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57화 (15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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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지에이치 빌딩 (3)

(157)

신사동에 있는 빌딩 인테리어 공사가 다 되었다. 공사 완료 보고를 받고 구건호는 서울로 올라갔다.

19층에 있는 사무실은 훌륭하게 꾸며져 있었다.

“사무실은 사장님 지시한대로 모두 70평입니다. 이중 30평은 사무실, 10평은 회의실, 나머지 30평은 사장님실입니다.”

바닥에 카페트가 깔려있고 커텐까지 쳐져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좋은 책상과 책장을 들여 놓았고 쇼파와 회의용 테이블도 들여 놓았다.

“사장님 지시한대로 집기를 들여 놓았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구건호는 자기의 책상에 잠시 앉았다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전망이 좋네요.”

“그렇습니다. 공사하러 온 사람들도 모두 감탄했습니다.”

“강부장님은 그동안 혼나느라고 입술이 다 부르트셨군요.”

“체중이 5키나 빠졌습니다. 다이어트는 돈 안들이고 했습니다.”

“여기 빌딩에서 일하는 분들은 10명인가요?”

“그렇습니다.

"현장의 이 분들을 누가 관리합니까?

“그동안 박종석 부장이 관리했습니다. 박종석 부장이 꽉 잡고 있었는데 가버렸으니 아쉽습니다. 그런 사람이 오면 참 좋겠는데. 말입니다.”

“박종석 부장은 여기 안 옵니다. 직산 공장도 박부장 없으면 기계 수리할 사람이 마땅치 않습니다.”

“드라이버 하나만 들고 다니면서 못 고치는 것이 없었습니다.”

“현장직원 이력서 철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강부장이 이력서 철을 가지고 왔다.

기계식 주차장을 관리하는 사람을 불러보세요. 자격증이 많네요.“

“알겠습니다.”

다부지게 생긴 50세 전후의 남자가 올라왔다.

“성함이 정수남씨요?”

“그렇습니다.”

“빌딩관리사 자격증이 있군요. 경비지도사 자격증도 있고 전기안전관리자,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도 있군요. 전에도 빌딩관리 일을 했습니까? 여기 오기 전에 무슨 일을 했습니까?”

“10층짜리 작은 빌딩을 관리했습니다.”

“여기 온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2년 정도 됏습니다.”

“강부장님. 이 분을 내일부터 현장 반장으로 발령을 내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복이 후줄근한데 모두 지에이치 모빌의 제복으로 입히도록 하세요. 회사로고만 지에이치 모빌에서 지에이치 개발로 바꾸면 될 겁니다. 제복을 주문하는 곳은 지에이치 모빌의 총무 과장한테 물어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지영씨는 앞으로 빌딩관리 업무가 복잡해지니 전산프로그램을 깔도록 하세요. 고시텔 몇 개 가지고 있는 회사와는 다르니까요.”

“저, 사장님. 저는 전산회계 프로그램은 다루어보지 않았는데요.”

정지영씨가 구건호 앞에서 흑흑 울기 시작했다. 구건호는 난감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어차피 사원들은 더 뽑아야 하니까요.”

강부장이 얼른 메모 준비를 했다.

정지영씨는 4대 보험을 관리하는 총무로 발령을 내세요. 4대 보험뿐만이 아니고 빌딩 입주자 관리업무도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전산 회계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경리사원 1명, 영어를 할 줄 아는 비서 1명 모집광고를 내세요. 워크넷에 내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강부장님 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입주자들한테 공문을 한 장씩 보내세요. 대표자가 변경되었고 빌딩 이름이 리버스타 빌딩에서 지에이치 빌딩으로 바꾼다고 하세요. 어차피 우리가 입주자들한테 발행하는 세금계산서는 주식회사 지에이치 개발이 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사람들을 보내놓고 사장실 문을 닫았다. 19층 사장실은 너무 조용했다. 창밖의 강남 일대가 개미들처럼 보였다. 구건호는 강남 빌딩의 새 주인이 되었다.

구건호는 팔짱을 끼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앞으로 이곳이 지에이치 홀딩스의 본거지가 된다!”

구건호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렸다. 강부장이었다.

“현장직원 전원을 올라오게 했습니다. 사장님 오신 김에 인사를 드리려고요.”

반장을 시켜준 정수남씨가 군기를 잡으려고 벌써부터 현장 직원들 줄을 세워놓고 차렷, 열중쉬어를 외쳤다.

“사장님께 경레!”

현장 직원들은 청소나 경비원들이라 나이가 많은 아저씨, 아줌마들이었다.

구건호는 잘 부탁한다며 악수를 하고 이들을 돌려보냈다.

구건호는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있는 영풍문고에서 경영, 경제 서적 몇권을 사왔다. 사장실의 푹신한 쇼파에서 책을 보았다. 신선 놀음이 따로 없었다. 구건호는 몇 일간 직산 공장엘 내려가지 않았다.

윤이사의 전화 보고가 들어왔다.

“미국에서 설계사가 내일 온답니다.”

“그래요? 공항에 누가 마중 나가야지요?”

“제가 나가겠습니다.”

“윤이사님은 영어 잘 하시니까 그렇게 하시지요. 여기 일도 대충 끝냈으니 나도 내일은 직산 공장으로 출근하겠습니다.”

구건호가 직산 공장으로 출근하자 임원들이 그동안 와서 밀렸던 일들을 보고했다.

“작은 일들은 상임감사님 전결로 끝내세요.”

구건호는 많은 부분을 임원들에게 위임했다. 임원회의중 총무부장을 따로 불러 총무부장에게 전결권한 규정을 만들게 했다,

구건호가 강남 신사동 빌딩을 인수한후 직원들의 태도는 더 달라진 것 같았다. 임원들도 필요 이상으로 구건호에게 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구건호에게 서서히 카리스마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임원들의 보고가 끝나자 구건호는 구매부장을 불렀다.

“성일 폴리머사장은 딴 이야기 없지요?”

“거래를 끊었다고 아우성입니다. 사장님 휴대폰 전화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물론 거절했지만 어제는 사장님 만난다고 회사까지 찾아왔습니다.”

“그 회사가 이지노팩과의 거래관계가 증가하는가 알아보세요.”

“거기 여직원한테 은밀히 알아보았습니다. 이지노팩과는 거래가 확실히 늘었다고 합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성일 폴리머 사장이 또 찾아오면 어떻게 하지요?”

“이지노팩에게 세금계산서 발행한 월별 합계액을 보여 달라고 하세요. 아니, 성일 폴리머의 전산 회계프로그램에서 이지노팩 거래처 원장 뽑아달라고 하세요. 그래야 우리 사장이 거래를 재개 할 것이라고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님 말씀은 성일 폴리머가 소송 건 것이 곧 재판이 열릴 것 같다고 하던데요.”

“그건 그때 가서 대응 하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상임감사를 불렀다.

“성일 폴리머 재판이 곧 열릴 것 같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응을 어떻게 할 예정입니까?”

“회사 측 현황과 분할 상환을 줄기차게 주장할 생각입니다. 법원도 우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적이 있으니까 분할 상환 쪽에 손을 들어줄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판사도 사람 아닙니까? 합리적 판단을 하겠지요.”

윤이사가 공항에서 전화를 했다.

“4시 비행기로 도착했는데 지금 아산으로 가면 6시가 넘을 것 같습니다.”

“오느라고 피곤했을 테니까 오늘은 아산 관광호텔로 바로 가서 쉬도록 하세요. 그리고 내일 아침 우리 직산 사무실에 들렀다가 아산 현장으로 가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윤이사는 아침에 미국인 한사람과 한국인 한사람을 데리고 왔다. 두 사람 모두 미국 설계사들이었다.

구건호는 덕담만 했다.

“오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현장은 윤이사님이 안내해 줄겁니다.

“어제 윤이사님에게 한국음식 대접을 잘 받았습니다. 온천욕도 했습니다.”

“라이먼델 디욘사는 직접 가보셨지요?”

“생산라인도 다 보았습니다. 압출기 냉각라인이 생각보다 길어 생산동 건물을 길게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외관도 디욘사하고 비슷하게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윤이사님, 이 사람들이 만든 도면은 영문으로 표기할 텐데 우리나라 시청 공무원이 알아 볼가요?”

“하하, 그래서 외국 건축사가 설계한 도면이나 감리 보고서는 한국 설계사와 공동으로 서명 날인해 들어갑니다. 건축 허가 서류를 말입니다.”

“법에 그렇게 나와 있습니까?”

“그럼요. 건축사법 시행령이나 시행 규칙에 보면 다 나와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 것은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아산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윤이사는 미국에서 온 설계사들에게 현장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사진도 찍고 측량서도 확인하였다. 이들은 당일 조사를 마친 후에 서울로 올라갔다.

청담동 이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가까운데 이사 왔으니 점심이나 같이 할까? 냉면 잘하는 집이 있네.”

“저, 지금 서울에 있지 않고 직산에 있습니다.”

“아, 그래? 난 또 서울에 있는 줄 알았네.”

“빌딩 판 박회장님은 불만 없지요?”

“그 사람 아주 무서운 사람이네.”

“예? 왜요?”

“빌딩 팔고나서 융자금과 임대보증금 빼고 남은 건 90억이라고 자녀들에게 말한 모양이야.”

“저도 그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실 자식 두 딸에게 20억씩 나누어 주었다고 하네.”

“40억이 나갔겠네요.”

“후처 자식 아들 두 명에게도 20억씩 주었다네.”

“그럼 90억중 나머지 10억은 후처에게 주었나요?”

“그렇지. 지금 살고 있는 시가 20억짜리 아파트와 나머지 현금 10억은 후처에게 주었다고 하는군.”

“정작 본인은 하나도 없네요. 아직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내말 더 들어봐. 그 친구가 은행 융자금은 일부 갚았는데 이 사실을 아무도 몰랐던 거지. 국민은행 부채가 50억이나 갚은걸 모르고 계산해 주어 그 영감이 50억은 그대로 갖게 되었지. 거기다가 임대보증금도 일부는 월세를 높이고 보증금 줄인 것을 그대로 기표하고 그 차액을 챙겼지. 모두 70억을 챙겨 자기의 호주머니에 넣었네. 그건 처자식도 모르고 귀신도 모르네.”

“그래요?”

“그리고 자식들에게 뭐라고 했는지 아는가?”

“뭐라고 했는데요?”

“나는 너희들에게 내 재산을 다 주었으니 매월 용돈이나 달라고 했다네. 음흉한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이번 게임은 우리가 졌네.”

“아닙니다. 조금 비싸게 주었더라도 이런 빌딩 어디서 구합니까? 19층 제 방에서는 강남 신사동 일대가 다 보입니다. 저는 만족합니다.”

“지족자(知足者)가 부자네.”

“네?”

“만족할 줄 알면 부자라는 소리네. 역시 자네는 부자네.”

“하하, 감사합니다.”

수원 지방법원에서 재판기일 통보서가 왔다. 상임감사가 통지서를 들고 왔다.

“변론기일이 정해졌네요. 다음 주 목요일 11시까지 수원 지방법원 205호 법정으로 나오랍니다.”

“대리인도 됩니까?”

“대리인도 되겠지만 대표이사가 직접 가시는 게 성의 있어 보입니다.”

“흠.”

“변론기일 안에 답변서를 보내겠습니다. 판사가 참고 하니까요.”

“답변서는 뭐라고 할 겁니까?

“물파산업이 경영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일과, 새로운 경영자가 인수 후 임금채권과 악성 채무를 갚은 일, 그리고 분할상환을 약정하고 성실히 상환하고 있는 중이라고 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원고의 청구을 기각하게 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재판결과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글쎄요. 그거야 판사 마음대로 아닙니까?”

“판결이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합니까?”

“고등법원에 항고해야지요.”

구건호는 생각해 보았다.

“이 사건이 고등법원까지 간다면 그 안에 성일 폴리머가 우리한테 강제 집행은 못하겠군.”

구건호는 돈이 많은 사람이다. 3억을 자기 개인 돈에서 인출해 성일 폴리머로 보내줄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법에 대해서 배울 겸 끝까지 가보자.”

재판 당일 구건호는 직접 수원지방법원엘 갔다. 수원지방법원은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에 있었다.

205호 법정의 문 앞에 시간별로 사건번호와 원고 및 피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구건호가 시간이 되어 법정에 들어가 좌정하였다. 판사가 불렀다.

“원고, 주식회사 성일 폴리머 대표이사 김상기.“

판사가 두 번이나 불렀지만 원고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엔 피고를 불렀다.

“피고, 주식회사 지에이치모빌 대표이사 구건호.”

“네!.”

법원직원이 피고로 나온 사람이 구건호가 맞는 가 주민등록증 조사를 하였다.

판사가 말했다.

“원고 불참으로 이 사건은 다음으로 연기합니다.”

재판은 참 싱겁게 끝났다.

“그런데 성일 폴리머 사장이 왜 안 나왔을까? 재판 날짜를 잊어버렸나?”

구건호는 광교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어디로 갈까 망설였다.

“서울 신사동 지에이치 빌딩으로 갈까? 아니면 천안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 공장으로 갈까?”

구건호는 한참 생각하다가 천안 직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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