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05화 (20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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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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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욘코리아의 기계설비 5호기, 6호기가 들어왔다.

홈페이지가 완성되어 나가고 경제신문과 월간 플라스틱 코리아 잡지에도 과감히 광고를 때리자 차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라이먼델 디욘사 제품은 대리점 판매가 아니고 직접 합작공장이 있는 모양이던데?”

플라스틱이나 합성고무를 이용하여 물건을 만드는 제조공장에서는 슬슬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구건호는 사무실 직원들이 일을 잘하나 돌아보다가 직원들이 전화 받는 소리를 들었다.

“예? 여기 위치가 어디냐고요? 아산시 영인면에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약도대로 오면 되냐고요? 그렇습니다. 아산 시내로 들어가지 말고 좌측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구건호는 김전무 밑에 영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중간 관리자급이 필요할 것 같았다.

구건호는 김전무를 불렀다.

“전무님이 외근 나갔을 때 홈페이지를 보고 누가 온다면 대응할 사람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과장급 정도 되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안 좋겠습니까?”

“채용도 좋지만 사내에서 한번 찾아봐도 되겠습니까?”

“사내에 적당한 사람이 있나요?”

“원재료나 공장의 케미컬 분야의 성형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일반영업과 다릅니다. 일종의 기술 영업입니다. 그 제품에 대해서 많이 알고 판매처에 가서는 제품 생산에 관해 기술적인 어드바이스도 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 면이 있기는 하지요.”

“그래서 저는 성일기 과장을 영업 쪽에 배치하면 어떨까 합니다.”

“성일기 과장요? 미국에서 연수받고 와 생산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제품에 대해서 잘 알고 또 성격도 명랑한 것 같아 말씀 드립니다.”

“5호기, 6호기 기계도 새로 들어왔는데 성과장을 뽑아내면 생산 쪽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닙니까? 미국인 기술자들도 돌아갔는데 말입니다.”

“생산 쪽은 지난번 경력사원 2명을 모집해서 그런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생산은 미국 갔다 온 유희열 부장이 있으니까 안심해도 될 겁니다. 또 유부장이 경력사원을 추가 모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윤상무한테 이야기해서 성과장을 영업으로 발령 내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구건호가 김전무에게 다시 질문을 했다.

“전무님이 보시기에 년 간 매출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5호기, 6호기 돌리면서 하루 20톤 정도 나갑니다. 년간 매출은 300억 정도 될 것 같습니다.”

“7호기 8호기 돌리면 좀 더 나가겠네요.”

“7호기, 8호기 돌리고 야간작업하면 내년도 목표는 600억은 바라볼 수 있습니다.”

“부품 제조보다 원재료 제조가 더 재미가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지노팩 회장이 그렇게 눈독을 들인 것 아닙니까? 자기도 합작공장을 하려다가 미국 측에 욕심 부리다 안됐지만 말입니다.”

“이지노팩에서 원재료 가져가는 것은 아직도 천만원대 입니까?”

“3천만 원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독일 바스프나 미국 몬산토보다 우리 것이 싸니까 할 수없이 가져가더군요.”

“더 늘어날 것 같습니까?”

“이지노팩 회장이 욕심 많은 인간이긴 하지만 자기도 기업인입니다. 가격 경쟁력이 우리가 우월하다면 우리 것을 쓰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김전무가 나가자 윤상무와 생산부 유부장이 함께 사장실로 들어왔다.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5호기, 6호기가 들어와서 아무래도 생산부 인력을 충원해야겠습니다.”

“몇 명이 필요합니까?”

“4명 정도 필요합니다.”

“7호기, 8호기가 들어온다면서요?”

“그럼 6명이 필요하겠지요.”

“모든 기계가 야간작업을 한다면요?”

“그, 그건... 12명이 필요하겠지요.”

“생산부는 지금 유부장과 성과장 그리고 새로 채용한 경력사원 2명이 있지요?”

“그렇습니다.”

“생산부 신규 채용자는 10명을 뽑으세요. 경력자 5명과 대졸 신입사원 5명 뽑으세요. 모두 이공계 대학 출신으로 뽑고 영어 능력자 우대한다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성과장은 영업부로 전보 발령 내세요.”

“옛? 영업으로요?”

“김전무를 뒷받침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그렇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품의서 결재는 꼭 애덤 캐슬러 싸인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자는 걸 애덤 캐슬러가 토를 달지는 않지만 합자회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합니다.”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꼭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애덤 캐슬러는 디욘 본사에 보내는 위클리 리포트는 매주 쓰나요?”

“예, 매주 씁니다. 위클리 리포트 파일 철을 보니까 아주 꼼꼼히 씁니다. 특히 매출과 지출 사항은 빠짐없이 쓰고 있습니다.”

“미국인 기술자들도 가버렸으니 캐슬러가 대화하는 사람은 통역 밖에 없을 테니 잘 대해 주세요. 가끔 말도 붙이고요.”

“영어는 김전무님도 어느 정도 하시고 저도 약간은 합니다. 가끔 대화는 합니다. 그리고 비서 이선혜씨는 아주 영어를 잘해 애덤 캐슬러와 친하게 지냅니다. 아침마다 오는 호서대학 원어민 교사하고는 요즘 연애까지 하는 모양입니다.”

“연애요?”

“모르셨습니까? 시내에서 둘이 데이트 하는 것을 우리 직원들 중에서 본 사람이 많습니다.”

“허허, 그래요?”

구건호는 윤상무와 유부장이 나가고 난후 부사장 애덤 캐슬러를 생각해 보았다.

“원어민 교사하고 연애한다니 한국생활이 심심하진 않겠구먼.”

구건호는 애덤 캐슬러의 연애 모습을 상상하다가 갑자기 설빙이 생각났다.

“설빙... 도도하고 서늘한 면이 있지만 대단한 미인이야. 톱스타다운 카리스마도 있고 말도 상당히 절도 있게 했지.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까? 설빙 정도면 재벌 가문에서 눈독 안 들이겠어?”

구건호는 이렇게 생각하며 카렌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크, 설빙과 만나기로 한 날이 내일 모래네. 내가 일방적으로 정한 날짜라 나오려나? NHK시상식 게스트로 온다니 일본에 체류하는 것은 맞을 것 같은데.....”

구건호는 비서 이선혜씨를 불렀다.

“이거 동경의 뉴오따니 호텔 전화번호입니다. 이선혜씨가 영어 잘 하니 ‘겟규’라는 소연회실 예약한다고 하세요. 저녁 6시부터 4시간 사용으로 하세요.”

“룸 예약이 아니고 연회실 예약입니까?”

“거기서 모임이 있어서 그래요.”

구건호는 동경까지 가는 항공권 예약은 자기가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였다. 동경 가는 비행기표는 매진이 많았지만 1등석은 대체로 비어있는 경우가 많아 쉽게 예약을 하였다.

구건호는 뉴오따니 호텔 소연회실 겟규(월궁)를 빌렸다. 소 연회실은 보통 열명이나 열다섯명 정도를 수용하는 연회장이다. 가족 모임이나 대기업의 임원 모임, 결혼을 앞둔 상류층 집안의 상견례 장소 등으로 이용된다.

구건호는 이곳을 빌리면 10명분의 식대를 계산해 줘야한다. 비용지출이 만만치 않지만 설빙이 톱스타라 남들 눈에 띠는 걸 꺼려해서 이곳을 잡은 것이다.

설빙은 오지 않았다.

“저녁 6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구건호는 연신 시계를 보았다. 7시가 넘어도 설빙은 오지 않았다.

구건호는 웨이터에게 와인을 시켰다. 와인 두 잔을 마실 무렵 문자 메시지가 왔다.

[연회가 있습니다. 9시 넘어서 끝날 것 같습니다. 다음 기회에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구건호는 즉시 답신을 보냈다.

[9시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아니, 내일 아침까지라도 기다리겠습니다.]

구건호는 웨이터를 불러 홀을 두 시간 연장한다고 말했다

구건호는 로비로 갔다가 호텔 밖 정원에도 나갔다가 하면서 9시까지 기다렸다. 거의 기진맥진하여 앉아있는데 인기척이 났다. 설빙이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설빙은 선그라스를 쓰지 않았다.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려고 했습니다.”

설빙은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에 앉았다.

“식사는 하셨나요? 저는 먹고 왔습니다.”

“조금만 드세요.”

구건호는 웨이타를 불러 식사 2인분과 와인을 주문했다.

“연회는 문부성 대신과 NHK사장이 참석하여 중간에 나오기가 힘들었습니다. 두 분 가시는 것 보고 먼저 빠져 나왔습니다.”

“설빙씨는 3시간씩 기다려 주는 남자가 있어서 행복하시겠어요.”

설빙은 웃었다. 설빙은 연회장에서 한 두 잔의 술을 마셨는지 얼굴에 약간 홍조를 띠었다.

“숙소는 어딥니까?”

“신쥬꾸 프린스 호텔입니다. 같이 온 스탭들이 다 거기에 있습니다.”

음식이 나왔다.

배가 고픈 구건호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었지만 설빙은 새우튀김만 먹고 다른 음식은 먹지 않았다.

“식사 하셨으면 와인 한잔 하세요.”

“네.”

설빙은 지난번처럼 와인을 입에 적시기만 하였다.

“설빙씨, 이제 결혼 하셔야지요.”

“구사장님도 좋은 분계시면 결혼 하셔야지요.”

“저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 그러세요?”

“3시간씩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설빙은 이 말에 환하게 웃으며 와인을 마셨다. 구건호가 설빙의 빈 잔에 얼른 와인 잔을 채워주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려 설빙씨는 톱스타라 부담이 되요. 재벌가에서도 많은 유혹이 있을 것 같아요.”

“있지요.”

“전에 언젠가 인터넷에 소문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E그룹 회장 아들과의 소문은 기자들이 소설을 쓴 거예요.“

“기레기들이 많지요.”

“실은 E그룹 회장부인이 저에게 관심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저는 E그룹 아들의 인상이 싫었어요. 너무 각진 얼굴에 배가 많이 나왔어요. 제 취향은 아니었지요.“

“돈 많은 재벌 아닙니까?”

“저도 약간의 돈은 있습니다. 또 E그룹 회장 부인이 너무 억세게 생겨 싫었어요. 그런 집안에 들어가면 질식할 것 같았어요.”

“흠, 그런가요?”

“그 이야기 그만하세요. 재미없어요.”

“거기 말고 또 선이 많이 들어오지요? 혹시 조선일보나 대한항공 집안 같은 데서는 선이 안 들어오나요?”

설빙은 웃으면서 와인을 마셨다.

“구사장님은 생각보단 유머가 있어서 좋네요. 거기는 아니지만 며칠 전에도 중매가 들어왔어요.”

“그래요?”

“제가 요즘 드라마 ‘욕망의 그늘’에 출연하잖아요. 거기에 엄마로 나오는 이미령씨가 있어요. 그 분이 중매를 섰어요. 그분이 연예계 중매로 소문나신 분이에요.”

“이미령씨? 들어본 이름인 것 같네요. 어디서 들었더라?”

구건호는 이미령이란 이름을 들은 것 같은데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재벌은 아니지만 강남에 빌딩을 갖고 있고 기업체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자수성가한 사람이래요.”

“나이가 많겠군요.”

“36살이라고 합니다.”

“나하고 동갑이네요.”

“무엇보다도 사람이 좋고 인물도 괜찮고 어렵게 살아봐서 이해심도 많은 좋은 분이라고 했어요.”

“흠.”

“이름까지 가르쳐 주더군요. 구건호씨라고요.”

“옛?”

구건호는 이미령이란 여자가 생각났다. 한남동 장마담이 말하던 바로 그 여자였다.

“그래서 거절했어요. 사귀는 사람 있다고 했어요.”

“사, 사귀는 사람이 있어요?”

“있어요. 지금 만나고 있잖아요.”

구건호는 설빙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설빙씨, 행복하게 해 드릴게요. 내가 평생 지켜드릴게요.”

설빙은 구건호가 잡은 손을 슬그머니 뺐다.

“뉴오따니 호텔 정원이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어요. 우리 밖으로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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