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34화 (134/501)

# 134

(주) 지에이치 미디어 설립 (2)

(134)

구건호가 서울에 올라갔다. 강남역에 있는 오피스텔에 올라가니 지에이치 개발 옆 사무실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사람들이 나온 모양이었다.

구건호는 정지영씨의 안내로 디자인 사무실에 들어갔다. 세 사람이 앉아 있다가 구건호가 들어오자 일제히 인사를 하였다. 정지영씨가 그중 나이가 제일 많은 여자를 가리켰다.

“이 분이 디자인 팀장이십니다.”

“나는 구건호라고 합니다.”

“오민숙이라고 합니다. 사장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오민숙이라는 여자는 구건호를 보고 부끄러워했다.

“원래 여기 사장님은 누구이셨습니까.”

“저희는 주식회사는 아닙니다. 그만두신 실장님이 개인사업자로 사업자등록증을 내어 같이 일했습니다.”

“주로 무슨 사업이신가요?”

“서적 디자인을 많이 했습니다. 다른 디자인도 많이 했습니다. 명함이나 팜프렛도 하고 현수막이나 간판 디자인 같은 것도 했습니다.”

‘세분 다 디자인 하시는가요?“

“아닙니다. 쟤는 여기서 서무 일을 보았습니다.”

서무 일을 본다는 안경 낀 여자가 고개를 까닥하며 인사를 했다.

“오피스텔 보증금은 얼마입니까.”

“2천만 원 보증금에 월세 160이었습니다. 월세는 현재 3개월 치가 밀린 상태입니다. 보증금은 처음엔 7명이 서로 나누어서 냈지만 실장님이 나간다고 해서 일부 빼드렸습니다.“

“지금 사업자 등록증은 오민숙 팀장님 이름으로 하시겠네요.”

“그렇습니다.”

“이 오피스텔 내가 인수하지요. 출판사를 하나 차릴 테니 모두 그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출판사요? 그러면 우리는 좋지요.”

“정지영씨는 강부장님을 불러 주십시오.”

강부장이 일하다 말고 옆 사무실로 건너왔다.

“출판사를 하나 설립하려고 합니다. 우리 지에이개발의 예금 잔고는 어떻게 됩니까?‘

“3억 4천만 원 있습니다.”

“강부장님은 법인화 된 출판사를 하나 설립해 주세요. 자본금은 3억으로 하시고 이사는 구건호와 신정숙 두 사람입니다. 주주는 100%구건호, 대표이사는 신정숙으로 해 주십시오..”

구건호의 입에서 신정숙이란 소리가 일제히 어리둥절하였다.

“신정숙이요?” 신정숙씨가 누구입니까?“

출판계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알려진 전 킴북스의 사장입니다.

“아, 그 여자!”

디자인 회사의 세 사람은 일제히 놀랐다.

“그럼 사장님이 여길 인수하시면 출판사 사장님은 신정숙씨가 오시는가요?”

“그렇습니다.”

“와-.”

디자인 회사 세 사람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디자인 팀장 오민숙씨가 갑자기 걱정스런 표정이 되어 말했다.

“출판계에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많이 있습니다. 신정숙씨가 오시면 우리들 하고 같이 일을 하려고 할까요?”

“내가 신정숙씨를 영입할 때 여기 세 사람을 쓰는 조건으로 하였습니다. 면접은 보겠지만 별일이 없으면 같이 일하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저기 비어있는 큰 책상이 그만 두었다는 실장님이 쓰던 건가요?“

“그렇습니다.”

“신정숙씨가 오시면 저 책상을 쓰게 하십시오. 그리고 편집주간도 한분 오실예정입니다.”

“편집 주간님요?”

“이번에 문학상 공모전에 대상을 수상한 문재식씨라는 분이 여기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아 참, 디자인회사 실장이 쓰던 책상은 편집 주간으로 오는 문재식씨를 주고 신정숙씨 책상은 하나 사지요. 강부장님이 최고급 원목 책상으로 하나 사주세요.”

“알겠습니다.”

옆에 있던 강부장이 메모를 하면서 말했다.

구건호가 오민숙 디자인 팀장을 보며 말했다.

“책상이 하나 더 들어오면 사무실이 비좁을 텐데 괜찮겠지요?”

“괜찮습니다. 원래 일곱명이 쓰던 사무실인데요. 뭐.”

구건호는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하나 꺼내 강부장에게 주었다.

“출판사 사장으로 올 신정숙씨 전화번호입니다. 법인 설립과 대표이사 취임에 대한 서류는 여기로 연락해서 일을 추진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법인 설립이 완성되면 출자금으로 오피스텔 보증금과 밀린 월세 내 주세요. 신정숙씨 가 부임하면 법인통장과 강부장님이 쓰신 돈 영수증을 등을 인계하시면 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법인 실무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강부장님이 많이 챙겨 주세요.”

“하하, 염려 마십시오.”

강부장이 메모지를 자기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디자인 회사에 근무했던 세 사람은 해체될 위기에서 구원을 받은 셈이 되었다. 또 최근 수입도 일정하지 않은데 오피스텔 보증금을 돌려받게 되어 숨통도 터지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놀라운 일은 출판계의 전설적 인물인 신정숙이라는 여자와 같이 일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있었다.

김민혁으로부터 국제 전화가 왔다.

“무어 인베스트먼트 직원 두사람이 잘 도착했어. 지금 실사중이야.”

“그래? 잘 대접해 줘라.”

“그 친구들 생각보다는 꼼꼼하게 챙기데. 이것저것 묻는 게 많았어. 특히 거래처 회사에 대한 정보도 일일이 캐물었어.”

“제대로 일하는 녀석들인 모양이다.”

“아, 참. 그리고 어제 창호회사 사장을 만났는데 리스캉 부시장이 상해로 발령이 났데.”

“그래? 무슨 일을 맡았다고 하나?”

“상해시의 국장급으로 발령이 났는데 문화 광파영시 관리국장이라고 했어. 원후아 광뽀잉스 꽌리쥐장 말이야.”

“너, 중국어 발음 많이 늘었다.”

“하하, 중국서 대학을 다닌 너한테 비하면 잽이 안 되지.”

구건호는 김민혁으로부터 리스캉의 발령 소식을 듣고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왕지엔이 말한 것이 맞았구나.”

구건호는 아산에 돌아와 문재식을 불렀다.

“보따리 싸거라.”

“난, 여기가 좋은데....”

“사람은 자기가 놀아야 할 곳이 따로 있다. 넌 여기서 썩긴 아까운 인물이야.”

“서울엔 당장 기거할 곳이 마땅치 않은데 그것도 문제네.”

“고시텔 방 하나 주마. 사무실은 강남역에 있는 오피스텔이다. 거기 가면 신정숙 사장이 법인 절차 마치는 대로 부임하고 디자인하는 여자들도 세 명이나 있다. 너는 거기서 편집 주간 하면서 책만 만들면 되는 거다.”

“방을 준다니 고맙다.”

“여자들만 있는 사무실이라 너는 좋겠다. 꽃밭에서 살게 되었구나. 부럽다.”

“하하, 그런가? 내가 영업 같은 건 신경 안 써도 되지?”

“그럼, 너는 글만 쓰고 편집만 하면 돼. 급여는 신정숙 사장이 알아서 정해 줄 거다. 신정숙 사장 월급은 내가 정하지만 출판사의 나머지 직원들 급여는 신사장이 할거다. 그렇게 알고 신사장과 사이좋게 지내라.”

지에이치 개발의 강성일 부장이 (주)지에이치 미디어 설립을 완료했다고 보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 등록까지 다 마쳤습니다.”

“책상도 가져왔지요?”

“신사장님이 앉을 책상과 의자 그리고 손님 접대용 테이블도 비치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그리고 고시텔 방 하나 비워두세요. 편집주간으로 일할 사람이 쓸 겁니다.”

“어디에 있는 고시텔로 할까요?”

“음, 사무실이 강남역이니까 역삼동에 있는 고시텔로 하지요. 거기 공실 있지요?”

“있습니다. 요즘 시즌이 아니라서 공실 있습니다.”

“방값은 받지 마세요. 출판사가 안정 괘도에 오를 때 까지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신정숙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출판법인 설립절차가 완료된 모양입니다. 사무실도 있고 인력도 있으니까 신 사장님은 몸만 들어오시면 됩니다. 부임은 언제 하시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월요일부터 업무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월요일날 강남역에 있는 내 부동산 개발 회사로 나오세요. 직원들 인사를 시켜드리지요.”

“신설법인이라 저도 걱정이 많이 됩니다. 구사장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해외 출판물을 소개하는 에이전시로부터 출간할 책 5가지를 골라 보았습니다. 구사장님이 출간해 달라는 ‘21세기 중국 경제의 전망’까지 합치면 총 6권이 되겠습니다.”

“하하, 그건 알아서 하십시오.”

“그리고 전화 통화하는 김에 확실히 정해주실 것이 있습니다.”

“어떤 것 말씀입니까?”

“제 연봉 말입니다.”

“경영 정상화 이전까지 월500으로 하면 안 되겠습니까?”

“500이요? 음. 좋습니다. 대신 일 년에 두 번 연봉 협상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연봉이야 어디까지나 경영 정황을 고려해야 하니까요.”

“편집 주간님을 비롯한 나머지 분들의 급여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건,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의 능력을 고려하여 신정숙 사장님이 정하십시오. 저는 모든 걸 신사장님께 위임합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월요일 뵙겠습니다.”

구건호는 혼자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히트작이 없으면 일 년 안에 책 20권도 못 내고 자본금 3억 거덜 나겠는데. 이거 출판이라는 것이 참 위험한 사업이네. 진입장벽은 별로지만 성공하기는 쉬운 직종은 결코 아니야. 일단은 신정숙 사장의 능력을 믿어보는 수밖에.”

김영진 변호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업계획서는 거의 다 나오고 있는데 중국 시장 수요예측을 다시 정정하고 있다고 하네.”

“그런가?”

“우선 중국의 동부 해안의 각 성에 대한 수요예측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

“무어 인베스트먼트에서 몇 일 중국에 가보고 그걸 잘 판단할 수 있나?”

“걔들 정보는 무시 못해. 중국 동부 해안의 하북성, 산동성, 강소성, 절강성의 가전업계와 자동차 업계의 현황을 다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야. 거기 사회과학원 연구팀하고도 연계가 되는 모양이야.”

“흠, 그래?”

“그리고 경쟁사 제품에 대한 현황도 파악하고 있어. 케미칼 분야는 미국도 강하지만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경쟁업체와 이들이 중국내에서 라인 증설을 시도하고 있는가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래.”

“알아볼 것이 많은 모양이네.”

“라이먼델 디욘이라는 글로벌 메뉴팩쳐와 연대하는 거야. 빈틈없이 해야 돼.”

“그럼, 이번 주까지 못 나오나?”

“어림도 없어. 수요예측은 물론 추정 손익까지 다 뽑아야 돼. 영문으로 번역 작업도 해야 되고. 열흘만 더 기다려보면 좋은 작품 나올 거야. 작품이 나오더라도 최종적으로 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구건호 사장의 승인이 있어야 돼. 그래서 구사장이 보라고 한글판 사업계획서도 같이 가져갈 거야.”

“하여튼 빨리 나와서 보고 싶다.”

구건호는 월요일이 되어 강남역에 있는 지에이치 개발 사무실로 나갔다. 사장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신정숙 사장이 나타났다.

“여기도 구사장님 사무실이 있는줄 몰랐네요. 지에이치 개발이면 부동산 관련 회사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정지영씨가 녹차를 가져와 신정숙 사장이 앉아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감사합니다.”

신정숙 사장은 정지영씨를 쳐다보았다.

“이 분이 디자인을 한다는 분인가요?”

“하하, 그 분은 아닙니다. 지에이치 개발에서 경리를 담당하는 분입니다.”

“어머, 그래요? 실례했습니다.”

구건호는 강성일 부장을 신정숙 사장에게 소개했다.

“아, 강부장님. 법인설립 서류 때문에 몇 번 통화하셨지요? 잘 부탁합니다.”

신정숙 사장은 대뜸 손을 내밀었다. 오히려 강성일 부장이 더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지에이치 미디어는 바로 옆 사무실이니까 앞으로 부탁할일 있으면 하세요. 지에이치 개발이나 지에이치 미디어나 한 집안 식구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가끔 어려운 일이 있으면 부탁하러 오겠습니다.”

구건호와 신정숙 사장이 대화를 나누는데 문재식이 들어왓다.

“어머, 문 주간님 안녕하셨어요?”

신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옆에 있는 우리가 쓸 사무실을 구경하고 왔습니다. 아담하고 좋네요.”

“그래요? 그럼 그리로 저도 가볼까요?”

정지영씨가 구건호 앞으로 왔다.

“디자인 하는 사람들 모두 출근했는데 이리로 들어와도 되느냐고 묻는데요?”

“아니, 우리가 저쪽 사무실로 가지요. 다 같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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