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86화 (186/501)

# 186

합자사 가동 (1)

(186)

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직산 공장으로 출근을 했다.

비서 박희정씨가 파일을 하나 가지고 왔다.

“그게 뭐요?”

“사장님 안 계신동안 신문 스크랩 해놓은 겁니다.”

“신문 스크랩?”

“디욘코리아 아산공장 준공식 관련 기사입니다.“

“여러 신문에 났네?”

“경제신문하고 이곳 지방지에는 모두 나왔습니다.”

“김동찬 전무님 오시면 전해 줘요.”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총무이사가 들어왔다.

“경리과장하고 총무과장에게 넌지시 디욘코리아로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반응이 어때요?”

“경리과장은 가겠다고 했고 총무과장은 집이 두정동이다 보니 난색을 보이네요. 더구나 경리과장은 승진 기대감이 있는데 총무과장은 과장된 지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총무과 대리는 어떻습니까? 일도 잘하고 집도 아산시 배방동이라 아산에 가고 싶어 합니다. 또 한 직급에 4년이나 있어 인사에 불만을 많이 갖고 있어 숨통을 터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경리과장하고 총무과 대리 인사기록카드 가지고 와 보세요.”

“알겠습니다.”

총무이사가 두 사람의 인시기록 카드를 가지고 왔다.

“흠.”

구건호가 살펴보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경리과장은 경리 차장으로, 총무과 대리는 총무과장으로 승진 발령과 동시에 전출발령을 내십시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요즘 영문 번역할 책이 많이 있는가요?”

“없는데요. 아마존의 만화 세계사도 30권 번역이 다 되었습니다.”

“그건 여기 와 있는 이선생이 번역한 것은 아니지요?”

“아닙니다. 만화책 수준이라 대학원 학생들이 했습니다.”

“이선생을 새로 설립된 디욘코리아에서 촉탁으로 채용해도 되겠습니까? 대기업 경력도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이선생님은 좋아할 것입니다. 번역 일은 일이 꾸준하지 않아서 불안하기는 합니다.”

“혹시 해외 에이전시들과 연락할 일이 있으면 신사동 지에이치 빌딩에 있는 비서 오연수씨를 활용해도 됩니다. 내가 요즘 서울에 잘 안 올라가서 비교적 한가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장님께서 저희 일 도와주라고 비서에게 지시해 주십시오. 아마존에 영문 편지 몇 개 보낼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구건호는 오연수에게 전화를 하였다.

“나요.”

“네, 사장님.”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이란 사람이 전화를 할겁니다. 업무적으로 협조해 줄 것이 있으면 협조해 줘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오후가 되어 구건호는 디욘코리아의 아산공장으로 갔다.

사장실이 근사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집기는 직산공장보다 더 고급스러웠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김전무가 결재판을 들고 왔다.

“업무가불 좀 해야 되겠습니다. 부산 출장을 가야합니다.”

“기계 장비가 부산항으로 다 들어왔습니까?”

“네, 세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핸들링하는 관세사 사무실에서도 연락이 왔고요. 애덤 캐슬러와 함께 가겠습니다. 그리고 박종석 이사도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박종석 이사요? 연구실에서 있다가 넘어온 부장, 과장이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 하고 같이 가지요.”

“하역 작업 같은 것도 있고 기계 분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일은 연구소 보다 박이사가 낫습니다. 연구실 실험 같은 것은 연구실 직원들이 나아도 현장에서 기계 다루는 건 박이사가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다녀오세요.”

구건호는 김전무가 내민 결재판을 열었다. 업무가불 전표가 있었다.

“전표는 지에이치 모빌의 용지네요.”

“우선 회사 양식은 모두 모빌 것을 쓰고 직원들 충원되면 바꾸겠습니다.”

“법인카드 가지고 가지요?”

“가지고 갑니다. 혹시 현금이 필요해서 업무가불 합니다. 법인카드는 현금인출은 못하게 막아놓지 않았습니까?”

구건호는 전표에 싸인을 하면서 말했다.

“경리과장하고 총무과 대리가 승진발령과 동시에 이쪽으로 전출됩니다.”

“그 사람들은 내일이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요.”

“모빌의 총무이사에게 그렇게 지시하지요.”

“그리고 건설 윤상무 말입니다. 이제 공사도 끝났으니 직산 공장보다는 이쪽에서 관리담당 상무로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영업하러 다니면 아무래도 이쪽을 관리하는 임원 한사람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경험도 있다고 하니까 총무와 경리를 관장해도 될 것 같습니다. 또 영어를 할 줄 아니 애덤 캐슬러도 좋아할 것입니다.”

“흠.”

“캐슬러에게는 관리담당 임원하고 경리와 총무 담당자는 필요하다고 늘 이야기 해 왔습니다. 캐슬러도 해외 합자사 사장을 해 봐서 금방 동의했습니다.”

“흠. 이 문제는 제가 송장환 사장하고 한번 상의해 보겠습니다.”

“그럼, 부산 출장은 내일 출발하겠습니다. 박종석 이사에게는 제가 연락을 해 놓겠습니다. 사장님 승인을 받았다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통역 이선생 말입니다. 촉탁으로 채용했다가 괜찮으면 정식 채용하는 것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좋습니다. 그런데 대우는요?”

“부장 대우로 하지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부산에 출장을 간 세 사람은 미국 시애틀에서 보낸 기계장비 2대와 원재료 50톤 통관 수속을 마치었다. 애덤 캐슬러는 통관 현장에서 디욘 본사의 전화를 받았다. 3개월간 파견하는 디욘 본사의 기술자 3명이 출국한다는 전화였다. 구건호는 김전무의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 김전무입니다.”

“아, 예. 수고하십니다.”

“통관 수속을 마쳤고요. 지금 대형 트레일러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계가 너무 길어 지금 박이사가 분해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그리고 방금 캐슬러씨가 본사 전화를 받았는데 파견하는 기술자 3명이 내일 아침에 인천공항으로 들어온답니다. 누가 픽업을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내가 서울의 강이사에게 부탁을 하지요.”

“고맙습니다. 이곳 일이 마무리되면 바로 장비와 원재료 싣고 올라가겠습니다.”

구건호는 총무과장으로 새로 임명됨 직원을 불렀다.

“인천공항으로 디욘사의 기술자들이 들어옵니다. 내일 오후 이곳에 도착하니 호텔에 방 3개 잡아 놓으시고 김전무 돌아오면 상의해서 3개월간 생활할 원룸 찾아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지에이치 개발의 강이사에게 전화를 했다.

“강이사님?”

“아, 예. 접니다. 사장님.”

“내일 미국 디욘사에서 파견하는 기술자 3명이 인천공항으로 들어옵니다.”

“아, 예. 지난번처럼 제가 픽업을 하면 되겠습니까?”

“비서 오연수씨를 데리고 가고요. 가만있자. 강이사님 차에 미국인 기술자 3명하고 오연수까지 타면 비좁겠는데? 미국인들이라서 덩치도 클 텐데 말입니다. 렌트카 회사에 전화하셔서 스타렉스 같은 것 있으면 알아보세요.”

“알겠습니다.”

“스타렉스 같은 차 운전할 수 있지요?”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차 빌리세요.”

“알겠습니다.”

지에이치 미디어에서 구건호에게 ‘만화 세계의 역사“책 3, 4권을 보내왔다.

“30권 다 나오면 내방 책장이 꽉 차겠는데? 그런데 사장실 책장이 만화책만 있으면 체통이 서지 않겠어. 이걸 보고나서 누굴 줄까? 그렇지 인천에 정아한테나 보내자.”

구건호는 만화책을 보다가 문재식이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

“재식이냐? 만화책 3, 4권 잘 받았다. 책 잘 나가지?”

“만화책은 잘 나가. 1,2권은 3판 찍었고 3,4권도 하루 100권 이상 나가고 있어.”

“밥 먹고 살겠다.”

“일본 번역책 ‘아침에 기상하는 인간’도 탄력을 받으니까 하루 200권 이상 나가고 있어. 한국은 왜 누가 좋다고 하면 와 하고 몰려드는 습성이 있잖아.”

“하루 200권이면 얼마야? 책값 1만원씩 잡아도 200만원이네. 한 달이면 6천만원. 야, 거기 직원 5명이니까 밥만 먹는 게 아니라 술도 먹고 그러겠다.”

“아냐, 그렇지는 않아. 책값은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대형서점 수수로 떼고, 작가 인세 주고, 배송하는 물류회사 비용 떼면 크게 안남아. 하지만 신사장 말로는 이렇게 1년만 유지하면 구사장 가수금은 다 반환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던데?”

“김민혁의 결혼식이 이번 주 토요일인데 동창들 오면 2차 갈까?‘

“그거 싫다는 놈이 어디 있겠어? 더구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인천에서 하는데.”

“너, 헤어졌다는 여자는 다시 만났다고 했지?”

“지금 우리 집에 들어와 있어.”

“그래? 축하한다. 왜 진작 이야기 안했냐?‘

“뭐, 좋은 일이라고.”

“너도 식 올려라. 김민혁이처럼 두 번은 못 올려도 한번은 올려야 할 것 이니야?”

“식은 뭘, 그냥 그렇게 사는 거지.”

“부모님이랑 연락은 하고 지내냐?”

“연락은안한지 오래되었지만 찾아가 보기는 해야겠지.”

“어디 사시는지는 알지?”

“알아.”

“그래도 한번 찾아가 봐라.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사정이야 내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너를 낳아준 부모 아니냐.”

“알았다.”

“민혁이 결혼식 때 보자.”

구건호는 송장환 사장에게 건설담당 윤상무 문제를 의논하였다.

“윤상무를 디욘코리아로 전출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윤상무를요?”

“그렇습니다.”

“사실 이 회사는 임원들이 너무 많습니다. 건설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현재 매출액 규모로 보아서는 우리 임원의 적정인원은 5명입니다.”

“윤상무 빼도 6명이네요.”

“임원 한사람의 평균 급여가 연봉 1억5천이라고 가정하면 한사람 줄면 1억 5천이 세이브 됩니다. 매출액이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말입니다. 1억 5천의 부채 상환이 가능하다는 말씀입니다. 저도 새로 영입되어서 왔지만 1년 후 매출 신장이 안 되었다면 저부터 쳐야 합니다.”

“하하, 그렇다고 송사장님을 어떻게 칩니까?”

“기업은 온정주의로 나가면 안 됩니다. 실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하하, 잘 알겠습니다.”

“이 회사는 소폭이나마 매출이 늘고 부채가 줄어들고 있어 3년 후면 코스닥 신청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디욘코리아는 초기의 창업비용이 반영되어 첫해의 흑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흠.”

“그러나 재미있는 것이 있습니다. 지에이치 모빌은 금방 매출이 늘지 않아도 디욘코리아는 매출이 급격히 늘 수도 있습니다. 성형제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하고 원재료를 만들어 내는 회사하고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럼 첫해에도 운이 좋으면 흑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흠. 알겠습니다. 일단은 윤상무님은 디욘코리아로 발령을 내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아, 그리고 제가 오늘은 좀 일찍 퇴근하겠습니다.”

“서울 가십니까?”

“이번에 새로 장관에 임명된 사람이 제 친구입니다. 친구들끼리 축하 모임이 있습니다.”

“국회의원 하다가 장관 된 사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고려대학교 다닐 때 저하고 같은 운동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은 잘 사귀어 놓으십시오. 이번 정권에서 실세인 것 같더군요.”

“기업인은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을 너무 가까이 해도 안 되고 너무 멀리 해도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흔히 불가원(不可遠) 불가근(不可近)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적당한 선을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흠, 새겨 들어야할 말인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송장환 사장은 구건호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사장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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