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61화 (16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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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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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들 숫자는 대략 7, 8명은 되는 것 같았다. 몇 명은 몽둥이도 들었다. 리더격인 듯한 건장한 사내가 구건호 앞으로 왔다.

“구건호 사장님이십니까?”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요?”

“당신이 요즘 까불고 다닌다며?”

“누, 누구신데 시비요?”

“양복 입은 놈이 구건호다. 까버려!”

뭉둥이가 날아들었다.

“욱!”

구건호가 한 대 맞고 비틀거렸다.

“야, 이 씹 새끼들아, 뭐하는 놈들이야? 너희들!”

박종석이 소리치며 구건호 앞을 막았다. 그리고 덤벼드는 상대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아욱!”

박종석의 주먹에 몽둥이를 든 깍두기 하나가 나가 떨어졌다. 다른 깍두기 하나가 박종석에게 달려들었다.

“퍽!”

박종석의 발이 더 빨랐다. 깍두기가 배를 맞고 뒤로 넘어졌다.

“씹 새끼들아! 안 꺼져? 나도 인천 바닥에선 놀던 놈이야. 어디서 촌놈의 새끼들이 몽둥이를 들고 설쳐!”

리더인 듯한 사내가 옆구리에서 생선 회칼을 뽑아들었다. 동시에 다른 몇 놈들도 생선 회칼을 뽑아들었다.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 있네! 발라버려!”

박종석도 늘 가지고 다니던 드라이버를 꺼내들었다.

“와-”

몽둥이와 회칼이 날아들었다.

네 명이 박종석과 붙었고 세 명이 몽둥이와 회칼을 들고 구건호에게 덤볐다. 구건호가 얼떨결에 스탠드형 재떨이를 들고 막았다. 재떨이 속에 있던 담배가루가 눈을 못 뜰 정도로 여기저기 쏟아졌다.

“아욱!”

구건호가 회칼을 든 사람을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몽둥이는 피하지 못했다. 머리를 맞고 피가 주르르 흘러 내렸다.

박종석이 달려와 구건호를 가격했던 깍두기의 아구창을 돌려버렸다.

“퍽!”

“윽!”

박종석의 주먹에 맞은 깍두기는 옥수수가 나갔는지 입안에 금방 피가 가득했다.

“형! 사람 많은 데로 튀어!”

“아윽!”

박종석이 혼자 네 명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회칼에 왼쪽 팔뚝을 베었다.

구건호와 박종석은 호텔 로비 쪽으로 뛰었다.

“와- 잡아라!”

구건호가 로비 안에 있던 화분을 던졌다. 화분에 있던 흙들이 튀었다.

로비에 있던 호텔 손님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호텔 종업원들이 뛰어 나왔다. 구건호는 피를 흘리면서 의자로 깍두기들을 막았고 박종석은 요리저리 피해 다니다가 상대가 빈틈을 보이면 반격을 하였다. 호텔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누가 신고를 했는지 경찰들이 몰려왔다.

밖에서 경찰 순찰차 사이렌이 소리가 들리고 제복 입은 경찰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깍두기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박종석에게 배를 맞고 쓰러졌던 깍두기 한명과 구건호와 박종석이 경찰에 잡혔다.

“신분증 주세요. 다친 데는 없어요?”

경찰의 말에 잡힌 깍두기가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피해자입니다.”

“야, 이 개새끼야, 네가 무슨 피해자냐?”

박종석이 소리를 질렀다.

“가만히 계세요. 신분증이나 주세요.”

경찰이 박종석을 제지했다.

경찰 순찰차를 타고 구건호와 박종석, 그리고 깍두기 한명이 병원으로 갔다. 병원 접수실에서 수속을 밟고 있는 동안에도 잡힌 깍두기는 계속 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런 표정을 보였다.

“괜찮으세요?”

경찰의 물음에도 깍두기는 말없이 고통스런 표정만 지었다. 박종석이 보기엔 쑈를 하는 것 같이 보였다. 박종석이 다치지 않은 오른손으로 깍두기의 목을 잡고 눌렀다.

“야, 이 개새끼야, 누구야? 누가 보내서 왔어?”

“캑, 케객!”

경찰들이 놀라서 박종석을 잡아떼었다. 경찰이 박종석을 향해 소리쳤다.

“사람을 저 지경으로 만들고 여기까지 와서 왜 또 그러는 거야? 당신 가해자 맞구먼!”

“무슨 소리요? 저놈들이 먼저 공격한 거란 말이요.”

“그건 조사해보면 알지. 당신 가만히 안 있으면 콩밥 더 먹는 수가 있어!”

구건호가 박종석을 말렸다.

“가만있어라. 일단 치료부터 먼저 받아야겠다. 너, 왼쪽 팔 부상이 심한 것 같다.”

다행히 구건호의 상처는 크지 않았다. 몽둥이로 맞은 이마가 찢어져 네 바늘을 꿰매야 한다고 하였다. 박종석은 왼쪽 팔뚝을 회칼에 찔려 16바늘을 꿰매야 한다고 하였다. 깍두기도 배가 아프다고 요란을 떨었으나 엑스레이를 비롯하여 각종 검사 끝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박종석의 구두 발에 얼굴이 찢겨 두 바늘을 꿰맨다고 하였다.

구건호는 병원 침대에 누워 상처를 꿰맸다. 꿰맬 때 마다 따끔거리고 아팠다.

의사의 치료를 받는 동안 구건호는 생각을 해보았다.

[누가 보낸 깍두기들일까? 내가 남한테 원한을 살 짓은 안했는데 누굴까? 공장 이전 시 사직한 종업원들? 아니야, 그들은 소시민들이야. 깍두기를 동원시킬 재력도 없어. 그러면.... 며칠 전에 찾아온 BM엔터테인먼트? 거기도 그러기엔 동기가 너무 약해. 부탁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라서 이런 짓을 할리는 없고 그러면... 누구? 혹시 이지노팩? 이지노팩 회장이 금수저 출신이지만 나이 살이나 먹은 큰 회사 회장이 설마 이런 짓을 하겠어? 그러면 누굴까? 거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구건호와 박종석은 입원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의사가 말했다.

“세수할 때 물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시고요, 약 잘 드시면 됩니다. 이틀에 한 번씩 병원에 오셔서 소독해야합니다. 치료 상태도 봐야하고요. 실밥 풀 때까지는 통근치료 해야 합니다.”

구건호가 침대에 앉아 링겔 주사를 맞는데 경찰이 서류를 들고 왔다.

“조사를 받으셔야 되는데 여기서 받겠습니까? 아니면 경찰서 들어가서 받겠습니까?”

“여기서 하지요.”

구건호가 경찰이 꺼낸 서류를 보니 가해자 진술서였다.

“저희가 피해자입니다.”

“저쪽에서는 자기들이 피해자라고 하는데요?”

“그 사람들은 회칼을 들고 이유도 없이 덤볐습니다.”

“박종석이란 사람이 먼저 드라이버를 들고 죽인다고 설쳤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식당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칼을 들었다고 하네요. 맞습니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구건호 선생! 선생은 점잖으신 분 같은데 그러시면 안 됩니다. 사건을 솔직히 말씀하셔야 합니다.”

“저 사람들은 집단 폭행을 했습니다. 그것도 몽둥이나 회칼을 들고요.”

“몽둥이는 싸우다 보니 옆에 있는 것을 들었고, 회칼은 주방에 근무하는 친구 한 사람만 들었다고 하네요.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박종석이라는 사람은 평소에도 늘 드라이버를 가지고 다니나요?”

“공장 기술자이니까 자기도 모르게 가지고 다닐 때가 있겠지요.”

“근무가 끝났어도 가지고 다닌다? 어쨌든 좋습니다.”

경찰은 입가에 비웃음을 날렸다. 구건호는 기가 막혔지만 지금 상황에선 경찰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나 피해자는 나중에 판단하고 우선 진술만 받겠습니다. 있는 그대로만 진술해 주시면 됩니다.”

구건호의 진술이 모두 끝나자 경찰이 물었다.

“상대방 처벌을 원하십니까?”

“원하지요.”

“상대방은 이쪽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구건호씨가 저쪽 처벌을 원하시면 상해 진단서를 발급받아 고소하시면 됩니다. 고발하시면 저쪽도 맞고소를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구건호는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며칠 후 시애틀에 합자사 본계약을 체결하러 가야하는데 일만 시끄러워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에효, 크게 다치지 않았다니 억울하지만 처벌 원하지 않는 쪽으로 하지요.”

“잘 하셨습니다. 저쪽도 억울하지만 검사결과 장 파열은 아니라니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우발적인 사건들인 것 같으니 좋은 게 좋다고 잘들 하셨습니다.”

박종석이 들어와 분해서 식식 거렸다.

“형, 끝까지 가요. 배후가 누군지 밝혀내고 박살을 내야 합니다.”

“그만해라. 내가 미국 출장도 가야하니 억울하지만 이쯤에서 끝내자.”

“아이고오오오, 내가 미쳐!”

박종석이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쳤다.

경찰이 인주를 가지고 왔다.

“여기에 지장을 찍어주십시오.“

구건호와 박종석이 굳은 표정으로 지장을 찍었다.

경찰이 서류들을 정리한 후 대봉투에 담고 일어섰다. 경찰이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하고 병실을 떠났다.

“사람이 살다보면 가끔 개똥도 밟는 수가 있습니다. 그럼, 치료 잘들 하세요.”

강남 삼성동의 한 룸싸롱에서 이지노팩 회장 김승각의 아들 김동환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

“형님, 성공했답니다. 구건호의 이마가 찢겼답니다.”

“이쪽도 같이 들어갔었다며?”

“먼저 맞았다고 진술한 모양입니다. 달려간 놈이 연극엔 천재입니다. 오히려 맞았다고 하고 합의금이나 위자료를 뜯어내는 놈입니다.”

“다 나왔나?”

“다 나왔답니다. 구건호가 처벌을 포기한 모양입니다.”

“이마만 건드릴 것이 아니라 다리몽둥이를 부러트릴걸 그랬다.”

“한 번 더 손을 볼까 합니다.”

“어떻게?”

“으슥한 골목길이나 주차장 같은 곳에서 뒤통수를 봐버리는 겁니다.”

“CCTV에 찍히잖아?”

“없는데서 해야지요. 맡겨만 주세요. 형님은 보너스만 주시면 돼요.”

구건호는 왼쪽 이마 위에 반찬고를 붙이고 출근했다. 임원들이 물었다.

“이마 위에 웬 상처입니까?”

“이거요? 넘어져서 그랬습니다.”

“과음하셨던 것 같습니다.”

“과음은 아니고 뭘 좀 생각하다가 허허.”

박종석은 더 심하게 다쳤지만 긴팔 옷을 입으니 아무도 다친지를 몰랐다. 다만 일을 할 때는 얼굴을 찌푸리며 괴로워했다.

구건호는 영업상무를 불렀다.

“S기업 부사장님은 회사를 그만 두신 후 뭘 하고 계신답니까?”

“소문에 듣자니 그냥 집에 계신 모양입니다. 신제품 개발에 열정을 많이 보인 분인데 말입니다.”

“후배가 사장으로 오니 그렇게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지요?‘

“정년까지는 2. 3년까지는 남았던 것 같은데 자존심이 뭔지 사표를 썼네요. 그 양반이 해외파라 국내파에 밀린 모양입니다.”

“해외파라니요?”

“S그룹이 해외에 설립한 회사의 사장을 많이 했습니다. 국내엔 지지기반이 없었지요. 그래서 밀렸다고 합니다.”

“암투가 심했던 모양이네요.”

“암투 없는 조직이 어디 있겠습니까? 크고 작던 다 있지요.”

“상무님이 그 분을 한번 찾아보세요. 집에 계실 때 찾아가면 더 반가워 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찾아뵈려고 하는데 통 시간이 안 나서 못 갔습니다. 전화 통화는 한번 했습니다. 사모님과 유럽 여행을 한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나니까 여행도 다니고 그런 모양입니다.”

라이먼델 디욘사와 본계약을 체결하는 날이 다가왔다.

구건호는 시애틀에 가기 위해 인천 공항에서 김영진 변호사를 만났다.

“야, 너 청바지 입고 나오니 더 젊어 보인다. 대학원 학생이라고 해도 곧이듣겠다.”

“양복 가방 속에 들었어. 어? 그런데 너 이마가 왜 그러냐? 다쳤냐?”

“맞았어.”

“맞아? 누구한테.”

“시애틀에 도착하면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 하자. 이야기하자면 좀 길어.“

“여자한테 맞았다면 영광의 상처 아니야?”

“그러면 좋게? 깍두기한테 맞았다.”

“깍두기?”

구건호는 시애틀 타코마 공항에서 경전철로 다운타운에 들어가는 동안 계속 졸았다. 너무 피곤한 모양이었다.

다운타운의 쉐라톤 호텔에 들어와서도 졸리기만 하였다. 열도 나고 머리도 아팠다.

“김변호사! 너 혼자 저녁 먹어라. 나는 룸에서 좀 쉬어야겠다.”

“그래,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 깍두기한테 맞은 이야기는 다음에 듣자.”

구건호는 호텔 룸에 들어와 이불을 두 개나 덥고 누었다. 한기가 있는 듯하였다. 김영진 변호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약을 사가지고 왔다.

“몸살 약이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테니 이따가 먹어라. 장시간 여행하고 시차 때문에 그런 모양이다.”

“그래, 고마워.”

구건호는 김변호사가 준 약을 먹고 이내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었다. 구건호는 샤워를 하고나니 몸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호텔 전화벨이 울렸다. 김변호사였다.

“몸 괜찮아?”

“응, 조금 나아졌어. 네가 준 약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야.”

“다행이다. 아침 식사 할 수 있지?”

“할 수 있어. 내려갈게.”

구건호는 호텔 식당으로 가서 죽을 먹었다. 김변호사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난, 네가 너무 아파 본 계약 체결도 못하고 돌아가는 줄 알았다.”

“아프더라도 계약은 체결하고 가야지.”

“너하고 나는 아파도 아플 수가 없고, 죽고 싶어도 못 죽는 사람인 것 같다.”

구건호와 김영진 변호사가 라이먼델 디욘사를 방문했다. 담당자인 안젤리나 레인과 부사장 브렌든 버크씨가 반갑게 구건호 일행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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