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65화 (165/501)

# 165

인사발령 (1))

(165)

구건호는 연구소장을 불렀다.

“연구소 출신 중에서 똑똑한 30대 두 명만 선발해 주세요. 디욘사에 가서 화공약품 배합 기술을 습득하고 올 사람 말입니다.”

“다른 부서로 전출되어간 사람을 포함해도 됩니까?”

“상관없습니다. 장래에 일류 기술자가 될 자질만 있으면 되겠지요.”

“그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에 오래 버티고 있어야할 사람을 뽑아야겠지요. 기술 배워놓고 다른 데로 튀면 곤란하잖습니까?”

“흠.”

“만약에 디욘사에서 기술 습득 후 여기 와서 경험을 쌓고 국내의 다른 경쟁업체나 중국 기업으로 스카웃 되어 간다면 우리로서는 손실이 크지요.”

“흠, 그런 면이 있겠군요.”

새로운 연구소장으로 올 제 후배가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합니다. 마지막 작품으로 알고 두명을 선발하겠습니다.

총무과장이 새로운 합자사 등기를 마쳤다고 보고했다.

구건호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하였다. 먼저 나이가 많은 공장장과 연구소장은 1년간 자문역으로 발령을 냈다. 그리고 연구소장은 신설 합자사인 디욘코리아의 기술 자문역으로, 공장장은 김민혁이 있는 중국 강소성 지에이치 기차 배건 유한공사로 발령을 냈다.

몇 사람의 승진인사도 있었다. 영업상무와 총무부장, 총무과장, 생산부장, 건설담당 이사 등이 승진되었다. 인사발령 통보서는 각부서로 전달되었고 사무실 현황판에도 부착되었다.

<인사발령 통보>

1. 자문역 위촉

공장장 이만수 ---- 자문역 (1년간)

중국 지에이치 기차배건 유한공사 근무.

연구소장 방길훈 --- 자문역 (1년간)

디욘코리아 근무

2. 승진인사.

영업상무 김동찬 --- 전무이사 (디욘코리아 전보)

건설담당 윤희병 --- 상무이사

총무부장 최준영 --- 이사 (총무담당)

생산부장 박종석 --- 이사 (생산담당)

총무과장 서창훈 --- 차장 (영업팀 전보)

3. 신규채용

연구소장 오준수 --- 상무이사 대우.

구건호는 서울에 있는 지에이치 개발의 인사도 단행하였다.

관리담당 강성일 --- 이사 승진

총무담당 정지영 --- 대리 승진

이상 발령일자 201X년 3월 1일.대표이사 구건호

승진한 사람들은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일단 승진이 되면 달라지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우선 급여부터가 많이 올라갔다.

승진한 사람들이 총무담당 최준영 이사의 안내로 구건호의 방에 들어왔다.

구건호가 일일이 축하 악수를 해 주었다.

“진작 승진을 시켜야할 분들인데 늦었습니다. 현재까지 하시던 대로 회사 일에 열심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자, 그리고 이 분은 연구소장으로 새로 오신 분입니다. 인사들 하시지요. 독일 뮌헨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시고 BMW와 현대차 등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계셨던 분입니다.”

“오준수라고 합니다.”

새로온 연구소장의 인사가 끝나자 구건호는 공장장과 전임 연구소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공장장님은 중국공장 부임은 1개월 후에 하시지요. 박종석 이사가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면 가시는 걸로 하시지요.”

“알겠습니다.”

“신설 합자사는 건물이 완공하려면 3개월 정도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쪽으로 발령을 받으신 분들은 당분간 이곳에 계시다가 건물이 완공되면 넘어가는 것으로 하세요.”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승진을 한 사람들은 코가 땅에 닿도록 구건호에게 인사를 하고 사장실 방을 나갔다.

지에이치 모빌과 지에이치 개발의 인사소식은 중국의 김민혁과 지에이치 미디어에도 전해졌다. 총무에서 참고를 하라고 공문을 보내준 모양이었다.

즉각 김민혁에게 전화가 왔다.

“인사소식 잘 봤어. 박종석이가 승진해서 내가 축하전화를 해줬어.”

“박종석이가 좋아해?”

“웬걸, 젊은 사람이 이사가 되어 부담스럽다고 하네. 참, 걔 미국 간다고 하네?”

“응, 디욘사에 기술 연수 받으러 가.”

“종석이는 잘 할 거야. 의리도 좋은 놈이라 아마 구사장의 오른팔이 되어 구사장 곁을 오래 지켜줄 거야.”

“고맙다.”

“그리고 공장장은 바로 여기로 오나?”

“박종석이 미국가기 때문에 중국가는 건 한달 늦췄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기계 손볼게 많은데.”

“이 참에 공장장 가거든 중국애들 보고 잘 배우라고 해라.”

“응, 내가 단단히 일러두었어.”

“그리고 여기 디욘코리아 공장이 완공되면 중국 판매회사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라. 아니 지금부터 준비해라. 물론 판매 쪽도 스톡옵션 5%다.”

“고맙다.”

“친구지간에 고맙긴.”

“다음 달에 상해에서 결혼하기로 했어. 중국식으로. 꼭 와주면 고맙겠다.”

“그리고 한국에서 또 하나?”

“한국에서는 인천에서 하기로 했어. 아무래도 친척들과 부모님 친구 분들도 계시니까.”

“복 많은 놈이라 두 번 결혼 하는구나. 부럽다.”

“부럽긴, 피곤하기만 하다.”

“그런 피곤은 괜찮아. 나 전화 끊는다.”

구건호의 말대로 이지노팩 회장이 직접 구건호를 만나러 왔다. 이지노팩 회장은 변호사인 법무팀장 외에 수행원을 3명이나 더 데리고 왔다.

이지노팩 김승각 회장은 새로 지은 직산 공장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는 크고 깔끔하게 해 놨군. 허허, 제법이군.”

이지노팩 회장은 수행원들과 함께 공장 문을 들어섰다. 경비실에서 이지노팩 회장이 왔다는 보고가 총무에 전달되고 영업팀에도 전달되었다.

이번에 새로 승진한 영업담당 김전무가 뛰어 나갔다. 김전무는 이지노팩 회장을 잘 알고 있었다. 과거에 거래관계로 몇 번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지노팩 회장님 아니십니까?”

“오, 물파산업 김동찬 이사 아닌가?”

누가 옆에서 코치를 해주었다.

“지금은 지에이치 모빌의 전무이사입니다.”

“그런가?”

이지노팩 회장은 두툼한 손을 내밀어 김전무와 악수를 하였다.

“구건호 사장 있소?”

“계십니다. 이지노팩 비서실에서 회장님 오신다는 말을 해주어 자리에 있습니다.”

김전무의 안내로 이지노팩 사장이 구건호의 방으로 들어왔다. 구건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 이지노팩 회장이요.”

“반갑습니다. 조그만 공장까지 직접 와주시고.”

이지노팩 회장은 성큼 의자에 앉았다.

“당신들도 앉아.”

이지노팩 회장은 자기가 주인인양 같이 온 수행원들을 향해 앉으라고 하였다.

“자식 일은 내가 사과하리다. 어쩌겠소, 미운 자식이라도 자식은 자식이니까 나오게 해야지.”

“그 말씀은 천천히 하시고 여기까지 회장님이 오셨는데 차라도 대접해 드려야지요.”

구건호는 비서 박희정씨를 불러 차를 주문했다. 그리고 박종석 이사를 불렀다.

“내가 듣기론 2주 진단이라는데 큰 상처도 아니니까 마무리 집시다.”

“어떻게 마무리 지으실 예정입니까?”

“구건호 사장도 돈이 있는 사람인줄 알지만 어쩌겠소. 합의는 돈 가지고 해야지.”

박종석 이사가 들어왔다.

“박이사, 왼 팔 걷어봐.”

박종석이 왼팔을 걷었다. 상처가 많이 아물긴 했지만 흉터 자국은 남아 있었다.

“생선 회칼로 쑤셔 이렇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도망가지 않았다면 아드님이 동원한 건달패에 배를 찔리거나 눈을 찔려 평생 불구가 될 뻔했습니다.”

“끙.”

이지노팩 회장은 끙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오늘은 어째 회장님께서 야구 빳다를 안가지고 오셨습니까?”

“이봐요, 구사장! 지금 빈정대는 거요?”

“아까 돈으로 합의하자고 하셨는데 얼마를 주시겠습니까?”

“두 사람 다쳤다고 하니까 한사람에 천만 원씩, 이천 주겠소.”

옆에서 이지노팩 법무팀장이 말했다.

“사회 통념에 비추어 2주 진단에 비해 회장님은 많은 액수를 제시했습니다. 만일 사장님께서 저희 회장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시면 우리는 오늘 가지고 온 돈을 공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건호는 법무팀장의 말엔 반응을 보이지 않고 박종석을 돌아다보았다.

“박종석 이사는 천만원 받아라. 회장님 성의시니까 받아라. 하지만 나는 안 받겠습니다.”

“이봐요, 구사장. 내가 처음에 들어오면서 당신에게 사과 했잖소? 당신이 돈이 많은 사람이지만 달리 합의할 것이 없으니 그런 것 아니오? 내가 이제껏 60평생 살면서 남 앞에 머리 숙여보기는 처음이오.”

“일단은 합의서 용지 주세요. 천만 원 이 사람에게 주세요. 종석아, 너도 지장 찍어드려라.”

막종석이 법무팀장이 내민 합의서에 지장을 찍었다. 박종석이 천만 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

“자, 구사장도 이쯤해서 합의 합시다.”

“안합니다. 합자사를 못하게 린치를 하고, 또 앞으로 이런 일이 없다고 장담 못할 것 아닙니까?”

“이런 일 다시는 없을 거요.”

“안합니다. 지금 회장님이 제시한 천만 원은 제게 있으나 마나한 돈입니다. 제가 회장님 보다는 재력이 약하겠지만 저도 수천억은 있는 사람입니다.”

“봐 주시게, 내가 사정하오.”

“못합니다.”

법무팀장이 다시 말했다.

“그럼 우린 공탁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공탁을 하면 검찰이나 법원에서도 많은 참고를 합니다.”

“그럼 공탁하세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참 침묵 끝에 이지노팩 회장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

“제가 합의서에 서명을 할수 있게 성의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십시오.”

“내가 처음 들어올 때부터 사과하지 않았소?”

“물론 사과는 받아들이겠습니다.”

“흠.”

이지노팩 회장이 팔짱을 끼고 또 침묵에 들어갔다. 분한지 그의 관자놀이가 꿈틀대었다.

이지노팩 회장을 따라온 수행원 3명과 구건호의 방에 들어온 영업담당 전무이사와 박종석 이사도 침묵하였다. 가끔 기침 소리만 들렸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모두 이지노팩 회장의 입만 쳐다보았다.

“이게 다 합자사 설립 문제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니 내가 합자사를 조금 지원하는 방향으로 하지.”

회장은 앞에 있는 녹차를 마셨다. 녹차는 식어 있었다.

“지난번에 만동전장 일도 있으니 만동전장에 들어가는 원재료는 신설 합자사 디욘코리아 제품으로 하지.”

김동찬 전무이사가 눈을 반짝였다.

“이지노팩에서 만동전장에 들어가는 제품의 원재료는 바스프(BASF: 독일계 세계적 화학사) 제품 아닙니까? 그걸 디욘코리아 제품으로 바꾸시겠다는 말씀이지요?”

“그렇소.”

구건호가 이 소리를 듣고 잠시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바스프 원재료 구매액이 월 5억이요. 년간 60억이요. 어떻소, 구사장, 이런 조건이라면.”

“흠.”

“뜸들이지 말고 지장 찍읍시다. 법무팀장 합의서 꺼내요.”

법무팀장이 합의서 종이를 구건호 앞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어서! 지장 찍어요.”

이지노팩 회장은 넉살좋게 구건호의 손을 덥석 잡고 인주가 있는 쪽으로 잡아 당겼다.

“좋습니다. 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젊은 사람이 계속 뻣뻣한 것도 예의가 아니겠지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구건호가 합의서에 지장을 찍었다.

전무이사가 얼굴에 함박웃음을 띠우고 이지노팩 회장 앞으로 다가갔다.

“회장님 잘하셨습니다. 디욘코리아가 바스프 보다는 충분히 가격 경쟁력이 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전무이사는 밖으로 나가더니 쏜살같이 구매 약정서 용지를 가지고 왔다.

“회장님 서명하시지요.”

이지노팩 회장이 구매 약정서에 힘찬 싸인을 하였다.

이지노팩 회장은 역시 노련했다. 비록 금수저 출신이지만 60대 중반까지 사업을 하면서 쌓은 경륜은 무시할 수 없었다. 가격이 비싼 바스프 제품을 디욘코리아로 돌리고 만동전장에 압력을 넣었던 불미스런 일도 씻어버리자는 심산이었다.

구건호 역시 노련했다. 건달들 한테 맞아 비록 4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었지만 큰 실리를 거두었다. 신설 합자사의 출발을 탄탄히 하는데 크게 기여를 한 것이다.

영업상무에서 새로 승진한 김전무가 다시 구건호 방으로 들어왔다.

“사장님의 이번 합의는 말 그대로 신(神)의 한 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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