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32화 (132/501)

# 132

(주) 지에이치 케미칼 설립 (3)

(132)

회계사 사무실에서 반기 결산 서류를 가지고 왔다. 안창 회계법인의 이낙종 회계사가 직접 들고 왔다.

“회계사님이 직접 들고 오셨네요. 밑에 직원들 시키지 않고.”

“아닙니다. 결산서류는 회계사가 직접 회사의 오너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차 한 잔 들면서 이야기 하시지요.”

“이 회사는 영업이익이 조금씩 늘고. 있으니 고무적입니다. 물파산업 시절에는 앞 벽돌 빼다가 뒷 벽돌 막는 셈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원가 절감은 더 해야 되겠지요.”

“단지 부채비율은 제2공장 매각으로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직산공장 건축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 획기적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직산 공장이 완공되고 이전하면 여기 공장을 매각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연히 자산 감축이라 부채도 줄겠지요.”

“매각하지 않고 이 땅을 내놓고 회사를 하나 더 꾸미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공장 하나를 더 인수한다는 말씀입니까? 그건 사장님 취향대로 하십시오.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으로 하시던가, 아니면 주식회사 지에이치 모빌이 투자하는 것으로 하시던가.”

“법인으로 하면 새로 설립한 자회사가 경영이 잘 안되었을 경우에는 지에이치모빌도 영향을 받겠네요.”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요.”

“흠.”

“그래도 이 회사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

“뭐가요?”

“일단은 구건호 사장님의 주식 지분 비율이 100%라 특수 이해관계인이 없다는 것이고요. 오너 가족에게 나가는 지출이 전혀 없다는 게 장점입니다.”

“회사 돈을 왜 오너 가족이 씁니까.”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 문제지요. 부인의 고급 핸드백을 법인 카드로 샀다던가, 아들의 해외 유학경비를 회사 돈으로 지출하든가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면 되나.”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문제지요. 개념 없는 금수저들이 너무 많습니다.”

“오늘 말씀 잘 알겠습니다.”

“아무튼 회사가 좋아지고 있는 조짐이 보이니 저도 기쁩니다.”

구건호는 영문 재무제표와 공장 조직도, 등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니혼바시에 있는 아미엘 사무실을 찾아갔다. 통역은 김앤정 로펌에서 소개했던 일전의 그 통역을 썼다.

“아미엘, 우리 회사의 영문 재무제표네. 전보다 많이 개선되지 않았는가?

“그러긴 한데....”

“우리는 인력과 기술도 있고, 공장을 바로 운영할 수 있는 넓은 토지도 이미 확보하고 있네.”

“의욕은 좋은데 인력의 검증도 필요하고 아시아지역 판매망 확보도 필요한것 모르나?”

“일단은 중국 시장이 제일 크네. 그곳에 내가 설립한 회사가 강소성 소주에 있지. 그 회사의 반기 결산 자료도 함께 첨부했네. 중국의 판매는 그곳을 베직 캠프로 활용할 계획이야.”

아미엘은 구건호가 가져온 서류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참, 사카다 이쿠조씨는 개발이 성공했다고 들었네. 맞는가?”

“납품처의 실험에는 합격했고 그 쪽의 실사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네. 신제품 자가 수요도 년간 100톤이 넘을 거네.”

”100톤? 단일 품목으로 적지는 않지만 그것 가지고는 약해.“

"한국 굴지의 업체인 S기업을 뚫었다면 다른 곳에서도 제작 의뢰가 들어올 테니 두고 보게.“

“어쨌든 네가 의욕을 가지고 덤비니 나도 본사에 의견을 타진은 하겠네. 본사에서는 사장의 캐릭터를 중시하니까 사진이 들어간 구사장의 영문 이력서 한부 첨부해 줘. 여권 사본도 첨부해 주고.”

구건호는 아미엘의 사무실에서 자기 영문 이력서를 뽑았다. 만일을 위해서 자기 이메일에 보관한 것이 있었다.

“라이먼덴 디욘사의 본사는 어디에 있나?”

“시애틀에서 북쪽으로 30마일 떨어진 곳에 있어. 보잉사에 물건이 많이 들어가니까 보잉사와 가까워.”

“보잉사는 공장 면적이 그렇게 넓다며?”

“말마.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못 돌아다녀.”

“그래?”

“서류 주었으니 우선 한국으로 돌아가 있어라. 본사의 결과 여부는 내가 회신해 줄게. 나를 거치지 않더라도 서류가 네 사무실로 직접 갈수도 있어. 합자는 법률적 문제가 따르니까 영어 잘하는 김영진 하고도 의논해 봐.”

“알았다. 고맙다.”

“신쥬꾸 요정에 갈까?”

“아냐, 아냐. 디욘사 본사에서 좋은 소식 오면 그때 가자.”

“그럴까?”

“신쥬꾸 요정의 예기(藝妓) 모리에이꼬는 네가 머리를 올려주었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사실이냐?”

“남녀 간의 일을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나?”

“짜식, 성공했구나. 부럽다. 일본 최고의 미녀를 얻었구나. 역시 너는 능력 있는 남자다. 합작사도 어쩌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맙다.”

구건호는 한국에 돌아와 아산을 가지 않고 서울 강남에 있는 타워팰리스를 들렸다. 우편함에는 공과금 용지가 수북이 싸여 있었다.

“온 김에 이거나 정리하고 가야겠다. 돈 달라고 하는 것들이 참 많기도 하네.”

공과금 용지를 꺼내고 있는데 같은 동에 사는 할아버지 한분을 만났다. 통장이었다.

“혹시 18XX호실에 살고 있는 젊은이 아니오?”

“예, 그렇습니다.”

“민방위 훈련 통지가 나왔는데 참석을 안 해 자꾸 고지서가 날라 와요. 이번엔 시간 내서 참석해요. 늙은이가 자꾸 오르락내리락 하게 하지 말고.”

“죄, 죄송합니다.”

정말 민방위 훈련 통지서도 들어 있었다.

구건호는 아무도 없는 타워팰리스에서 혼자 잤다.

“이 집을 팔아버릴까? 아산 KTX 역 앞에 있는 20평짜리 아파트가 나한테는 딱 맞는데 말이야. 이 집은 세금만 많이 나오고 틀렸어.”

구건호는 그래도 서울에 올라오면 쉴 곳은 있어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등록증 거주지도 이곳으로 되어 있어서 더욱 그랬다.

“모리에이꼬를 이곳에 데려와 같이 살아?”

구건호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구건호는 강남역에 있는 지에이치개발 사무실에 들렸다. 사장이 없어서 그런지 강부장은 졸고 앉았고 정지영씨는 카톡만 하고 있었다.

“잘 들 계셨어요?”

“어머, 사장님!”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정지영씨가 호들갑을 떨면서 녹차를 준비했고 강부장이 급하게 보고할 서류들을 꺼내고 있었다. 구건호가 웃었다.

“천천히들 하세요. 사람이 피곤하면 졸수도 있는 거지요.”

강부장의 고시텔 관리는 그런대로 양호한 편이었다. 정지영씨가 시제 현황을 보고했다. 입출금 금전출납부도 보여 주었다.

“흠, 내가 여기 있을 때보다도 회식비는 줄어들었네요. 가끔 회식도 하세요.”

‘가,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리고 들어올 때 보니까 옆에 디자인 사무실 불이 꺼져있는데 이사 갔나요?”

“휴업 중이에요. 사업이 잘 안되나 봐요. 사무실 월세도 몇 달치 밀렸답니다.”

“그러면 방을 빼지, 집기 같은 것은 그대로 있던 것 같던데요?”

“방이 안 나가서 그런 모양입니다.”

“강부장님, 저런 경우에 어떻습니까? 비어 놨다 하더라도 완전히 나간 것이 아니니까 주인이 월세 달라고 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계약 전에 나간다면 주인이 월세를 달라고 합니다. 안 주면 보증금에서 깔 확률이 많습니다.”

“그러면 보증금 빼 갈 것도 별로 없다는 말이네요.”

“그렇습니다. 사람이 망하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강부장님!”

정지영씨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그런 법이 있으니 어떨 건가? 주인은 월세를 못 받으면 허탕 치는 것이니까 달라고 하겠지. 더구나 융자를 받아서 오피스텔을 산 사람이라면 생짜로 이자가 나가는데.”

“사무실이 얼른 안 나가는 모양이지요?”

“그렇습니다. 내 놓았다 하더라도 안 나가니 저렇게 되는 겁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가 여기 들어올 때 다자인 사무실 인원이 7명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것참.”

“지금 3명 남았어요. 실장이라는 사람도 나갔고요. 우리들 회사 디자인 해준 언니도 요새 일감이 없어 집에만 있어요.”

“출판 디자인이라고 했던가요?”

“출판도 하고 여러 가지 디자인을 했어요. 실력도 좋은 언니인데.”

“흠.”

구건호는 자기의 턱을 쓰다듬었다.

구건호는 나흘 만에 아산으로 돌아왔다. 일본 출장과 서울 사무소를 들리는 바람에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이다.

아침에 임원 회의를 소집했다.

“다른 일 없었지요?”

“없었습니다. S기업에서 신제품 생산 능력에 대한 실사를 나오겠답니다. 다음 주 화요일 날 나온다고 했습니다.”

“대응을 잘 해 주십시오. 우리 회사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알겠습니다. 압출기도 새로 정비하고 디욘아메리카 원재료도 반 톤이나 준비했습니다.”

“그래도 그 먼 곳에서 일찍 들여온 셈이네요.”

“요즘은 전화만 하면 됩니다. 통관도 관세사 사무실에서 알아서 척척 해주니 좋습니다.”

“그래요? 허허. 사카다 이쿠조씨에게서 배합표는 넘겨받았습니까?”

“금형은 받았는데 배합표는 아직 안 넘겨주네요. 성공보수를 받은 후에 넘겨주겠답니다.”

“그 양반도 돈은 필요하겠지요.”

구건호는 임원들을 보내놓고 책상 위를 보다가 우편물이 하나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왕지엔 교수가 보내준 ‘21세기 중국의 경제동향’이라는 책이었다.

“이거 어려워서 어떻게 보겠나? 내가 중국 유학을 했다 하더라도 사전 찾아가면서 봐야 하는데 시간 걸려 보기도 힘들겠네.”

구건호는 문재식을 불렀다.

“나, 불렀냐?”

“응, 거기 앉아. 차나 한잔 하자.”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 그래. 경비가 주제넘게 사장하고 같이 앉아서 차나 마신다고 그럴 것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나 때문에 말들이 많은 모양이던데.”

“무슨 말?”

“경비원을 숙소비까지 준다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아.”

“아, 그런 것 신경 쓰지 마.”

“왜 신경이 안 쓰이겠어. 마지막에는 사장이 욕먹을 수도 있어서 그래.”

“흠, 그래?”

구건호는 약간 골치가 아팠다.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는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형평을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그건, 그렇고. 이런 책을 여기 한국에서 찍으려면 돈이 얼마 들어 가냐?”

“어디 보자, 오, 중국 책이구나. 중국 절강대학 출판부에서 나온 책이네. 흠, 작가가 예일대 출신이고 미국서 교수까지 한 분이네.”

“내 친구야.”

“친구?”

“응, 중국에 있을 때 사귀었어. 우리하고 동갑이야.”

“그래? 좋은 친구를 두었구나.”

문재식은 책을 이리저리 펼쳐 보았다.

“한국서 2천부 찍는다면 한 1200만원 들어가.”

“음, 많이 들어가네. 그럼 1000부 찍는다면?”

“인쇄비나 조금 차이가 나지 들어가는 건 거의 비슷해.”

“뭐가 그렇게 들어가지?”

“언젠가 내가 말했던 것 같은데. 우선 선인세가 3천 달러 나가. 우리 돈 300만원이지. 그리고 번역하는데 300들어가. 이 책이 300페이지니까 장당 1만원씩 쳐도 그래. 그리고 나머지 600은 디자인, 교정교열, 편집료, 인쇄비 등이야.”

“흠.”

“출판도 돈 싸움이야. 돈이 많은 사람이 이기는 거지. 많이 찍어야 그중에 히트작이 나오니까 말이야.”

구건호가 무얼 생각하다가 문재식에게 말했다.

“너, 여기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고 하니 서울 올라가서 출판사 한번 해 볼래?”

“출판사? 아이고, 나는 능력 없어 못해. 출판사 사장은 책을 보는 감각도 있어야 하고 영업력도 있어야 해. 편집 주간을 하라고 하면 내가 할 자신은 있어.”

“흠, 그래?”

“어제 인터넷 신문에 보니까 유명 출판사 킴북스에서 거기 여자 사장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았어. 그 여자는 출판시장의 마이더스 손으로 유명해. 그런 사람을 찾으면 좋은데.”

“그런 사장이 출판사를 왜 나와?”

“거기 이사장하고 싸운 모양이야.”

“너, 그 여자 전화번호 좀 알아봐라.”

“정말 해볼 의사가 있는 거야? 지금 이 공장만 해도 벅찰 텐데. 괜한 것 하는 것 아니야? 출판은 영세해. 이런 공장 규모하고는 비교가 안 돼.”

“하여튼 그 여자 전화번호나 알아봐라.”

문재식은 의심에 찬 눈으로 구건호를 쳐다보다가 사장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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