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64화 (16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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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치 (4)

(164)

구건호가 김동환을 상대로 손 좀 보겠다는 말을 하자 임태영이 즉각 앞으로 나섰다.

“형님. 우리한테 맡겨 주십시오. 몸 한번 풀겠습니다.”

“아니, 물리적 행사를 하겠다는 건 아니야. 말로 굴복시켜야지.”

박종석이 발끈하고 나섰다.

“우리를 급습한 놈들인데 그냥 둬? 형이 못하면 내가 까버릴게. 형은 그냥 구경만 해.”

구건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성숙한 사람은 그러는 게 아니야. 동네 양아치처럼 굴면 안 돼.”

“아휴, 형은 사람만 좋아서 큰일이야.”

“일단은 나한테 맡겨. 나는 김동환이가 목적이 아니고 그의 아버지 김승각 회장을 굴복시키는데 있어. 오늘 너희들을 부른 건 우선 김동환의 굴복 장면을 보여주려고 한 것뿐이야. 말하자면 인증샷을 위한거지. 그냥 내 옆에서 시위만 하고 지켜만 봐.”

구건호가 박종석과 임태영 및 임태영의 후배 깍두기들을 몰고 김동환의 룸으로 들어섰다.

김동환은 반 나체의 여자 종업원을 껴안고 양주를 마시고 있었다. 김동환은 갑자기 건장한 사내 9명이 들어서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더구나 7명은 깍두기 모습이라 더욱 놀랐다.

“누구시오? 남들 술 먹는데!”

구건호가 천천히 말했다.

“네가 김동환이냐?”

“누구시오? 당신들!”

김동환은 사실 구건호의 실물을 본적이 없다. 테러를 하기 위해 사람을 시켜 사진을 찍은 사실만 있었다.

“나, 구건호!”

“구, 구건호!”

구건호가 여자 종업원들을 쳐다보았다.

“너희들은 좀 나가 있어라.”

여자 종업원들이 옷과 핸드백을 들고 황급히 방을 빠져 나갔다.

구건호가 이번에는 김동환과 같이 술을 마시던 두 명의 남자에게 말했다.

“우리는 김동환씨에게 볼일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댁들은 잠시 옆방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이 봐 임태영! 이 두 분 옆방으로 잠시 모셔.”

“알겠습니다. 형님!”

김동환과 같이 술을 마시던 남자 2명은 공포감에 젖어 얼른 양복을 들고 임태영을 따라 옆방으로 갔다.

구건호가 탁자 위에 한발을 올려놓고 김동환의 머리채를 잡았다. 김동환이 깜짝 놀랐다.

“왜 그랬어?”

“뭘, 말씀입니까? 머리 이거 놓고 이야기합시다.”

“아산경찰서에 달려간 애들이 다 불었어. 네가 그 놈들한테 보낸 300만원도 다 확인했고.”

구건호가 잡은 머리채를 두어 번 흔들자 김동환이 비명을 질렀다.

“아아, 이거 놓고 이야기 하십시오.”

옆에서 갑자기 박종석이 생선 회칼을 꺼내 들었다. 박종석은 구건호에게 이야기도 하지 않고 생산 회칼을 옆구리에 차고 왔던 것이다.

“이게 뭔지 알아?”

박종석이 생선 회칼을 김동환의 눈앞에 들이대었다.

“네가 보낸 애들이 이 칼로 내 팔뚝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박종석이 왼쪽 팔뚝 옷소매를 걷어 김동환의 눈앞에 대었다. 아직도 지네가 기어간 것 같은 흉한 흉터가 남아 있었다.

“너도 이렇게 좀 긁어 줘야겠다.”

박종석이 시퍼런 생선 회칼을 김동환의 목에 대었다.

“으악! 사, 살려주십시오.”

김동환은 어지간히 놀랐는지 오줌까지 지려가며 몸을 떨었다. 역시 부잣집 도련님으로 자라 남을 때려는 보았지만 당해보지는 않아서 그런 모양이었다.

“그만해라.”

박종석이 구건호의 말을 듣고 잠시 칼을 거두었다. 하지만 분이 안 풀리는지 구둣발로 김동환의 정강이를 찼다.

“퍽!”

“윽!”

김동환은 몹시 아픈지 얼굴을 찡그리며 정강이를 손으로 잡았다.

“꿇어! 이 씹새끼야!”

김동환은 박종석의 꿇으라는 소리에 못 들은척하며 손으로 정강이만 비비고 있었다.

“안 꿇어? 이 씹새끼 말로 해선 안 되겠어.”

박종석이 다시 허리춤에 있던 생선 회칼을 뽑아들었다.

“이 새끼 얼굴을 확!”

박종석이 회칼로 얼굴을 찌르려는 시늉을 하자 김동환이 다시 놀랐다.

“하, 하겠습니다.”

김동환이 공포감에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무릎을 꿇었다.

구건호가 엄지와 검지로 김동환의 뺨을 잡고 흔들었다. 김동환이 아픈지 소리를 질렀다.

“아, 아!”

구건호가 김동환의 뺨을 계속 흔들며 말했다.

“짜식, 생긴 건 곱상하게 생겨가지고 그런 짓을 해?”

구건호가 안주머니에서 백지를 꺼냈다.

“여기다가 온양 관광호텔 집단 폭행사건은 본인이 300만원을 주고 건달들에게 시킨 일입니다. 라고 써.”

김동환이 떨리는 손으로 자인서를 썼다.

구건호는 김동환이 쓴 자인서를 품에 넣었다. 손도장까지 찍은 자인서였다.

“너 잡으러 형사들이 오면 네가 불리하다. 조금이라도 빵을 덜 살려면 내일 아산에 내려가 자수해라.”

구건호의 이 말에 김동환은 눈물을 흘렸다.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박종석과 뒤에 있던 임태영 후배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수고들 했다. 이제 가자.”

“형? 이대로가? 저 새끼 저대로 두고 가? 안 돼! 저 새끼 내가 오늘 밟아버릴 거야.”

“그만해!”

구건호가 말리자 박종석은 분한지 생선 회칼을 들고 김동환에게 다가갔다.

“너, 또 까불면 배때기를 팍 쑤셔버린다.”

박종석이 배를 찌르는 시늉을 하자 김동환이 또 놀라 자기 배를 손으로 감쌌다.

박종석이 김동환의 머리를 잡고 흔들었다. 머리카락이 몇 개 빠져 땅으로 떨어졌다.

“나도 씨팔 놈아, 인천 바닥에선 야쿠자 물깨나 먹은 놈이야. 너 같은 놈들 하나쯤 담가버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 구건호 형님만 아니었으면 너는 오늘 죽었어! 알아?”

검은 양복에 깍두기 머리를 한 임태영이도 김동환 앞으로 갔다.

“앞으로 우리 큰형님 건드리면 너 묻어버린다. 조심해라.”

안하무인격으로 갑질만 하고 살아온 부잣집 도련님 김동환은 험한 꼴을 당하고 살아오지 못해서인지 꿇은 채로 떨기만 하였다.

다음날 김동환은 아산에 내려가 자수를 하였다.

구건호가 사장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담당 형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배후자가 자수했습니다. 도주한 2명도 체포하여 아산으로 압송중입니다. 조사를 마치면 검찰로 송치하겠습니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구건호는 윤이사를 불렀다.

“아산공장 토목공사 시작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멋진 공장을 지어 사장님을 기쁘게 해 드리겠습니다.”

윤이사와 말을 하고 있는데 경리부장이 들어왔다.

“라이먼델 디욘사로부터 초기 운영자금 5만불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요? 총무과장이 등록업무를 보고 있으니 입금증 뽑아서 전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총무과장을 불렀다.

“은행에서 외국인 투자신고서 받아 왔지요?”

“받았습니다.”

“디욘사에서 보내준 위임장과 이사회결의서 번역본 지에이치 개발 비서가 보내왔지요?”

“방금 받았습니다.”

그럼 그 서류들을 들고 변호사 사무실 가세요. 외국인 투자기업 등록 업무를 밟으세요. 법인인감이나 내 개인 인감이 필요하면 나중에 말씀하시고요.“

“알겠습니다.”

합자사를 위한 일은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박종석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김동환이를 몽둥이찜질을 할 걸 그랬지?”

“됐어. 폭력 행사는 안 돼.”

“설 건드렸다가 나중에 또 까불면 어떡해. 아주 자근자근 밟아 놔야 다음에 못 덤비지.”

“두고 봐라. 이지노팩 회장이 나를 찾아오게 되어 있다.”

“정말 그럴까?”

“암, 100% 온다. 이제까지는 사고 쳐도 돈 가지고 해결했지만 나한테는 안 되니까 온다.”

“그럼 어떡할 건데?”

“실리적 이익을 얻어야지. 그게 비즈니스맨의 길이다.”

“난, 잘 모르겠어. 형이 알아서 해.”

구건호는 아산공장 토목공사 현장을 가 보았다.

헬멧을 쓴 윤이사가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사무실에서 뛰어 나왔다.

“터파기는 많이 했네요.”

“지금 파일을 박고 있습니다. 직산보다는 땅이 물러 파일을 좀 더 깊이 박고 있습니다.”

“그래요? 여기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중국의 금계산업단지 할 때 가보니까 거기는 엄청 깊게 박던데요.”

“하하, 그렇겠지요. 중국 동부 해안지역은 해발 5미터도 안 되는 땅들이 많습니다.”

“토목공사가 끝나면 건물은 금방 올라가지요?”

“그렀습니다. 직산 공장 기준하시면 될 겁니다.”

“미국서 가져온 설계도면이 까다롭지 않은가요?”

“그러긴 하지만 별 차이는 없습니다.”

“아무튼 잘 부탁합니다.”

말쑥한 양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구건호를 찾아왔다.

비서 겸 문서수발업무를 맡고 있는 박희정씨가 사장실을 들어왔다.

“사장님, 손님 두 분이 찾아오셨는데요?”

“어디서 왔는데요?”

“이지노팩 법무팀에서 왔다고 합니다.”

구건호가 빙그레 웃었다.

“만나지 않겠다고 하세요. 그냥 가라고 하세요.”

박희정씨가 구건호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였다. 이지노팩 법무팀 직원들은 밖에서 한참 기다리다가 돌아갔다.

이번엔 담당 형사가 전화를 했다.

“조사는 다 끝마치고 내일 검찰로 넘길 예정입니다. 아직 가해자들과 합의 안하셨지요?”

“합의 안합니다. 김동환 그놈 따끔히 혼 좀 나야 합니다.”

“김동환이는 지금 집행유예기간입니다. 이번에 검찰로 넘어가면 못 나올 것 같습니다.”

“집행유예기간이면 조심해야지.”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 우리는 뭐 그냥 원칙대로만 처리하겠습니다.”

구건호는 박종석을 불렀다.

“김동환이 때문에 이지노팩 법무팀에서 왔다 갔다.”

“형, 합의 하려고 해? 절대 하지 마!”

“물론 나는 안한다. 하지만 너는 해야 될 것 같다.”

“나도 싫어.”

“합의금 준다면 조금이라도 챙겨라.”

“싫어. 3주 진단 받았는데 합의금 받아야 얼마나 받겠어.”

“받아라. 그리고 미국가야지.”

“미국?”

“합작 계약하면서 기술자 3명을 한 달간 디욘사에 보내기로 했다. 기술연수를 위해서 말이야. 연구소 직원 2명을 선발하고 너를 보낼까 한다.”

“나는 영어도 못하는데.”

“영어 못해도 돼. 필요하면 시애틀에 있는 유학생 하나 통역 알바 시키면 돼.”

“글쎄. 미국이라는 나라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해서 가보고는 싶은데.”

“그럼 됐다. 미국 가거라. 합의는 해 주고 말이다.”

“합의문제는 형이 알아서 해. 형이 무슨 계획이 있는지 난 잘 모르니까. 형은 언제나 우리 보다 두수, 세수 앞을 내다보는 사람이니까.”

비서 박희정씨가 사장실에 들어왔다.

“저, 이지노팩 법무팀에서 또 사람이 왔는데요?”

“지난번에 왔던 사람?”

“아니에요. 이번엔 딴 사람인데요. 사장님을 꼭 뵙고 싶다면서 명함을 주네요.”

구건호는 박희정씨가 준 명함을 보았다.

“변호사? 이지노팩 법무팀장을 하는 변호사네. 그냥 돌려보낼까? 아니 무슨 말을 하나 들어나 볼까?”

구건호는 이렇게 말하면서 박희정씨에게 들여보내라고 지시하였다.

“안경을 낀 남자가 들어왔다. 구건호보다 두세 살 많아 보이는 남자였다.

“이지노팩 법무팀장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일단 앞에 앉으세요.”

법무팀장이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김동환씨 문제로 왔습니다. 이제 사장님께서 화를 푸시지요.”

“김동환이는 따끔하게 혼 좀 나야 합니다.”

“그만하면 혼났을 겁니다. 이쯤해서 사장님께서 용서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못합니다. 그리 알고 돌아가세요.”

“김동환씨는 지금 집행유예기간입니다. 합의가 안 되면 구속됩니다. 사장님께서 아량을 베풀어주시면 김동환씨도 정신 차릴 겁니다.”

“그러면 더 조심해야지. 아무튼 이번 일은 안 됩니다.”

“저희 회장님께서 약소하지만 합의금을 보냈습니다. 거두어주시고 합의서 도장을 찍어주십시오.”

“이 양반들이 지금 장난하나? 내가 돈이 없는 사람이요?”

“실은 저도 회장님께 말렸지만 회장님께서 성의 표시를 한다면서 보냈네요.”

“왜? 신문에 난 것 같이 야구 빳다 들고 오지 그랬습니까? 전에 김동환이가 술집에서 폭행사고 있을 때 회장님이 야구 빳다 들고 갔다면서요? 쯧쯧쯧, 유치하긴.”

변호사인 법무팀장도 민망한지 뒷머리를 긁었다.

구건호가 물었다.

“그래, 그 잘난 회장님이 보낸 합의금이 얼마요?”

“천만 원입니다.”

잘 됐네. 나는 돈이 있는 사람이니 안 되고 같은 피해자인 박종석씨에게 이 돈 주면 딱 맞겠네. 박종석씨 부를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구사장님이 받으셔야....”

“여보세요, 돌아가세요! 안 돌아가면 우리 직원들 불러 쫓아낼 테니까.”

“사장님, 꼭 집어넣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잖습니까. 김동환씨도 많이 후회하고 있을 겁니다.”

“가서 이지노팩 회장에게 똑똑히 전하세요. 회장이 직접 여기 와서 빌기 전엔 내가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고 말이요. 알았으면 돌아가요.”

법무팀장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로 앉아만 있었다.

“가라니까 그러네!”

구건호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법무팀장은 할 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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