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69화 (169/501)

# 169

영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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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건호는 중국내 판매회사 설립을 김민혁과 상의하고 싶었다.

합자사인 디욘 코리아에서 제품이 나오면 중국에서 판매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김민혁? 통화 가능하지?”

“응, 좋아.”

“디욘코리아의 공장이 가동되면 제품이 나올 텐데, 지금 중국의 지에이치 기차 배건 유한공사의 이름으로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겠어?”

“글쎄. 그러긴 한데.... 별도 판매회사를 만들면 두개의 법인을 운영하는 것이 되겠네.”

“그렇게 되겠지.”

“디욘코리아의 중국 대리점으로는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

“세무상도 그렇고 신뢰도도 떨어지겠지.”

“법인으로 한다면 디욘차이나로 하면 안 될까?

“생산제품이 나오면 보통 20키로의 포대로 담아서 팔잖아. 그런데 포대마다 쌀 포대처럼 제품 이름과 중량이나 상호가 들어간단 말이야. 중국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디욘차이나로 하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

“상호는 천천히 생각해 보자. 그런데 자본금은 얼마로 하는 판매회사를 설립할건데?”

“지난번 우리가 쑤저우 지에이치 기차 배건 유한공사는 얼마로 했었지? 내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

“3억 투자했지. 자본금 1억에 2억은 구사장 가수금으로 했지. 2억은 밀린 임금하고 악성 채무 갚는데 썼고.”

“부족하진 않았지?”

“이후 공장 가동하면서 수금이 되니까 돌아가기 시작했지. 지금 월 3억 정도 납품하고 있어. 거래처도 17군데로 늘어났고.”

“종업원이 40명이라고 그랬나?”

“정확히는 나까지 현재 42명.”

“흠, 중국이니까 그렇구나. 한국 같으면 그 정도 매출이면 20명 이하로 써야 수지가 맞을 거야.”

“그렇겠지. 매출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니까 하반기에는 월 5억이 가능할거야. S기업 중국 공장에 신제품 AM083 어셈블리가 이번 달부터 들어가기 시작했으니 말이야. 그리고 지난달 거래처 새로 뚫은 중국기업에 들어가는 가스켓도 이달부터 수금이 가능하니 매출에 잡힐 거야.”

“금계산업단지 철수할 때 받은 돈이 170만 달러였나?”

“172만 5천 달러야.”

“한국 돈으로 18억 1천만 원이네.”

“거기서 지에이치 기차 배건 유한공사 설립하면서 3억 들어갔고. 지난번 창고 사면서 2억8천 5백이 들어갔지. 지금 12억 정도 통장에 남아있어.”

“흠.”

“판매회사 상호문제는 내가 한번 고민해 볼게.”

“그래, 서로 고민해 보자.”

구건호는 강이사에게 지에이치 빌딩의 손익현황을 보고 받았다. 옆에 새로 들어온 경리과장과 정지영 대리를 입회하도록 하였다.

보고를 듣고난 구건호가 옅은 한숨을 쉬었다. 인건비와 이자를 주고 나니 감가상각비와 장기 수선충당금 적립이 신통치 않았다.

“수익모델을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장기 수선충당금 적립이 신통치 않으면 나중에 큰 공사라도 있게 되면 부채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입주자들한테 무턱대고 임대료 올려달라고 하지는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강이사님은 주변 부동산 사장들하고 친하게 지내십시오. 가끔 식사도 같이하고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직산으로 내려왔다.

임원들이 몰려와 업무 보고를 하였다. 업무보고를 받고 바로 아산에 있는 디욘코리아의 건설 현장을 둘러보았다. 터파기 공사가 끝나고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윤상무가 용업업체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구건호를 보고 달려와 인사를 하였다.

“이제 건물이 올라가는 군요.”

“건물은 빨리 올라갑니다. 마감공사가 시일이 좀 걸립니다.”

구건호가 공사현장의 여기저기를 살피고 있는데 지에이치 개발의 비서 오연수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장님, 오연수입니다.”

“오, 그래 말해 봐요.”

“디욘사의 안젤리나 레인한테서 전화가 왔는데요. 디욘코리아에서 근무할 부사장을 다음 주에 파견한답니다.

“아, 그래요?”

“오시는 분은 애덤 캐슬러씨로 사장님도 아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구건호는 시애틀의 만찬장에서 본 애덤 캐슬러를 떠올려 보았다. 눈썹 짙은 30대 후반의 멕시코 합자사 부사장 출신이라는 사내가 기억났다. 디욘사 부사장 브랜든 버크가 소개했던 사람이었다.

구건호는 다시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의 공장으로 돌아왔다.

비서 박희정씨가 경제신문 새로 온 것과 녹차를 타가지고 왔다.

“영업담당 김전무님 있으면 내 방으로 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박희정씨가 나가고 10분후에 김동찬 전무가 들어왔다. 김동찬 전무는 상무로 있다가 승진하면서 지에이치 모빌에서 새로 설립된 디욘코리아로 발령을 받은 사람이다. 김전무는 물파산업 시절부터 오래 근무한 사람으로 중앙대학교 영문과를 나온 50대 중반이었다. 영문과를 나오고 카투샤 출신이라고 하지만 영어는 잘 못했다. 사용한지가 오래 되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화술이 좋고 비위도 좋아 영업 쪽에서 성장한 사람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앞에 앉으세요.”

“디욘코리아에서 시제품이 나오면 우선 우리 기존 거래처부터 방문하려고 합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시제품 나오면 광고 팜프렛도 만들어야 하는데 레이아웃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흠, 그래요? 항상 열심히 하시는 전무님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헤헤, 뭘요.”

“그리고... 지금 부른 이유는 미국 디욘 본사에서 다음 주에 부사장을 파견한다는 소식을 알려주려고 불렀습니다.”

“부사장요?”

“우리가 합자계약을 맺었던 계약서는 잘 읽어 보셨지요?”

“예, 읽어보았습니다.”

“거기에 보면 초기엔 디욘코리아의 사장을 내가 하지만 부사장은 디욘사에서 파견한다고 했습니다. 여러 사람을 파견할 수 있지만 초창기엔 인건비 부담도 있으니까 부사장 한사람만 파견합니다. 물론 기술자들은 몇 개월 동안 기계 가동을 위해 한국에 머무를 수는 있습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새로 온다는 사람은 이름이 애덤 캐슬러라고 하는 사람인데 30대 후반의 미혼이라고 합니다. 일단은 전무보다 한 계급 높은 부사장이니까 전무님과 마찰 없이 잘 지냈으면 합니다.”

“염려 마십시오. 이 기회에 그 사람하고 어울려 다니며 영어라도 다시 배우겠습니다.”

“전무님은 원래 영업통이니까 사람 반하게 만드는 건 잘하시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나이가 어린 사람이라 걱정이 되긴 했었습니다. 사장도 어리고 부사장도 어리고 상사들이 다 젊으면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아이고, 사장님. 오히려 젊은 분들이 났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은 사람을 함부로 지시하고 뒤에서 헐뜯는 소리나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젊은 분이 더 좋습니다.”

“하하, 다행이네요.”

“사장님,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마십시오.”

“새로 오는 부사장 애덤 캐슬러의 집을 한번 알아봐 주세요. 아산 신축공장과 가까운 아산 시내에 월세 아파트를 한번 알아보세요. 멀리서 오는 사람인데 원룸 생활 하라고 하기엔 너무 한 것 같으니 말입니다.”

“아파트 크기는 어느 정도 하면 되겠습니까?”

“흠.. 18평이나 25평 정도면 되겠지요. 혼자 사는 사람이니까요.”

“알겠습니다.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아파트는 가급적 지은 지 10년 안쪽이면 좋겠고 도배를 새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오면 자동차도 제공해야 할 텐데 운전기사를 붙여줘야 할는지 모르겠네요.”

“운전기사 채용은 인건비 부담이 됩니다. 우선 애덤 캐슬러라는 사람이 오면 제 차를 함께 이용하다가 상황 봐서 운전할 줄 알면 렌트가를 빌리는 방향으로 하지요.”

“흠.... 자동차 문제는 애덤 캐슬러가 오면 다시 이야기 하지요.”

“알겠습니다. 우선 아파트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지에이치 미디어의 문재식에게서 연락이 왔다.

“구사장? 바쁘지? 통화 가능한가?”

“응, 이야기 해봐.”

“동창회를 한다는데 나한테 연락이 왔어.“

“왜 나한테 직접 연락을 안 하고.”

“경리단길 이석호 이야기로는 비서실에서 안 바꿔줘 통화를 못했다고 하네.”

“우린 비서실이란 게 따로 없는데.”

“이제 동창들이 구사장 전화하기가 어려운 모양이야. 나도 실은 망설이다 전화했어. 너무 바쁜 사람을 불러 세우는 것 같아서 말이야.”

“별소리를 다 한다.”

“토요일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했어. 모두 구사장이 나오면 좋겠다고 하네.”

“내가 없어도 잘들 놀면 되지 그러네. 토요일 시간한번 내볼게.”

“고마워.”

“너, 출판사는 잘 되냐?”

“신사장이 아마존 만화책 계약해서 요즘 너무 바빠. 만화책이라도 번역한 걸 또 편집하고 해야 하니까.”

“바쁘면 좋지.”

“만화책 1, 2권은 필름 뽑았으니 곧 인쇄 들어갈 거야. 책 나오면 신사장이 아마 구사장한테도 보내줄 거야.”

“만화책은 내가 보지. 인천 주안에 있던 만화책 대여점은 지금도 있는가 모르겠다. 거기서 일본 만화책 많이 빌려봤었는데.”

“나는 지금도 봐.”

“하하, 그래? 그럼 수고해라. 누가 날 찾는구나.”

“그럼 동창들한테 그렇게 이야기할게.”

문재식과 전화를 하고 있는 사이에 총무이사가 급여지출 품의서를 들고 왔다.

구건호는 힘차게 승인 싸인을 해 주었다.

S기업 부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바람도 쏘일 겸 직산 공장에 가려는데 괜찮겠어요?”

“오늘요? 좋습니다. 기다리지요.”

“공장으로 바로 가도 되겠지요?”

“그럼요. 11시 40분까지 오세요. 직원들이 12시가 되면 식사시간이라 흩어지니 생산라인 보시려면 12시 전에 오세요.”

“그러지요, 그럼.”

S기업은 삼성과 함께 국내 최대 재벌인 H그룹에서 갈라져 나온 회사다. 이 회사의 오너는 H그룹과 인척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있는 회사다. 미국과 중국 유럽과 인도 등에도 자회사 공장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이지노팩도 S기업을 거래하고 지에이치 모빌도 S기업을 거래하고 있다.

S기업의 전 부사장 송장환씨는 고려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S그룹의 공채로 들어간 사람이다. 해외 자회사의 사장도 하고 국내 자회사의 사장도 거친 인물이었다. 해외에 오래 있다보니 국내 지지기반이 약해 파워게임에서 밀려난 후 최근엔 쉬고 있는 사람이었다.

송장환 부사장은 정확히 11시 40분에 직산 공장엘 도착했다.

“아이고, 부사장님 오래간만입니다.”

부사장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건물 잘 지어놨네요.“

“곧 점심시간이 되니 현장부터 보시지요.”

“그럴까요?”

구건호가 부사장과 함께 현장에 들어서자 작업자들이 자세를 바로잡고 더욱 열심히 일하는 척 하였다. 지게차들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평소보다 더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았다.

“이쪽이 압출반, 저쪽이 사출반입니다. 옆동 건물이 재단반이고요.”

“흠... 동선흐름이 약간....”

“예?”

“아니, 아니요. 규율도 있어 보이고 근사하네요. 중국 천진에 있는 S기업 공장을 보는듯한 느낌이네요.”,

“참, 부사장님 천진에도 계셨지요?”

“이사 시절에 천진 유한공사 사장을 지냈었지요.”

“천진은 합자입니까?”

“아니, 독자요. 참, 지에이치 모빌의 중국 회사는 잘 되나요? 강소성 쑤저우에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겨우 밥 먹고 살 정도입니다.”

“S기업의 중국내 공장만 해도 4군데인데 여기만 잡아도 괜찮을 거요.”

“부사장님이 힘 좀 써주세요.”

“에이, 이제 그만 둔 사람이 무슨 힘이 있겠어요. 무조건 담당자 찾아가서 자주 대화를 해야지.”

구건호는 김민혁이 혼자서 영업하러 다니는 건 무리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건호와 S기업 전임 부사장이 공장 마당을 걷고 있는데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음악소리였다. 제복을 입은 250명의 직원들이 식당으로 가기 위해 공장 마당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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