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
쑤저우 공업원구 창고 매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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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건호는 김민혁과 함께 소주시 공업원구에 있는 창고를 보았다. 창고의 땅 주인은 근방에서 작은 전선 피복 공장을 운영한다고 하였다. 구건호와 김민혁은 주인을 만나기 위해 피복 공장으로 갔다.
피복 공장은 지저분했다. 종업원도 많고 야적된 반제품도 많이 쌓여 있었다. 피복 공장 사장은 60대로 피부가 까만 사람이었다.
“제가 우리 공장에서 나온 제품을 쌓아둘 창고를 산겁니다. 요즘 사업이 많이 쪼그라져 창고를 팔려고 하는 겁니다.”
“토지 소유는 정부지요?”
“당연하지요. 중국은 토지 소유는 모두 정부이고 우리 인민들은 사용권만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도 가능하다는 전량(轉讓) 토지란 표현을 쓰는군요.”
“그렇습니다.”
“얼마에 양도하실 겁니까?”
“기업 명의로 하실 겁니까? 인수받는 기업은 공상관리국에 영업집조가 있는 기업이어야 합니다.”
“그건 있습니다.”
“토지가 5무(畝)입니다. 3,300평방미터입니다. 평방미터당 500 위안은 주셔야 합니다.”
“평방미터당 500위안이면 얼마야?”
김민혁이 전자계산기를 꺼내려하자 구건호가 얼른 암산으로 계산해 내었다.
“165만 위안이네, 한국 돈으로 2억 9천 7백만 원이야. 3억 정도 잡으면 되겠어.”
확실히 구건호는 숫자에 밝았다. 이것이 구건호가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었다.
“이 허허 벌판에 있는 창고인데 그 가격이 적정가격인지 알 수가 없네.”
“합자사를 같이 했던 금계건설 사장을 한번 만나볼까? 조언 좀 해달라고.”
“그거 좋은 생각이다.”
구건호와 김민혁은 공항 면세점에서 산 화장품을 들고 금계건설 사장 선칭꿔(沈慶國)를 찾아갔다.
“오, 쥐쫑(구사장)!”
구건호는 오래간만에 듣는 쥐쫑이란 소리였다.
“사업 잘되지요?”
“그럭저럭. 소주에 있는 자동차 부품 공장은 잘 되나요?”
“우리도 그럭저럭.”
김민혁의 말에 모두 웃었다.
판공실에 있는 여성 주임이 용정차를 내왔다.
“드세요. 춘절에 딴 용정차입니다.”
구건호가 차를 마시며 이야기 했다.
“소주시 공업원구에 있는 창고를 하나 사려고 합니다. 평방미터당 500위안을 달라고 하는데 싼 건지, 비싼 건지 몰라서 자문 좀 구하러 왔습니다.”
“공업원구는 하도 넓어서 위치에 따라 다르지요. 평방미터당 7백 위안, 8백 위안 하는 곳도 있고 100위안도 안 되는 곳이 있습니다. 공업원구 면적이 288평방키로 미터나 됩니다.”
“288평방키로 미터? 우리나라 김포시 면적보다도 넓네.”
금계건설 사장은 시간을 내어 자기도 한번 가보겠다고 하였다.
“내일 같이 한번 가보시죠. 혹시 증축 문제가 있으면 우리 금계건설에 맡겨주시고요.”
창고를 본 금계건설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삼통(전기, 수도와 하수도, 진입도로)은 되어있고 건물도 비는 안 새겠는데 너무 벌판에 있어요. 반드시 경비원을 고용해야 할 겁니다. 그것도 24시간 경비를 한다면 두 명을 고용해야 합니다.”
금계건설 사장은 부동산을 내놓은 피복 공장 사장과 얼굴을 아는 모양이었다.
“전에 피복 공장 새로 지으려면 돈이 얼마나 들어갈까 견적 내러 금계건설에 오셨던 분 아닙니까?”
“아, 금계건설 사장님이시군요.”
“공장 증축 안하십니까?”
“못하겠어요. 요즘 자금이 딸려 증축은 엄두도 못 냅니다. 오죽하면 창고로 산 땅도 팔려고 내놓았겠습니까?”
“벌판 한가운데 있는 창고 토지를 평방미터당 500위안이라니 너무 비싸요. 여기 두 분 사장님은 한국인이지만 내 친구이기도 합니다.”
“내가 요즘 너무 어려워서 그 값은 받아야겠어요.”
“구사장님 갑시다. 내가 좋은 창고 알아볼 테니까요.”
구건호와 김민혁이 금계건설 사장을 따라 나가려고 하자 피복 공장 사장이 금계건설 사장의 팔을 잡았다.
“좋습니다. 평방미터당 480위안에 하지요.”
구건호는 평방미터당 480위안에 계약하였다. 계약서 서명은 김민혁에게 위임하였다.
구건호는 가는 길에 상해에 들려 리스캉 국장을 만나러 갔다. 공항 면세점에서 산 담배를 한 보루 들고 갔다. 리스캉은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그랬다. 마침 리스캉 국장은 회의 중이라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대기실에는 리스캉을 면담하러온 사람이 있었다. 기생오라비처럼 생겼는데 구건호보다 두 세살 많아 보였다.
마침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의 상임감사 전화를 받았다. 업무보고 때문에 국제전화를 한 것이다. 구건호가 한국말로 통화하는 것을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사람이 들었다.
“혹시 한국 사람이세요?”
구건호 역시 깜짝 놀랐다.
“오, 한국 사람이군요. 리스캉 국장을 만나러 오셨나요?”
“예, 그렇습니다.”
구건호는 리스캉을 기다리기가 지루해 눈을 감고 있는데 기생오라비가 말을 걸었다.
“혹시 방송이나 연예 계통에 근무하십니까?”
“아닙니다. 제조업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조업 하시는데 무슨 일로 광파영시국 국장을.....”
“아, 리스캉 국장요? 친구입니다. 소주에 왔다가 잠시 만나서 인사나 하려고요.”
“친구요?”
기생오라비가 눈을 크게 떴다.
상해시 정부의 고위공무원과 친구라니 믿어지지가 않는 모양이었다.
“저는 연예기획사에 있습니다. 인사나 하시지요.”
구건호가 기생오라비의 명함을 받았다.
“BM엔터테인먼트의 기획이사?”
“예, 그렇습니다.”
“BM엔터테인먼트라면 유명가수 하니 정과 걸 그룹을 키워낸 회사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기생오라비 기획이사가 갑자기 오만해졌다.
“명함 있으면 하나 주슈.”
기획이사가 다리를 꼬며 말했다.
구건호가 명함을 받았으니 자기도 안 줄 수가 없어 명함을 주었다. 기획이사는 구건호가 준 명함을 자세히 보았다. 구건호의 명함은 세 개의 직함이 있었다.
[(주)지에이치 모빌 대표이사, (주)지에이치 개발 대표이사. (주)지에이치 소주 기차배건 유한공사 동사장.]
기획이사는 명함을 보고 꼬았던 다리를 얼른 풀었다. 자기와 같은 월급쟁이가 아니고 회사의 오너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기획이사는 구건호를 다시 찬찬히 쳐다보았다.
[아직 젊은 사람 같은데 재벌 아들쯤 되나?“]
기획이사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리스캉 국장이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우, 쥐지엔하오(구건호)!”
“리스캉 쥐장(국장)”
둘은 반가워서 서로 부둥켜안았다. 기획이사는 이 장면을 눈을 껌벅이며 쳐다보았다.
“오래 기다렸지? 미안해. 당 서기를 모시고 하는 회의라 길어졌네.”
“아냐, 괜찮아. 괜히 바쁜데 온 것 같구나.”
“이제 바쁜 것 다 끝났어.”
“이 책 받아라. 왕지엔 교수가 쓴 책 한글판이다.”
“왕지엔이 한국에서도 책을 냈나? 어이쿠, 이거 한국어로 되어있어 볼 수가 있나.”
“그냥 기념으로 주는 거야.”
“그래? 잘 간직할게. 여기서 이러는 것 보다 내 방으로 가자.”
리스캉이 구건호의 손을 잡고 나가려고 하자 기획이사가 다가왔다.
“저, 국장님. 저희들이 신청한 공연계획은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그거요? 안된다고 했잖아요. 서류도 반려했는데 왜 또 왔습니까?”
“한번만 기회를 주시면 이후 부탁은 안 드리겠습니다.”
“그거 안 됩니다. 교통 영향 평가에서 안 된다고 했잖아요. 안됩니다.”
리스캉은 기획이사에게 쌀쌀맞게 대했다.
리스캉은 구건호의 얼굴을 보고 다시 웃었다.
“가자, 내방으로!”
구건호가 리스캉을 따라 나가자 기획이사의 얼굴에 낭패감이 돌았다.
“저, 저. 국장님!”
기획이사가 리스캉을 불렀지만 리스캉은 눈길한번 주지 않았다.
구건호가 리스캉의 방에 들어갔다. 넓은 방에는 오성홍기가 있었고 커다란 나무책상 위에는 <국장 리스캉>이란 명패도 있었다. 고위 공직자의 방 같았다.
“아까 엔터테인먼트 기획이사라는 사람이 뭘 해달라는 거야?”
“체육관 빌려서 대대적인 공연을 하겠데. 한국의 유명 그룹 가수들을 불러서 한다는군. 중국 측 파트너도 오전에 와서 졸라 내가 쫓아버렸네.”
“교통 영향 평가가 나쁘게 나왔나?”
“그것도 있지만 실은 우리 자국 산업도 보호해야지. 한류의 바람이 워낙 거세 제동을 해야 둘 필요가 있네. 중국의 연예산업도 발전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구사장이 내 위치라면 아마 나와 똑같은 행동을 했을 거네.”
“흠.”
구건호는 리스캉의 말도 일리가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
“참, 소주에 있는 자동차 부품공장은 잘 되나.”
“많이 도와주어서 잘 나가고 있어. 리국장도 지난번 창호회사를 소개해 주어 아주 많은 도움이 됐어.
“도움이 됐나? 난 그냥 이런 회사가 있다는 것만 알려준 것인데.”
“리국장 덕분에 매출도 늘어났다고 김민혁 총경리도 입버릇처럼 말했어.”
“김민혁 총경리는 아주 열심히 뛰고 있던데? 우리 중국의 사장들도 그러면 좋겠어. 내가 맡고있는 광파영시국도 산하 국영기업이 몇 개 있어. 여기 총경리들도 김민혁을 닮았으면 좋겠어.”
“잘 봐줘 고맙네. 참, 리국장 담배 좋아하지. 면세점에서 한 보루 사왔어.”
“하하, 고맙다. 담배는 끊어야 할텐데 잘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회의 때 당 서기가 나보고 담배 냄새난다고 했어. 출세하려면 담배를 끊어야겠어.”
구건호는 리스캉에게 저녁이라도 같이 하자고 하려다 말았다. 리스캉이 너무 바쁘고 피곤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구건호가 귀국하여 임원회의를 주재하였다. 임원회의는 주1회 있었다. 월요일 아침에 하였다. 그리고 과장급 이상 전체 회의는 한 달에 한 번씩 강당에서 있었다.
“지난번에 들어온 생산직 신입사원 30명은 일을 잘 합니까?”
“잘합니다. 대부분 경력자들도 많고 사무직을 하라고 해도 잘할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생산직이지만 스펙이 좋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다행이군요.”
“시간당 제품 생산 능력도 월등합니다. 기존의 나이든 직원들도 위기감에서 손들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번엔 영업이사가 보고를 하였다.
"신제품 주요 납품처인 S기업에서 인사 변동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소문이라도 있습니까?”
“S기업 부사장이 이번에 퇴임할거란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 분이 퇴임할 나이는 아직 아닌 것 같은데요.”
“후배가 사장으로 왔답니다. 그래서 자진 사표를 쓴 모양입니다.”
“그래요? 우리 회사를 잘 봐주었던 분인데 아쉽군요.”
S기업 부사장보다 나이가 더 많은 연구소장과 공장장의 얼굴이 갑자기 침울해졌다.
임원회의가 끝나고 구건호가 사장실에 혼자 앉아있는데 연구소장이 들어왔다.
“앉으십시오.”
구건호가 연구소장에게 자리를 권했다.
“연구소는 사장님께서 폐지 결정으로 연구소의 인원 30명 중에서 24명이 일반부서로 갔습니다.”
“그들이 불만은 없나요?”
“잘 적응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우리 연구소의 연구 인력들은 연구원감은 아니었습니다.”
“왜 그럼 그런 사람들로 연구소를 이루었습니까?”
“신규 모집보다는 기존 부서에서 연구 인력을 차출하라는 물파산업 회장님의 지시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겁니다. 원래 자리로 복귀했으니까 더 좋아하는 직원도 있을 겁니다.”
“그럼 현재 연구소는 6명이 남아 있나요?”
“예, 연구소의 실험 장비들은 가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남겨 놓았습니다.”
“남아있는 6명은 일반부서로 전입되어간 직원들보다 우수한 사람들이라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우수합니다.”
“앞으로 미국 라이먼델 디욘사와 합작을 하게 돠면 기계를 잡을 기술 인력이 필요합니다. 미국에 기술연수를 받으러 가야할 일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전에 디욘사에서 기술요원 3명 정도는 연수를 받으러 보내야 할 것 같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사장님 지시만 내려주면 3명을 선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젊은 사람 위주로 말입니다.”
“확정된 것은 없지만 방침이 정해지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 거취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 말씀하세요.”
“제가 연말에 정년으로 그만 두더라도 연구실은 존치해야 합니다. 이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마땅히 연구소가 있어야 합니다. 연구실을 싹 바꾸어보고 싶은 사장님 의도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연구실 자체를 몽땅 없애는 것은 기업에 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연구소장을 새로 영입하고 연구소 인력을 최소한 15명은 가지고 가야 할 것입니다.”
“전엔 30명이었잖습니까?‘
“어중이떠중이보다는 핵심요원 15명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흠... ”
“연구소장은 제가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입니까?”
“독일 박사 출신의 제 후배가 있습니다. 나이도 젊습니다. 50을 갓 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