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
부사장 애덤 캐슬러 (1)
(172)
김민혁은 결혼식에 와주어서 고맙다는 전화를 구건호에게 하였다.
“바쁜데 와줘서 고마워, 축의금도 많이 보내주었더군. 고마워.”
“고맙긴, 약소하지.”
“생각지도 안했는데 문재식이도 와줘서 고맙고, 리스캉과 왕지엔도 와줘서 고마웠어.”
“신랑 친구들이 너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다 불렀지.”
“신랑 친구들이 하나도 없을 줄 알았는데 구사장까지 6명이나 와줘서 내 체면이 많이 섰어.”
“하하, 그런가?”
“특히 장인 영감은 리스캉이 와주어서 나를 다시 보게 됐어.”
“왜?”
“장인이 그림 그리는 화가 아니냐! 뭐 그렇게 이름이 있는 화가는 아니어도 그림 그려서 딸들 미국에 유학까지 보낸걸 보니 작품은 좀 팔리는 모양이야.”
“그래?”
“그런데 리스캉이 상해시의 문화, 예술과 언론을 책임지는 광파영시(廣播影視) 국장 아니냐?아마 얼굴들은 알고 지냈던 것 같은데 내가 리스캉의 친구라니까 약간 놀라는 눈치였어.”
“하하, 그래? 기회 있으면 너 장인한테 그림 한 점 얻어야겠다.”
“가끔 전시회를 한다고 하니 그때 와. 실은 나도 장인 전시회는 안 가보았어.”
“신혼 살림할 집은 샀냐?”
“샀어.”
“언제 한번 내가 이야기 들었던 것 같은데? 한국 돈으로 1억5천만 원짜리 아파트 산다고 말이야.”
“우리 공장에서 가까운 소주시내에 있는 아파트야. 고급아파트라 내 와이프 딩딩(丁丁)이 좋아해서 샀어. 방지산(房地産: 부동산) 애들도 올라갈 전망이 많이 있는 아파트라고 했어.”
“몇 평짜리지?”
“84평방미터야. 우리나라 평수로는 25평 정도 돼. 아파트 이름이 취원화원(翠苑花園)인데 여기서 취원화원에 산다고 하면 알아줘. 방도 3개라 어제는 장인 장모가 하룻밤 자고 가기도 했어.”
“너 와이프는 취업했냐?”
“했어. 국제학교서 바로 데려가던데?”
“잘 됐구나. 결혼식장에서 보니까 네 처가 상당히 미인이더라.”
“그렇지도 않아. 20미터 미인이야. 20미터 정도에서 보면 근사한데 가까이서 보면 그렇지도 않아.”
“하하, 아니야. 가까이서 보아도 미인이던데 뭘.”
“헤헤, 고마워.”
“집 살 때 융자는 얼마나 받았나?”
“1억.”
“이자 부담이 많겠구나.”
“둘이 버니까 어떻게 꾸려 나가겠지.”
“이렇게 하자. 너무 이자부담이 많으면 못쓴다. 내가 무이자로 1억을 빌려줄 테니 연말에 스톡옵션 나오면 공제하자.”
“그건 안 돼. 너한테 너무 신세지는 것이 돼.”
“신세는 무슨 신세.”
“그럼 이렇게 하면 안 될까?”
“뭘 어떡해?”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뜸들이지 말고 빨리 이야기 해봐.“
“실은 내가 고민이 많은데.”
“무슨 고민?”
“다음 달에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 인천에서 할 거란 말이야.”
“그렇겠지.”
“신부가 우리 집 와보고 놀랄 것 같아서 그래.”
“왜 놀래?”
“창피한 이야기지만 지금 주안에 있는 우리 집은 낡은 연립 방 2개짜리 살아. 들어가는 입구도 지저분하고 20년도 넘은 연립이라 신부를 데려오기가 참 난처해. 쪽팔려.”
“흠.”
“우리 아버지 버스 운전하면서 큰 사고 두 번 있다 보니 돈을 못 모았어. 거기 8,500에 전세 살아. 네가 1억을 빌려주면 인천 집 사는데 보테고 싶다. 어차피 여기는 공상은행에서 이미 돈을 빌렸으므로 갚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럼 전세보증금 8500만원하고 내가 빌려주는 1억하고 합쳐서 집을 산다는 거냐?”
“너도 잘 알겠지만 주안 역에서 가까운 현대 홈타운 아파트를 사려고 해. 우리 엄마 꿈이 그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거든.”
“거긴 비싸잖아?”
“30평짜리가 급매물 잡으면 2억5천이면 살 수 있어.”
“그럼 전세금 뽑고 내가 빌려줘도 6,500이 모자라네.”
“그래서 지금 잠깐 생각한 건데 그 6,500만원을 인천서 융자받을까 해. 이자는 지금 우리아버지가 어린이집 통학버스 운전해서 100만원 받고, 내 동생도 취업이 되어서 지원해 줄 수 있을 거야.”
“네 동생은 어디 들어갔는데?.”
“일신전설이라고 한국전력 용역회사야. 걔 전기기사 1급 자격증 있어.”
“알았다. 빌려주마.”
“미안하다. 부탁만 자꾸 해서. 그런데 여기서 1억을 인출하면 한국으로 돈 가져가기가 복잡하잖아? 외환 신고도 해야 되고.”
“거기서 안 빼고 여기서 빌려주마. 내일 한국에서 거래하는 네 통장으로 1억 보내줄게. 연말에 꼭 갚아라.”
“고맙다. 정말 고맙다. 네 신세는 내가 죽어서도 못 잊을 것 같다. 그럼 우리 엄마한테 지금 살고 있는 전세 집 내 놓으라고 말할게. 네가 우리 집안을 살리는구나. 고맙다.”
“고맙긴,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잠시 꿔주는 건데. 중국 지에이치 기차배건 유한공사의 사장님이 집 문제 때문에 고민해서 쓰겠어?”
미국 시애틀에 있는 라이먼델 디욘사로부터 팩스가 왔다. 신설법인 디욘코리아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할 애덤 캐슬러씨를 이틀 후에 파견한다는 팩스였다. 팩스를 보고 있는데 서울에 있는 비서 오연수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방금 디욘사의 안젤리나 레인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애덤 캐슬러가 온다는 이야기지요?”
“사장님 벌써 아셨어요?”
“내일 모래 오연수씨가 공항에 나가서 영접해줘요.”
“저 혼자요? 저는 차도 없는데요.”
“공항을 누굴 보낼까? 그렇지, 강이사님하고 같이 가세요. 강이사님 계시면 나 좀 바꿔줘요.”
한참 후 강이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접니다. 사장님.”
“내일 모래 합자사에서 근무할 미국인 부사장이 인천 공항으로 들어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 사람 영접을 강이사님이 수고해주셨으면 합니다. 모래 시간 낼 수 있지요?”
“낼 수 있습니다. 여긴 새로 들어온 경리과장도 있고 정대리도 있으니까요.”
“영어 잘하는 사람이 있어야 되니까 비서 오연수씨하고 같이 가세요. 공항에서 픽업하면 바로 같이 여기 직산 공장까지 데리고 내려오세요.”
“알겠습니다.”
“강이사님이 타고 다니는 그랜저가 쓸 만하니 그런 겁니다.”
“하하, 중고찬데요. 뭘.”
구건호는 김동찬 전무를 불렀다.
“내일 모래 애덤 캐슬러씨가 들어온답니다.”
“아, 그렇습니까?”
“지난번에 투름 빌라 아직 안 나갔지요?”
“아직 안 나갔습니다.”
“우선 호텔로 안내해야 하는데 이 근처 좋은 호텔 없을까요? 온양 관광호텔은 좀 멀어서요.”
“성정동에 있는 센트럴 관광호텔도 좋습니다.”
“여기는 지방도시라 좋은 호텔이 없다고 하면서 안내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공장이 가동되면 대대적으로 사원 모집을 하겠지만 우선 전무님이 간단한 심부름이라도 시킬 사람을 한두 사람 모집하세요. 호텔 잡고 하는 문제까지 전무님이 하기에 좀 그렇습니다.”
“아이고, 괜찮습니다. 미리 채용하면 인건비 나갑니다.”
“애덤 캐슬러가 오면 같이 회사 조직이라든가 사원 모집 같은걸 잘 의논하세요.”
“알겠습니다.”
“박종석이하고 미국에 교육 받으러 간 사람들이 다음 주면 돌아옵니다. 또 기계가 들어오면 디욘사에서 기술자 세 사람을 3개월 동안 파견한다고 했습니다. 이 사람들 숙소도 잡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제가 말씀드린 그 빌라가 제일 좋습니다. 투룸도 있고 원룸도 있으니까 캐술러씨는 투룸 잡아주고 기술자들은 원룸 잡아주면 되겠습니다.”
구건호가 1억원을 자기 예금에서 인출하여 김민혁의 통장으로 쏴주었다. 점심시간이 넘어서 김민혁에게서 연락이 왔다.
“1억원 잘 받았다. 큰돈을 선뜻 보내주어 정말 고맙다. 우리 엄마한테 회사에서 대출 받았다고 뻥치고 집을 내놓으라고 했어. 고맙다.”
“집은 금방 나가겠지?”
“나도 그걸 걱정했는데 요즘 이사철이라 집은 금방 나간다고 하더군.”
“현대 홈타운 아파트도 매물 있는 가 알아봐야겠구나.”
“내가 전화로 부동산에 이야기 하니까 있데. 그래서 우리 엄마한테 방금 가보라고 전화했어.”
“잘했다.”
“그리고 오전에 내가 여기서 한국 기업인 교류회에 참석했어. 회의 하는데 단동(丹東) 변경경제(邊境經濟) 합작구(合作區)에서 사람이 나와서 우리 부품을 북한 수출하지 않겠냐고 하네.”
“단동? 단동이면 압록강변 아니야?”
“맞아, 신의주하고 강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도시야.”
“거기서 누가 나왔는데?”
“초상국(招商局) 간부야. 한번 단동에 오라는군.”
“단동이라....”
“그래서 내가 이 문제는 동사장(董事長: 회사 이사장)과 협의를 해 본다고 했어.”
“흠, 그래?”
“지에이치 모빌은 잘 돌아가지?”
“참, 이번에 지에이치 모빌은 공동대표이사 한 사람을 영입했어.”
“그래? 누군데?”
“S기업 부사장으로 있던 송장환씨.”
“S기업이면 여기 자회사들이 많은데. 천진에도 있고 여기 소주에도 있어. 위치는 몰라도 몇 군데 더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
“S기업 l소주 공장은 큰가?”
“크지. 대기업인데. 종업원도 한 1천명 넘을 걸? 그분 오면 여기 한번 나오셔서 S기업 거래나 뚫고 싶다.”
“부임 하게 되면 내가 한번 의논해 볼게.”
“빨리 왔으면 좋겠다. 자문역으로 여기오신 전임 공장장님이 기계 수리 다해서 잘 돌아가고 있는데 진짜 S기업 거래나 늘어났으면 좋겠다.”
“전임 공장장님은 거기 적응 잘 하시나?”
“잘해. 음식도 잘 먹고 가라오케도 잘 가.”
“하하, 그 나이에 가라오케를.”
“아직 젊다는 표시 아니겠어? 나는 그 양반 여기서 1년 자문역이 끝나면 촉탁으로 다시 채용할까도 생각중이야.”
“그건 네가 알아서 해라.”
“중국 직원들하고도 융화가 잘 되고 있어.”
“다행이구나. 그리고 네가 영업을 다니고 그러면 사무실에 한국인 직원이 한사람 있어야 될 것 같다.”
“아직은 인건비 부담이...“
“그래야 너도 영업을 더 강화할 것 아니냐.”
“좋은 사람이 있긴 있는데.”
“있으면 채용해라.”
“철수하는 한국기업에 과장으로 있던 사람인데 우리보다 나이는 3살 어리지만 공장 경력이 많아. 중국말도 유창하고. 아무튼 이 문제는 당분간 나한테 맡겨줘.”
“알았다.”
강이사와 비서 오연수씨가 애덤 캐슬러씨를 인천 공항에서 만났다.
“오우, 오연수씨, 반갑습니다.”
“저희 회사 이사님입니다.”
“오우, 이사님 반갑습니다.”
“하우두 유두!”
“왓?”
“하우드 유드.”
애덤 캐슬러는 옆에서 오연수가 다시 복창을 해주자 알았다는 듯이 강이사 손을 잡고 흔들었다.
강이사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째 같은 말인데 오연수의 말은 알아듣고 내말은 못 알아듣나. 에이, 스트레스!”
강이사는 인천공항에서 천안 직산까지 차를 몰았다. 애덤 캐슬러와 오연수가 서로 대화며 간혹 웃기도 하는데 정말 말이 빨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강이사는 완전히 운전기사가 된 기분으로 직산까지 왔다.
애덤 캐슬러는 구건호를 만났다. 구건호와는 이미 시애틀 만찬장에서 만났기 때문에 구면이었다.
“오우, 미스터 구!”
“애덤 캐슬러!”
두 사람은 서로 포옹을 하였다.
“오시느라고 수고했습니다.”
옆에서 오연수 비서가 빠르게 통역을 하였다.
구건호는 임원들을 불러 소개를 시켰다. 특히 김동찬 전무는 같이 일하게 될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동찬 전무는 카투샤 출신이라 그런지 토막 영어가 어느 정도 통했다.
“오늘은 오느라고 힘들었으니까 호텔에서 쉬고 내일 여기로 나오면 됩니다. 호텔 안내는 김동찬 전무님 차를 타고 가시면 됩니다.”
구건호가 이렇게 말하자 애덤 캐슬러는 시간이 있으니 현장 투어를 하고 호텔로 가겠다고 하였다.
“전무님이 안내해 주세요.”
김동찬 전무가 애덤 캐슬러를 안내하였다. 오연수가 따라 나왔다.
기계 소리가 요란한 곳으로 김전무가 캐슬러를 안내하였다. 작업자들은 전무와 외국인이 들어오자 작업을 하면서도 힐끔 힐끔 쳐다보았다.‘
“바이어인가?”
작업자들은 귓속말로 서로 속삭였다.
오연수는 이런 공장을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었다. 열 지어 서있는 기계가 있고 똑 같은 제복을 입은 생산 직원들이 빠른 동작으로 작업하는 것이 신기해 보였다. 가끔 기계류에 대한 통역을 할 때는 합당한 한국말이 생각이 안나 애를 먹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