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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이야기-210화 (210/501)

# 210

전략 수정 (2)

(210)

화요일은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하는 날이다.

구건호는 차에서 내리자 바로 지에이치 개발 사무실이 있는 18층으로 올라가고 엄찬호는 지하 1층에 있는 관리실로 갔다. 관리실에는 엄찬호의 책상이 있기 때문이었다. 엄찬호는 여기서 스마트폰 게임도 하고 운행일지 같은 것을 쓰기도 하였다.

구건호는 비서 오연수가 갖다 준 차를 마셨다.

강이사의 빌딩 임대료 수입 현황보고가 끝날 무렵 신정숙 사장이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힘든데 여기까지 올 필요 없어요. 보고사항 있으면 이메일로 하세요.”

“아닙니다. 직접 뵙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신정숙 사장이 왔다.

“중국 청년 전위 작가전은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성공은 했습니다. 전시 기획료 수입만 해도 3천만 원은 넘었습니다.”

“화랑은 다음 전시회를 또 기획해야 되겠군요.”

“우선은 한국화가 수채화 전시회를 합니다. 개인전은 아니고 4인전입니다. 이름이 있는 작가들은 아닙니다. 장래가 기대되는 작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한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흠.”

“우선은 지난달 손익을 이메일로 보고하기 전에 잠깐 메모를 해가지고 왔습니다. 이것을 보고하고 다음 작품 전시에 관한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우선 출판은 현재 아마존의 만화역사가 10권 째를 발행하여 3판에 들어갔습니다. 종이책 시장이 위축되었다 하더라도 어린이용은 많이 나갑니다. 경영서적 5권, 중국 역사물 2권, 일본 에세이류 6권, 기타 2권하여 25권이 발매되었고 지난달 출판 수입은 4,500만원이었습니다.

“생각보다는 꽤 했네요.”

“이중 인건비와 경비 등을 제외하면 3,500이 들어갔고 1천만원 정도가 떨어졌습니다. 1천만원이 다음 책을 찍을 준비금입니다.”

“흠.”

“다행히 지난달은 전시기획료 부분에서 3천만원 정도가 들어왔습니다. 딩펑 선생 전시회에서 는 400정도가 들어와 전시 기획료 수입은 3400입니다.”

“총 매출 7,900이네요.”

“사장님이 가지고 계신 지에이치 모빌이나 디욘코리아에 비하면 작고 보잘 것 없습니다.”

“아닙니다. 적은 인원으로 잘 하셨습니다.”

“지에이치 모빌은 월 판매량이 얼마나 됩니까?”

“지난달에 72억 했더군요.”

“호호, 지에이치 미디어는 모빌의 백분의 일 매출 정도 밖에 안 되네요.”

“투자액이 틀리니까... 그런 건 신경쓰지 마세요.”

“다음 달에는 매출이 좀 더 오를 겁니다. 전시 기획료 수입이 전부 출판자금으로 들어가고 북카페도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좀 더 나아질 겁니다.”

“북카페는 어떻습니까?”

“전시회 기간 동안은 하루 매출이 70만원까지도 올라갔는데 평상시는 50정도 올라갑니다. 월 1,500매출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경비 빼면 7, 800 떨어집니다.”

“손해 보지 않으면 됐습니다.”

“다음 달 활동 계획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세요.”

“다음 달은 프랑스 색채 미학의 거장 “마리옹 킨스키”의 작품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사람입니까?”

“유명한 사람입니다. 미술 애호가들은 다 압니다.”

“거기는 또 어떻게 아셨습니까?”

“전에 큐레이터로 있을 때 알던 프랑스 화랑하고 연결되어 알았습니다. 다음 주에 프랑스를 다녀오겠습니다.”

“필요하면 가야 되겠지요.”

“지에이치 갤러리의 또 한 번 대대적인 홍보 효과는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추진해 보세요.”

“그리고 이번 중국 청년 전위 작가 전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팔린 위쯔홍(岳志鴻)이란 작가가 소품을 한점 기증하고 갔습니다. 소품이라도 위쯔홍의 작품이라면 시가 2천만 원이 넘을 겁니다. 구사장님께 드리겠습니다.”

“그걸 왜 나한테 줘요? 신사장님 소유 아닙니까?”

“호호, 지에이치 미디어는 제가 주인이 아닙니다. 100프로 구사장님 출자 기업입니다. 전시 기획사에 기증한건 제 소유가 아닙니다.”

“난,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은데.”

“표구가 된 거니까 집에 거셔도 되고, 아니면 지에이치 모빌의 현관이나 사장님실, 혹은 회의실 등에 거셔도 됩니다. 오래 묵혀두면 가격은 더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흠, 2천만 원짜리가 3천만 원도 된다는 이야기 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가들의 작품은 재벌들이 구입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투자 가치로 말입니다.”

“그래요?”

“그림은 담보 가치도 인정해 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래요?”

“추사 선생의 새한도(歲寒圖)는 옛날 은행에서 수십억에 담보를 잡아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소리를 듣고 구건호의 귀가 번쩍했다.

[흠, 재미있는 세계가 있었네.]

“그럼 하나 물어보지요. 아까 프랑스 작가가 누구라고 그랬지요?”

“마리옹 킨스키입니다.”

“그 마리옹 선생이...”

“선생이 아니라 여사입니다.”

“아, 여자인가요? 그 마리옹 여사가 그린 그림을 전시회 첫날에 찍었다가 마지막 날 프레미엄 붙여서 되팔아도 됩니까?”

“이론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미지는 좋지 않습니다.”

“아니, 내가 꼭 그런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그냥 한번 물어본 겁니다.”

“그리고 다음 달엔 희망적인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뭐가 또 있습니까?”

“일본책 ’아침에 기상하는 인간‘이 5쇄에 들어갔습니다. 베스트 셀러 조짐이 보입니다. 책은 한번 탄력을 받으면 가속도가 붙습니다.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책은 뭐, 별로였던 것 같은데.... 왕교수가 쓴 책이 훨씬 값어치가 있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 말에 신정숙 사장이 미소를 지었다.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누가 좋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 책을 읽지 못하면 대화에 소외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되어 다투어 구매합니다.”

“흠, 다 잘됐으면 좋겠습니다.”“프랑스 화가 마리옹 킨스키의 기획전이 뜨거나 일본 번역책 ‘아침에 기상하는 인간’이 베스트 셀러가 되면 지에이치 미디어가 이 빌딩으로 이전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신정숙 사장이 가고 나서 구건호는 즉각 설빙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번 중국 청년 전위 작가전에 와 줘서 고마워요. 우리 갤러리에선 다음번엔 프랑스 색채미학의 거장 마리옹 킨스키 작품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답장이 왔다.

[오빠는 참 많은 것을 아는 분인 것 같아요.]

구건호가 다시 문자를 보냈다.

[이번에도 꼭 와서 감상해요. 프랑스 미술은 중국 아방가르드와 또 다른 멋이 있어요.]

↳ [지난번처럼 사진 찍힐까봐 싫어요.]

↳ [ 그런 일 없을 듯. 전시기획 일정 잡히면 연락 할게요 ~]

↳ [ ^^.]

박종석의 결혼식 날이 되었다.

박종석은 성격이 팔방미인이어서 그런지 엄청 사람들이 많이 왔다. 지에이치 모빌의 종업원들은 거짓말 안 보태 절반은 온 것 같았다.

인천에서도 관광버스 두 대가 왔다. 박종석 엄마가 활동적이라 그런지 아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 신부의 부모 역시 천안에서 부동산과 헤어샵을 해서 그런지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이쿠 사람들 엄청 많네. 이 화환 좀 봐. 예식장 입구까지 늘어섰네.”

화한은 모두 지에이치 모빌의 거래처 화환들이었다. 무슨 테크니, 케미컬이니 하면서 원재료나 협력업체 사장들이 보낸 화환이었다.

“신랑이 큰 회사 공장장이라고 그러네.”

“젊은 나이에 어떻게 공장장이 됐어?”

지에이치 모빌의 임원들과 디욘코리아의 임원들도 다 왔다. 신정숙 사장도 오고 문재식이도 오고 강이사도 왔다. 심지어 임태영이까지 왔다.

예식장 종업원들이 말했다.

“천안 컨벤션 센터 생기고 나서 제일 손님이 많은 것 같아요.”

신부는 평소에 쓰던 안경을 벗고 웨딩드레스를 입고나오니 인물이 돋보여 다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였다. 신부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도 나와서 구건호와 인사도 하였다.

“천안 3공단에 계시는군요. 저는 직산에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신랑은 제 친동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반갑습니다. 신부는 우리 회사 연구실의 귀염둥이였는데 지에이치 모빌에 뺐겼네요. 하하하.”

박종석은 인도네시아 발리로 신혼여행을 간다고 하였다. 엄찬호가 운전하는 벤틀리 승용차가 오색테이프를 붙이고 예식장 앞에서 대기했다. 구건호가 인천공항까지 차를 빌려준 것이다.

“야, 신랑. 입 좀 다물어라. 아무리 신부가 좋아도 그렇지, 그렇게 입을 벌리면 어떻게 해.”

사람들은 박종석을 놀렸다.

구건호는 이날 신랑 신부에게 차를 빌려줘 서울에 가지 못했다. 김전무의 차를 타고 온양 관광호텔에 묵었다.

호텔 방에 앉아서 9시 뉴스를 보고 맥주를 마셨다. 남 결혼하는 걸 봐서 그런지 설빙이 보고 싶었다.

“오늘따라 설빙이 되게 보고 싶네.”

구건호는 설빙에게 문자를 보냈다.

[안녕, 설빙씨!]

↳ [안녕!.]

↳ [오늘 천안 컨벤션 센터에서 회사 직원 결혼식이 있었네요.

내 차와 기사를 신랑 신부에게 빌려줘 서울도 못가고 온양관광

호텔에 묵고 있습니다.]

↳ [ㅎㅎㅎ 좋은 사장님 노릇하기도 힘드네요.]

↳ [여기 있으니까 자꾸 설빙씨 생각나요.]

↳ {코 자요. 저 오늘 야간 촬영 있어요.]

구건호는 잠자는 모습의 이모티콘을 보내고 문자를 종료했다.

박종석은 결혼을 하고 나서 사람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퇴근하면 집에 일찍 들어갔고 술도 덜 마셨다. 일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좋은 현상이야.”

구건호는 박종석의 이러한 현상이 더 성숙해져가는 과정으로 보았다.

어느 날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의 임원회의가 끝나고 박종석을 한번 불렀었다.

“야, 종석아. 너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달라진 것 없는데?”

“코도 반질반질해지고 얼굴에 날마다 화색이 돈다.”

“하하, 그렇게 보니까 그렇지.”

"신부가 그렇게 좋냐?“

“형도 장가 가봐.”

박종석은 두정역 옆에 있는 32평형 푸르지오 아파트를 샀다. 부모의 도움도 받았지만 기특하게도 벌어 놓은 돈이 있어 부채 없이 샀다.

구건호는 박종석의 결혼 선물로 회사차를 지급해 주었다. 박종석은 이사 급이라 현재 급여가 년봉 1억이 넘는다. 대기업 과장으로 있는 구건호의 동창 조원철이나 판교의 연구소에 있는 황병철이 보다도 많았다.

또한 박종석의 부모나 장인도 아파트는 하나씩 다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부자는 아니더라도 먹고 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더구나 양쪽 집안이 외아들과 외동딸이라 부모의 재산도 다 물려받을 처지였다. 아이를 낳게 되면 양쪽 집안에서 서로 뺏어가려고 할 것만 같았다.

[종석아, 그래. 너는 자식을 많이 낳거라. 셋만 낳아라. 그게 부모에게 효도하는 길이다. 나는 네가 있어서 이쪽 공장은 언제나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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