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63화 (16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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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치 (3)

(163)

수사과 간부들이 모두 서장실로 들어왔다. 서장이 화가 단단히 난 목소리로 말했다.

“온양관광호텔 사건 어떻게 된 거야? 사방에서 난리 아니야? 자네들도 신문 봤지? 내가 지금 일을 못할 정도로 전화 받고 있어!”

“지금 분석 끝나고 잡아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나도 CCTV 봤어. 전부 깍두기들 아니야! 어디서 노는 놈들이야? 다, 잡아들여. 아, 그리고 배후가 있으면 그 놈도 잡아와!”

“알겠습니다.”

“김형사! 사건은 무슨 사건이든지 세 가지만 조사하면 99%는 다 해결된다고 했지? 말해봐!”

“CCTV분석과 전화 통화내용 조사, 통장 거래내역 조사입니다.”

“그렇게 했어? 안했어? KT와 은행에 협조공문 보냈어? 안 보냈어?”

“보, 보냈습니다.”

“빨리 조사해서 나한테 결과 보고해. 내일모래 지역 기관장 회의 때 이 문제 꼭 나올 거야. 나 망신당하지 않게 잘해, 알았어?”

“알겠습니다.”

“김형사는 피해자한테 가서 죄송하다고 하고 사건을 빨리 해결하겠다고 해. 거물을 잘못 건들인 것 같구먼. 피해자가 누군지 알아? 천안이나 아산도 아닌 서울 강남 리버스타 빌딩을 인수한 사람이야!”

형사는 직감을 했다.

“단순 폭행사건이 아니다. 뭔가 냄새가 나.”

서장실을 나오자 수사과장이 수사반장과 담당 형사를 불렀다.

“기업인 집단 폭행이라 일이 시끄러워질 것 같아. 본청에서 감사반이 올수도 있어. 더군다나 이런 일은 지역 신문에 기사가 나오면 중앙지에도 보도가 나오게 돼 있어. 일단은 반장과 김형사가 피해자에게 가서 사과하고 애들 잡아와.”

수사반장과 김형사가 구건호가 있는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 공장으로 왔다. 담당 형사가 깜짝 놀랐다.

“피해자가 젊어 큰 회사 과장 정도로 밖에 안 봤는데 이런 공장 사장이라니 의외네요.”

“피해자가 30대 중반이라며? 다 애비 잘 만나서 이런 큰 공장 사장도 하는 거지. 우리야 날밤 새워가며 양아치들이나 잡으러 다니는 팔자지만 말이야.”

반장과 형사가 총무부 사무실로 왔다.

“실례합니다. 경찰서 수사과에서 나왔는데요. 구건호 사장님을 뵈러왔습니다.”

형사들은 총무과 직원의 안내를 받아 구건호가 있는 사장실로 왔다.

총무과 직원이 낯모르는 건장한 사내 두 명을 데리고 오자 신문을 보던 구건호가 고개를 들었다.

“구건호 사장님이시지요? 아산경찰서 수사반장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이리 앉으시지요.”

총무과 여직원이 녹차를 가지고 왔다.

“저희 관내에서 불상사가 일어나 죄송합니다.”

“아, 예.”

“지금 가해자 명단은 다 확보된 상태입니다. 가담자가 모두 8명인데 4명은 천안지역 건달들이고 4명은 서울에서 온 애들입니다. 이틀 안에 다 잡아들이겠습니다.”

“폭행에 가담한 건달들도 문제지만 뒤 배후가 궁금합니다.”

“일단 건달 애들 신병을 확보하고 조사하면 배후는 금방 나옵니다. 통화내역과 통장 내역을 조사하면 대부분 밝혀집니다.”

“흠.”

“이 사건에 대해선 서장님과 수사과장님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사장님께서는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저희 관내에서 일어난 불미스런 사건에 대하여 사과 드립니다.”

수사반장과 형사가 가고 난후 총무과 여직원이 미국에서 온 우편물을 가지고 왔다.

“라이먼델 디욘사에서 온 거네? 공증 받은 위임장과 이사회 결의서를 보내니 외국인 투자 신고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외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이라 다르긴 다르군.”

구건호는 총무과 여직원을 다시 불렀다.

“이 영문 서류들을 스캔해서 지에이치 개발의 비서 오연수씨에게 보내세요. 번역해서 나한테 보내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총무부장을 불렀다.

“부장님이세요? 총무과장 자리에 있나요? 총무과장에게 일을 시킬 것이 있으니 내 방으로 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미남형으로 생긴 총무과장이 들어왔다. 총무과장은 구건호와 동갑인 천안 사람이었다.

구건호가 웃으며 말했다.

“앞에 앉으세요.”

“네? 아 네.”

총무과장이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앉았다. 총무과장은 구건호가 조심스러웠다. 나이는 비록 자기와 동갑이지만 구건호는 여러 개 회사를 거느린 오너 사장이기 때문이었다.

“총무일 할만 해요? 많이 힘들지요?”

“예? 할 만합니다.”

“생산부 박종석 부장이 총무과장 이야기를 많이 하네요. 일을 아주 열심히 하는 분이라고.”

“예? 아, 예. 감사합니다.”

“우리가 합자회사를 세운다는 이야기는 들었지요?”

“알고 있습니다. 아산 공장 터에 미국의 유명한 디욘사와 합작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 합작회사의 등록업무를 과장님이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외국인 투자기업 등록 말입니다.”

“예? 그 업무를요? 저는 해보지 않아서...”

“우리 회사에 누가 그 일을 해본 경험이 있나요? 그래도 과장님이 여기서 단국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시고 업무추진력도 있어서 해보라고 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일은 다 부딪쳐가며 배우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경험도 축적되는 거지요. 자 이 영문서류 드릴 테니 가지고 계세요. 미국 디욘사가 보낸 위임장과 이사회 결의서 공증본입니다. 서울에 있는 지에이치 개발에서 번역하고 있으니까 그거 오면 우선 외국인 투자부터 신고하세요.”

“신고는 어디다 하면 됩니까?”

“외환은행에 하면 됩니다. 요즘은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우리은행 모두 취급할겁니다. 다들 외환업무를 취급하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은행들이니까요.”

“알겠습니다. 해 보겠습니다.”

총무과장이 구건호가 준 서류들을 챙겨 사장 방을 나갔다.

구건호는 금융 감독원의 다트 사이트에 들어갔다.

“이지노팩은 상장 회사니까 임원 현황이 나와 있겠지.”

구건호는 이지노팩의 감사 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보았다.

“종업원 2,900명에 1인당 연 평균급여 7,200만원... 많기는 하네.”

구건호는 주주에 관한 사항과 임원 현황을 보았다.

“대표이사 회장 김승각 64세... 이사 김동환 33세... 이 친구가 아들인 모양이군. 이놈이 일을 저질렀을까?”

구건호는 김동환의 경력과 상근 여부를 보았다.

[김동환/ 등기임원/ 33세/ 비상근/ USC대학 졸업, ㅣUSC대학 경영학 석사/ LA 이지노팩 대표이사.]

“금수저의 전형이군.”

구건호는 인터넷에서 김동환의 자료를 검색해 보았다. 3년 전 이지노팩 이사 시절 술집 종업원 폭행으로 불구속 입건된 자료가 나왔다.

“충동적 인물인 것 같군. 신경 쓸 것 없는 쓰레기 같은 놈이네.”

구건호는 금감원 사이트를 닫으며 미소를 지었다.

담당 형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산 경찰서 김형사입니다. 현재 가해자 8명중 6명을 잡아 조사 중에 있습니다.”

“아, 그래요? 수고하셨습니다.”

“모두 혐의를 부인했지만 CCTV필름을 보여주니 자백을 했습니다. 나머지 2명도 현재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역시 대한민국 경찰입니다. 대단한 수사력입니다.”

“나머지 2명도 곧 잡혀 들어올 겁니다.”

“배후는 밝혀졌습니까?”

“심증이 가는 사람은 있습니다. 하지만 입을 열지 않는군요.”

“심증이 가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아직 수사 중이라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구건호는 배후가 궁금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혹시 걔들 입에서 이지노팩 회장아들 김동환의 이름이 나옵니까?”

“그건... 나오긴 했지만 김동환에게서 받은 3백만원은 빌린 것이라고 합니다. 서울 삼성동 퀸 룸싸롱에서 원룸 월세 보증금으로 빌렸다고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들 하십시오.”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방금 형사가 말한 삼성동 룸싸롱의 이름을 메모지에 적었다.

“이놈들을 어떻게 요리할까?”

깍두기들의 모습을 그리다가 한남동 요정에 있던 깍두기들이 생각났다.

“팀장이라고 하던 녀석 명함을 받았었는데...”

구건호가 명함을 찾아보았다.

“경비지도사 임태영이란 명함이 있었군.”

구건호가 임태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두 번밖에 울리지 않았는데 전화를 받았다.

“아, 형님. 접니다.”

임태영은 구건호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두었는지 대뜸 형님 소리가 나왔다.

“잘 지냈어요?”

“말씀 낮추십시오. 형님.”

“그래, 요즘 뭐하시나?”

“놀아요. 한남동 요정이 내부 인테리어중이라 요즘 쉬고 있어요.”

“임 팀장이 강남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했지? 혹시 삼성동에 있는 퀸 룸싸롱 알아?”

“퀸요? 현대백화점 뒤에 있는 룸싸롱 말입니까?”

“글쎄 거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데가 있나?”

“퀸 룸싸롱이면 물이 괜찮아요. 제법 돈 있는 애들이 와요. 돈 있는 해외 유학파 출신들이 자주 모이는 곳이에요. 형님 가보시게요?”

“누가 추천을 해서.”

“거기 있는 애들 제가 잘 알아요. 제 일진회 후배들도 몇 명 있어요.”

“그러면 말이야, 이거 한번 알아봐줘. 혹시 이지노팩 회장 아들 김동환이란 사람이 자주 오는지 말이야. 이 친구도 유학파니까 그 집에 자주 갈수 있어.”

“알겠습니다.”

“조용히 알아봐줘. 소문 내지 말고.”

“알겠습니다.”

얼마 후 임태영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 알아봤습니다. 후배가 지금 수배중이라 간신히 알아봤네요. 김동환이란 사람이 거기 좋아하는 여자 애가 있어서 자주 온답니다. 사흘에 한 번씩 오는데 한 이틀 안 왔으니 내일쯤 올 거라고 하는데요?‘

“그래? 수고했다.”

“심부름 시킬 것 그것 뿐 입니까?”

“너, 목구멍에 때 한번 벗겨줄까?”

“아이고, 요즘 궁한 판에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내요.”

“그럼 내일 저녁 8시에 퀸으로 와라.”

“제 동생들 몇 명 데리고 가도 되겠습니까?”

“좋아. 한남동 요정에 나와 있던 애들 다 데리고 와.”

“알겠습니다. 형님. 충성!”

구건호는 박종석 부장을 불렀다.

“야, 너 오늘 저녁에 나하고 서울에 같이 가자.”

“서울? 갑자기 서울은 왜?”

“좋은 것 구경시켜 줄게.”

“좋은 것? 뭔데?”

“가보면 알아.”

“뭔데? 말해봐. 나 바빠.”

“너 왼쪽 팔뚝 쑤셔댄 놈 배후 만나러가.”

“배후를 찾았어?”

“5시까지 일 끝내고 내 방으로 와라.”

구건호는 박종석을 태우고 서울 강남의 삼성동으로 갔다. 양재동에서 차가 많이 밀려 8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퀸 룸싸롱은 소음 때문인지 지하에 있었다. 미남형으로 생긴 젊은이들이 나와 구건호를 안내했다. 카운터에 있는 여자 종업원이 물었다.

“예약하셨나요?”

“글쎄, 예약을 했나 모르겠네. 지에이치라고 예약된 것 있나요?”

“지에이치요? 있어요. 벌써 손님들 와서 기다리는데요?”

검정 양복을 입은 남자 종업원이 안내를 하였다. 룸싸롱 내부는 인조대리석으로 치장을 하여 꼭 시애틀에 있는 쉐라톤 호텔 안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종업원이 안내한 룸 안에는 7명의 깍두기들이 먼저 와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구건호와 박종석이 들어서자 벌떡 일어났다.

“형님들 오셨습니까?”

깍두기들은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였다.

“잘들 있었어?‘

구건호는 한사람씩 악수를 했다.

“저희들 먼저 목 좀 축이고 있었습니다.”

“잘했다. 앉아라.”

임태영이 얼른 맥주를 컵에 따라 구건호와 박종석에게 주었다.

“임팀장! 이지노팩의 김동환이란 친구가 왔나 좀 알아봐 줘.”

“알겠습니다. 형님.”

임태영이 테이블 위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남자 종업원이 금방 달려왔다.

“야, 아까 내가 말한 사람 있지? 왔냐?”

“예, 형님이 말씀하신 사람 왔습니다. 지금 건너편 룸에 있습니다.”

“누구랑 같이 있냐?”

“남자 셋, 여자 셋입니다. 여자는 우리 종업원들입니다.”

“남자는 누구냐?”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 친구들인 것 같습니다.”

“노는 애들이냐?”

“그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알았다. 나가봐라.”

“알겠습니다. 형님.”

종업원이 임태영에게 인사를 깍듯이 하고 나갔다.

모두 구건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묻는 것 같았다. 구건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옆방에 있는 김동환이란 친구 손 좀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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