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
강남 지에이치 빌딩 (2)
(155)
도우미들이 가고나자 이회장이 빌딩 이야기를 꺼냈다.
“박회장, 기왕에 팔려고 내 놓은 것 작자 만났을 때 팔게. 2,000억에 하지.”
“그럼 내가 손에 쥐는 것이 없어. 아이들에게도 조금씩 줘야지. 지금도 그 빌딩 손실 나는 건 아니냐. 그렇다고 큰 이익이 나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야.”
“그럼 갖고 있지 그래.”
“애비가 큰 빌딩을 갖고 있으니까 아이들이 돈만 달라고 해. 자립심들이 없어. ”
“둘째 딸도 그런가? 걔는 잘 살잖아. 남편이 병원장이라며?”
“마찬가지야. 있어도 돈 싫어하는 놈 봤나?”
“얼마를 받고 싶은가?”
“2,100억.”
“구사장은?”
“저는 2,000억입니다.
그럼 이렇게 하세. 그 중간인 2,050억에 하지. 그걸로 하자! 토들 달지 마라. 김변호사! 계약서 꺼내요.“
“알겠습니다.”
“아니, 아니, 그, 그건.... 에이! 그래 좋다. 그렇게 하자!”
“잘 했어. 이 사람아. 팔고 괴산 박판수한테 놀러나 가자.”
구건호는 이렇게 해서 강남 신사동 빌딩을 2050억원에 매입했다.
박회장은 빌딩이 팔렸다는 것을 자녀들은 물론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야 될 필요가 있었는가 매매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 경제지뿐만 아니라 일간신문에도 빌딩 매각 사실이 보도 되었다.
[강남의 신사동에 있는 리버스타 빌딩이 2,050억원에 팔렸다, 이 빌딩은 가로수길 초입에 있어 그동안 랜드마킹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대형 커피숍이 있어 만남의 장소로도 유명했다.
빌딩 인수자는 강남의 큰 손으로 알려진 구건호(35세)씨로 알려졌다. 구건호씨는 고시텔 임대업, 자동차 부품 제조업 등으로 성공한 자산가로 알려졌다.]
이 기사가 나가자 구건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구건호가 돈이 많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나 많았나?”
사람들은 구건호가 2,050억원이 있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기사를 본 동창들은 축하한다는 전화를 걸지 못했다. 너무도 커버린 구건호에게 이제 감히 전화조차 걸지를 못했다.
이지노팩 회장도 이 기사를 보았다.
“젊은 놈이 제법이군. 혹시 이놈을 뒤에서 봐주는 놈이 있는 것 아닌가? 우리 측에서 조사한 바로는 정치권력과 접촉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잘도 크고 있네. 더 크기 전에 밟아 놀 필요가 있어.”
이지노팩 사장은 구건호 문제를 상의하기 위하여 미국에 있는 아들과 사내 법무팀의 변호사를 불렀다.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의 구매부장과 함께 수원에 있는 성일 폴리머를 찾아갔다.
성일 폴리머 사장이 긴장을 하며 구건호 일행을 맞았다.
“누추한 곳에 오셨습니다. 가운데로 앉으십시오.“
“누추하긴요. 건물이 새 건물이네요. 창고는 따로 있습니까?”
“옆 건물에 있습니다. 여기는 사무실로만 쓰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저희들이 너무 어려워서요. 직원들도 30명이나 되다보니 인건비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지에이치 개발의 납품 단가가 내려간 것도 아니잖습니까?”
“그럼, 사정이 어렵다든지,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하던지 해야지 소송부터 덜컥 해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그건, 저, 저.”
“일단 우리가 이의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으니까 조만간 재판에 들어가겠지요.”
“어떻게 지불이 안 되겠습니까?”
“3억을 일시불로요?”
“그건......”
“우리 솔직히 말해 봅시다. 이지노팩 회장하고 무슨 이야기가 오고갔습니까?”
“이지노팩 회장님이라니요?”
“다 알고 왔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까?‘
“구사장님께서 무슨 오해가 있으신 듯합니다. 이 사건과 이지노팩 회장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정말입니까?”
“정말입니다.”
“성일 폴리머는 물파산업 시절부터 원재료를 우리한테 공급해 왔습니다. 서로 공생관계를 맺은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우리 사정을 다 아시는 분이, 더구나 분할상환을 받아들인 분이 갑자기 소송을 하니 우리들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우리는 성일 폴리머의 처사가 굉장히 섭섭합니다. 성일 폴리머도 나중에 우리에게 섭섭하다고 하지 마십시오.”
“무슨 뜻인지요?”
“이지노팩과 거래가 얼마나 늘어나는 가 우리도 주시하겠습니다.”
“자꾸 이지노팩을 들먹거리시는데 거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께서 진실을 말씀 안하시니 저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네요. 구매부장님 돌아가시지요.”
구건호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구매부장에게 말했다.
“내일부터 성일 폴리머와 거래를 끊으세요. 원재료 공급사는 다른 회사로 바꿀 수 있지요?”
“우리 물건을 공급받는 대기업에 보내주는 성적서에 원재료 공급처 변경을 했다고 해야 합니다.”
“성일 폴리머 물건이 불순물이 나와서 변경했다고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이지노팩과 우리와는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내가 아산공장에 꾸미려고 하는 합작사의 경쟁회사였습니다.”
구건호는 서울에 올라가 박회장에게 계약금을 치렀다. 잔금은 은행융자로 대체했다. 모자라는 부분은 캐피탈 융자로 대체했다.
구건호는 강부장과 정지영씨를 신사동 빌딩에 보내 입주자 현황을 파악하게 하였다. 박회장의 비서 겸 경리는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입주자 현황표를 강부장에게 넘겨주었다.
“입주자들은 그대로 놔두고 우리만 사무실을 비워주면 될 겁니다.”
구건호는 윤이사와 박종석 부장, 총무과장 등을 신사동 빌딩으로 보내기로 하였다. 도면 인수와 종업원인수 및 시설 점검을 위해서였다.
강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지에이치 모빌의 건설담당이사와 기술부장, 총무과장 등이 서울에 올라갈 겁니다. 시설과 기술 문제는 전문가들이니 박회장님이 쓰던 방을 임시 사무실로 쓰도록 하세요. 그리고 인수 절차가 끝나면 건설담당 윤이사와 상의해서 사무실 인테리어를 새로 하세요. 내 방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19층이나 18층은 계약 만료된 사람들은 일부 내 보내도록 하세요. 거기다가 내 방을 꾸며주세요.”
“알겠습니다.”
강부장은 큰 빌딩을 인수한다니 겁이 났었다. 무엇부터 인수를 해야 하는지도 당황스러웠다. 경비나 청소원, 보일러 기술자, 자동 주차장 관리자들도 있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몰랐다. 다행히 전문가들을 보낸다니 걱정을 덜게 되었다. 강부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이 전화를 했다.
“저, 구사장님께 청이 하나 있습니다.”
“청이요?”
“그동안 지에이치 개발이 옆에 있어서 서로 의지해 왔는데 신사동 빌딩으로 옮긴다니 의지 처를 잃은 것 같습니다.”
“지에이치 미디어도 신사동 빌딩으로 오시겠습니까? 빈 공실이 있는가 모르겠네.”
“거기는 임대료가 비싼 지역이라 출판사하고는 타산이 안 맞습니다. 그래서 말씀인데 저희도 출판사 사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길까 합니다.”
“어디로 가시려고요?”
“파주 출판단지가 좋습니다. 쾌적하고 임대료도 쌉니다. 하지만 거긴 너무 멀어 직원들이 꺼립니다. 그래서 출판사들이 많이 있는 마포구 합정동이나 망원동으로 가면 어떨까요?”
“흠, 망원동이라...”
“여기 임대료 가지면 거기선 여기보다 두 배나 넓은 사무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건 신사장님이 알아서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승인해 주신 것으로 알고 사무실을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강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에이치 개발이 쓰던 오피스텔은 팔라고 내놓으세요.“
“오피스텔을요?”
“그 오피스텔은 법인 명의가 아닌 내 개인 명의로 산 것입니다. 오피스텔이 팔리면 판매 대금은 내 개인 통장으로 입금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고시텔은 4개 모두 다 내놓았습니다. 고시텔은 내 놓으면 쉽게 다 나갑니다. 그런데...”
“그런데 뭡니까?”
“역삼동 고시텔에 계시던 지에이치 미디어의 편집주간님은 어떻게 할까요?”
“문재식씨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방 빼라고 해야지 별수 있습니까? 내가 이야기 해 놓지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문재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재식이냐?”
“어, 구사장.”
“일 할만 해?”
“재미있어. 신사장도 잘 대우해주고.”
“그런데 내가 고시텔을 팔아야겠다. 큰 빌딩을 인수하다보니 자금이 딸리는구나. 이제 네 방을 따로 얻어야겠다.”
“아, 그거? 걱정 마. 이번에 우리 지에이치 미디어가 마포구로 이사 가면 그쪽에 방을 하나 얻으려고 해. 전에 다른 출판사 다닐 때도 망원동에서 살았었어. 나도 그쪽 동네가 좋아. 출판계 쪽 아는 사람들도 그쪽에 많이 살아.”
“그래?”
“방값도 걱정 마. 내가 월급도 많이 받으니 이제부터 방값은 내가 낼게.”
“그래도 되겠어?”
“그럼. 번역책 ‘아침에 기상하는 인간’도 지금 잘 나가고 있어. 내가 편집한 책 중에서 제일 많이 나가는 것 같아.”
“신사장은 사무실을 얻었다고 하나?”
“두 군데 알아봤어. 합정동에 있는 사무실인데 굉장히 크고 좋아. 임대료는 여기하고 같으면서도 좋아. 그래서 말인데 신사장도 사장실을 하나 만들어주면 좋겠어. 손님들도 오고하면 아무래도 자기 방이 있는 게 좋지 않겠어?”
“편집주간님 방은?“
“내방? 하하, 편집주간 방은 없어. 보통 파티션만 치고 일해.”,
신사동 빌딩에 파견 나가있는 박종석에게 전화가 왔다.
“형? 여기 빌딩은 이제 내가 할 일이 없어 직산으로 내려가야겠어.”
“거기 경비원이나 보일러 기술자들은 다 착실한 사람들이지?”
“응, 여기 현장 직원들은 내가 꽉 잡아놨어. 기술들이 없어서 내가 보일러 고쳐주고 기계식 주차장 고장 난 것 고쳐주고 화장실 고장 난 것 다 고쳐주니 굉장히 좋아했어. 나보고 내려가지 말래. 하지만 직산 일이 궁금해서 미치겠어.”
“맥가이버박은 어디가나 인기구나.”
“그리고 여기 반장을 하나 두었으면 좋겠어. 기계식 주차장 관리하는 사람이 전기기술자 자격증도 있고 빌딩관리자 자격증도 있어. 일도 잘하고. 그 사람 시켰으면 좋겠는데? 다른 사람들 하고 월급도 비슷하니 불만이 많은 것 같았어.”
“그래? 강부장 한테 이야기 하지.”
“그 양반 내부 행정 일은 잘하는데 현장 일은 잘 몰라.”
“지금 인테리어 공사는 하고 있나?”
“거의 다 끝나가. 사장실도 크게 꾸미고 있어. 전망 좋은 19층에. 여기서 보면 강남 신사동 일대가 다 보여. 형이 가끔 와서 있으려고 그러지?‘
“기계식 주차장 관리하는 사람은 몇 살이냐?”
“50정도 됐어. 힘도 쎄. 공수부대 출신이고. 나한테 팔씨름은 졌지만 말이야.”
“대한민국에서 너한테 팔씨름 이길 사람이 있나?”
“딱 한사람 팔씨름 해보고 싶은 사람 있어.”
“누군데?”
“역도선수 장미란!”
“미친놈. 알았다. 직산으로 내려와라. 윤이사와 강부장 한테 말 하고 내려와라.”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이 사무실을 얻었다고 보고했다.
“합정동에 얻었습니다. 면적은 40평이고 임대료는 강남 오피스텔과 같습니다. 단 임대보즘이 약간 높아서 2천만원 정도를 더 지출했습니다.
“인테리어 하시고 사장실도 하나 만드세요.”
“사장실은...”
“손님들도 오고 그런다니 작더라도 사장실을 하나 만드세요.”
“감사합니다.”
“거긴 신사장님 집하고도 가깝지요?”
“그렇습니다. 제가 사는 문래동에서 2호선 타면 금방입니다. 편집주간님은 망원동에 방을 얻었습니다.”
“그래요? 잘 했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음번 찍을 책 4권을 골랐습니다. 구사장님께 책 제목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보내지 마세요. 나 그거 읽어볼 시간도 없습니다. 나중에 손익보고만 잘 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