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89화 (189/501)

# 189

합자사 가동 (4)

(189)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이 신사동 빌딩 옥상을 보았다고 하였다.

“어땠습니까?”

“전망은 좋았습니다. 강남 신사동과 압구정동 일대가 다 보였습니다. 하지만 북카페는 잘 될지 모르겠네요.”

“흠, 그럼 뭐가 좋을까요?”

“호프집 같은 것은 괜찮을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호프집은 미디어의 이름으로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차라리 일반인에게 임대를 주던가. 아니면 그냥 빌딩 입주자들의 휴식장소로 활용해야겠군요.”

“그것보다 저는 그 빌딩 지하1층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하 1층이요? 거긴 사우나가 있다가 장사가 안 되어 비어 있는 곳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사장님 빌딩은 지하1층은 24시간 사우나였고 주차장은 지하 2층에서 5층까지 쓰고 있더군요.”

“그렇지요.”

“24시간 사우나는 한때 유행이었다가 지금은 인기가 시들어져 장사가 잘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있던 사우나도 임대료 감당을 못해 나갔다고 봅니다.”

“그럼 거길 뭐가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하십니까. 얼핏 강이사 한테 들으니 대형 음식점 하는 사람이 한번 임대료를 물어보고 갔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대형 식당도 좋지만 저는 거기에다 상설 화랑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상설 화랑이요?”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화랑을 꾸미면 건물의 품위가 올라가고 깨끗한 이미지도 줍니다. 더구나 그 화랑에서 기획 전시회를 할 때마다 언론에서 다루어주기 때문에 잘 하면 신사동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흠.”

“그런데 저는 책을 만드는 사람일뿐 사업가는 아닙니다. 그냥 제 생각을 사장님께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아니요, 생각해볼 가치는 있어 보입니다. 이 문제는 김민혁씨 결혼식이 끝나고 다시 의논해 보지요.”

“알겠습니다.”

김민혁의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인천 라마다 송도호텔 웨딩홀엔 김민혁이 부모님과 함께 서서 오는 손님들을 맞이했다.

구건호의 영향 때문인지 사람들이 엄청 몰렸다. 신부 측은 사람은 없었지만 신부의 부모의 모습이 남달라 사람들은 관심 있게 쳐다보았다.

“저기 봐, 신부 엄마가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입고 서있어.”

“그러게. 신부 아버지는 무슨 예술 하는 사람 같아. 수염도 기르고 머리도 뒤로 묶었네.”

“신부가 중국여자라지? 신랑 큰일 났네. 중국에서는 남자가 밥하고 설거지 한다는데.”

사람들은 이런 말들을 주고받으며 늘어선 축하 화환을 보았다.

화환도 많이 들어왔다. 지에이치 모빌의 대표이사 구건호에서부터 시작하여 디욘코리아 부사장 애덤 캐슬러, 지에이치 미디어 대표이사 신정숙, 중국 곤산시 금계건설 유한공사 총경리 선칭꿔, 중국 강소성 소주시 지에이치 기차배건 유한공사 종업원 일동 등과 중국의 한국 협력업체 사장들이 보낸 화환 등 20여개의 화환이 늘어섰다.

구건호는 김민혁과 악수후 로비의 기둥 뒤에서 서 있었다. 한국 결혼식을 보고 싶다고 하여 특별히 온 애덤 캐슬러와 송장환 사장, 김동찬 전무, 박종석 이사와 함께 서 있었다.

“구건호 못 봤어?”

“구건호는 어디 있지?”

동창들은 구건호를 찾았으며 구건호에게 얼굴 도장 찍기에 바빴다.

문재식도 구건호가 있는 쪽으로 왔다.

“구사장, 오늘 동창들 2차를 할건가?

“글세.”

“집들이 먼 사람들이 많으니 오늘은 안하는 것이 좋겠어.”

“얘들한테 2차가 있다는 이야기는 안했지?

“안했어.”

“그래, 그럼 나중에 서울에서 따로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자.

신정숙 사장도 구건호 쪽으로 왔다. 구건호가 신사장에게 물었다.

“딩펑 선생은 만나보았지요?”

“아직요.”

“그럼 저랑 같이 딩펑 선생한테 가지요. 딩펑 선생은 하객도 없어 외로울 텐데. 재식아, 너도 가자.”

딩펑 선생 부부는 구건호가 다가가 인사를 하자 엄청 반가워했다. 더구나 구건호가 중국어를 할 줄 알므로 더욱 반가워했다.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결혼식에 두 번이나 와주고. 여보, 이 사람이 사위와 함께 있다는 구사장이요.”

치파오를 입은 딩펑 선생 부인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축하드립니다.”

신정숙 사장과 문재식 주간도 인사를 했다.

“여기 신정숙 사장이 딩펑 선생님을 따로 만나고 싶어 합니다. 언제 귀국하십니까?”

“내일은 서울 남산타워와 경복궁을 구경하고 모래 귀국합니다.”

구건호가 딩펑 선생의 말을 신사장에게 통역해 주었다.

“그럼 경복궁 옆에 있는 국립 현대미술관 앞에서 뵈었으면 좋겠다고 하십시오.”

구건호가 통역을 하자 딩펑 선생 귀가 번쩍하는 것 같았다.

“한국의 현대 미술관이 거기 있다고요? 그럼 꼭 가보겠습니다.”

역시 화가인 딩펑 선생은 미술관에 관심이 많았다.

구건호는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어제 인천까지 갔다 와서 피곤한 모양이야.”

구건호는 시계를 보았다. 오전 9시가 다 되어갔다.

“어제 애덤 캐슬러와 함께 렌트카를 타고 가서 그렇지 내가 운전하고 갔더라면 더 피곤할 뻔 했어.”

구건호는 아침도 거른 채 지에이치 모빌로 출근을 했다.

지에이치 모빌의 결재서류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 일상적인 업무는 송장환 사장이 다 했다. 경리부에서 올라오는 대체전표도 송사장이 결재를 다했다. 구건호는 일일 시제 현황표만 보았다.“

“시제 현황표도 모두 송사장에게 넘겨야겠어.”

시제 현황표를 넘기려면 은행의 OTP카드도 넘겨주어야 했다. 구건호는 송사장을 불렀다

송사장은 신문지에 싼 물건을 들고 왔다.

“그게 뭡니까?”

“일본사 사카다 이쿠조씨가 만들어 보낸 압출 금형입니다.”

“제가 보면 알겠습니까?”

“참 대단한 양반입니다. 이렇게 거칠게 깎았는데도 나온 제품을 보세요.송사장은 프로텍타 종류의 말랑 말랑한 자동차 부품을 구건호에게 보여주었다.

“제가 보기에도 곱게 만들었네요.”

“오늘 5,000개 만들어 창원으로 보낼 것입니다.”

“창원까지 누가 출장가야 되는 것 아닙니까?‘

“오후에 경동 택배로 보내도 됩니다. 시험성적서하고 같이 보내면 됩니다.”

“초도물량인데 거기서 사람도 안 오면 성의 없다고 하지 않을 가요?”

“괜찮습니다. 거기 구매부장이나 연구소장들이 전부 제가 옛날에 데리고 있던 얘들입니다.”

“S기업에서는 이게 신 차종에 들어가는 신제품이라 이지노팩하고 우리하고 두 둔데 나눠서 오더를 주었습니다. 자동차 회사는 오더를 줄 때 항상 두 군데를 줍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두 군데를 주어야 한군데가 말썽을 피워도 라인이 서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말썽이야 피우겠습니까?”

“의외로 말썽 피우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불량이 나오는 회사도 많고 또 노사분규라도 있는 회사 같으면 물건을 공급받지 못하게 됩니다. 잘못하면 라인이 서고 현대나 기아차도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되지요.”

“흠.”

“지금 가져온 프로텍터는 S기업에서 오더를 이지노팩에 70%, 우리에게 30% 주었지만 역전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왜 S기업은 이지노팩에 70%, 우리에게 30% 주지요?”

“아이고, 우리 30%도 많은 겁니다. 공장 규모를 보세요. 이지노팩은 종업원이 3천명이고 우린 250명입니다. 실사단이 오면 종업원 숫자나 기계장비 현황, 전년도 불량률 통계현황 같은 것을 모두 감안합니다. 우리 30%도 많은 것입니다. 앞으로 물량이 늘어나고 공장 규모가 커지면 물량은 자연히 늘어납니다.”

“흠,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이게 뭡니까?”

“법인 주개래 은행통장의 입출금에 쓰는 OTP카드입니다. 앞으로 송사장님이 맡으세요.”

“아, 아. 싫습니다. 아직은 맡지 않겠습니다. 이 회사가 코스닥 상장되면 맡겠습니다.”

“송사장님도 고집이 있으시네요.”

“제가 원래 S기업 부사장으로 있을 때 송고집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래요? 하하, 잘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김민혁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야, 김민혁. 결혼식을 두 번이나 무사히 치르게 해줘서 고마워.”

“니 결혼식에 내가 왜 고맙냐? 결혼식 비용을 댄 것도 아닌데.”

“아니야. 네 도움으로 주안에 아파트 샀잖아. 도배도 말끔하고 가구도 새로 들여놔서 그런지 신부와 장인 장모가 와보고 상당히 좋아하고 갔어.”

“별로 비싼 집도 아닌데.”

“그 사람들 아파트 가격은 몰라. 주안에 있는 아파트나 서울 목동에 있는 아파트나 다 같은 줄 알거야. 일단 우리 집이 중국식으로 108평방미터고 화장실이 2개라고 하니까 굉장히 좋아하고 갔어. 국제 사기 결혼도 많아서 장인이 나하고 결혼을 원래 반대했었어. 지금은 딸보다도 나를 더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래?”

“사위가 한국에 집 있지. 중국 소주시에 취원화원 고급 아파트 있지. 이제 죽어도 걱정이 없다고 말했어.”

“하하, 다행이구나.”

“구건호 네 덕분이다. 이제 중국에 돌아가면 일만 열심히 할게.”

“알았다. 서로 열심히 하자.”

구건호는 밖으로 나와 선지 해장국을 한 그릇 사먹고 디욘코리아로 갔다.

생산동을 둘러보았다. 기계장비는 세팅이 다 되었으나 가동은 하지 않고 있었다. 박종석 이사도 오늘은 이쪽으로 온 것 같지 않았다.

“이 친구들이 다 어디 갔어?”

“원재료 배합실에서 사람 소리가 났다. 배합실은 붉은 글씨로 ‘출입금지’, ‘통제구역‘ 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구건호가 안으로 들어갔다. 미국인 기술자 3명과 생산부 부장, 과장이 방독면 같은 마스크를 쓰고 화공약품 배합을 하고 있었다.

“다들 여기 있었네.”

작업을 하던 5명이 구건호에게 인사를 하였다.

“내일부터 시제품 생산에 들어갑니다.”

“여기에 있는 원재료에 이걸 섞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구건호는 테이블 밑에 있는 원재료를 보았다. 원재료는 쌀알 크기의 흰색 알맹이였다.

“이 원재료에 배합된 화공약품을 섞으면 내구성과 내열성, 내한성이 우수한 제2의 원재료로 다시 태어나는 겁니다.”

“흠.”

“여기 오래 계시면 독성이 있는 화공약품 때문에 몸에 안 좋습니다.”

구건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통제실을 나왔다.

저녁때가 되어서 신정숙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딩펑 선생을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만났습니다.”

“그래요? 좋은 이야기들 많이 오고 갔습니까?”

“현대 미술관에서 마침 전시회가 있어서 같이 구경도 했습니다. 한국의 그림 수준이 대단하다는 평도 해주셨습니다.”

“통역은 누가 했습니까?”

“상해 도서전에서 가지고 온 역사책을 번역하는 사람이 와서 해 주었습니다. 북경대학에서 공부한 사람이고 지금 대학 강사입니다.”

“역사책은 무얼 먼저 합니까? 세권 판권 계약을 한 걸로 나는데.”

“‘조조는 영웅인가 간웅인가’를 번역하고 있습니다.”

“딩펑 선생에게 한국 전시회는 이야기 해 보셨습니까?”

“평소 한국에서도 전시회를 한번 해보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길이 없어서 못했다고 하네요.”

“그럼 하겠다는 이야기군요.”

“작품을 표구 안한 상태에서 30점 이상은 보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지금 현재 보관된 그림이 30점이 안된다고 했습니다. 저도 어차피 화랑 수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요.”

“흠.”

딩펑 선생은 한국에 한 번 더 나와서 화랑 순례를 하시겠답니다.“

“흠, 잘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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