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60화 (160/501)

# 160

지에이치 개발 신규 채용 (3)

(160)

면접시간이 되었다.

먼저 경리직 지원자부터 보았다.

구건호는 세 사람을 한꺼번에 들어오게 하였다. 세 사람이 잔뜩 긴장을 한 채 구건호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서류를 보니 모두 우수하신 분들이라 누굴 모셔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구건호는 딱딱하게 하지 않았다. 응시자들에게 편안함을 주도록 했다. 학력관계나 자격증 관련 등은 묻지 않았다. 지원서류에 이미 다 나와 있기 때문이었다.

“전 직장에서 몇 년 근무하셨습니까?‘

“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구건호는 전 직장에서 하는 일들을 물었다. 경리직은 경력사원 위주로 모집공고를 냈기 때문에 지원자들은 나이들이 좀 있어 보였다.

면접이 끝나고 경리직 응시자들에게 강부장이 교통비가 든 봉투를 주었다.

1차 면접 때는 3만원을 주었고 이번 면접에서는 5만원이 든 봉투를 주었다. 검정색 투피스를 입은 경리직 응시자가 말했다.

“사장님이 아주 젊으신 분이네요. 성격도 소탈하신 것 같이 보였어요.”

강부장은 이 말에 미소로만 답해 주었다.

다음엔 비서직 세 명이 들어왔다. 경리직 응시자들보다는 젊고 눈부신 미모의 소유자들이었다. 구건호가 웃으며 말했다.

“세 분 모두 토익이 950점이 넘네요. 두 분은 대원외고 출신에다가 유학 경력자이시네요. 한 분은 고등학교를 아예 외국서 다니셨군요. 3분 다 우수하신 분들이라 어느 분을 뽑아야할지 고민 되네요.”

이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구건호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우리 회사는 우레탄 합성고무를 이용한 압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를 한분씩 영어로 말씀해 보세요.“

제각각 은방울 굴러가는 목소리의 영어로 답했다.

구건호는 세 사람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누구의 표정이 밝은가를 보았다.

“좋은 인연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구건호가 웃으며 말하자 응시자 세 명은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를 하고 나갔다. 강성일 부장이 이들에게도 5만원이 든 봉투를 하나씩 주었다.

구건호가 강성일 부장을 불렀다.

“합격자 통보를 해 주세요.”

“누구를 뽑으셨습니까?”

“경리는 전자회사에서 6년간 일했고 세무사 자격증이 있는 두 번째 응시자를 채용하도록 하세요.”

“잘 보셨습니다. 저도 그 사람이 될 것 같았습니다.”

“비서는 대원외고를 나오고 미국 유학 경력이 있는 첫 번째 응시자를 뽑았습니다. 집이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에 사니까 가까워서 잘 다닐 겁니다. 목소리도 상냥한 것 같으니까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늘이 수요일 인가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고 하세요. 경리는 과장으로 발령을 내세요. 경리 6년차이고 세무사 자격증도 있고 무엇보다도 전 직장에서도 과장이었더군요.”

“알겠습니다.”

“혹시 정지영씨가 불만은 없겠어요? 과장으로 하는데.”

“불만은 없을 겁니다. 새로 오는 사람이 4살이나 나이가 많으니까요. 또 세무사 자격증도 있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대로 시행하지요.”

구건호는 강부장과 정지영씨 그리고 정수남 반장을 불러 같이 점심 식사를 하였다.

“정반장님은 자녀가 둘입니까?”

“네, 딸만 둘입니다. 큰애가 중3이고 작은애가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3살차이 인가요? 3살 차이면 잘 안 싸우죠?”

“웬걸요. 날마다 싸웁니다.”

“아이들 엄마는 직장 다니나요?”

“전에 다녔는데 작은 애가 작년에 다치는 바람에 그만두었습니다.”

“저런, 어딜 다쳤는데요?”

“높은데서 놀다가 떨어져 다리를 다쳤습니다. 몇 개월 고생했는데 지금은 다 나았습니다. 아이들 엄마는 보험을 하다가 적성에 안 맞는다고 그만두고 지금은 동네에서 통장 일을 봅니다.”

“통장요?”

구건호의 반문에 강부장이 대신 대답했다.

“요즘은 통장도 여성이 많이 봅니다. 경쟁률도 셉니다.”

“그래요? 나는 통장은 나이 많은 남자 어르신들이 하는 줄 알았는데요.”

“옛날엔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참, 박종석 부장은 잘 있는가요?”

“잘 있지요. 최근에 여자 친구가 생겨 정신없습니다.”

“뭐하는 여자래요?”

정지영씨가 궁금한 듯이 물었다.

“천안에 있는 전자회사 연구소에 근무하는 여성입니다. 폴리텍 대학 직장인반에서 만났답니다.”

이번엔 정반장이 말했다.

“박부장이 참 서글서글하고 남자답습니다. 나도 특전사에 있을 때 팔씨름을 해서 져본 사실이 없는데 박부장에게 졌습니다. 팔뚝이 그렇게 통뼈인 사람은 처음 보았습니다. 기술도 좋고요.”

“그래서 기술부장 아닙니까?”

“그런가요? 하하하.”

구건호는 점심을 먹고 사장실에서 정지영씨가 타다 준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마신 후 비몽사몽간에 졸고 있는데 사장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저, 사장님. 손님이 오셨는데요.”

“손님?”

“BM엔터테인먼트라고 하는데요.”

“아 참, 그렇지. 그 사람이 온다고 했었지. 들어오라고 하세요.”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BM엔터테인먼트의 기획이사라는 사람이 들어왔다. 혼자 오지 않고 머리에 노랑 물을 들인 20대 후반의 남자와 함께 왔다. 남자는 키가 컸으며 왼쪽 귀에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상해에서 뵙고 오래간만입니다.

“앉으십시오. 그래 무슨 일로 저를 찾았습니까?”

“참, 이 사람은 유명한 그룹 맴버 폭탄의 리더격인 성훈입니다.”

기획이사가 노랑머리를 소개했다.“

“아, 그러십니까?”

노랑머리가 도도하게 앉아서 고개만 까닥했다.“

구건호가 성훈이란 남자를 보니 옅은 화장까지 한 것 같았다. 얼굴이 여자처럼 예쁜 얼굴이었다. 구건호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남자 새끼가 웬 화장은.]

구건호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기획이사가 말했다.

“사장님은 전에 명함을 보니까 제조회사를 하시는 사장님 같았는데 제가 잘못 보았나요?”

“맞습니다. 일주일의 절반은 공장이 있는 천안 직산에 내려가 있고 절반은 이곳 빌딩에 있습니다.”

“들어올 때 보니까 지에이치 개발이던데 여기 빌딩 관리 회사인가요?”

“그런 셈입니다. 이제 나에 대한 파악은 그만하시고 오신 용건이나 말씀하시지요.”

“지난 가을 상해에서의 공연은 결국 못했습니다. 우리가 기획했던 행사였는데 아쉽게 되었지요.”

“그렇게 되었군요.”

“이번 봄에 다시 한 번 기획하여 상해 공연을 하려고 합니다. 거기 문화 예술을 담당하는 리 국장님과 구사장님이 잘 아는 사이이니 힘을 좀 써주십시오 하는 부탁을 드리러 왔습니다.”

“그 나라는 그 나라의 규정이 있고 사정이 있을 텐데 내가 무슨 힘으로 그들을 움직이겠습니까? 나는 못하니 돌아가십시오.”

“중국은 꽌시(關係)의 나라이고 힘을 쓰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사례는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국익을 위해서도 좋은 일 아닙니까?”

“리국장은 사례한다고 안 들어줄 걸 들어주는 사람은 아닙니다. 돌아가십시오.”

“사장님 그러지 마시고 힘을 좀 써 주십시오.”

“거, 안된다는데 자꾸 그러십니까?”

구건호가 짜증스럽게 말하자 기획이사는 할 수없이 일어났다.

“혹시라도 기회가 되면 말씀 부탁합니다. 외화 획득으로 나라에 좋은 일 하는 것입니다.”

기획이사와 귀걸이 남자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일어났다.

구건호가 직산 공장으로 오자 사카다 이쿠조씨가 통역과 함께 사장실을 들어왔다.

“이제 돌아갈 날이 되었습니다. 실은 어제 돌아간다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안 계셔서 말씀 못 드렸습니다.”

“날자가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이제 제품을 빼거나 간단한 기계 수리는 박종석 부장이 다 할 줄 압니다.”

“그래도 이쿠조 선생님이 계셔서 든든했는데 아쉽군요. 신제품 성공 보수는 내일 상임감사에게 지시해서 챙겨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행기표 예약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공장장이하 정들었던 여러 사람들과 회식 한번 하셔야지요.”

“감사합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라이먼델 디욘사의 부사장 브랜든 버크씨의 편지가 왔다.

구건호는 지에이치 개발에서 새로 채용한 비서에게 번역을 부탁했다. 비서는 즉각 카톡으로 결과를 보고했다.

[우리 회사의 해외 투자 심의 위원회에서는 한국의 (주)지에이치 모빌과 합작 투자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달 26일 계약 체결식을 가질 예정이니 대표자와 실무자는 시애틀에 있는 당사로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빨리도 번역을 했네. 영어할 줄 아는 비서를 채용하니 이거 하나는 편하게 되었네.”

구건호는 김앤장 로펌의 김영진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왔어, 왔어.”

“왔다니 뭐가?”

“라이먼델 디욘사에서 계약 체결을 한다고 미국으로 오래.”

“그으래? 축하한다.”

구건호는 임시 임원회의를 소집하였다.

“미국 디욘사에서 계약하자는 서신이 왔습니다.”

“드디어 왔군요.”

모두 좋아하면서 손뼉을 쳤다.

구건호는 영문 서신을 임원들 앞에 보여주었다. 윤이사가 서신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윤이사님은 이제 바로 토목공사에 들어가시지요. 건물을 지을 건설사도 선정하시고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상임감사가 막았다.

“확실한 계약 전까지는 공사를 하지 마십시오. 토목공사 비용은 합자사가 성립되면 합자사 지출로 해야 됩니다. 지금 공사를 하게 되면 명분 없이 지에이치 모빌이 부담해야 됩니다.”

“흠, 그도 그렇겠군요.”“단지 윤이사님은 공사 견적을 내보도록 하시고요, 저는 은행에 가서 아산공장 건물 신축시 융자가 가능한가를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거래하는 주거래 은행인 서울 강남 은행과 협의해 볼까요?”

“서을 강남은행은 우리 회사에 대하여 여신 규모가 큽니다. 이곳 아산지역 은행과 한번 융자가 가능한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또, 제 생각인데 직산 공장의 부동산 감정평가를 다시 한 번 받았으면 합니다.”

“감정평가는 전에도 받은 것이 있지 않습니까.”

“새로 건물을 지은 후로는 없습니다. 따라서 건물 감정평가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그래서 새로 나온 감정평가서를 기준으로 새로 추가 융자를 일으킨다는 말씀이군요.”

“네, 바로 그것입니다.”

구건호는 중국에 있는 김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디욘사하고는 합작하기로 했어.”

“그래? 결정을 보았나?”

“이달 26일 계약 체결식을 하자고 하네.”

“빨리 제품이 쏟아져 나와 이곳 창고에 쌓아두고 싶다. 그리고 중국 전역에 팔고 싶다.”

“하하, 곧 그렇게 될 거야.”

“부모님은 중국에 다녀가셨나?”

“응, 지난주에 다녀가셨어.”

“신부 측 부모님과 상견례도 했나?‘

“그럼, 여기서 했지. 호텔에서 했어. 한국 같으면 어디 호텔 같은데서 상견례 하겠냐? 그냥 조금 큰 음식점에 가는 정도지.”

“부모님 좋아하셔?”

“양가집 모두 좋아했어. 더구나 신부될 사람이 미국 유학 같다온 사람이고 신부 부모님은 예술가들 아니야? 우리 아버지는 버스 운전했는데 말이야. 한국 같으면 가능하겠어?”

“그래, 체면 따지는 한국 같으면 어려울 수도 있겠지. 아무튼 축하한다. 양가 부모님 모두 만족하신다니.”

“그래, 고맙다.”

토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서울에 올라가지 않고 온양 관광호텔에서 사우나를 즐겼다.

구건호는 사우나를 하고나니 맥주가 땡겼다.

“혼자 마시기는 그렇고 박종석을 불러낼까? 토요일이라도 오전에는 공장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야.”

구건호는 박종석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종석이냐? 나다. 너 서울에 언제 가냐?”

“나, 내일 가. 여기 4번 라인 압출기들이 고장이 나서 손 봐야 돼.”

“끝나면 온양 관광호텔로 와라. 맥주나 한잔 하자.“

오후 5시가 되어 박종석이 온양 관광호텔로 왔다. 제복을 입고 온 것을 보니 일 끝내고 바로 달려온 것 같았다.

“기계는 다 고쳤어?.”

“고쳤어.”

“인천은 안가?”

“토요일은 차가 많이 밀려. 차라리 일요일인 내일 아침에 출발하는 게 좋아.”

“그런 이유도 있었구나.”

“나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은데 잠깐 나가서 피우고 올게.”

“나도 나가자. 나도 한 대 때리자.”:

구건호와 박종석은 온양 관광호텔 건물 밖으로 나왔다. 담배를 꺼내 피우려는 순간 낯모르는 깍두기들이 구건호와 박종석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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