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94화 (194/501)

# 194

리스캉의 제언 (3)

(194)

단동 변경경제 합작구 초상국(招商局) 부국장은 구건호의 명함을 보고 질문을 했다.

“현재 한국에서 부품공장을 하고 계신데 년간 매출은 얼마나 됩니까.”

“지에이치 모빌이란 회사의 매출은 달러로 계산하면 7, 8천만 달러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소주에 설립한 소주 기차 배건 유한공사는 400만 달러 될 것 같네요.”

부국장은 즉각 과장을 불렀다. 과장은 40대로 조선족 여성이었다.

“이 분들에게 변경 경제 합작구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차량을 준비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스타렉스 비슷한 차량이 합작구 현관 앞에 섰다.

구건호와 김민혁, 그리고 부국장과 과장이 함께 동승하여 합작구를 돌았다. 부국장이 침을 튀겨가며 설명했다.

“단동 병경경제 합작구는 국가 수준의 개발구입니다. 즉, 국가 산업단지죠. 총 면적 117평방키로미터인데 현재 개발 면적은 30평방키로미터입니다.”

구건호가 작은 목소리로 김민혁에게 말했다.

“30평방키로미터면 얼마나 되나?”

“글쎄, 과천시 정도 면적일 것 같은데?”

합작구는 압록강을 따라 길게 뻗어 있으며 드문드문 공장들이 들어섰다.

“만약에 지에이치 모빌이 이곳 합작구로 들어온다면 3년 이상 세제 혜택을 줄 겁니다. 이곳은 한국보다 인건비가 훨씬 저렴하고 땅값도 쌉니다.

“흠”

“단동은 또 황해와 발해만을 끼고 있어 중국 동부 해안 도시로 운송은 물론 세계 각국 수출에도 용이합니다.

“흠, 입지적 조건은 좋은 것 같습니다.”

이번엔 조선족 과장이 웃으면서 한국말로 말했다.

“저 둑 아래에 있는 섬 같이 된 땅이 위화도야요.”

“위화도?”

구건호는 차를 세우게 했다.

압록강 강둑에서 위화도를 쳐다보았다. 강 중심에 있는 섬으로 푸른 초목만 있고 사람도 없었다.

“아, 아. 이곳이 이성계가 회군했다던 위화도구나.”

“제기럴, 그 때 이성계가 이 강을 넘었더라면 여기 있는 단동 합작구는 다 우리나라 땅이 되었을 텐데 아쉽다.”

“하하, 민혁아, 역사는 가정이 없단다.”

조선족 과장이 물었다.

“선생님들은 여기 와서 무슨 사업을 할 거야요?”

“아직 결정한건 없습니다. 합작구를 보고 생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혹시 북조선과 사업을 하려고 하는 것 아니야요?”

“그런 건 아닙니다만....”

“북조선과의 사업은 조심해야 되요. 필요하다면 북조선과 사업하시는 분들을 만나보시겠어요?”

구건호가 눈을 크게 끄고 김민혁을 쳐다보았다.

“북조선과 사업을 하려면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해요.”

“야, 민혁아, 한번 그런 사람들 만나볼까? 여기까지 왔는데 호기심 난다.”

“괜찮을까? 북조선이란 말이 나오니까 괜히 으스스한 생각이 난다.”

“만나보지.”

구건호는 조선족 과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희들은 내일 귀국하는데 그럼 오늘 저녁에 만날 수 있어요?”

“그럼 잠깐기다리세요. 전화를 해보고요.”

과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김민혁이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만나도 괜찮을까?”

“이 사람들은 공무원들인데 사기야 치겠어?”

과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세 사람을 수배했는데 한 사람은 평양에 들어갔답니다. 두 사람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만나보시겠습니까? 만나신다면 제가 구련식당에 예약을 해 놓갔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럼 압록강 철교부근에서 유람선 타시고 놀다가 단동시 빈강중로(濱江中路)에 있는 구련식당으로 6시까지 오세요. 식당은 택시 타시면 기사들이 다 압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합작구 부국장에게 악수를 신청했다.

“친절한 안내 고마웠습니다. 우리 회사가 합작구에 들어오는 문제는 좀 더 고민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후회는 없을 겁니다. 합작구에 들어온 한국 기업들이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지만 들어오고 나서는 다들 만족해합니다.”

“그럼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구건호는 한국에서 가져온 손톱 깎기 세트 3개를 선물했다.

구건호는 한국동란 때 파괴되었다는 끊어진 다리를 구경했다. 다리 옆에는 새로운 다리를 놓아 북한에서 오가는 차량이 통과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한가했다.

“한국 동란 때 중국 인민해방군이 저 다리를 건너갔다며?”

“맞아, 나도 어디 책에서 본 것 같아.”

구건호와 김민혁은 유람선을 탔다. 강의 중심에 들어서자 강 건너 신의주의 북한 사람들이 손을 흔들었다. 사람들은 촌스러워 보였지만 순진한 것 같기는 하였다.

구련 식당에는 합작구의 조선족 과장과 조선족 무역업자 두 사람이 나와 있었다.

둘 다 50대로 보였고 한사람은 뚱뚱한 여성이었다. 과장이 두 사람을 소개했다.

“이 사람은 삼천리 유한공사 사장이고 옆에 여성은 진달래 무역공사 사장입니다. 저는 집에 일이 있어 먼저 갑니다. 유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과장은 사람 소개만 시켜주고 먼저 들어갔다.

구건호와 김민혁은 두 무역업자들과 명함을 주고받고 인사를 했다.

음식은 엄청 큰 잉어 튀김도 나오고 압록강 맥주도 나왔다.

김민혁이 맥주병을 보고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야, 압록강 맥주가 다 있네.”

삼천리 유한공사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야루지앙(압록강) 맥주 처음 보십네까?

“예, 처음 봅니다.”

진달래 무역공사 사장이 병을 땄다.

“호호호, 한번 맛보시라요.”

맥주 맛은 시원하고 그런대로 괜찮았다.

“선생님들도 북조선과 무역을 하려고 합네까?”

이 사람들은 조선족이지만 북한을 자주 다녀서 그런지 북한식 말투가 나왔다.

“아직은 안하고 있지만 돈이 된다면 해 볼 수도 있겠지요.”

“조심해서 하십시오. 북한 애들 한국인이라고 하면 무조건 떼어먹으려고 합네다.”

“그래요?”

“북한과의 합작은 중국인이 대리로 해야 합네다. 선생님들이 북한과의 합작사업을 하려면 우리를 내 세워야 합니다. 북한 애들은 합작이라도 투자자가 한국인임을 알면 대금 지급에 애를 먹입네다. 한국인은 잘 사니 돈 떼어먹어도 괜찮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습네다.”

“흠, 그렇습니까?”

옆에 있던 김민혁이 맥주를 마시며 물었다.

“우리가 자동차 부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자동차 부품도 무역이 됩니까?”

“중국차 부품은 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생산한 부품은 안 됩니다. 지금 북한에는 한국 차가 없습네다.”

“흠... 그럼 돈 될 만한 것이 무엇인가요?‘

“건설용 자재 괜찮습네다. 북한은 마감용 건설자재, 한국용어로는 인테리어 자재라고 하지요? 이것이 지금 북한에서 부족합니다. 이쪽 수요가 좋습니다. 저도 작년에 건설자재가지고 재미 좀 봤습네다. 저도 평양에 아파트도 하나 사놓고 식모도 두고 삽네다.”

“흠, 건설자재라.... 건설장비는 어떻습니까?‘

삼천리 유한공사 사장은 잉어 살점을 뜯어먹다가 손사래를 쳤다.

“지금 북한은 유류난이라 건설장비는 안됩네다. 기름이 있어야 움직이지요.”

“흠.”

“폐타이어 같은 것은 됩니다. 거기서 유류를 뽑아낼 수 있으니까요.”

“광물 같은 건 되겠지요?”

“광물거래는 좋습네다. 농수산물도 괜찮고요. 단, 농수산물은 남포항을 통해서 나가야 됩네다. 이쪽 단동으로 가져왔다가 다시 한국으로 나가면 중국산이 되지 북한산이 안 됩니다.”

“그럼 남포로 나가야 원산지증명서를 받는다는 이야기네요.”

“그렇습네다. 단동으로 가져오면 원산지증명서 못 받습네다.”

맥주와 함께 여러 가지 음식을 먹으니 배가 불렀다.

“오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만약 합작을 원하시면 연락 주시라요. 저는 신의주에서 평양까지 길도 훤하게 뚫고 있고 평양에도 아는 인사들도 많이 있습네다.

“고맙습니다. 늦게까지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구건호는 이들에게도 손톱 깎기 세트를 선물로 주었다.

호텔에 들어가는 택시 안에서 리스캉의 전화를 받았다.

“한국에 잘 들어 갔나 해서 전화 했어.”

“한국 아니야. 지금 단동이야.”

“단동?”

“단동 변경 경제 합작구의 초상국 부국장이 불러서 왔어.”

“단동 변경 경제 합작구도 국가 산업단지이기는 하지.”

“합작 투자하면 많은 혜택을 준다고 했어.”

“거긴 땅값과 인건비는 싸지만 글쎄, 자동차 부품사업은 좀 힘들지 않겠어? 자동차 완성차 업체가 다 동부 해안에 몰려있는데 말이야.”

“그래서 북한과의 무역도 좀 알아보려고 왔어.”

“무역?”

“이쪽 지역이 아직은 쉽지 않겠지?”

“나는 사업가가 아니고 공무원이라 사업에 대해선 잘 몰라. 하지만 언젠가 경영학 교수인 왕지엔이 이런 소리를 한 것이 기억나.”

“무슨 소리를 했는데?”

“돈을 벌려면 돈과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 하라고 했어.”

“돈과 사람이 몰리는 곳이라... 맞긴 맞는 말이네.”

구건호는 단동지역은 아직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돈과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 사업하자. 이곳 단동은 그냥 관광 왔던 셈만 치자.”

다음날 구건호는 심양을 다시 거쳐 한국으로 왔고 김민혁은 단동에서 상해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구건호는 인천 공항에서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중국에 갔다가 지금 귀국했습니다. 인천공항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신사동 빌딩의 지하에 인테리어 공사 견적을 내보라고 했습니다.”

“지하에 누가 들어오기로 했습니까? 임대가 나갔는가요?”

“아닙니다. 화랑을 해볼까 합니다.”

“화랑이요?”

“인테리어 공사 견적을 내보라고 했지만 화랑 같은걸 하려면 조명공사 같은 건 별도로 해야 될 것 같아 신사장님 자문 좀 받으려고 합니다.”

“제가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바쁘지 않으면 신사동 지에이치 빌딩으로 오세요. 내가 두 시간 후면 지에이치 빌딩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로 가겠습니다.”

구건호가 지에이치 개발 사무실로 왔다.

“다른 일 없지요?”

“예, 없습니다. 사장님이 말씀하신 지하 인테리어 견적은 가지고 왔습니다. 원래 견적은 복수로 받아야 하는데 우선 한군데만 받았습니다.”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사장이 이리로 오기로 했습니다. 화랑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니 이 방면에 잘 알겁니다.”

“아, 화랑에서 근무하셨답니까? 어쩐지 세련된 분이더군요. 그런데 사장님 얼굴이 좀 피곤해 보이십니다.”

“중국 단동에 갔다가 심양을 거쳐 조금 전에 들어왔습니다. 중국서 계속 술을 먹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비서 오연수씨가 뜨듯한 녹차를 가지고 왔다. 녹차를 마시고 나니 다소 피로가 가시는 듯 햇다.

“견적이 좀 많네요.”

“그렇습니다. 사우나가 있던 자리라 뜯어내야 할 곳이 많다고 했습니다.”

말 하고 있는 사이에 신사장이 들어왔다.

“중국서 바로 오셨다면서요? 피곤하실 텐데 쉬시고 내일 만날걸 그랬지요?”

비서 오연수씨가 녹차를 타와 신사장이 앉은 테이블 앞에 갖다 놓았다.

“이 분이 오연수씨?”

“예, 그렇습니다.”

“나,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사장이에요. 가끔 아마존에 보내는 영문 편지를 이메일로 부탁했는데 얼굴 보기는 처음이네요.”

“오연수입니다.”

“막상 만나고 보니 영어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얼굴도 이렇게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구사장님 좋지요? 좋은 분이니 잘 모셔요.”

“네, 잘 알겠습니다.”

오연수씨가 인사를 깊숙이 하고 나갔다.

“이번에 중국에 가서 상해에서 아방가르드전을 구경했습니다.“

“어머, 그러세요? 저도 구경하고 싶었는데.”

“리스캉 국장을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아방가르드전을 지에이치 미디어 주관으로 한국에서도 한번 열자고 했습니다.”

“예? 아방가르드전을요?”

신정숙 사장이 놀란 눈으로 구건호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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