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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이야기-209화 (20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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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수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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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감사는 가지고 온 서류를 구건호 앞에서 펼쳤다.

“주식회사 지에이치 모빌은 지난달 처음으로 매출액이 70억을 넘어 72억을 기록했습니다.”

“72억이면 년간 매출로 따진다면 864억이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송사장님이 새로 오셔서 S기업 신규 오더 5건과 그 이전 개발품 AM083어셈블리를 합쳐도 년간 900억이 못되는 군요.”

“신규 오더 건은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는 중입니다.”

“그럼 지난달 72억 번 것 중에서 비용 나간 건 어떻게 됩니까?”

“72억에서 제조원가와 일반관리비 빼고 8억이 남았습니다. 이중 금융권 이자가 2억 빠져나가 6억이 남았습니다.”

“우리가 총 부채액이 650억 정도 되지요?”

“그렇습니다. 외상매입금과 미지급금이 250억, 금융권 부채가 400억입니다.”

“금융권 부채가 400억이면 월 이자가 2억이 넘겠군요.”

“그렇습니다. 지난달 영업이익 8억중 금융권 이자 2억 나가고 6억이 남았는데 부채 상환하지 않고 사장님 지시대로 쌓아두고 있습니다. 현재 누적된 회사 비축금은 약 12억원 정도가 있습니다.”

“매월 6억씩 비축한다면 년간 72억 정도는 비축 가능하겠군요.”

“그렇습니다. 72억은 단기 금융 부채를 갚아도 좋고 유사업종의 공장을 M&A할 여력은 생깁니다.”

“우선 비축만 해 놓으세요.”

“알겠습니다.”

상임감사는 보고했던 서류들을 결재판에 끼우면서 말했다.

“혹시 차를 바꾸시려면 구입보다는 렌트가 어떨까요? 구입은 목돈이 나가지만 렌트는 목돈이 안 나가고 또 매월 내는 돈도 비용처리가 가능합니다. 세무상 이익이 되지요.”

“일반 관리비는 늘어나겠군요.”

“월 6억씩 남는 데는 큰 영향이 없습니다. 송사장님도 구사장님 차는 바꾸는 게 좋다고 하셨습니다. 기사도 채용했고 노조도 이번에 임금 인상이 되었으니 사장님 차는 바꾸어 드리는 게 예의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생각 좀 해 보지요.”

“외제차도 렌트가 가능합니다.”

“그래요? 벤트리 같은 것도 렌트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벤즈나 벤트리 다 가능합니다. 렌트하시다가 3년 정도 지나면 불하도 받을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혹시 카다로그 같은 것이 있으면 나중에 가지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3억짜리 벤트리 승용차를 지에이치 모빌 법인 명의로 장기 렌트하였다. 랜드로버는 타워팰리스 주차장에 세워놓고 휴일 날 낚시를 가거나 골프를 치러 갈 때 이용하기로 하였다.

구건호는 그동안 숙소로 사용하던 천안시 불당동에 있는 아파트를 팔려고 내 놓았다. 기사를 두었기 때문에 굳이 천안에서 잠을 자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불당동 아파트도 최근 부동산이 올라 2천만 원 정도 올라 있는 상태였다.

임원회의가 있는 날 구건호는 직산 공장엘 날짜를 정해 놓고 오겠다고 선언하였다.

“앞으로는 직산 공장엔 월요일, 목요일만 오겠습니다. 보고할 것이 있으면 이때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에이치 모빌은 송사장님의 책임 경영체제로 가는 것이 기능면에서 더 낳기 때문입니다.”

임원들은 구건호의 결정에 환영하는 눈치였다.

“언제 오시고, 언제 갈 줄 몰랐는데 날짜를 정하니 좋습니다.”

디욘코리아도 환영했다.

“사장님이 그러면 월요일과 목요일은 오전에 모빌에 계시다가 오후에 이쪽으로 오시겠네요.”

“보고할 사항이 있으면 그때 해주시면 됩니다. 여기는 애덤 캐슬러와 김동찬 전무님 책임 경영 체제로 가면 될 것입니다. 대신 실적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서울의 강이사와 신정숙 사장에게 앞으로 화, 수, 금요일은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하겠다고 하였다.

강이사와 신정숙 사장도 환영하였다.

“언제 오시고, 언제 내려가는지 몰랐는데 이제 확실하니 좋습니다.

구건호는 엄찬호에게도 일정을 말해 주었다.

“앞으로는 월요일하고 목요일만 이곳에 온다. 나머지는 서울 신사동 빌딩이니까 헷갈리지 않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월요일하고 목요일 여기서 일을 보다가 혹시 날씨가 아주 나쁘거나 일이 늦게 끝나면 무리하게 서울 올라갈 필요 없다. 천안이나 아산의 온양 관광호텔에서 자고 가도 된다.”

“알겠습니다.”

“숙박비는 법인카드 있으니까 법인 카드로 계산하고 영수증은 네가 총무과에 갖다 주면 된다.”

“알겠습니다.”

“어째, 일 할만 하냐?”

“사장님 모시고 다니니 좋습니다.”

엄찬호는 구건호가 전혀 갑질을 하지 않아 좋아했다. 정말 큰형님처럼 따랐다.

구건호는 김전무와 함께 벤트리 승용차를 타고 이지노팩 공장을 찾아갔다. 기사까지 있는 벤트리를 타고 가니 경비원의 태도가 달랐다.

“엄찬호, 너도 같이 회장실에 들어가자. 지난번에 너희들이 강남 룸싸롱에서 혼낸 김동환이 아버지 보러간다.”

회장실에 들어가니 예쁜 비서가 묻는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나는 지에이치 모빌 사장이요. 회장님 계시지요?”

구건호와 김전무는 비서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회장실로 불쑥 들어갔다.

회장은 손톱을 깎고 있다가 구건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안녕하십니까.”

“어째 오셨소?”

“회장님이 디욘 코리아 제품을 많이 써주셔서 고맙다는 인사차 왔습니다.”

“끙.”

“회장님이 저에게 각서를 써주실 때 만동전장에 들어가는 제품은 디욘코리아 제품을 월 10억씩 써주기로 하셨습니다. 지금 월 2천 정도 구매하시는데 처음이라 그렇고 매월 늘려 주실 거라고 옆에 있는 우리 김전무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끙.”

“내일 현대차 협력업체 사장단 회의가 있습니다. 회장님도 참석하고 저도 참석합니다. 많은 사장들이 제가 온양관광호텔에서 아드님에게 폭행당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합의가 잘되었냐고 물으면 회장님이 과분하게 처리해 주어 오히려 제가 미안할 정도라고 말하겠습니다.”

“끙.”

“그래서 오늘은 고맙다고 인사도 드리고 일본 교다기업의 오더도 이지노팩에 드리고자 왔습니다.”

“뭐요? 교다기업요?.”

김전무가 교다기업의 도면을 꺼냈다.

“구사장님이 이건 이지노팩에 드려야 한다고 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이걸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제가 몇 군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사장님은 원재료를 디욘코리아 것으로 써 준다면 이지노팩에 드리라고 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어디 봅시다.”

이지노팩 회장은 돋보기를 끼고 도면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사내 전화로 비서를 불렀다

“연구소장 내방으로 오라고 해. 그리고 차 좀 넉 잔 가지고 와.”

흰머리가 많이 난 이지노팩 연구소장이 들어왔다. 박사급 연구원만 수십 명을 데리고 있는 연구소장이었다.

“자네, 이 도면 좀 봐. 우리가 만들 수 있지?”

“예, 어려운 도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 참 인사해. 여기는 디욘코리아의 사장이고 여기는 디욘코리아의 전무네.”

“아, 그러십니까? 디욘코리아 사장님은 젊은 나이에 지에이치 모빌을 인수하신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문화방면에도 관심이 많은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도 이지노팩 연구소장님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지노팩의 연구실적은 완성차 회사들도 크게 평가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무님은 몇 번 뵌 것 같습니다. 물파산업에도 계셨지요?”

“그렇습니다. 이지노팩 회장님은 제가 물파에 있을 때부터 귀여워해 주셨습니다. 지금도 많이 챙겨주고 있어서 집안 어른과 같은 분이십니다.”

“이 사람아, 내가 챙기긴 뭘 챙겼다고 그러나.”

이지노팩 회장은 김전무의 사탕발림 말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잘 만들어서 일본 교다에 납품하십시오. 물량이 꽤 됩니다. 원재료는 디욘코리아 것을 써주기로 회장님과 말씀 나누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 써줘. 도면 이 사람이 가져왔으니까.”

이지노팩 회장은 김전무의 아부에 기분이 좋아 디욘코리아 제품을 써 주라고 하였다. 연구소장이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전무님은 나중에 디욘코리아 원재료 시험성적서나 한부 보내주십시오.”

연구소장이 나가자 구건호는 안 포켓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하나 더 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건 또 뭐요?”

“전에 회장님이 저와 합의하면서 만동전장에 들어가는 원재료는 10억을 구매해 주겠다는 약정서입니다.”

“각서 말이요?”

“이런 게 저에게 있으면 회장님과 저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돌려 드리겠습니다.”

“도, 돌려줘?”

“제가 맞았다고 하니까 제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이 대단히 흥분했었습니다. 수천억의 자산가의 얼굴에 칼침을 놓았으니 복수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드님이 있던 강남 룸싸롱으로 집단으로 몰려가 아드님을 무릎 꿇리고 얼굴을 온통 그어버리려는 찰나 제가 말렸습니다. 귀공자처럼 생긴 아드님 얼굴을 다 그어버리면 되겠습니까? 여기 옆에 있는 젊은이가 그날 함께 있었던 사람입니다.”

이지노팩 회장은 엄찬호를 쳐다보았다. 깍두기처럼 생긴 그의 머리도 눈을 치켜뜨고 보았다.

“이제 저에게 써주었던 각서도 돌려드렸으니 이제 회장님과 저는 아무 일도 없는 셈입니다.”

“핫핫핫.”

회장은 갑자기 허공에 대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구건호에게 손을 내 밀었다.

“졌소. 내가 졌소. 젊은이 한테 내가 졌소. 내 나이 60평생 오늘과 같이 참담한 날은 처음이요.”

이지노팩 회장은 구건호의 손을 잡고 힘차게 흔들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김전무가 웃으면서 말했다.

“전략을 바꾸니 먹혀들어간 것 같네요.”

생산부에서 영업 쪽으로 간 성일기 과장이 김전무에게 전화를 했다.

“이지노팩 구매부에서 새로운 주문이 들어왔는데요. 이번엔 물량이 많습니다. 월 납품액이 큰거 한 장은 되겠는데요?”

“5호기, 6호기 시험 가동 끝났나?”

“끝났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기계 돌려.”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모집 공고 낸 신입사원들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 인력이 달립니다.”

“신입사원 들어올 때까지 야간작업해. 야간 수당 지급관계는 내가 사장님께 건의해 볼게.”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신입사원 채용이 궁금했다.

신입사원들은 언제 들어옵니까?

“서류심사와 필기시험은 끝났습니다. 내일 모래 면접 봅니다.”

“면접은 누구누구 봅니까?”

“애덤캐슬러와 윤상무,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사람이 봅니다. 애덤 캐슬러가 면접시험 위원장입니다.”

“10사람 뽑는다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좋은 사람이 온다면 경력사원은 한 두명 더 뽑을 까도 생각중입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신입사원들 들어오면 기회 봐서 교대로 디욘사도 한번 견학을 시켜줘요.”

‘저도 디욘사 한번 가고 싶습니다.“

“”회사가 안정이 되면 전무님도 한번 갔다 오세요.“

“감사합니다.”

구건호는 사장 방으로 엄찬호를 불렀다.

“야, 오늘 이지노팩 회장 설득하는데 너도 한몫 했다.”

“예? 저는 한 일이 없는데요.”

“아니야. 옆에서 폼 잡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했어. 수고했다. 나중에 서울 올라가면 태영이와 술이라도 한잔해라.”

구건호는 안 포켓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엄찬호에게 주었다. 엄찬호는 깜짝 놀라 봉투를 받으면서 90도 각도로 허라 굽혀 인사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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