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88화 (188/501)

# 188

합자사 가동 (3)

(188)

지에이치 개발의 강이사가 전화를 했다.

“사장님, 강이사입니다.”

“아, 어제는 미국인 기술자들 데리고 아산에 오느라고 수고했습니다.”

“수고는 뭘요. 당연히 지원해야지요. 그리고 서울시에서 공문이 왔는데요. 건물 옥상 녹화를 추진하면 설계 공사비의 50%를 지원한다고 합니다. 또한 구청에서 하는 빌딩 안전진단 용역비를 전액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우리도 신청해야 되는지 사장님께 여쭈어 봅니다.”

“서류 가지고 계세요. 오늘 서울에 볼일이 있어 올라가니 사무실 들리지요.”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구건호는 오래간만에 신사동 빌딩엘 갔다. 빌딩엔 경비원이 바뀌었는지 구건호를 경비원이 알아보지 못했다.

“호들갑 떨면서 엘리베이터 문을 안 열어주니 좋군.”

구건호가 18층 지에이치 개발 사무실 문을 열었다. 모두 깜짝 놀라 일어나서 구건호에게 인사하였다.

구건호 책상 위에는 결재 안한 대체전표가 쌓여 있었다.

구건호는 밀린 결재 서류를 한 시간도 안 되어 다 처리했다.

“강이사님 시청에서 온 공문 한번 가지고 와 보세요.”

강이사가 시청에서 온 공문을 가지고 왔다.

“흠, 옥상 녹화사업은 꼭 해야 되나요?”

“일단 옥상에 녹화사업을 하면 입주자들에게는 호응을 얻을 겁니다. 지금 각층에 입주한 사무실의 젊은 사원들은 비상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피우는 거야 자유지만 문제는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려 골치입니다.”

“흠.”

“심지어 꽁초를 아무데나 버려 화재의 위험도 있습니다. 아래층으로 꽁초를 던지는 못된 인간도 있습니다.”

“그럼 옥상을 예쁘게 녹화하여 공원 식으로 만들고 흡연자들을 옥상으로 유도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옥상을 한번 보러가지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강이사가 열쇠를 들고 앞장을 섰다.

옥상에 올라가는 계단에는 철문이 잠겨있었고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문을 열고 옥상에 올라갔다. 옥상에는 대형 환풍 시설이 있고 지저분한 물건으로 가득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난후 잡목이나 스티로폼 같은 것들이 있었다.

“여기 있는 환풍 시설 높이를 위로 올리고 전압시설도 높게 올리면 바닥은 공원처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 공사업자도 한번 보고 갔습니다. 환풍 시설이나 변압시설을 그대로 두더라도 150평 정도는 공원으로 꾸밀 수 있습니다.

“150평이라....”

“심지어는 120평만 녹화하고 30평은 건물지어 옥상 호프집 같은 것으로 임대를 줘도 됩니다.”

“공사비가 얼마나 들어간다고 했지요?”

“옥상 녹화는 평당 50만원 내지 60만원 정도로 잡습니다. 욕심 부려서 예쁜 고급 정원수를 심는다거나 옥상의 강풍 방지를 위한 담 벽을 높이는 공사를 한다면 견적이 조금 더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총 공사비가 1억이 들어간다면 서울시에서 50%인 5천만 원을 지원해 준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지원금에는 안전 진단비용과 방수비용, 녹화시스템 비용 등이 포함된 겁니다.”

“흠. 그래도 공사비 절반은 우리가 부담해야 되는군요.”

“제 생각엔 옥상에 호프나 음식점을 만들어 임대하면 3년 지나서 공사비가 빠지지 않겠는가 생각됩니다.”

“여기 바닥면적은 전부 얼마나 됩니까??‘

“216평입니다. 토지면적 270평에서 건폐율은 80% 적용되었더군요.”

“흠, 알겠습니다. 검토해보지요.”

구건호는 강이사와 함께 가로수길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아산으로 내려왔다.

구건호는 아산 합자사 공장 현장을 점검했다.

기계 장비는 세팅에 다 되었고 전기선과 냉각호수 연결 작업을 박이사가 하고 있었다. 미국인 기술자들과 미국 갔다 온 생산부 부장, 과장도 달라붙어 일을 하고 있었다. 생산부장이 일어나서 구건호에게 인사를 하였다.

“세팅은 다 된 것 같네요.”

“내일 시험 가동합니다.”

“원재료 말고 화공약품도 다 들어왔지요?”

“예, 다 들어왔습니다. 화공약품은 종류가 50가지나 됩니다.”

“미국인 기술자들이 화공약품 배합하는 것 잘 봐두세요. 여긴 그게 생명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특히 배합 비율 같은 것은 메모를 잘해 두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2층 사장실로 올라 깄다.

구건호가 왔다는 소리를 듣고 윤상무가 경리와 총무 쪽 결재 서류를 들고 왔다.

“일 할 만합니까? 건설 현장만 누비던 분이 관리일 보니 갑갑하지요?”

“아닙니다. 재미있습니다.”

“미국인 기술자 세 사람은 아직도 호텔에 있습니까?”

“원룸을 얻었습니다. 애덤 캐슬러씨가 사는 곳 같은 건물입니다.”

“3개월 쓰는데 집주인이 방 빌려 줍니까?”

“비어 있으니까 빌려 주더군요. 더구나 동남아나 인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고 미국인 고급 기술자들이라고 하니까 얼른 빌려주었습니다.”

“월세 주는 날은 잊지 말고 지불해 주세요. 원룸 임대업자들 날자 어기면 싫어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건의 사항이 있습니다.”

“뭡니까?”

“지금 부사장 애덤 캐슬러씨는 매일 아침 출퇴근을 김전무가 같이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인 기술자는 총무과장이 자기 차로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유류 지원은 해주지만 앞으로 업무가 많아지면 이것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업무용 차도 한 대 사고 운전기사도 한사람 채용하면 어떨까 합니다.”

“흠.”

“운전기사는 채용하면 사장님도 급할 때 데려다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사장님은 직산과 아산을 왔다 갔다 하므로 기사가 있어야 된다고 모두 말하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아직 젊으셔서 그렇지 우리 회사보다 작은 기업 사장님들도 기사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흠.”

“김전무도 요즘 어디 갔다가 퇴근시간이면 애덤 캐슬러 퇴근 때문에 다시 들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제 차를 많이 이용하기도 합니다.”

“기사 채용은 좀 더 생각을 해보고 우선 자동차는 3개월 장기 렌트하세요. 렌트카 회사 운전기사를 붙여 달라고 하세요. 가급적이면 영어 할 줄 아는 기사를 붙여 달라고 하고 자동차는 그렌저나. K7, SM7, 중에서 애덤 캐슬러 보고 고르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렌트카 차 한 대로 애덤 캐슬러와 미국인 기술자 3명 모두 출퇴근 시켜주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또 그 차는 낮에 사장님이나 미국인들 아니면 손을 못 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생산부의 두 사람 말입니다. 미국에서 교육은 받고 왔지만 원래 연구소 출신이라 실험 분석은 강하지만 현장 공무에는 약합니다. 그래서 요즘 계속 박종석 이사가 와서 지원해 주고 있는데 지에이치 모빌에서 노골적으로 싫어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흠.”

“그래서 현장 기계의 메인터넌스를 위한 공무과 직원을 한사람을 뽑을까 합니다. 경험이 좀 있는 과장급 정도를 뽑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워크넷에 광고 올리세요.”

“감사합니다. 가급적 젊고 실력있는 사람으로 뽑겠습니다.”

“그리고...”

“뭐가 또 있습니까? 오늘은 뭐가 많네요.”

“어제 김전무님하고 저하고 여직원 면접을 봤습니다. 기관장 추천이라고 하는 여직원 말입니다.”

“어때요? 괜찮아요?”

“높은 사람 빽을 써서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이라 신통치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인물도 보통은 넘는 것 같고 영어도 곧잘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 채용하세요.”

“사장님 최종 면접은 봐야할 것 같아서 오늘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벌써 사무실에 와 있을 겁니다.”

“김전무님하고 윤상무님 보셨으면 됐지 제가 또 볼 필요 있나요?”

“그래도 사장님 차 심부름도 해야 되고 그러는데 봐야지요.”

“흠.”

“보시면 알겠지만 사람이 우선 얌전해서 좋습니다. 언니도 기관장 부인이고 아버지도 지금은 퇴직했지만 고급 공무원 출신이더군요. 가풍이 있어서 그런지 얌전해 보였습니다. 부모님이 아산 사람입니다.”

“흠, 언니가 기관장 부인이면 나이가 많을 텐데 언니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모양이네요.”

“김전무 이야기 들으니까 아버지가 아들 하나 보려고 늦게 다시 낳았는데 또 딸이었다고 합니다.”

“부모가 옛날 사람들이라 그런 모양이네요.”

“일단 왔으면 사장님 뵈라고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 구건호 방으로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공손히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구건호 앞에 섰다.

“이름이 뭐지요?”

“이선혜입니다.”

“집이 아산인가요?”

“그렇습니다. 부모님이랑 같이 있습니다.”

구건호는 학력과 경력은 따로 묻지 않았다.

“여긴 신설 합자사라 아직은 어수선 합니다. 여성도 많지 않고 교통도 썩 좋지 않습니다. 잘 견뎌낼 수 있겠지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구건호가 자세히 보니 얌전하게 생기고 다소 기품도 있어 보였다.

“그래요, 우리 잘해 봅시다. 열심히 하세요.”

구건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감사합니다.”

이선혜씨가 다시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인사를 하고 나갔다.

새로 채용한 여직원이 나가자 구건호는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사장님. 신정숙입니다.”

“북카페 같은 것은 요즘 장사가 잘 됩니까?‘

“북카페요?”

요즘 인터넷 보니까 개성 있는 북 카페가 많이 생겼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글쎄요. 일종의 문화사업이라 큰돈이야 벌겠습니까? 주인이 책을 좋아하고 문화사업에 관심이 있어야 하겠지요. 꼭 장사의 논리로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지에이치 빌딩을 가 보셨나요?”

“예, 한번 가본 것 같습니다. 위치는 좋은 것 같았습니다.”

“거기 옥상을 정비하여 녹화 시설을 하려고 합니다. 20층 꼭대기 말입니다.”

“아, 예.”

“거기다가 지에이치 미디어 이름으로 북카페를 해도 될까요?”

“지에이치 빌딩에 북카페를요?”

“그렇습니다.”

“그럼 운영 주체가 지에이치 미디어가 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글쎄요. 제가 그 옥상을 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시간 있을 때 한번 구경하고 오세요. 내가 강이사 한테 옥상 문 따주라고 할 테니까요.”

“강이사님이 거기 관리하시는 분입니까?‘

“그렇습니다. 18층에 가시면 지에이치 개발 사무실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내일 한번 가보겠습니다.”

새로 들어온 여직원 이선혜씨가 쟁반에 녹차를 타가지고 사장실에 들어왔다.

이선혜씨는 녹차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다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테이블 위에 녹차를 엎질렀다. 녹차가 구건호의 얼굴에 튀었다.

“엇 뜨거!”

구건호가 놀라 벌떡 일어났다.

이선혜씨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자기 실크 손수건을 꺼내 정신없이 테이블을 닦았다.

구건호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손수건 말고 사무실에 있는 수건 갖다가 닦으세요.”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첫날이라 긴장해서 그런 모양이네요. 나중에 이게 다 추억거리가 될 거예요.”

이선혜씨는 당황해 하며 다시 나갔다가 수건을 가지고 왔다.

수건으로 또 정신없이 테이블을 닦았다.

“그만 닦아도 돼요. 자동으로 마를 겁니다. 녹차나 한잔 더 가져와요.”

이선혜씨는 녹차를 다시 가져와 아주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구건호가 웃어주자 이선혜도 쑥스럽게 웃었다.

이선혜가 나가자 구건호가 혼자 중얼거렸다.

“거참, 되게 순진한 아가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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