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07화 (207/501)

# 207

수행 기사 채용 (1)

(207)

구건호는 점심을 먹고 18층 사장실로 올라왔다.

비서 오연수씨가 전시회 지원업무를 나가 경리과장이 대신 커피를 타가지고 왔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디욘코리아의 윤상무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서울에 계시지요?”

“그렇습니다.”

“생산부 직원 채용 접수 결과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세요.”

“경력직은 5명 모집에 120명이 지원했고, 신입사원은 5명 모집에 820명이 지원했습니다.”

“뽑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겠네요. 응모자가 왜 그렇게 많은 겁니까?”

“디욘코리아라고 하니까 많이 몰린 것 같습니다. 라이먼델 디욘사는 세계적 기업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근무지가 아산이라고 해도 그렇게 몰렸군요.”

“인원이 많으니 우리도 인, 적성 시험을 보아야 할 가요?”

“알아서 하십시오.”

“일단은 서류합격자를 대상으로 학교 강당이라도 빌려 간단한 시험은 보겠습니다. 이공계 출신을 대상으로 한 아이큐 테스트 같은 것으로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이번에도 사장님이 최종면접 안하십니까?”

“안합니다. 김전무님하고 윤상무님이 뽑으십시오, 아 참, 애덤 캐슬러씨를 참여 시키십시오.”

“알겠습니다.”

“기계는 잘 돌아가지요?”

“잘 돌아갑니다. 7호기, 8호기 발주 신청을 했습니다.”

“7호기, 8호기 들어오면 디욘사의 출자금은 다 들어온 셈이네요.”

“그렇습니다.”

“8호기 까지 다 들어오면 감정 평가기관에 의뢰해서 기계 장비 감정 평가 받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1호기부터 8호기까지 수입신고 필증 가지고 현물투자 완료 확인신청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신청서는 어디다 제출합니까?”

“관세청입니다. 윤상무님이 직접 하지 마시고 밑에 있는 총무과장 시키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투자신고서 같은 서류도 필요하면 모빌의 서청훈 차장한테 달라고 하세요. 서창훈 차장이 모빌의 총무과장 시설에 외국인 합자기업 등록 업무를 보았으니까요.”

“서차장이 가지고 있는 서류는 디욘코리아에서 다 인수 받았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수고하세요.”

구건호는 서울에 있으면 서울에서 늘어져 직산이나 아산 공장에 가기가 귀찮았다. 반대로 아산이나 직산에 있으면 서울에 올라오기가 귀찮았다.

“운전기사를 두긴 두어야겠네.”

구건호는 임태형이 부탁한 깍두기 엄찬호가 생각났다.

“운동을 해서 그런지 몸이 날렵하고 인상은 괜찮은데 써도 괜찮을까? 깍두기 출신이라 이 빌딩 입주회사 사람들하고 싸움이라도 하면 골치 아픈 거 아닌가?”

김앤정 로펌의 김영진 변호사가 전시회 기사를 본 모양이었다.

“그런 좋은 소식 있으면 알려주지 그랬어?”

“하하, 미안하다.”

“지금 어디 있어? 아산인가?”

“아냐, 서울이야.”

“그래? 언제 아산 내려갈 건데?”

“글쎄, 서울에 오면 내려가기 싫고, 내려가면 또 서울에 오기 싫고 그러네.”

“하하, 이제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가? 아직 장가도 안간 총각이! 서울에 있으면 얼굴한번 보자. 내일 점심이나 할까?”

“좋아!”

박종석이 결혼 날짜가 잡혔다고 연락이 왔다.

“이달 25일이야.”

“어디서 할 건데?”

“천안에서 하기로 했어. 아무래도 신부가 편한 대로 해 줘야지. 천안 컨벤션 센타에서 하기로 했어.”

“잘했다. 축하한다.”

“그런데 형, 요즘 얼굴이 잘 안보이네. 전에 임금 협상 때 보고 못 본 것 같아.”

“서울에서 미술 전시회도 있고 다른 일들이 많아서 그래. 마음은 항상 거기에 가 있다.”

“인천에선 관광버스 대절하기로 했어.”

“그래야 되겠지. 부모님 아는 분들도 많을 테니까.”

“아, 그리고 부모님도 나 결혼식 끝나고 집 내놓는다고 했어. 이쪽으로 오시기로 했어.”

“그래? 잘됐구나.”

“인천에선 사람들이 자꾸 설렁탕이라고 불러서 싫은 모양이야. 부모님도 고향이 이쪽이다 보니 이쪽에 살고 싶어 하셔. 더구나 인천에서 지금 살고 있는 동네보다는 두정동이 깨끗해서 좋데.”

“하하, 그래? 청첩장은 우리 협력업체나 납품업체에 모두 돌려라.“

‘나, 그 사람들 연락처도 모르는데?’

“청첩장 100장만 총무이사 갖다 주어라. 내가 연락할 테니까.”

“그렇게나 많이?”

“남으면 너한테 도로 주라고 할게.”

“고마워 형.”

신정숙 사장은 구건호에게 설빙이 다녀갔다고 보고했다.

“어제 문 닫을 시각 선그라스를 낀 모델 같은 여자가 들어 오길레 봤더니 설빙이었어요. 진짜 사장님 말씀이 맞네요.”

“그림 감상할 때도 선그라스를 꼈습니까?”

“호호, 아니에요. 그림 감상할 땐 벗었지요.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미인이더라고요. 역시 톱스타는 뭔가 달랐어요. 여자인 내가 봐도 부러울 정도로 피부도 깨끗하고 투명했어요. 사장님도 실물은 못 봤죠?”

“예, 실물을 저도.....”

[손목도 잡아보고 뺨에 뽀뽀도 했습니다.]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신정숙 사장은 설빙의 모습을 몰래 촬영했다고 했다.

“설빙의 그림 감상 모습이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워 몰래 사진 찍었습니다. 이거 인터넷에 올려도 되는가 모르겠네요. ‘지에이치 갤러리에서 중국 청년 전위 작가전을 감상하는 설빙.’이라고 하면서 올리면 우리 갤러리가 또 한 번 노이즈 마케팅이 될 것 같네요.”

“글쎄요.”

“초상권 문제가 있겠지만 옆모습이고 그림 감상 사진은 오히려 설빙에게도 좋은 평판을 받을 겁니다.”

“알아서 하십시오.”

설빙의 그림감상 사진이 인터넷에 뜨자 설빙의 팬들은 다투어 댓글을 달았다.

“설빙 언니, 멋져요.”

“여신이 따로 없네;;;;.”

“나하고 같이 가지...”

“사랑해요, 설빙 ♥♥.”

“지에이치 갤러리는 나도 가봤어.”

“설빙이 전위예술을 이해할까?”

“위의 댓글자, 주둥이 못 닥쳐?”

“설빙, 짱!”

댓글들은 대체로 호감이 간다는 긍정적 표현이 압도적이었다.

설빙의 지에이치 갤러리 방문은 갤러리 측이나 설빙이나 다 같이 플러스 작용을 하였다.

점심약속을 같이 한 김영진 변호사가 못 오겠다고 하였다.

“소송 의뢰 기업을 급하게 하게 되었어. 점심 약속은 다음으로 연기해야겠다.”

“그래, 그래. 일 봐라. 나는 아무 때고 만날 수 있으니까 일 봐라.”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과 디욘코리아를 방문한지가 며칠 된 것 같아 천안 직산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운전하기도 지겨운 생각이 들었다. 임태영이에게 전화를 했다.

“아, 예. 큰형님. 태영이 입니다.”

구건호 전화번호를 입력해 두었는지 전화를 걸자마자 큰형님 소리가 나왔다.

“전에 운전기사 추천했던 사람 있지?”

“엄찬호 말인가요?”

“그 사람 이력서하고 주민등록 등본가지고 내 사무실로 와봐.”

“오늘 갈 가요? 이력서는 제가 운영하는 경비 용역회사에 제출했던 것이 있습니다.”

“이력서는 사진 붙어야 하네.”

“당연하지요. 출력해가지고 바로 가겠습니다.”

구건호가 사장실에서 경제 신문을 보고 있는데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구건호가 사장실 문을 약간 열고 사무실 쪽을 내다보았다. 사장실은 사무실을 통해서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강이사하고 임태영이가 싸우고 있었다.

“아, 사장님 안계시다니까,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요.”

“사장님과 약속을 했단 말입니다. 오라고 통화했어요!”

“나한테 이야기 하라니까! 젊은 사람들이 이러면 경찰을 부를 거야!”

구거호는 밖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아마 깍두기 두 사람이 들어오니까 귀찮게 하려고 들어오는 사람인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사무실엔 가끔 이상한 사람들이 찾아왔다. 양복 속에 훈장을 여러 개 달고 상이용사라고 하면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었고 깍두기들도 있었다. 이들은 청소도구 같은걸 팔아달라고 하기도 하고 종업원들 점심시간에 건강식품 홍보를 하게 해 달라고 하기도 하였다. 강이사는 임태영이도 그런 사람들인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구건호가 문을 열고 소리쳤다.

“강이사님! 내 손님 맞아요. 들여보내세요.”

임태영이가 엄찬호와 함께 식식거리면서 사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상한 사람들이 가끔 찾아와서 우리 강이사님이 그런 모양이다. 차 한잔 하자.”

비서 오연수가 갤러리에 가 있어 경리과장에게 차를 석잔 부탁했다.

“이력서는 가지고 왔나?‘

“네, 여기 있습니다.”

구건호가 엄찬호의 이력서를 훑어보았다. 서울 강남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체육대학을 다녔고 태권도나 유도로 무슨 시합 같은데 나가서 우승한 기록들이 이력서에 적혀 있었다. 특이하게 중학교를 미국에서 다닌 기록이 있었다.

“중학교를 미국에서 다녔네?”

“네, 부모님 따라 미국에 갔다가 아빠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나왔습니다.”

“흠, 그럼 엄마랑 같이 있나?”

엄찬호가 우물쭈물 하였다.

“집 나왔구나.”

“아닙니다. 엄마가 재혼했는데 같이 있기가 싫어서 지금 태영이 형하고 같이 있습니다.”

“그래? 아버님은 미국서 장사하셨나?”

임태영이가 대신 말했다.

“얘 아버지 원래 경찰이었어요. 경찰 그만두고 미국 가셨는데 간암으로 돌아가셨어요.”

“흠, 그래? 군대는 전경을 갔다 왔네?”

“네.”

“여긴 내가 이 빌딩에도 있지만 자주 천안 직산이나 아산공장엘 왔다 갔다 해. 운전을 많이 하게 될 거야. 보수도 많지 않고. 가끔은 내가 저녁에 누굴 만나면 나오기도 하고 그래야 돼. 할 수 있겠어?”

“열심히 모시겠습니다.”

경리과장이 차를 가지고 왔다.

경리과장은 임태영과 엄찬호가 건달처럼 생겨서 그런지 자주 얼굴을 쳐다보았다.

“차, 마셔.”

“네.”

임태영이 검정양복 안 포켓에서 서류 하나를 꺼냈다.

“저희 경비용역업체 사업자 등록증입니다. 용역 형식으로 해도 됩니다. 용역비는 300만원이고요. 엄찬호 급여는 저희가 250을 줍니다. 생산직은 하루 8시간 근무기준이지만 저희는 10시간 기준입니다.”

“흠, 그래?‘

“여기 용역 계약서도 가지고 왔습니다. 큰 형님.”

“용역 계약은 여기보다도 직산 공장과 해야겠구나. 엄찬호는 오늘 오후 시간 있나?”

“있습니다.”

“그럼 점심 먹고 나랑 같이 직산가자.”

“큰형님, 저도 같이 가면 안 될 가요? 큰형님 공장 구경하고 싶어요.”

“그래라. 그럼.”

구건호는 강이사를 불렀다.

“이사님, 이 사람이 오늘부터 내 차 운전하게 되었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은 경비용역업체 사장이고요.”

“아, 그래요?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인사해라. 지에이치 개발의 강성일 이사님이다.”

“강성일입니다.”

“엄찬호입니다.”

“임태영입니다.”

임태영과 엄찬호는 싸움은 하고 돌아다녔어도 인사만큼은 칼같이 했다.

강이사가 두 사람에게 자기의 명함을 주었다.

구건호는 임태영과 엄찬호를 데리고 지하 1층에 있는 현장 사무실로 갔다. 구건호가 들어오자 정수남 반장이 벌떡 일어났다.

“앞으로 내 차 운전할 사람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이 사람 앉을 책상을 하나 갖다 놓으세요. 강이사님한테 이야기해서 하나 사라고 하세요. 책상하고 의자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헤헤, 책상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내가 차 안 쓰는 날은 여기 앉아서 무협지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그래라. 저쪽에 정반장님이 운동하는 아령과 역기도 있으니 심심하면 운동도 하고.“

“감사합니다. 큰...”

“회사에서는 사장님이라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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