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76화 (176/501)

# 176

공장장 박종석 이사 (2)

(176)

송장환 사장은 새로운 오더에 대하여 설명했다.

“구건호 사장님께 보고는 드렸습니다만 S기업 수원 공장과 창원 공장, 울산 공장에서 각각 새로운 오더 5건을 받았습니다. 월 매출은 10억 정도 되지만 품질에 대하여 우수함이 입증되면 물량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구건호가 상임감사에게 물었다.

“송사장님이 따온 물량이 제대로 매출로 잡힌다면 우리의 총 매출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사장님이 물파를 인수할 당시는 700억 정도의 매출이 발생했지만 신제품 AM083 어셈블리 개발로 840억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이번에 송사장님이 따온 물량이 합해지면 내년도에는 960억 정도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욘코리아의 김동찬 전무도 한마디 했다.

“새로 오신 연구소장님이 잘 하시겠지만 신제품 개발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아마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을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AM083 어셈블리도 우리가 개발한 것입니까? 일본인 기술자 사카다 이쿠조씨가 도와주어서 그렇게 된 것 아닙니까?”

김전무의 말에 모두 고개를 떨구고 자기의 다이어리만 쳐다보았다.

김전무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영업통이라 말은 달변이었다.

“그리고 매출도 최근에 S기업에 몰려있는데 매출처 다변화도 생각을 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S기업 집중화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S기업 오더를 그만 받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S기업 매출도 더 늘리고 다른 신규 개발처도 더 늘려야 우리가 더욱 자생력이 강화될 것입니다.”

맨 말석에서 메모를 하던 김민혁은 김전무의 말솜씨가 부러웠다.

[역시 영업통이라 그런지 말이 매끄럽고 목소리도 좋네. 나도 저 정도는 되어야 중국에서 매출을 늘리겠는데.]

“저도 한 말씀 하겠습니다.”

모두 돌아보니 독일 뮌헨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H자동차 연구소에 있었다는 신임 연구소장이었다.

“송사장님이 따온 오더의 두건은 이미 우리 연구소 연구원들이 실험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몰드(금형)만 잘 만들면 콤바인엔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단, 세 번째 네 번째 오더를 실험하기에는 턱없이 인력이 모자라 새로운 연구원 충원을 위하여 5명을 뽑을 예정입니다. 현재 1차 면접 합격자가 30명입니다. 여기서 5명을 추릴 예정입니다.”

그 말끝에 김전무가 또 말을 꺼냈다.

“연구원 중 이번에 미국 갔다온 차장과 대리 한명은 디욘코리아로 보내야 합니다.”

연구소장이 발끈했다.

“그렇게 사람을 빼 가면 우린 어떻게 합니까!”

김전무도 지지 않았다. 얼굴이 빨갛게 되어가지고 공격을 했다.

“그럼 미국까지 왜 갔다 온 겁니까?”

“뭐라고요? 그걸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김민혁은 임원회의의 열기에 놀랐다.

“다들 대단들 하네.”

박종석 이사도 짠 밥이 적어서인지 이런 대화에는 끼어들지 못했다.

구건호가 정리를 했다.

“자자, 진정들 하시고 내말 들으세요. 다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보니 잠시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연구원은 이번에 1차에 30명을 뽑았다고 하니 쓸 만한 사람이 있으면 두사람 더 뽑아보세요. 모두 7명 뽑으세요. 인력이 모자라 화이팅 파워가 약해지면 안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김전무와 연구소장은 서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닫았다.

구건호가 김민혁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중국의 김민혁 사장님이 모처럼만에 참석했는데 하실 말씀 있습니까?”

“예, 저, 저는.”

김민혁이 말을 더듬자 구건호가 웃으며 말했다.

“천천히 말씀하세요.”

“예, 저희도 매출이 소폭 늘고 있지만 아직 획기적인 오더는 없습니다. 현재 중국내 S기업 공장이 4군데나 됩니다. 북경, 천진, 청도, 소주 이렇게 4개의 공장이 있습니다. S기업에 계셨던 송사장님이 중국에 한번 출장 오셔서 한 바퀴 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쪽 일이 마무리 되면 한번 가겠습니다.”

구건호가 말을 이어 받았다.

“건설 윤상무님이나 총무 최이사님은 하실 말씀 없습니까?”

“없습니다.”

“생산담당 박이사님은 하실 말씀 없습니까?”

“없습니다.”

“잠깐만요.”

새로온 송장환 사장이 손을 들었다.

“새로운 제품의 오더에 실험 제작한 것이 승인되면 납품을 받는 업체에서 반드시 실사가 나옵니다. 박종석 이사가 계시지만 공장 내 청결과 기계 장비에 대한 청결이 유지되어야 실사단에 좋은 인상을 줍니다. 생산담당 박이사는 마이머신(My Mechine) 운동을 전개해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예? 마이머신요?”

"반장이나 조장 등 현장 작업자와 기계 한 대씩을 접매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기계는 그 사람이 책임지고 관리하는 운동을 말합니다.“

김전무가 한마디 했다.

“그건 송사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진작 느낀건데 마이머신 운동은 꼭 필요합니다. 박이사가 임원회의 끝나고 생산부 자체 회의 주재할 때 생산부 과장 차장들에게 그 안을 만들어 보라고 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다른 분들 하실 말씀 없으면 오늘 임시 임원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구건호의 회의 종결 멘트가 있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민혁이 구건호 방에 따라 들어왔다.

“앉아라. 커피 한잔 하자.”

“임원들이 역시 대단하네. 경험들이 많은 사람들이라 다들 한가락씩 하네. 임원이란 자리를 공짜로 단 사람들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그런가?”

“임원들도 대단하지만 저런 사람들을 이끌어가고 있는 구사장이 더 대단하다. 구건호란 인물이 다시 보인다.”

“나야 조정 역할만 하는 거지.”

“박종석이 똥줄 타겠네. 뭐? 마이머신운동? 킥킥킥.”

“그게 그렇게 재미있냐? 재미있으면 중국가서 너도 마이머신 운동 해봐라.”

구건호의 이 말에 김민혁의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중국은 뭐 애로사항 없냐?”

“송사장이 중국 와서 나하고 같이 S기업 한바퀴 돌면 좋겠어. S기업만 잡아도 매출이 팍 올라갈거야.”

“오더 받더라도 제품 실험 생산할 능력이 있냐?”

“그게 좀... 당분간 이쪽 연구소에 의뢰할까 해. 아무래도 우리 쪽은 연구 인력에 대한 맨 파워가 떨어지니까 말이야.”

“송사장은 이쪽 일이 마무리 되는대로 중국에 한번 가시라고 말 할게.”

“그래주면 고맙지.”

“오늘 왕지엔 교수가 한국 들어온다.”

“한국에?”

“서울대학에서 심포지움이 있는 모양이야. 거기서 발표를 하나봐.”

“그래? 여긴 안 오나?”

“들린다고 했어. 김앤정 로펌의 김영진 변호사하고 나랑 같이 골프 한번 치기로 했어.”

“그래?”

“너도 중국에서 틈 있으면 골프 배워 놔라. 앞으로 중국에서 사장 노릇 하려면 골프도 배워놔야 할거야.”

“그렇지 않아도 쑤저우 창호회사 사장이 같이 골프 치자는 걸 못했어. 나는 골프채 잡아보지도 못했잖아.”

“배워라. 비용은 회사 경비로 처리해도 된다.”

비서 박희정씨가 커피를 가지고 왔다.

“서울 아파트는 그럼 언제 이사하나?”

“이달 15일. 어제 잔금 치루고 이사하는 것 보고 왔어.”

“부모님이 좋아하시겠다.”

“말마. 우리 엄마는 어제 비어있는 아파트를 보여주니까 이게 우리 집이냐고 하면서 거실에서 춤까지 추더라.”

“하하, 그랬어?”

“엄마는 집이 깨끗하니 도배도 하지 말고 그냥 살자고 하는데 내가 우겨서 도배도 하고 화장실 공사도 다시 하자고 했어. 인테리어 업자까지 내가 선정해서 부탁하고 왔어. 내 동생도 저녁에 퇴근 길에 와보고 좋아하더라.”

“그래?”

“동생도 이집 같으면 자기도 장가가도 되겠다고 했어.”

“네 동생은 내가 기억이 잘 안나. 어렸을 때 보긴 본건 같은데.”

“걔도 공부는 신통치 않았는데 전문대학 나와서 어떻게 전기기사 1급 면허를 땄어. 취직은 잘 했더라고. 지금 있는 회사 사장한테 신임도 받고 그런 모양이야.”

“한국전력 용역회사라고 그랬지?”

“응, 일신전설이라고 인천에 있어. 오래된 회사라고 동생이 그러더군. 내 동생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

“뭐라는데?”

“형은 친구 잘 둬서 출세했다고 그랬어.”

“하하, 별소릴!”

“형은 친구 잘 둬서 중국서 사장 노릇하지, 마누라 얻고 중국에서 좋은 아파트 샀지. 인천에도 30평짜리 아파트 샀지. 자기는 죽었다 깨도 그렇게 못한다고 하더군.”

“하하, 네 동생도 재미있는 놈이구나.”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내가 친구 하나는 잘 둔 것 같다. 나도 인천서 하는 예식만 치르고는 이제 중국회사 키우는데 전력할 참이야. 무엇보다도 인천 부모님이 걱정되었는데 인천도 안정되어 지금 기분이 아주 좋아."

“단동 초상국 사람들은 그 후 연락 없지?”

“아냐, 전화 한번 또 왔어. 동사장하고 의논해 보았냐고 했어. 단동 변경 경제 합작구에 한번 놀러 오라고 하더군.”

“너, 오늘 중국 들어간다고 했나?‘

“응, 5시 비행기야.”

“그럼 준비할 것도 있을 테니까 가봐야겠다. 우리 임원들하고 점심도 같이 못 하겠구나.”

“나 밑에 내려가서 종석이 좀 만나고 갈게.”

“그래, 그럼 수고해라. 한 달 후 인천 결혼식 때 보자.”

구건호는 오후 5시가 되자 바로 퇴근할 준비를 했다. 구건호는 회사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늦게 퇴근하면 임원들은 물론 직원들이 구건호의 눈치를 보느라고 퇴근들을 늦게 하기 때문이었다.

구건호는 주차장 쪽으로 가다가 식당 입구에서 박종석을 만났다. 박종석은 피곤해 보였다

“형, 퇴근해?”

“너, 오늘 피곤해 보인다.”

“야근 있어. 지금 구내식당 밥 먹으로 가.”

“일이 많아?”

“마이머신인가 뭔가 하느라고 늦었어. 생산부 반장들 하고 과장, 차장까지 동원해서 계획서 만들고 기계마다 꼬리표 부착 하느라고 늦었어.”

“그래? 고생한다.”

“막상 해보니까 제도는 좋은 제도 같더군. 오랫동안 차질 없이 실행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말이야.”

“그래 잘 해봐라. 공장장 하려면 그런 것도 해야 한다.”

“공장장 퇴직하니까 내가 고달퍼졌어.”

“그래도 네가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하니까 젊은 사람이 공장장 한다고 뒷말들이 없다.”

“형이 뒤에서 뒷받침 해주니까 그렇지 뭐.”

“참, 아침에 김민혁이 너한테 들렸었지?”

“들렸어.”

“뭐 좋은 이야기 오고 갔냐?”

“아니야. 마이머신 하는 것 배워가겠다고 다이어리 들고 왔어. 우리 생산부 회의 하는 것 한참 보다가 갔어.”

“그래?”

“자기도 중국에서 마이머신 운동을 도입하겠다고 하던데? 나중에 기계마다 테그 부착한 것 하고 마이머신 일지 같은 것이 있으면 사진 찍어 보내달라고 했어.”

“그래?”

구건호는 아무 말 안했지만 빙그레 웃었다.

“수고해라. 그럼 나 먼저 들어간다.”

“응, 조심해 들어가 형.”

구건호가 천안 불당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왕지엔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 왕지엔. 인천 공항이냐?”

“아니야. 아까 낮에 왔어. 지금 서울대 교수회관 기숙사에 들어왔어.”

“목소리 들으니 술 한 잔 한 것 같은데?”

“서울대 교수들하고 한잔 했어.”

“서울대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좋은 학교다. 서울대 교수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인들이고.”

“지성인 좋아하네. 다 그놈이 그놈이던걸.”

“서울대 교수라면 한국에서는 다들 존경해.”

“그래봤자. 다 학삐리야. 교수가 돈이 있냐? 권력이 있냐?”

“교수가 돈이나 권력을 쫓으면 되겠어?”

“안되겠지? 그렇지? 그런데 중국이나 한국이나 그런 걸 쫓는 놈들이 있단 말이야.”

“하하, 취한 모양이구나. 일찍 자거라. 여긴 모래 올 거지? 골프장 예약은 해 놓았다.”

“골프장이 공장 근처라고 했지?”

“공장하고 가까워. 상록 컨트리 클럽이라고 27홀코스 예약 했어. 대한민국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곳이야 그린피도 비싸지 않아.”

“연금? 중국의 ‘양라오진(養老金)’ 같은 거냐?”

“맞아.”

“그래, 고맙다. 구건호. 너는 자랑스런 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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