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42화 (142/501)

# 142

신축 공장 이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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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에이치 모빌의 천안 직산 공장 준공식이 거행되었다.

공장 마당에 100개 정도의 플라스틱 의자를 갖다 놓았고 강연대와 마이크를 준비하고 마당 뒤편에는 뷔페식 음식을 준비했다. 흰옷과 주방장 모자를 쓴 요리사들이 출장 와서 음식을 준비했다. 이들은 여러 행사장을 다니는지 대형 트럭에 접이용 테이블과 초록색 담요등도 가지고 다녔다.

주요거래처에서는 S기업 부사장을 비롯하여 대기업 담당 임원들이 왔고 납품을 하는 업체에서는 와이에스 박영식 사장을 비롯하여 수십 명이 왔다. 주거래 은행 지점장이 달려왔고 상공회의소, 중소기업 중앙회 등 여러 기관의 충남 지부장들도 왔다. 천안시장과 직산읍장을 초청했으나 이들은 다른 업무가 있다고 하면서 계장 한사람을 보냈다. 경찰서장도 초청했으나 서장은 오지 않고 대신 순찰차 한 대가 와서 행사 직전 한 시간 가량 교통정리를 해 주었다. 노인회 회장은 초청하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달려왔다.

사회를 맡은 총무부장이 준공식이 시작됨을 알렸다.

“(주)지에이치 모빌의 구건호 대표이사께서 인사의 말씀을 해 주시겠습니다.”

양복 주머니에 꽃을 단 구건호가 나와 대표 인사말을 하였다. 구건호는 안 포켓에서 써 가지고 온 원고를 꺼내 읽었다.

“이어서 공사 총책임자를 맡았던 (주)지에이치 모빌의 건설담당 윤형식 이사께서 경과보고를 하겠습니다.”

회사 제복을 입은 윤이사가 나와 경과보고를 하였다. 공장 규모에 대한 보고와 공사기간, 공사비용 등을 보고하였다.

이어서 준공 테이프 커팅식을 하였다. 중앙에 구건호가 꽃을 단채 흰 장갑을 끼고 앞으로 나왔다. 이어서 거래업체 대표로 S기업 부사장이 나오고 납품업체 대표로 박영식 사장이 나왔다. 청담동 이회장이 나오고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이 나오고 공장장과 윤이사가 맨 가장자리에 섰다.

총무부장이 커팅식에 나온 사람들에게 준비한 흰 장갑과 가위를 주었다. 사회자의 커팅 신호가 떨어지자 축포가 울리고 사람들은 웃으며 테이프를 절단했다. 지역신문 기자가 와서 사진도 찍었다. 총무과장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S기업 부사장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구사장, 축하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건물에서 우리 신제품이 나오니 우리도 기쁩니다.”

“모두 부사장님께서 힘써주신 덕택입니다.”

청담동 이회장도 조용히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회장을 모시고 온 권부장도 뒤에서 웃었다.

“큰일을 해냈구먼. 장해요. 구사장.”

“고맙습니다. 회장님, 여기까지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권부장님도 반갑습니다.”

와이에스 테크의 박영식 사장도 웃으며 다가왔다.

“아우님, 고생했네. 그리고 자랑스럽네.”

“형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행사장의 유일한 홍일점인 신정숙 사장은 아예 꽃을 사가지고 왔다.

“축하합니다.”

“하하, 꽃도 사가지고 오셨네요.”

“사장님이 추천하신 책중 ‘두 그룹의 전략’은 기본을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이라면?”

“초판은 다 나갈 겁니다. 대박 종목은 아니고 잘하면 재판, 삼판은 갈 것 같습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신사장님이 알아서 하십시오.”

“공장이 정말 깨끗하고 웅장하네요. 저희 지에이치 미디어가 지에이치 모빌의 계열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호호호.”

“감사합니다.“

구건호는 여기저기서 인사를 받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사회자의 마이크 소리가 들렸다.

“내외 귀빈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행사장 뒤편에 조촐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공장 내부의 모든 문들이 개방되어 있습니다. 공장 구경은 식사후에 자유스럽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기도 하고 일부는 공장 구경을 하였다.

“아휴, 여기가 식당 자리인가? 넓기도 해라. 여기 직원들은 좋겠네.”

“화장실도 엄청 깨끗해요. 호텔 화장실 같아.”

공장 전체 이전은 안했으나 독일 압출기 두 대에서 신제품은 나오고 있었다.

“저것 봐, 저기 물건 나오는 기계가 있네.”

“두 대에서 나오네. 행사장 오는 손님들 보라고 일부러 두 대를 갖다놓은 모양이지?”

“그러게. 제품이 저렇게 나오네. 신기하네.”

사람들은 기계 앞에 서서 제품이 나오는 장면을 구경하고 스마트폰으로 찍기도 하였다.

구건호는 음식이 있는 테이블 앞에서 여러 사람에게 둘러 싸여 있었다. 이들은 서로 웃으며 음식을 먹고 떠들었다. 이곳에서도 은근히 로비가 이루어졌다. 모인 사람들 중에서는 초면인 사람들도 있어 서로 명함들을 주고받았다.

구건호는 두 사람 건너편에서 계속 전화를 받고 있는 이회장을 보았다. 구건호가 이회장을 불렀다.

“회장님 이리 오십시오. 여기 과일이라도 좀 드십시오. 아, 권부장님도 이리 오세요.”

이회장이 전화를 끊고 구건호 앞으로 왔다.

“전화가 자주 걸려오는걸 보니 바쁘신 모양이네요. 그래도 여기까지 오셔서 음식을 손도 안대면 제가 서운하지요.”

구건호가 직접 과일 접시를 들어 이회장 앞으로 옮겨주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이크, 또 전화네.”

이회장이 전화를 받았다.

“글쎄, 그렇게 덩치 큰 빌딩은 내가 어디 가서 알아보나. 허허.”

이회장은 사과 한쪽을 집어 들었다가 도로 놓으며 계속 전화를 받았다.

“내가 옛날의 큰손이지 지금도 큰손인가? 나는 진즉에 안산공장도 자식 놈한테 물려주었지. 박회장은 너무 오랫동안 그 큰 빌딩을 움켜쥐고 있었던 거야. 박회장도 술을 끊었다고 하니 인생이 재미없지? 거동이 불편하니 낚시도 나처럼 못 다니고 말이야.”

구건호는 옆에서 자연스레 이회장의 전화소리를 들었다.

“체면 따지지 말고 그냥 부동산 시장에 내놔. 자식들이 모두 알게 된다고? 그것 참. 자식 많은 것도 죄네. 지금 내가 준공식 행사장에 나와 있으니 서울 가거든 한번 만나세.”

이회장은 전화를 끊고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사과를 집어 먹었다.

구건호가 웃으며 이회장에게 음료수 캔을 주었다.

“누가 빌딩을 팔려는 모양이지요?”

“들었나? 서울에서 박회장이라고 한때 유명한 사람이 있었지. 이 사람이 자기 빌딩을 팔려는 모양이야.”

“부동산에 내 놓으면 될 것 아닙니까?”

“아무나 못사는 빌딩이야. 서울 신사동에 있는 2천억 짜리 빌딩인데 누가 사겠어. 신문광고라도 내면 모를까.”

“광고 내면 되지요.”

“그게 싫은 거지. 체면도 있고 자식들 분쟁도 있을 테니까.”

“자식들 분쟁이요?”

“그 친구 자식들이 많아. 본처 소생도 있고, 후처 소생도 있고 복잡해. 구사장도 앞으로 사업하면서 여자 조심하게.”

“네? 아 예,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순간적으로 일본에 있는 모리에이꼬를 생각 했다.

“만약에 모리에이꼬가 아이를 낳는다면?”

구건호는 갑자기 닭살이 돋으며 소름이 오싹했다.

건너편에 있던 신정숙 사장이 와서 이회장에게 인사를 하였다.

“저... 세종대학의 이혜숙 교수 아버님 아니십니까?”

“그렇소만 댁은 뉘시오?”

“혜숙이와 친한 친구입니다. 현재 지에이치 미디어의 대표로 있습니다.”

“지에이치 미디어?”

구건호가 웃으며 설명을 했다.

“제가 작은 출판사를 하나 차렸습니다. 지에이치 미디어라고 합니다. 신사장은 거기에 대표로 있습니다.”

“오, 그래요? 그런 일이 있었구먼.”

“아까 커팅식 때는 긴가 민가 해서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혜숙이는 잘 있지요?”

“예, 잘 있습니다.”

구건호는 이게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남에게 자기 딸을 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구건호는 헷갈렸다.

“오늘은 이상하게 헷갈리는 일들이 많네.”

구건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S기업 부사장이 큰소리로 말했다.

“구사장! 나 먼저 갑니다. 공장 잘 보고 갑니다.”

“저도 이만 올라가겠습니다.”

주거래은행 지점장이었다.

공장 구경과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한 두 사람씩 빠져 나갔다. 순찰차를 가지고 교통정리를 위해 나왔던 경찰이 공장 정문 앞에서 행사장을 쳐다보았다. 경찰은 행사장의 사람들이 많이 빠져 나가자 자기들도 순찰차를 타고 붕하고 가버렸다.

초청된 외부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행사 준비를 위해 수고했던 직원들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배가 고팠던지 사정없이 음식을 먹었다.

구건호는 총무부장을 불렀다.

“직원들이 행사 준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으니 저녁에 회식이라도 한번 시켜주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행사가 끝나고 아산 공장으로 온 구건호는 사장실 문을 닫고 깜박 졸았다.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한참 단꿈에 젖어 있는데 사장실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네, 들어오세요.”

구건호가 퍼뜩 일어나 눈을 비비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품질관리 팀장이었다.

“이번에 환경인증 심사 결과입니다.”

구건호는 서류도 보지 않고 싸인을 했다.

“눈치도 없는 놈! 하필이면 달게 졸고 있는데 잠을 깨우네.”

품질관리 팀장은 뭐라고 손짓 발짓을 해가며 구두 보고를 했다. 구건호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품질관리 팀장은 구건호가 아무 지적을 하지 않자 안도의 기분이 들었는지 큰소리로 외쳤다.“감사합니다!“

구건호는 품질관리 팀장이 결재판을 들고 나가자 다시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이회장의 전화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서울 강남 신사동의 대형빌딩이라.... 2천 억 짜리 빌딩이면 얼마나 클 가. 또 임대료 수입은 어느 정도 될까.”

2천 억 짜리 빌딩이라는 규모에 대해서 얼른 감이 오지 않았다.

“서울 강남 바닥에서 그런 빌딩을 하나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증권사 계좌에 내가 가지고 있는 2천억을 모두 털어 넣어 매입을 해?”

이렇게 생각하다가 구건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전 재산을 몰빵 했다가 공실율이라도 발생하면 어쩌지? 그리고 지에치 모빌이나 설립 단계인 지에이치 케미칼도 기우뚱 한다면 어떻게 되지? 출판사는 규모가 작지만 저것도 책이 안 팔리면 자연히 없어지고 나는 쪽만 팔리겠지? 조원철이나 이석호, 황병철등이 나를 얼마나 우습게 볼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망하면 중국에 가 있는 김민혁도 망하고 문재식은 고시텔도 쫓겨난다. 모리에이꼬는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고.... 안 돼! 증권사에 꼬부쳐 둔 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 돈은 나에게 있어서 신앙이 아닌가!”

구건호는 그래도 2천 억 짜리 빌딩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2천 억 짜리 빌딩이면 얼마나 클까? 15층?, 20층?. 적어도 10층짜리는 넘을 거야. 신사동에 있는 빌딩이면 어디가 될까? 혹시 가로수길에 있는 것 아닌가? 그 안에 있는 빌딩들은 작아서 2천억 까지는 안가지. 대로변일거야.”

구건호는 이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그 빌딩을 구경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토요일, 일요일 공장 이전하니까 이전이나 해놓고 가봐?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구경 가는 것이야 뭐 어려울 게 있나? 그렇다면 이사 해놓고 청담동 이회장을 만나러 가자. 가서 인생에 대한 좋은 이야기도 듣고 그러자. 차라리 한남동 장마담 요정으로 모실까? 친구 분 된다는 강남 박도사하고 같이 말이야.”

구건호는 이렇게 정리가 되자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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