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83화 (183/501)

# 183

미술 전시회 (1)

(183)

구건호가 문재식의 전화를 끊자 바로 신정숙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신정숙입니다. 김민혁 사장님이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예, 그런데 무슨 일로?”

“그럼 장인 장모랑 가족들이 모두 오겠네요.”

“그렇겠지요. 신사장님도 그날 오세요.”

“물론 결혼식엔 저도 참석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림을 그리신다는 장인어른을 따로 만날까 합니다.”

“딩펑 선생을요? 왜요?”

“딩펑 선생의 전시회를 한국서도 한번 가져볼까 합니다. 지에이치 미디어의 이름으로 북종화의 대가 딩펑선생 개인전을 말입니다.”

“개인전요? 그게 비즈니스가 되는가요?”

“될 수 있을 것 같아 사장님께 말씀드립니다. 딩펑 선생의 작품이라면 승산 있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이 딩펑 선생의 작품을 한국 돈 55만원 정도에 구입하시지 않았습니까?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고 같은 규격의 작품을 150만원 정도 받는다면 승산이 있습니다. 화랑 대관료와 저희 지에이치 미디어의 수수료도 챙길 수 있을 듯합니다.”

“요즘 동양화 인기가 저조하다는데 그렇게 받을 수 있나요?”

“위험을 두려워하면 사업 못합니다.”

“하하, 사업하는 나보다 신사장님이 더 사업가 같습니다. 그럼 알아서 한번 추진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일단은 사장님께서 김민혁 사장님께 저의 뜻을 전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투덜거렸다.

[몇 푼이나 떨어진다고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해? 30점 정도 가져와 150만원씩 다 판다 해도 4,500만원일텐데 말이야. 거기서 절반은 작가에게 주고 화랑 대관료와 홍보비 빼면 남는 것도 없을 텐데 그러네. 가만있자 이걸 리스캉과 한번 엮어봐?]

구건호는 김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너 결혼식 끝나고 장인어른을 우리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사장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신정숙 사장이? 왜?”

“딩펑 선생 동양화 한국 전시회를 열고 싶데.”

“그래? 그럼 내가 장인에게 이야기 하지.”

“이걸 리스캉이 추천해서 한다고 그럴까?”

“뭐, 나쁠 거야 없겠지. 그런데 상해 도서전은 공설운동장 공연 팜프렛을 타려고 젊은 애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다고 신문에 나왔더라.”

“그래? 도서전도 덩달아 성황이겠구나.”

“그 공연은 한국 톱스타 설빙이 나오고 중국 톱스라 예롱(葉龍)이 나온다고 해서 젊은 애들이 환장하는 모양이야. 요즘 중국 인터넷에 계속 그 기사만 떠.”

“공설 운동장 같으면 관람객이 많이 들어가겠는데?”

“만명이상 들어갈 거야. 그런 공연은 입장료도 비싸. 어휴, 만명이면 입장료 수입만 해도 얼마야? 하루만 공연하는 것이 아니고 몇 일 할 텐데.”

“흠, 연예 사업도 잘만하면 짭짤하겠다.”

“그리고 상해만보(晩報: 저녁신문)에 신정숙 사장 기사가 나온 것이 있어서 내가 오려 놓은 것이 있어.”

“그래? 뭐라고 나왔는데.”

“내가 읽을 테니 들어봐.”

“그래, 읽어 봐라.”

“상해 국제 도서전은 국내 출판사와 해외 26개국의 출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민공원 전람관에서 성대한 개막식을 가졌다. 도서전은 개최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가졌는데 벌써 첫날부터 해외 판권 계약을 올리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날 프랑스의 낭트 출판사는 어린이 도서를 계약했고 이탈리아 베로나 출판사는 소설책을 계약했으며 한국의 지에이치 미디어는 역사책을 계약했다.

한국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은 중국과 한국이 역사적으로 밀접하여 중국 역사책의 반응이 뜨거울 것이란 말을 하며 3건이나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허허. 신사장은 기자와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그런 기사가 나왔네. 중국도 기레기들이 많은 모양이다.”

“더 읽을까?”

“그만 해라.”

“아무튼 내가 장인한테 연락 해 놓을게.”

구건호는 리스캉에게 전화를 했다.

“도서전은 사람 많이 몰린다며?”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성황이야. 구사장이 도와준 덕택이야. 고마워.”

“고맙긴. 내가 한 일이 뭐 있다고. 공연 티켓도 많이 가져간다며?”

“젊은 애들 엄청 몰리데. 난, 한국 연예인들이 중국 청소년들에게 그렇게 인기 있는 줄 몰랐어. 덩달아 중국 만화책과 로맨스 소설 같은 것이 현장에서 엄청나게 팔려 나갔어.”

“그런 책 찍어내는 출판사들은 좋아했겠구나.”

“그러겠지.”

“아, 그리고 우리 출판사의 신사장이 도서전에 참석했다가 마침 도서전 근방에서 열린 딩펑 선생 산수화전을 구경 갔었어.”

“그랬나. 그 양반 그림 좋지. 우리 아버지하고도 안면 있는 분이야. 그분 그림이 아마 우리집에 한 점 있을걸. 참, 이번에 결혼한 김민혁 사장 장인이 아니신가?”

“맞아. 리국장도 결혼식 때 봤겠구나. 그런데 우리 신사장이 그분 그림이 좋다고 하면서 한국의 화랑에서 전시회를 갖겠다고 했어.”

“그래?”

“도서 전시회를 가다보니 그런 인연이 생기네. 다 리국장 때문에 그런 인연이 생겼네.”

“혹시 딩펑선생 한국 전시회가 성공하면 나한테 알려줄 수 없겠나? 내가 문화 쪽을 담당하다보니 미술계 인사들과 접촉이 많아서 그러네.”

“그렇게 할게.”

“딩펑선생 성공 추이를 보아서 중국 현대 청년작가 전시회를 한번 추진해 보려고 하네.”

“그래? 그것도 좋겠지.”

“그리고 딩펑 선생 한국 전시회가 확정되면 알려줘. 도서 전시회 참관하러 온 한국 유명 출판사가 딩펑선생 전시회를 보고 한국 전시회를 추진하게 되었다고 언론에 공개하도록 할 테니까.”

“알았다. 그렇게 할게.”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중국의 청년 전위 작가들의 작품이라면 흥행에 성공할 수도 있겠는데. 신정숙 사장이 그걸 노렸나? 내가 문화를 담당하는 리국장과 잘 안다고 해서 그랬나? 그렇다면 비즈니스 센스가 있는 여자인데? 아, 맞아. 신사장이 30대 때 어느 미술관의 큐레이터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강남 증권사 지점장이 작성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사장님 계신 곳이 어딥니까?”

“천안 직산입니다.”

“직산이면 북천안 인터체인지에서 얼마 안되는 곳 아닙니까? 그렇다면 제가 직접 사장님께 가겠습니다. 사장님 공장도 구경하고요.”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아닙니다. 점심시간 안에 찾아가 뵙겠습니다.”

송장훈 사장이 업무보고 때문에 왔다가 나가면서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다.

“협력업체인 동양테크 사장이 온답니다. 감사님이랑 같이 식사나 하지요? 점심은 동양테크 사장이 산답니다.”

“저는 누가 온다고 해서....”

“아, 손님이 옵니까?”

“서울에 있는 증권사 지점장이 온다고 해서요. 감사님이랑 세분이 먼저 식사하세요.”

“증권사 지점장요? 코스닥 등록 예비심사 청구 때문입니까? 우리가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닙니다.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회사 업무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고 저 개인적인 일로 옵니다. 그런데 증권사가 코스닥 신청과 관련이 있습니까?”

“등록 주관사는 증권사를 통해서 합니다.”

“흠. 그렇군요. 동양테크 사장한테는 내가 미안하다고 말 좀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일본 아카사카의 최지연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잘 계셨어요? 구사장님.”

“아, 최사장님 아니십니까?”

“제 이름을 기억하시네요. 잊은 줄 알았는데.”

“예? 별 말씀을...”

“혹시 모리 에이꼬란 여자는 아세요?”

“하하, 최사장님이 뭔가 화가 나신 모양이네요.”

“모리 에이꼬가 불쌍해 죽겠어요.”

“죄송합니다.”

“내가 구사장님이 안 오시면 남자 친구 하나 사귀라고 그랬어요.”

“요즘 중국 사업이 바빠서 그랬습니다.”

“혹시 중국에 치파오 입은 예쁜 여자 하나 친해 놓은 것 아니에요?”

“하하, 아닙니다. 제게 지금 여자라곤 모리 에이꼬 밖에 없습니다.”

“한남동 장마담이 그러데요. 자기네 인테리어도 싹 바꾸고 그랬는데 한남동 요정에도 코 끝도 안 비친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이쪽 천안에 있다 보니 그러네요.”

“그러지 말고 모리 에이꼬에게 전화라도 한번 주세요. 모리 에이꼬가 그 미모에 나이도 어린데 어디가면 연애를 못하겠어요. 폐쇄된 지원(祗園: 교오또의 전통 유흥가, 교또의 시조토리에 있음)에서 게이샤 오도리(춤)만 배웠기 때문에 순진하기 짝이 없는 아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모리에이꼬 만나면 제가 전화했다고 하지 마세요. 저는 단지 마마상 세가와 준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는 것뿐입니다.”

“고맙습니다. 이번주 금요일 저녁에 일본 들어가서 일요일 저녁에 귀국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저도 실은 모리 에이꼬가 보고 싶습니다.”

증권사 지점장이 왔다.

“어휴, 공장이 대단하네요. 서울 강남에 있는 빌딩보다도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찾느라고 힘들었지요?”

“아닙니다. 길가에 있어서 금방 찾았습니다. 이봉주 도로라고 쓴 표지판을 따라 오니까 금방이던데요. 그런데 도로 이름이 왜 이봉주 도로 입니까?”

“육상선수 이봉주씨가 이 고장 출신이라네요.”

“아, 그래요? 그래서 그 이름을 붙였구나.”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증권사 지점장이 서류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이거 어쩌나. 점심시간이라 직원들이 다 식당으로 몰려간 모양이네요. 차를 시킬 직원들이 없네요.”

“아,아. 괜찮습니다. 휴게소에서 마셨습니다.”

증권사 지점장이 가방에서 서류들을 꺼냈다. 증권사 지점장은 더운 날씨에도 넥타이를 맨 정장에 가방까지 들어 땀까지 흘리는 듯 했다.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는 1안, 2안, 3안으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1안은 고위험 70, 안전 30으로 구성되어있고 2안은 각각 50%씩입니다. 3안은 위험30, 안전상품 70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건호는 서류들을 자세히 살폈다. 상품마다 예상이자율과 투자기간, 상품의 종류들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인쇄된 것이 아니고 엑셀로 타이핑해서 온 것을 보니까 별도로 작성하여 가지고 온 듯하였다.

비서 박희정씨가 밥을 먹고 들어왔는지 녹차를 가지고 왔다.

“밥을 벌써 먹었어요?”

“누가 사장님실에 손님이 왔다고 해서 빨리 먹고 막 뛰어 왔어요.”

“어이쿠, 이거 내가 미안하네요. 점심시간에 와서요.”

“아닙니다.”

비서 박희정씨가 목례를 하고 나갔다.

서류를 다 보고난 구건호가 말했다.

“저는 안전자산 위주인 3안으로 하겠습니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큰손들은 대개 3안을 많이 선택합니다.”

“그럽니까?‘

“사장님 점심시간을 뺏어 미안합니다. 제가 점심을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여까지 왔는데 내가 사지요. 오느라고 힘들었을 텐데.”

“아닙니다. 증권사 지점장이 고객 식사한번 대접 못하겠습니까? 법인카드도 가지고 왔습니다.”

증권사 지점장은 법인 카드를 꺼내 흔들어 보였다.

“사장님은 또 보통 고객입니까? VIP중에서도 VIP아닙니까?”

“대한민국 강남 지점장이신데 고객 중 돈 있는 사람들이 어디 나뿐이겠습니까?”

“아닙니다. 강남에서는 몇 백억만 있어도 큰손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벌써 천 단위가 넘잖습니까? 강남의 큰손 중에서도 큰손입니다.”

“자자, 쓸데없는 이야기 그만하시고 식사나 하러 가시지요.”

구건호와 지점장은 성거산 쪽에 있는 산채 정식집으로 갔다.

“야, 풍광 좋고 음식 좋고 큰손들은 이런 곳에 사시는군요. 복잡한 강남 구석에 있지 않고 말입니다.”

“내가 여기 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고 공장이 여기 있기 때문에 그런 거요.”

“참, 공장은 코스닥 등록 하셨습니까? 전에 명함을 주셨을 때 보니까 다트에는 등록이 되었어도 상장은 아직 안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까?”

“한 3년 있다가 상장할까 합니다. 그동안 매출 좀 올려놓고 부채도 좀 줄여야 하니까요.”

“구사장님. 이것도 인연인데 상장시 등록 주관사는 우리에게 맡겨 주십시오. 그 보답은 충분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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