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95화 (195/501)

# 195

톱 스타와의 만남 (1)

(195)

구건호는 강이사를 다시 사장실로 불렀다.

“신사장님과 강이사님 두 분께 말씀드립니다.”

“네.”

두 사람은 메모지를 준비했다.

“지하는 화랑을 만들기 위한 인테리어 작업에 들어가십시오. 조명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는 전문 업체에 의뢰하십시오. 공사비는 일단 건물 감가상각 충당금에서 전용하시고 나중에 화랑 수익금이 발생하면 보충하는 방법으로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운영 방식은 공사가 완공되면 주식회사 지에이치 개발이 주식회사 지에이치 미디어에 임대하는 형식으로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정식으로 임대차 계약서 작성하시고 임대보증금은 2천만 원에 월 임대료 200만원으로 하시고 화랑 사업 속도에 따라 임대료는 조정하는 것으로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지에이치 미디어의 화랑 임대보증금은 우선 내 가수금에서 처리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약간 피곤한지 눈을 비비고 나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

“강이사님께 말씀 드립니다.”

“예, 말씀 하십시오.”

“옥상 녹화사업을 위한 신청서를 서울 시청에 제출하세요.”

“알겠습니다.”

“옥상 녹화사업을 위한 공사비는 서울시에서 50%만 지원하니까 나머지 금액은 감가상각 충당금에서 활용하시고 건물을 지을 공간 30평 정도를 남겨 놓으십시오.”

“건물요? 알겠습니다.”

“지금 우리 이 건물의 물탱크는 19층에 있지요?”

“그렇습니다. 옥상에 있지 않고 19층에 있습니다.”

“그럼 건물 지을 공간은 조금 확대해서 40평 정도로 하세요.”

“알겠습니다.”

“옥상 건물은 가건물이라도 건축허가를 받아야 합니까?

“받아야 합니다. 천막이 아니면 다 건축허가를 받습니다.”

“그럼 조경 공사 끝나면 바로 강남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건물이 완공되면 북카페를 할 것인가, 스카이 호프집으로 하던가 하는 문제는 건물 완공 후 다시 의논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른 질문들 없습니까?”

신정숙 사장이 메모하던 볼펜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딩펑 선생 전시회는 화랑 예약을 했습니다. 이 건물 화랑에서는 아쉽지만 못할 것 같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인테리어 공사는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런데 딩펑선생 전시회는 어디서 하기로 했습니까?

“인사동 솟대 화랑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딩펑 선생이 그림을 가져오면 각 언론사에 보내는 보도 자료는 그때 뿌리도록 하겠습니다.”

“표구는 여기서 하기로 했습니까?”

“예, 삼각지에 있는 표구점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그 표구점은 지난번에 딩펑 선생이 오셨을 때 한번 보고 가셨습니다.”

“그래요?”

“솟대 화랑이 화랑은 크지 않지만 조명이나 습도 조절 장치 등이 아주 우수합니다. 인테리어 들어가기 전에 강이사님도 한번 답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요? 알겠습니다.. 한번 가 보죠.”

“만약에 딩펑 선생의 전시회 작품이 다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럴리는 없겠지만 광주나 대구 같은 도시에서 순회 전시회로 소화시키면 됩니다.”

“흠.”

“중국에서 가지고온 역사책은 번역이 끝나고 지금 문재식 주간님이 윤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 그거 ‘조조는 충신인가 간웅인가’ 하는 책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강이사가 웃으며 말했다.

“조조는 충신인가 간웅인가요? 어? 그 책 재미있겠는데.”

“책 나오면 강이사님도 한권 갖다 주세요.”

“알겠습니다. 호호.”

“신사장님도 오시고 그래서 두 분과 함께 식사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제가 장시간 여행으로 좀 피곤하군요.”

“들어가 쉬십시오. 정말 얼굴이 피곤해 보입니다.”

구건호는 쌍화탕을 한 병 사들고 타워팰리스 집으로 갔다.

천안 직산 공장으로 출근한 구건호는 임원회의를 주재하였다.

송사장과 상임감사, 연구소장과 총무이사, 그리고 박종석 이사가 참석했다.

연구소장이 먼저 보고했다.

“특허 건은 두건 모두 지에이치 모빌 법인 명의로 신청했습니다. 심사기간이 필요해 다소 시일은 걸릴 듯합니다.”

송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상장기업은 특허만 받아도 주가가 춤을 춥니다.”

상임감사가 영업이익으로 상거래 채권 일부를 상환했다고 보고했다.

“지금 부채 총액이 얼마지요?”

“현재 650억입니다.”

“년 말까지 업계 평균비율까지 끌어 당길 수 있겠습니까?”

“금년엔 어렵고 내년에는 가능할겁니다.”

총무이사도 보고 했다.

“오늘 충남 북부지역 중소기업 사장단 모임이 있습니다.”

“총무이사가 대신 참석하세요. 사장이 해외 출장 중이라고 하세요. 박종석이사 할 말 있어요?”

“저는 없습니다.”

“현장에서 마이머신 운동 계속하고 있지요?”

“하고 있습니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회사의 체력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열심히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오늘 임원회의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지에이치 모빌은 부장이나 과장 등 중간 관리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구건호는 중간관리자들이 참석하는 간부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간부회의는 송사장이 주관했다.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의 임원들과 점심을 먹고 디욘코리아로 출발했다. 구건호가 운전하는 랜드로버가 천안 백석동을 지나 아산시 음봉면으로 접어들었다. 아산 공장엘 가려면 이 길을 거쳐야 했다.

“점심 먹고 나니 되게 졸리네.”

구건호는 음봉 호수 주변에 차를 세웠다. 마침 호수변에 예쁜 카페가 있었다.

“너무 졸려 커피나 한잔 마시고 가야겠다.”

구건호는 커피를 마시며 호수를 바라보았다.

“호수를 쳐다보니 마음도 시원해지는 것 같네.”

멀리 낚시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여긴 낚시 금지구역 아닌가? 동네 사람인가?”

구건호는 낚시하는 사람을 쳐다보다가 문득 포천 낚시터가 생각났다.

“청담동 이회장님은 포천 낚시터에 계속 다닐까? 혼자서 외롭게 낚시하겠는데? 하긴 종석이와 내가 가기 전부터 낚시터에 오신분이니까 지금도 있을 거야.”

구건호는 이회장이 보고 싶었다. 이회장은 자기 인생의 전기를 마련해 주신 분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일요일 종석이와 같이 포천 낚시터에 갈까? 아니야, 종석이는 지금 결혼할 여자와 깨가 쏟아지는 재미를 느끼고 있는데 내가 방해하면 안 되겠지.”

구건호는 날짜를 계산해 보았다.

“오늘이 월요일이지? 그럼 이번 주 일요일에 포천이나 가보자. 종석이는 놔두고 나 혼자 가보자.”

구건호는 디욘코리아에 와서 전체 회의를 주재했다. 디욘코리아는 직원들 숫자가 적어 모든 직원이 회의에 참석했다.

먼저 김동찬 전무가 보고 했다.

“디욘코리아의 생산 제품은 키로그램당 가격을 4,800원에 정했습니다. 직접비와 간접비를 모두 반영한 가격입니다.”

“한 포에 96,000원이네요.”

“예, 쌀값보다는 좀 비쌉니다.”

김동찬 전무의 말에 모두 웃었다.

“그럼 한 파레트에 480만원이군요.”

“그렇습니다. 부가세가 붙기 전 가격입니다.”

“부가세가 붙으면 500이 넘어간다는 이야기인데... 원가절감을 해서 부가세 포함 500이하로 맞추도록 해야겠네요. 그래야 수요가 늘어나지 않겠어요?”

이번엔 애덤캐슬러가 말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내가 멕시코와 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서 근무해 보았는데 가격이 싸면 오히려 품질이 나쁜 것으로 인식합니다.”

“흠.”

“우선은 톤당 480으로 하고 소비자의 반응 추이를 보겠습니다.”

애덤 캐슬러가 또 말했다.

“기계장비는 현재 1기, 2기가 들어와 있는데 3기, 4기를 시애틀의 디욘 본사에서 다음 주 선적을 한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부산항으로 들어옵니까?”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이번엔 한번 경험이 있으니까 잘들 하시겠네요. 지금 생산 제품이 좀 나갔습니까?”

“10톤 정도 나갔습니다. 판매 대금은 이달 말 B2B로 들어옵니다.”

“흠.”

“또 할 말 있습니까?”

다들 말이 없자 구건호가 폐회를 선언했다.

구건호는 사장 방에서 혼자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투자한 사업장이 여러 군데라 왔다 갔다 하기가 힘드네. 내가 한군데서 보고를 받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결혼해 정착을 한다면 더욱 어려워 질것이 아닌가?]

[지에이치 모빌은 송장환 사장에게 맡기고, 디욘코리아도 정상 궤도에 올라서면 김동찬 전무에게 맡기고 나는 신사동 빌딩으로 들어갈까? 아니야. 여기에 내가 없으면 회사가 개판되는 것 아닌가? 송사장과 김전무가 그럴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닌 것 같아. 그래 코스닥 등록까지만 참자. 그때는 전문 경영인들에게 회사를 맡기고 나는 올라가자.]

[내가 서울에 올라가면 지에이치 개발은 종업원도 작고 좀 그래. 지에이치 미디어를 종합 컨텐츠 회사로 키워? 그런데 공돌이 출신인 내가 그 방면에 대해서 뭘 알아야지. 미디어도 전문 경영인을 더 영입해? 아니야, 투자는 이제 이익금에서 해야지 피같은 내 돈 쌩돈을 투자할 수는 없어.]

구건호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TV를 켰다.

TV에서는 광고가 나왔다.

“광고도 많네. 다른 채널로 돌려볼까?”

다른 채널로 돌리다가 구건호는 흠칫하며 멈췄다. 지금 나오고 있는 화장품 광고 모델은 설빙이었다.

“늘 피부가 촉촉해요.”

구건호는 광고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역시 설빙은 예뻤다.

구건호는 TV를 끄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더욱 설빙이 생각났다.

[설빙을 어떡하면 만나지?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리고 톱스타가 내가 전화한다고 해서 만나줄까? 설빙 정도라면 재벌 아들들이 많이 접근하겠지?]

구건호는 BM엔터테인먼트의 기획이사가 생각났다. 명함을 찾아보았다.

“이 사람은 남자 새끼가 자꾸 눈웃음을 쳐 마음에 안 들지만 전화나 한번 해보자.”

구건호는 다이얼을 눌렀다.

“여보세요?”

“BM엔터테인먼트 기획이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구건호입니다.”

“예? 구건호씨요? 실례지만 어디시죠?”

구건호의 이름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지에이치 모빌의 구건호입니다.”

“예? 지에이치요? 아이고, 아이고, 사장님! 난 또 누구신가 그랬습니다.”

“요즘도 중국 왔다 갔다 하십니까?”

“가끔 갑니다. 지난번 중국 공연은 성황리에 잘 끝났습니다. 저희 사장님도 구사장님께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잘 됐군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혹시 설빙의 전화번호를 알 수 있는 가요?”

“예? 설빙요?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

“한번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저한테 말씀해 주실 수 없습니까? 제가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직접 만나서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저희 규정상 스타들의 개인 전화번호는 공개하지 않기로 되어있습니다. 혹시 지에이치의 광고 건이라면 저한테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구건호는 뺀질뺀질한 기획이사가 옆에 있으면 면상을 한번 갈겨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광고 건은 아니고요. 내가 신사동 빌딩에 화랑을 개관합니다. 개관식 날 유명인사들 초청을 하는데 설빙도 초청을 하려고 합니다.”

“그게... 외부에 다니면 파파라치도 많고 해서...”

“미술품 구경하는 사진이라도 찍혀 인터넷에 나돌면 더 좋지요. 오히려 고상해 보이고 주가가 올라가지 않겠어요? 싫으면 그만 두세요.”

“아닙니다. 사장님. 전화번호를 가르쳐 드리면 스타들이 화를 내세요.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구사장님이라면 가르쳐 드리지요. 하지만 제가 전화번호 가르쳐 주었다고는 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설빙의 전화번호는 010-XX -XXXX입니다.”“알겠습니다. 화랑 개관식 날 이사님도 오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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