야. 전에는 익스프레스도 많았는데 기업체의 운송은 좀더 복잡하고 대형화되어 로지스틱스란 말을 많이 써.”

“흠, 그러면 ‘주식회사 지에이치 로지스틱스’가 되겠네.”

“그렇지. 그렇게들 많이 하는 것 같더군.

“주식회사 지에이치 로지스틱스라, 거 괜찮은데.”

“그럼 내가 파주에 가서 물류회사 사장을 만나 볼게.”

“와이프 만나고 가라.”

“만나긴, 매일 만나는데 뭐.”

문재식은 들뜬 마음으로 사장실을 나갔다.

저녁 때쯤 문재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야. 문재식이야.”

“그래, 어떻게 됐나?.”

“파주 물류회사는 직원 둘이고 개인사업자야. 창고는 자기 땅이 아니고 임대하고 있어. 현재 장비는 트럭 2대하고 지게차 한 대가 있어. 책을 취급하는 창고라 항온 항습기도 한 대 설치되어 있더군.”

“얼마에 판다는 거야.”

“1억 5천 달라고 하네. 완전히 도독놈의 새끼야.”

“거래처를 넘기는 조건인 모양이군.”

“거래처도 15군데 밖에 안 되는 것 같았어. 창고에 있는 책은 소유권자가 출판사야.”

“출판사의 위탁으로 보관을 하는 모양이지?.”

“보관료를 조금 받는다고는 했어.”

“내일 내가 가 보지.”

“내일 오전 말고 오후에 가면 안 될까? 내가 편집 마무리 할 일이 있어서 그래.”

“그러자. 그럼 내일 오후에 보자. 파주 물류 사장한테는 전화 해 두어라.”

구건호는 파주 물류회사를 하나 인수하여 법인화 하고 디욘코리아의 배송업무를 몰아주기로 하였다. 지에이치 모빌은 이미 물류팀 부서가 있고 채용된 기사들이 있어 당장 일감을 주기엔 어려웠다.

“문재식이 제조는 안 맞지만 운송회사는 할 것 같은데?

구건호는 신정숙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재식 주간을 지에이치 미디어에서 빼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 왜요?”

“운송회사를 설립하는데 그쪽으로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사장님도 내 친구가 거기 있으면 심리적 부담도 있을 것 같기도 해서요.”

“그런 것 전혀 없습니다. 문 주간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일단은 그렇게 아시고 편집장은 한분 채용하도록 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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