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91화 (191/501)

# 191

합자사 시제품 생산 (2)

(191)

디욘코리아의 김동찬 전무는 시험 생산한 제품이 아무래도 마음에 안 들었다.

“미국 디욘 제품을 쓰던 회사들은 내가 이걸 가지고가면 중국 짝퉁이냐고 그럴 거야. 미국 기술자 3명이 달라붙어도 안 되네.”

김동찬 전무는 지에이치 모빌의 송장환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디욘 코리아의 시제품이 나왔습니다.”

“축하합니다.”

“그런데 좀 마음에 안 들게 나와서 .... ”

“박종석 이사 보내달라는 거요?”

“전에 연구소장 하던 분 지금 사무실에 나오지요?”

“나와요. 오전에 잠깐 나왔다 들어가던데. 왜요?”

“전임 연구소장하고 박종석 이사 좀 하루 이틀만 이쪽 지원을 했으면 합니다.”

“사람 자꾸 오라고 하면 이쪽 일은 어떻게 합니까?”

“그래도 거긴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오래도 아니고 하루 이틀이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보내드리지요. 이틀만입니다.”

“제가 그래도 몸은 이쪽에 있지만 친정이 지에이치 모빌 아닙니까? 디욘코리아 제품 팔러 다니면서 지에이치 모빌 영업도 신경 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현장이 궁금하여 생산동엘 들어갔다. 아직 연구실 기능도 없어서 생산동에서 바로 실험도 하고 생산도 하고 있었다.

“어? 전임 연구소장님이 오셨네요? 박이사도 오고?”

김전무가 구건호에게 다가왔다.

“제가 오라고 했습니다. 광택이 잘 안 나고 경도가 높아서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시험 생산은 오전에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 오후에 나온 것이 미국 본사 제품과 비슷하게 나왔다.

구건호가 현장에 와서 박이사에게 물었다.

“처음에 왜 그렇게 나온 거야?”

“온도와 냉각 타임이야. 연구소장님이 경험이 있어서인지 원인을 잡아내긴 하더군.”

“양산체제에 들어가도 되는 거냐?”

“오더를 받아야겠지. 김동찬 전무가 샘플 포장해서 가지고 나갔어. 우선 지에이치 모빌의 거래처였던 곳을 한 바퀴 돈다고 했어.”

구건호와 박이사가 말하고 있는데 김전무가 들어왔다.

“박이사! 시제품 새로 뽑아 논 것 있으면 10박스만 더 담아봐.”

“오전에 형님이 가져간 것 다 썼어요?”

“다 뿌리고 왔어.”

“지금 없어요. 생산부 유부장과 성과장이 달라붙어 지금 뽑고 있어요. 저는 이제 저쪽으로 넘어 가겠습니다. 형님, 저 자꾸 부르지 마세요.”

“야, 그러지 말고 여기 좀 있어라.”

박이사는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무조건 형님이라고 불렀다. 단, 모빌의 송장환사장과 상임감사, 연구소장등은 나이 차이가 너무 많아 형님 소리를 못했다.

김전무가 박이사에게 다가와 웃으며 팔을 잡았다.

“야, 그럼 창고에 원재료 쌓는 다이 좀 만들어 주고 가라.”

“새로 온 공무과장 있잖아요.”

“잡아주는 사람 있어야지. 혼자는 힘들잖아.”

윤상무가 원재료를 나르는 지게차와 리프트 등 장비를 사왔다. 박종석이 지게차 시운전을 해 보았다.

총무과장이 식당에서 일할 아줌마 한사람을 데리고 왔다.

박종석과 공무과장은 원재료를 쌓는 다이를 철제 빔으로 3층으로 만들었다. 숙달된 두 기술자가 만드니까 금방 만들었다.

부사장 애덤 캐슬러가 박종석 이사와 안용덕 공무과장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엄지를 추켜세우고 윙크를 했다.

송장환 사장이 구건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전임 연구소장님하고 박이사가 그쪽에 지원을 나갔습니다.”

“오늘까지 일 하고 다시 모빌로 간다고 하던데요?”

“제 생각인데 전임 연구소장님은 그쪽에 계시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전임 연구소장님을요?”

“예, 아무래도 이쪽에 있으면 신임 연구소장과 불편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뮌헨공대 선후배 사이로 아주 친한데요?”

“친한 건 맞습니다만 한 방에 같이 있으면 불편하고 직원들도 불편할 수 있습니다. 잔소리는 안 해도 직원들 머리속에는 시어머니가 두 분이란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흠”

“현재 1년 계약의 자문역이지만 그래도 그쪽에 있으면 대외적으로도 연구실이 있다는 홍보 효과도 있습니다. 또 경험이 없는 젊은 직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입니다.”

“본인이 싫어하지 않을 가요?”

“오히려 좋아할 겁니다. 본인도 여기서 불편했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게 좋을 것 같네요.”

구건호는 김전무와 윤상무를 불렀다.

“지에이치 모빌의 전임 연구소장님은 아직 현장에 있지요?”

“예, 계십니다.”

“전임 연구소장님은 자문역이라 금년 말까지만 모빌에 계실분입니다. 나머지 임기동안은 모빌보다는 디욘코리아에서 있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여기 와서 방이나 하나 내 주고 책이나 보시라고 하고 가끔 현장지도도 해주면 좋지 않을 가요.”

김전무가 말을 받았다.

“저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험이 많은 분 한 분쯤은 있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덤 캐슬러가 반대하지는 않을 가요?“

“내일 합자사 전체회의가 있습니다. 제가 발의하고 사장님이 동조하시면 캐슬러도 굳이 반대는 안 할 겁니다.”

“흠, 알겠습니다.”

합자사가 생긴 이후 처음으로 전체 합동회의가 열렸다.

합자회사의 회의는 길고 지루했다. 왜냐하면 중간에 통역이 들어가야 하므로 일반 회의보다 배는 걸렸다.

총무과장이 사회를 보았다.

“오늘 합자사 발족이후 처음으로 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 참석자는 사장님을 비롯하여 애덤캐슬러 부사장님, 김동찬 전무님, 윤희병 상무님, 생산부 유희열 부장님, 성일기 과장님, 경리부 조명숙 차장님, 공무과 안용덕 과장님, 총무부의 사회부를 보는 과장 박선홍과 직원 이선혜, 그리고 미국인 기술자 3분과 통역을 맡고계신 이주영 부장님이 참석하셨습니다. 식당 근무자 한분은 일이 있어 참석을 못했습니다. 현재 합자사 총 인원은 15명이 되겠습니다.”

통역 이선생이 발언을 시작하려고 하자 구건호가 말했다.

“통역은 짧게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통역은 참석자 이름은 빼고 직급만 이야기 했다.

구건호가 모두 발언을 했다.

“합자사 성립에 여러분들 힘이 컸습니다. 이제 시제품이 나오고 영업활동에 총력을 경주 해야 되겠습니다. 영업을 하기 위한 뒷받침은 생산 쪽에서 좋은 제품이 나와야 합니다.”

구건호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통역 이선생의 순차통역이 시작되었다. 구건호는 그동안 사장을 해서 그런지 이선생이 통역하기 좋게끔 문장을 짧게 끊고 발언을 마치면 고개를 통역 쪽으로 돌렸다.

“또 생산을 위해선 공무가 뒷받침 되어야 하고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경리나 총무같은 스텝부서의 지원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애덤 캐슬러도 발언을 했다.

“미국과 한국이 한배를 탔습니다. 현재 현물 출자를 제외한 각각 운영자금으로 넣은 돈이 50만 달러입니다. 합쳐서 100만 달러지만 현재 인건비로 나간 것도 많고 장비나 집기, 운영비 등으로 많은 돈이 나가고 있습니다. 시제품이 나왔으니 영업활동에 전념해야 할 것입니다.”

김전무도 발언을 했다.

“어제 시제품이 나와서 거래처 한바퀴 돌았습니다. 일단은 라이먼델 디욘의 미국 본사 제품과 차이가 없어 반응은 좋았습니다. 단지 원가계산을 시간이 급해 대충 뽑았는데 이 회의가 끝나면 실무자들 끼리 모여 원가계산을 다시 하겠습니다.”

에덤 캐슬러가 손을 들었다.

“내가 미국에서 가져온 코스트 어카운팅(원가계산) 시트를 드리겠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총무과 여직원 이선혜가 밖으로 나가 녹차를 타와 한잔씩 돌렸다.

구건호의 말이 이어졌다.

“디욘코리아 생산제품은 국내 판매가 목적이 아닙니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은 중국과 동남아 시장도 겨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 경험이 많은 애덤 캐슬러씨를 디욘 본사에서 보낸 것입니다.”

구건호가 무슨 말을 하나 하고 귀를 쫑긋 세운 애덤 캐슬러는 통역의 말을 듣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우선 한국 내 국내 영업이 안정 되면 저는 동남아 시장을 한 바퀴 돌겠습니다.”

“회의가 길어졌습니다. 다른 분 할 말 있으십니까?”

다른 사람들은 할 말이 없는지 조용했다. 김전무가 손을 들었다.

“영업은 품질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제 잠깐 와서 우리 일을 도운 모빌의 자문역 전임 연구소장님을 한시적으로 이쪽에 모셨으면 합니다.”

구건호가 말을 받았다.

“그 분은 년 말까지만 근무하는 자문역이라 모셔 와도 큰 부담은 없을 겁니다. 뮌헨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오랫동안 연구소장으로 계셨던 분 아닙니까? 애덤 캐슬러 부사장님! 모시는게 나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문헨공대 박사 출신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오케이! 동의합니다.”

이렇게 해서 처음 열린 합자사 전체 회의가 끝났다.

구건호는 회의가 끝나고 총무과 여직원 이선혜씨가 가지고 온 경제신문을 읽고 있었다. 중국의 김민혁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합자사 시제품 나왔다며?”

“응, 나왔어.”

“조금 전에 박종석이하고 통화 했는데 미국 본사 것 하고 별 차이 없다던데?”

“외관상은 그렇지만 아직은 몰라. 고객들이 써보고 만족도가 높아야겠지.”

“여기 창고에 쌓아 논 몇 톤만 주문할까?”

“조금 기다려. 국내 반응을 좀 더 보고 결정할게. 기계장비도 2기만 들어왔어. 더 들어 와야돼.”

“참, 어제 리스캉이 불러서 갔다 왔어.”

“왜?”

‘팜프렛을 주던데? 구사장한테 보내주면 알거라고 하네.“

“무슨 팜프렛인데?”

“미술전시회 팜프렛이야. 중국 청년 작가전, 중국 전위 예술전, 세계적 거장 천차오 선생 유품전... 많기도 해.”

“보내 줘봐.”

“그리고 이석호가 내일 나한테 들리겠다고 전화가 왔네.”

“이석호가? 경리단길에서 장사하는 이석호 말이냐?”

“맞아.”

“왜 온데?”

“모르겠어. 학교 다닐 때 나한테 한 행동 보면 만나고 싶지도 않은데 온다고 하네.”

“만나줘라. 오면 밥 한끼 사주면 되지. 그런데 거긴 왜 가지?”

“오면 한번 무슨 이야기 하나 들어 보지.”

구건호는 송장환 사장에게 전임 연구소장을 보내라고 하였다.

“애덤 캐슬러 부사장이 전임 연구소장 오는 것 동의 했습니다. 송사장님이 말씀 전해주십시오. 내일부터 이쪽으로 출근하라고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자문역 연장이야 해줄 수 없지만 있는 동안이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방도 하나 배정해 주지요.”

“감사합니다.”

“지난번 S기업 창원공장에 납품한 물건은 반응이 어떻습니까?”

“별다른 이야기는 없는데 주문이 늘어난 것 보니까 반응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래요?”

“오늘 S기업 ERP시스템에 들어가니까 12일까지 1만개 납품하라는 오더가 떴습니다.”

“그래요? 하하.”

“그리고 김전무가 여기에 와 있습니다.”

“김전무가요? 거긴 왜?”

“디욘코리아 시제품 나온 샘플을 들고 왔네요. 외관상으로 봐서는 합격입니다. 김전무가 거래처 다닐 때 디욘코리아 것을 홍보해 달라고 하네요. 자기도 지에이치 모빌 것 영업 지원을 해주겠다고 합니다.”

“상부상조하고 좋네요.”

“제가 이번에 S기업에서 받아온 오더 5건 중 현재 3건은 납품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머지 2건이 완성되면 원재료는 디욘 코리아 것을 쓰도록 한번 검토해 보겠습니다.”

“흠, 그렇게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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