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33화 (133/501)

# 133

(주) 지에이치 미디어 설립 (1)

(133)

미국 시애틀에 있는 라이먼델 디욘사로부터 서신이 왔다.

“이크! 이게 전부 영문으로 되어 있구나.”

구건호는 서류를 들고 미국에서 공부한 김영진 변호사를 찾기로 했다.

“김변호사? 나야. 내가 지금 서울 올라가 널 좀 만나려고 한다. 오후에 어디 안 나가지?”

“안 나가. 무슨 일인데?”

“내가 디욘사와 합작을 희망했어. 서신이 왔는데 아무래도 법률적 검토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널 좀 만나야겠다.”

“그래? 결국 하는 거야?”

“공장은 신공장으로 이전하고 아산에 있는 구공장은 그대로 있어. 거길 이용해서 디욘코리아를 한번 해 보려고 그래.”

“그럼 빨리 와라. 나도 그 서신이 궁금하다.”

구건호는 서류를 들고 KTX를 탔다. 광화문에 있는 김앤정 로펌을 찾아갔다.

“구건호? 빨리도 왔네. 서류 좀 보자.”

구건호가 영문 서신을 보여주었다. 김영진 변호사가 영문 서신을 자세히 검토했다.

“보내준 재무제표는 자기들이 원하는 자격 기준에 미흡하다고 하는데?”

“그래? 부채비율을 많이 낮추었는데 까다롭기도 하네.”

“그런데 사장의 의욕과 이력, 그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고 쓰여 있어.”

“하하, 그래?“

“다음 달 첫째 주에 인터뷰가 가능하고 오실 땐 시간을 담당자인 안젤리나 레인과 상의 하라고 했어.”

“안젤리나 레인? 여잔가?”

“응, 여자야. 전화번호도 있네.”

“올 때 지금의 공장 전경 사진하고 내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함께 가져 오라고 하네. 그리고 현재 거기서 나오는 대표 상품 샘플도 가져오면 좋겠다고 되어 있어.”

“그것 뿐 인가?”

“영문으로 된 사업계획서도 함께 가져오라고 하는군.”

“복잡하네.”

“사업계획서는 용역을 맡기는 게 어때?”

“용역?”

“국제적으로 그런 것 잘 만드는 애들이 있어. 미국 MBA출신들이라 영어도 잘하고 서류도 근사하게 잘 꾸며.”

“흠. 그래? 그럼 걔들이 우리 공장에 한 번 와야겠구나.”

“가야 되겠지.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도 기초자료는 지에이치 모빌에서 제공해 주어야 하니까.”

“돈 많이 달라고 하나?”

“그러지는 않아. 일정하게 정해진 Man Day 수수료가 있으니까.”

“그럼 한번 오라고 해봐.”

“알았어. 그리고 계약서 검토 같은 것 때문에 아주 우리 로펌과 용역 계약하면 어떻겠냐?”

“김앤정 로펌은 수수료 비싸기로 악명 높은 곳인데 돈 많이 달라고 할 것 아닌가?”

“조금만 받을게. 미국 인터뷰 하러 가면 우리와 동행하는 것도 좋아.”

“흠, 그건 그렇겠다. 그럼 용역 계약 하자.”

구건호는 수수료가 들지만 디욘사 같은 글로벌 회사와 일을 하려면 전문가 집단이 참여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건호가 아산에 내려간 지 이틀째 되는 날 젊은 사람 둘이 회사를 방문했다. 눈부신 흰 와이셔츠에 멜빵딜린 바지를 입고 헤어스타일도 독특했다. 미국 물을 톡톡히 먹은 사람들 같았다.

“구건호 사장님이시지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김영진 변호사 소개로 왔습니다. 무어 인베스트먼트의 기획이사입니다.”

“사업계획서 때문에 오셨지요?”

“그렇습니다. 비즈니스 플랜은 핵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우선 공장 현장 투어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구건호는 공장장을 찾았으나 외근 중이라 박종석을 불렀다.

“이 분들은 비즈니스 플랜을 짜는 분들인데 현장 안내를 잘 해 드려라.”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영업상무를 이들에게 인사시켰다. 매출계획 같은 것은 영업상무와 의논하라고 하였다. 영업상무는 법정관리 들어갔을 때 회계사들과 함께 존속가치를 산출한 경험이 있어서 이들에게 설명을 쉽게 해주었다. 이들은 연구소가 아직 해체되지 않아서 연구소도 들리고 직산공장 건설현장도 들렀다. 사진 촬영도 했다.

“사업계획서는 잘 만들 수 있지요?”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 계획은 좀 더 부풀려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들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잘 좀 부탁하겠습니다.”

“사장님께서 중국에 투자한 강소성 배건 유한공사도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그래요? 그쪽은 규모도 작은데 가볼 필요가 있을까요?”

“가봐야 합니다. 이 사업의 중요 포인트는 해외 사업망 구축입니다. 우선 중국시장의 베이스캠프가 될 곳을 봐야 합니다.”

“흠, 알겠습니다.”

“비행기 표 두 장과 이틀간의 중국 소주시 호텔 예약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구건호는 총무과장을 불렀다.

“이 두 분들 중국 공장도 보고 싶다니까 비행기 표 두 장하고 호텔 예약을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중국의 김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혁이? 나다. 무어 인베스트먼트 라는 회사에서 직원 2명이 갈 거다. 안내 잘 좀 해줘라.”

“무슨 일인데?”

“라이먼델 디욘사와 합자사를 꾸며볼까 하는데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돼. 그래서 전문기관에 의뢰했어. 그 기관의 직원들이 갈 거야. 잘 안내해 줘라.”

“그래? 알았다.”

‘만약에 합작사가 꾸며지면 여기서 생산한 디욘사의 원재료를 중국시장에 팔 계획이야.“

“중국에서 만들려고 하지 않겠어?”

“디욘사에서 중국 공장을 설립할 계획은 없는 모양이야.”

“그래? 그럼 판매 캠프는 여기가 되나?”

“그렇게 되겠지. 판매도 너한테 스톡옵션을 준다. 잘 해봐라.”

“하하, 그래? 그럼 열심히 해야 되겠구나! 그 사람들 빨리 보내라.”

구건호는 김민혁이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 보다 디욘코리아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판매가 잘되면 김민혁도 작은 부자는 되겠다.”

구건호는 이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문재식이 사장실을 들어오다 말고 머뭇거렸다.

“어, 문재식이 들어와. 손님들 갔어.”

문재식이 들어와 사장실에 있는 회의용 테이블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킴북스 출판사의 사장했던 여사장하고 통화가 됐어.”

‘전화번호를 용케 알았구나.“

“킴북스 출판사 편집실에 대학 문창과 후배가 마침 있었어. 전화번호 알려주면서 자기가 전화번호 알려 주었다는 말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했어.”

“그래? 그 여사장이 뭐라고 하던?”

“당분간 쉬고 싶데. 하지만 만나보려고 하는 사람이 아산에서 자동차 부품공장을 크게 하는 사장이라고 하니까 솔깃한가봐.”

“만나주겠데?”

“이리로 직접 오겠다고 하네. 출판사를 같이 하자는 사기꾼들이 많은데 여기 와서 공장을 직접 하시는 분인가 확인해 보고 싶데.”

“하하 그래? 언제 오겠다고 해?“

“내일 오후 2시까지 오겠다고 했어.”

“그래? 잘 됐구나. 그럼 너도 내일 2시에 여기 나와라.”

“그렇게 하지.”

“그 여자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 나이는 몇 살이래?”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화여대 출신으로 40대 후반쯤 됐을 거야. 출판계의 마당발이고 출판할 책을 찍는 예리한 눈을 갖고 있는 사람이야.”

“하하, 그래 알겠다. 내일 보자.”

구건호가 점심을 먹고 졸고 있는데 문재식이 어떤 여자를 데리고 들어 왔다. 출판계의 마당발이라는 신정숙이라는 여자였다. 상당히 도도하고 지적으로 생긴 사람이었다. 흰 목도리를 길게 목에 걸고 들어왔다. 문재식이 여사장과 구건호를 소개시켰다.

“전 킴북스 사장 신정숙씨입니다. 이분은 이곳 지에이치 모빌의 구건호 사장님입니다.”

여자는 당당했다. 구건호가 손을 내밀기도 전에 자기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신정숙입니다. 반갑습니다.”

“구건호입니다. 앉으시지요.”

신정숙이 의자에 앉았다.

“여기 와서 보고 두 번 놀랐습니다. 하나는 공장 규모가 큰데 놀랐습니다. 저는 몇 십 명 되는 공장인줄 알았는데 250명이나 되는 공장이라니 놀랐습니다. 두 번째는 사장님이 젊은데 놀랐습니다. 출판에 관심을 가진 제조업 사장님이라고 해서 연세가 많은 분인 줄 알았습니다.”

구건호는 왕지엔 교수가 쓴 ‘21세기 중국 경제의 동향’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중국에 있는 제 친구가 쓴 책입니다. 한국에서 번역 출간하고 싶습니다.”

여자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출판사를 해 보겠다는 말씀이 아니고 단지 이 책을 찍고 싶다는 말씀입니까?”

“천만에요. 이 책을 필두로 아마존에서 유명한 책들을 찍고 싶습니다. 듣기로는 책을 선별하는 안목이 대단하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큰 공장을 하시는 분이니까 자금력은 탄탄하리라고 봅니다. 얼마를 투자하실 의향이십니까?”

“얼마면 되겠습니까?”

“책이 나오려면 몇 개월은 인건비와 경비를 투자하셔야 합니다. 안정권에 들려면 3억은 있어야 합니다.”

“3억이라, 좋습니다. 사장님 예우는 어떻게 해드리는 것이 좋겠습니까?”

“저는 아직 출판사를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단지 지금은 쉬는 기간이고 제조업을 하시는 분이 관심을 보인다고 하기에 호기심에서 왔을 뿐입니다.”

“저는 출판업에 대하여 모르고 사장님은 출판업계에 오랜 경험과 안목이 있으신 분입니다. 투자는 내가 할 테니 같이 한번 해 보실 의향이 없으십니까? 법인 출판사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 뭡니까?”

“첫째는 제가 하는 출판 일에 대하여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건 좋습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일에 간섭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여기 공장 일도 바쁜 사람이 간섭할 시간적 여유도 없습니다.”

“호호호, 그 점이 제가 좋아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출판을 같이 하자는 사람들은 많은데 다 거부했습니다. 사장님은 제조업을 하시는 분이라 간섭을 안 하실 것 같아 와 보았습니다.”

“둘째는요?”

“연봉도 좋지만 스톡옵션을 주십시오. 킴북스의 이사장님과 싸운 것도 스톡옵션에 대한 상반된 의견 때문이었습니다. 스톡옵션은 10%를 원합니다.”

구건호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중국에 자회사가 있지만 연봉 5%입니다. 5%를 넘으면 형평에 맞지 않습니다. 더구나 출판업이 떼돈을 버는 업종도 아니고 실패할 위험만 많은 업종입니다.”

“그러면 연봉 플러스 스톡옵션 5%를 원합니다.”

“좋습니다. 수용하겠습니다. 하지만 저의 조건도 있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편집 주간은 옆에 계신 문재식씨를 써야 합니다.”

“문 선생님을요? 그건 환영할 일입니다. 문 선생님은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신 분이고 전에 출판업에 종사하셨던 분입니다. 교정업무도 많이 보신 분이구요.”

“두 번째는 서울에 디자인 회사 종업원 3명을 써주십시오.”

“면접은 보겠습니다. 잘 하는가를 보아야 합니다. 사장님 부탁도 있으니까 가급적 채용하는 방향으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사무실은 서울 강남역 근방의 오피스텔을 잡아드리겠습니다.”

“기반 잡을 때 까지는 오피스텔도 상관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 측 준비가 되는대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설립될 출판 법인은 자본금 3억에 상호는 (주)지에이치 미디어로 하겠습니다. 이사는 구건호와 신정숙 두 사람으로 등기하겠습니다. 등기와 관련된 필요서류는 서울에 있는 지에이치 개발의 강성일 부장이라는 사람이 연락을 줄 겁니다.”

“화끈하시군요. 좋습니다. 킴북스에서도 그런 식으로 했습니다.”

신정숙 사장은 (주)지에이치 모빌 사장실을 나오면서 문재식에게 말했다.

“구사장님 아버님은 뭐 하시는 분입니까?”

“구사장님은 자수성가 하신 분입니다.”

“세상에! 저렇게 젊은 나이에.”

“여기 공장은 이사 갈 계획입니다. 사장님이 천안 직산에 5천 평의 땅을 사서 최첨단 식으로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5천 평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그런 분이 조그만 규모의 출판사는 왜 하려고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좋아하니까 하시겠지요.”

구건호는 서울에 있는 지에이치개발의 정지영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옆에 디자인 회사 사무실은 그대로 있지요?”

“네, 그대로 있습니다. 사장님.”

“거기 있던 디자인하는 사람을 정지영씨가 잘 안다고 했지요?”

“네, 친한 언니가 디자인 팀장이에요.”

“오피스텔로 나오라고 하세요. 내가 디자인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하세요.”

“사장님이요?”

“내가 12시까지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내가 만나고 싶어 한다고 전해주세요. 다른 약속이 없으면 12시에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연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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