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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이야기-171화 (17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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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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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건호와 문재식은 김민혁의 결혼식에 참석하기위해 상해로 출발했다.

구건호는 신랑 친구들이 너무 없을 것 같아 왕지엔 교수와 리스캉 국장에게도 연락을 했다. 결혼식은 상해의 장강반점(長江飯店)에서 했다. 장강반점이라고 해서 무슨 짜장면집 이름 같았지만 호텔이었다. 영어로 하면 창지앙 호텔이었다.

결혼식은 우리와 비슷했지만 조명이나 데코레이션이 붉은색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문재식은 거리에서도 사진을 많이 찍더니 결혼식장에서도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야, 넌 무슨 사진을 그렇게 찍냐?”

“기록에 남기려고.”

“거리나 결혼식 구경은 안하고 사진만 찍어?”

“그래도 나중에 남는 건 사진 밖에 없어.”

결혼식은 서구식으로 했다. 우리의 호텔에서 하는 결혼식처럼 테이블이 깔려있고 술과 음료수가 놓여있었으며 복주머니 속에는 쵸코렛이 담겨 있었다.

구건호와 문재식은 신랑붕우(新郞朋友)라는 명패가 붙어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문재식은 신기한지 이 명패도 사진 촬영했다.

“여기는 친구를 붕우라고 하는구나. 우리나라 삼강오륜에 있는 붕우유신처럼 말이야.”

잠시 후 왕지엔과 리스캉이 같이 들어왔다. 이들은 구건호를 보고 반가워했다.

“여, 구건호!”

“반갑다. 와 줘서.”

“무슨 소리야? 와야지.”

“아, 참. 문재식 인사해라. 내 중국 친구들이다.”

“이 사람은 절강대 경상학부 교수이고 이 사람은 상해시 국장이야.”

이들은 서로 명함을 주고받았다. 문재식은 왕지엔과 리스캉의 명함을 한참동안 보았다.

“명함은 사진 안 찍냐?”

“응? 그, 그건.”

문재식은 쑥스러운지 뒷머리를 긁었다.

리스캉이 문재식의 명함을 보고 구건호에게 물었다.

“출판사 주간이 뭐냐?”

“책임편집자 같은 거야.”

“응, 그래?”

문재식은 구건호가 유창한 중국어로 왕지엔과 리스캉과 말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다.

“구건호가 돈만 많은 줄 알았는데 중국어도 이렇게 잘하는지 몰랐네.”

문재식은 구건호가 신기해 보였다,

식이 시작될 무렵 금계건설의 사장과 부사장도 왔다. 이들도 김민혁을 축하해주기 위해 달려왔다.

“오우, 선칭꿔! 까오꽝신도 왔구나!”

“구건호, 오래간만이다.”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

“당연히 와야지. 우리는 펑요(친구) 아닌가?”

식이 시작되고 음식이 나왔다. 식은 한국보다 매우 길었다. 하객들은 대낮부터 독한 백주에 기름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담배들도 어찌나 피워대는지 오소리 굴 같았다.

신랑, 신부 사진촬영에 신랑 친구들이 구건호를 비롯하여 5명이 참석해주어 그런대로 체면이 섰다.

왕지엔이 구건호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신부가 서구적으로 생겼네.”

“한족이야, 미국 유학파라 상해 국제학교 교사야.”

“그래?”

구건호도 신부를 보았다. 키가 늘씬하고 서구적으로 생긴 미인형이었다.“

중국 결혼식에 참석하고 돌아온 구건호는 임원회의를 소집하였다.

“우리 회사는 물파산업을 인수한 후 여기 계신 분들의 노력으로 매출액이 소폭이나마 증가했습니다. 자본금은 30억이지만 악성 채무 상환과 공장 신축을 위해 단기차임금과 임원 가수금 형태로 제가 50억을 더 쏟아 부었습니다.”

임원들은 고개를 숙이고 들고 온 다이어리에 구건호의 말을 메모했다.

“지금 심하게 빚 독촉을 하는 채권자도 없고 임금체불도 없어 회사는 그런대로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아직도 매출액과 비슷한 부채를 안고 있습니다. 금융비용이 너무 많아 여러분이나 종업원 대우를 더 올려줄 여력이 없습니다. 그것은 자금을 관리하는 여기 계신 상임감사님이 잘 아실 겁니다.”

상임 감사가 엉덩이를 들썩했다.

임원들은 계속 구건호의 말을 메모했다. 30대 중반의 공돌이 출신인 구건호의 말을 쟁쟁한 학력과 경력의 50대 임원들이 메모를 했다. 꼭 북한의 김정은의 말을 나이 많은 군 수뇌부나 당 간부들이 메모하는 모습과 같았다. 구건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상임감사님, 우리의 부채가 모두 얼마나 되지요?”

“현재 시점으로 외상매입금, 미지급금, 장, 단기 차입금 모두 합쳐서 700억 가량 됩니다.”

“그렇다면 영업을 담당하시는 김동찬 전무님께 묻겠습니다. 영업활동을 통해서 이 부채들을 모두 정리할 수 있겠습니까?”

“당장은 어렵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매출은 늘리고 부채를 차츰 정리하여 이 회사를 코스닥 상장까지 끌고 갈 예정입니다. 코스닥 상장은 주식 분산요건이 있습니다. 종업원들도 지에이치 주식을 가질 기회도 생길 것입니다. 그러면 더 애사심도 우러나고 생산성도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임원들은 빠르게 구건호의 말을 메모했다.

“저의 꿈은 지에이치 모빌의 상장에 있습니다.”

상임감사가 한마디 했다.

“좋으신 말씀입니다. 상장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종업원들의 복지가 달라지고 자금조달도 유리합니다. 상장기업은 돈이 필요할 때 금융권 차입보다는 자기주식 발행으로 유가증권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으니까요.”

구건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저는 이 회사의 영업력을 강화하고 상장 실무 경험이 있던 분 한분을 영입하려고 합니다.”

이 말에 임원들이 메모하던 것을 중지하고 모두 고개를 들고 구건호를 쳐다보았다.

“다음달 1일자로 전에 S기업 부사장으로 계셨던 송장환씨를 영입하기로 했습니다. 큰 회사에 계셨던 분이라 직위는 공동대표로 모실까 합니다.”

임원들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 얼굴들을 마주 보았다.

“공동대표로 하는 것은 앞으로 디욘코리아가 정상 가동되면 저도 바빠지고 지에이치 모빌의 모든 것을 관장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신규 투자와 같은 큰 일은 제가 하겠지만 일상적인 업무는 새로 오시는 송사장님과 상의하시면 되겠습니다.”

김동찬 전무는 디욘코리아 쪽으로 가기 때문에 지에이치 모빌에는 부담이 없어서인지 자기 의견을 말했다.

“S기업은 자회사도 많고 송사장님은 신망도 좋습니다. 제가 상장 업무는 잘 모르지만 송사장님 오시면 확실히 매출을 늘리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될 것 입니다.”

구건호는 새로 온 연구소장 오상무와 건설담당 윤상무에게 물었다. 이들은 회의 때 항상 자기업무 이외에는 말을 안 하는 사람들이었다.

“오상무님과 윤상무님은 다른 의견 없습니까?”

“저희들은 사장님 의견에 따를 뿐입니다.”

“총무담당 최이사님은 다른 의견 없습니까?”

총무이사도 연구소장이나 건설담당 상무처럼 자금 쪽 일은 잘 몰랐다.

“저도 다른 의견 없습니다.”

구건호는 임원회의가 끝나고 총무이사를 불렀다.

“이 전화번호가 송장환 사장 전화번호입니다. 공동대표이사 취임에 따른 서류가 필요하시면 서로 연락하세요.”

“알겠습니다. 취임승낙서와 인감증명 같은 서류가 필요하니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입사서류도 받아 놓으세요.”

“알겠습니다. 주민등록 등본이나 이력서 같은 것도 보내달라고 하겠습니다.”

“그럼 나가보세요.“

총무이사는 나가지 않고 머뭇거렸다.

“저.... 새로 오시는 송사장님 급여는 어떻게 책정하면 되겠습니까?”

“급여요? 흠... 내가 받는 급여의 90%선에서 결정하세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사업자 등록증도 바꿔야 하나요?”

“공동대표가 있을 경우엔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협력업체나 거래업체에 다 통보해야 합니다.”

“꽤 번거롭군요.”

“작은 거래처는 새로 발급받은 사업자등록증을 팩스로 보내주면 되지만 큰 거래처는 공문형삭으로 보내야 합니다. 공동 대표이사의 인감도 신고해야 합니다.”

“이사님이 바빠지겠군요.”

“그럼,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총무이사가 인사를 꾸벅하고 나갔다.

비서 박희정씨가 조간신문과 우편물 등을 들고 왔다.

“우편물은 광고가 많았다. 구건호의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별의 별 단체에서 우편물이 왔다. 기업인 골프 친목회, 해외 여행 동호회, 기업인 건강 증진센터....”

구건호는 우편물은 뜯어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신문을 펼쳐 들었다. 구건호는 커피와 함께 신문 보는 시간이 제일 행복했다. 신문은 인터넷으로 볼 수 있지만 자세한 것은 종이 신문이 더 났다. 눈의 피로도 덜 했다.

박희정씨가 다시 들어왔다.

“손님이 오셨는데요?”

“어디서 왔는데요?”

“이지노팩에서 왔다고 합니다.”

“이지노팩? 얼마 전에 거기 회장님이 다녀가셨는데.”

“젊은 분이던데요?”

“이지노팩 회장이 심부름 보낸 사람인가? 들여보내요.”

들어온 사람은 놀랍게도 이지노팩 회장의 아들 김동환이었다. 혼자 온 것이 아니고 깍두기 세 사람과 함께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김동환사장 아니요? 그런데 깍두기들도 같이 왔네. 깍두기들이 남의 회사를 드나들면 되나?”

“사과하러 왔습니다.”

“사과?”

구건호의 방으로 갑자기 총무이사가 총무과 직원들 몇 사람을 데리고 왔다. 구건호가 의아해서 물었다.

“뭐요?”

“누가 이상한 사람들이 사장님 방에 들어갔다고 해서요.”

“하하, 아니요. 이지노팩 회장 아드님이요.”

총무이사가 직원들을 데리고 구건호의 방에서 나갔다.

김동환이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제 구치소에서 나왔습니다. 아버님이 구사장님한테 가서 직접 사과하라고 해서 왔습니다.”

“다 끝난 일인데 뭘. 앞으로 잘 지냅시다.”

구건호가 김동환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저희들도 사과를 드립니다.”

깍두기 세 사람이 갑자기 의자에서 내려와 카페트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 이게 무슨 짓들이요? 일어들 나요! 여긴 회사인데 누가 보면 어떡하라고 이래? 일어나요!”

“태영이 형님이 모시는 분인 줄 몰랐습니다.”

“태영이?”

구건호는 태영이라고 하니까 그가 누구인지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깍두기 머리들을 보고 비로써 임태영이가 생각났다.

“아, 임태영이!”

구건호는 픽 웃었다.

“내가 오늘 바쁘니까 차나 한잔씩 하고 가요.”

구건호는 비서 박희정씨를 불러 녹차를 시켰다.

녹차를 마시며 구건호가 말했다.

“이제 폭력은 안 됩니다. 폭력은 상대방을 다치게 하는 게 아니라 잘못하면 자기가 다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또 김동환씨는 앞으로 아버님 기업을 물려받을 사람인데 조심해야지요.”

“명심하겠습니다.”

이번엔 깍두기가 말했다.

“전에 같이 계셨던 분은 여기서 근무 안합니까? 드라이버가지고 공격했던 사람 말입니다.”

“아, 박종석?”

“엄청 발이 빠른 분입니다. 저도 운동 많이 했지만 그런 분 처음 보았습니다.”

김동환이도 한마디 했다.

“나는 조폭 두목인줄 알았어요.”

구건호가 웃으며 깍두기를 쳐다보고 말했다.

“참, 그쪽도 다친 사람은 없어요?”

“웬걸요. 저희도 많이 다쳤습니다. 드라이버 든 분한테 맞아 치아도 나갔는데요.”

“그랬나요?”

“사실 맞은 건 우리가 더 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폭력은 서로에게 손해입니다. 사과는 내가 받아드리겠습니다. 직원들이 결재서류를 들고 올 시간이니 이제 가 보세요.”

구건호는 일어서서 악수를 하며 깍두기들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김동환과 깍두기들이 90도 각도로 구건호에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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