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90화 (190/501)

# 190

합자사 시제품 생산 (1)

(190)

지에이치 모빌은 새로 영입된 송장환 사장의 세일즈 파워에 힘입어 매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신규 개발품 AM083 어셈블리의 판매 실적도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었다. 종업원 이직률도 거의 제로에 가깝고 악성부채 또한 조금씩 꺼지고 있었다.

상임감사가 구건호에게 손익보고 하는 자리에서 말했다.

“금년도 반기결산 자료에 보면 영업이익이 10%, 경상이익이 3%정도 나왔습니다. 하반기에도 이러한 흐름을 보인다면 년 간 총매출액 800억 정도에서 경상이익 3%를 반영하면 24억원의 이익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흠.”

“물론 이익금은 회사 법정 유보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이 회사의 대주주인 구사장님에게 배당 가능합니다.”

“그럼 약 20억 정도의 배당은 가능하겠군요.”

“계산상은 그렇지만 금융권 부채를 제외한 상거래 채권은 갚아야 할 것입니다. 상거래 채권자들은 자기들 돈 안 갚고 대주주의 배당으로 전액을 돌린다면 항의할 것은 자명합니다.”

“빚 갚는데 쓰자는 말씀이군요.”

“부채 또한 대주주의 몫입니다. 부채가 줄어든다는 것은 대주주의 부채가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대차대조표는 모양이 예쁘게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사장님의 급여는 여기서 매월 1,500만원씩 발생합니다. 당분간 급여에 만족하시고 부채를 털어내는 게 좋겠다고 봅니다. 송장환 사장 또한 그걸 원하고 있습ㄴ니다.”

“알겠습니다. 부채를 털어내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상임감사가 나가자 얼마 후 송장환 사장이 들어왔다.

“감사님한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부채를 털어내는 결정은 잘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업계 평균보다 높습니다. 코스닥 선정 기준은 업계 평균보다 1.5배 적어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조금 전 감사님과 의논했는데 이렇게 되면 사장님께서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 사장님 급여를 올려드리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월 2천만원 수준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놔두세요. 조금 있으면 노조와 임금 협상도 하는데 사장 월급만 올라가면 되겠어요?”

“그래서 또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장님이 급여 인상을 고사하시면 차량을 바꾸어 드리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은 여러 개 회사를 가지고 계신 공인입니다. 직접 차를 몰고 다니시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운전기사를 하나 배치시키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차요? 내차 랜드로버 아직 쌩쌩합니다. 젊은 사람이 기사까지 거느리고 다니면 남들이 욕합니다. 코스닥 상장까지는 이야기도 꺼내지 마세요. 차는 나보다도 영업활동을 하는 송사장님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 끌고 다니는 제너시스가 산지가 얼마 안 됩니다. S기업에서 있을 때 사준 걸 퇴직하면서 불하받는 식으로 해서 가지고 나왔습니다. 지금 회사에서 유류지원과 보험료까지 지원해 주고 있어서 저도 코스닥 상장까지는 안사도 될 것 같습니다.”

“흠.”

“차라리 차를 사준다면 박종석 이사를 사 주세요. 박이사는 지금 아산공장을 자주 왔다 갔다 하고 협력사 공장장 회의에도 자주 참석합니다. 차가 좀 낡은 것 같습니다.”

“하긴 박이사는 지금 타고 다니는 산타페가 포천에 낚시하러 다닐 때 중고차 산거니까 바꿀 때가 지나긴 했을 겁니다.”

“포천까지 낚시하러 갑니까?”

“아니, 예 옛날에요.”

“박이사는 이사급이기 때문에 배기량 2.000 CC 이하라면 얼마든지 사도 상관없습니다.”

“이 문제는 제게 맡겨주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박종석이사를 블렀다.

“야, 너 요즘 한가하지?”

“요즘 같으면 살겠어. 지난번엔 디욘코리아에 기계 장비 들어와 바빴는데 지금은 한가해. 더구나 내 밑에 실력들이 짱짱한 생산부장, 생산과장, 반장 들이 줄줄이 있어 편해. 아침에 작업 지시만 하고 뒷짐만 지고 다니면 돼.”

“일 없으면 너 해고 시켜야 되겠다. 인건비 줄여야겠다.”

“나만 그런가? 요즘 관리직은 다 그래. 총무나 경리도 한산하고 영업도 고정 거래선이 많으니까 옛날처럼 세일즈맨 식으로 다니진 않아.”

“그래?”

“직원들도 요즘 참 편하다고 했어. 위에서 갈구는 사람들이 없어 편하다고 했어. 가끔 송장환 사장이 현장에 내려와 잔소리 하고 가는데 그거야 뭐 양념이지.”

“너 지금 차 무슨 차 타고 다니니?”

“형도 알잖아? 싼타페. 10년 되었어. 20만키로 넘게 뛰었어. 타이어를 갈 때가 되었는데 아직은 잘 다녀.”

“너 지난번에 이지노팩 회장한테 받은 합의금 천만 원 받은 건 어쨌니? 그걸로 차나 바꾸지 그랬냐?”

“에이 그것 이번에 푸르지오 아파트 사면서 가구나 냉장고, 세탁기 같은 것 사는데 들어갔어.”

“이사 했냐?“

“했어.”

“30평 짜리라며? 혼자 쓰면 넓겠다. 식은 가을에 올린다고 했나?”

“지금 여자 친구랑 같이 있어.”

“식도 안올리고?”

“헤헤. 그렇게 됐어. 차는 여자 친구한테 쪽팔려서 할부로 한 대 살까 생각중이야.”

“한대 사줄까?‘

“헤헤, 농담이겠지.”

“송사장이 한 대 사주라고 하더라. 2.0 미만으로.”

“정말?”

“이사급이니까 차 한 대 사줘도 된다고 하더라.”

“송사장 한테 한번 물어봐야지. 정말인가.”

“너는 오너 사장 말은 안 듣고 어딜 가려고 그러냐? 산타페 2.0 새 차로 하나 사주마. 명의는 법인 명의다. 나중에 송사장 만나면 고맙다고 인사나 해라.”

“고마워 형.”

“짜식아, 결혼 선물이다.”

“정말 고마워 형. 내가 한 일도 없는데.”

구건호는 모처럼 만에 지에이치 모빌의 임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과수원 안에 있는 산채 정식 집이었다.

송장환 사장, 고희석 상임감사, 연구소장 오준수, 총무이사 최준영, 생산이사 박종석 등이 참석했다. 구건호까지 6명이었다.

“송사장님 오신 후로 매출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식사라도 한번 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연구소장님은 여기 오신후로 불편하신 점은 없습니까?”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자문역으로 발령 나신 전임 연구소장님은 사무실에 가끔 나오십니까?”

“예, 가끔 오셔서 업무 지도도 해주고 그러십니다.”

“새로운 연구원들은 잘 하지요?”

“예, 잘합니다.”

송장환 사장이 오준수 연구소장에게 물었다.

“오 형! 전에 있던 직장에서 개인적으로 특허 출원하려다 만 것 있다고 했지요?”

“예, 있습니다.”

“그거 회사 명의로 특허출원합시다. 사업성이 없다고 해도 합시다.”

“사업성은 없을 것 같은데요.”

“사업성이 없어도 회사가 특허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합니다. 코스닥 상장할 때도 유리한 점수를 받습니다.”

“그러면 하나가 더 있습니다. 제가 전 직장에 있을 때 산업연구원에 가서 발표도 한 적이 있습니다.”

“자동차 관련 특허입니까?”

“그렇습니다. 현가장치에 대한 특허입니다.”

“그럼, 그것도 법인 명의로 합시다.”

“하지만 이것도 사업성이.... 그리고 특허는 출원료도 있고 유지비용도 다소 들어갑니다.”

“수수료는 큰돈 들어가는 것 아니니 합시다.”

송사장은 구건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구사장님, 특허는 법인 명의로 출원하는 것이 좋으니 출원료 지원을 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세요.”

음식이 나왔다. 정갈한 음식이 가짓수도 많았다. 구건호는 맥주도 두병 시켰다.

“구건호가 맥주를 숫자에 맞추어 한잔씩 따랐다.

“맥주는 한 잔씩만 하십시오.“

연구소장이 술잔을 받으면서 말했다.

“여기는 폭탄주가 없어서 좋네요. 전 직장에는 모였다 하면 폭탄주라 저는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하,하,하.”

사업이 그런대로 잘 순항하고 있어 임원들의 표정도 많이 밝아졌다.

말석에 있던 박종석이사가 말했다.

“송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차를 바꾸어 주신다고 해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건 요즘 박이사가 디욘코리아에 왔다 갔다 하고 협력사 공장장 회의에도 참석하고 그래서 바꾸어 주는 거요. 또 박이사차는 10년 이상 된 차라 그것도 감안한 겁니다. 나한테 고마울 필요는 없습니다. 자동차는 회사 규정상 2,000 cc 이상은 안 됩니다.”

총무이사가 손을 들었다.

“건의 사항이 있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다음 달부터 노동조합과 임금협상이 있습니다. 구사장님만 빼고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사측 대표로 회의에 참석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노사 협상회의에서 사측 대표는 송장환 사장님이십니다. 근로자 복지문제를 조금 생각해 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돈 많이 안 들어가는 것으로는 장기근로자 포상 휴가나 모범 근로자 콘도 이용권 증정 같은 것이 있습니다.”

구건호가 송사장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하지요.”

송사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상임감사가 두부를 먹으면서 말했다.

“콘도는 2개정도 회사 명의로 사 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종업원들이 언제나 이용할 수 있고 필요하면 관리직들도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구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임감사가 계속 말을 했다.

“법인 명의로 골프 회원권도 하나 가지고 있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송사장님이 거래처 뚫으려 다닐 때 로비를 위해선 골프를 칠 때도 있으니까요. 또 우리 임원들도 복지를 위해서 가끔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구사장님과 송사장님, 연구소장님, 그리고 저는 골프를 칠 줄 알고 총무이사와 박종석 이사는 앞으로 골프를 배우면 될 겁니다.”

송사장이 구건호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하시지요. 구사장님. 이쪽지역 골프 회원권은 1억원 이 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회원권 산 만큼 제가 영업을 위해 더 뛰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임원회의의 점심은 풍요롭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였다.

구건호는 점심을 먹고 디욘코리아로 넘어갔다.

시제품이 나오는지 생산동에서 통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기계 앞에 서 있었다.

“나와요?”

“예, 나옵니다.”

김전무가 손바닥 위에 노란 콩 같은 원재료를 가지고 왔다.

“이걸 포장해 판다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엘라스토머 플라스틱 계열입니다. EP라고 하지요. 이걸 20키로 그램씩 포장해 파는 것입니다. 포대와 박스는 주문해서 내일 들어옵니다.”

“일단은 미국 몬산토나 독일 바스프 원재료를 쓰는 회사들을 공략하겠습니다. 지에이치 모빌도 원재료는 디욘코리아것을 많이 써 주었으면 합니다.”

“흠.”

”그런데 미국인 기술자들이 샘플로 가지고온 원재료와 빛깔이 좀 다릅니다. 광택이 윤기가 덜하고 경도(硬度)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일 박종석 이사도 여기 와서 좀 지원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흠,”

구건호가 보니 기계 옆에서 낯모르는 사람이 서 있었다.

“아, 참 인사하세요. 우리 회사 사장님이십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구건호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이번에 새로 면접본 공무과장입니다.”

“아, 그래요?”

“안용덕입니다.”

“천안 외국인 공단에서 공무팀장으로 일하던 분입니다. 사장님 따로 면접을 보시겠습니까?”

“됐습니다. 전무님하고 윤상무님 보셨으면 됐습니다.”

“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라고 하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구건호가 손을 내밀었다. 새로 온 공무과장은 허리를 크게 굽혀 두 손으로 악수를 하였다.

악수가 끝나자 새오 온 공무팀장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흰 장갑을 끼고 기계 밑으로 들어가 바로 일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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