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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이야기-122화 (122/501)

# 122

기업 구조조정 (4)

(122)

상임감사는 창고와 기숙사를 부동산 시장에 내 놓았다. 창고에 야적된 물건들은 주로 반품 들어온 물건들이 많이 싸여있었다. 구건호는 이 물건들을 미련 없이 모두 버렸다.

상임감사가 구건호에게 보고를 하였다.

“천안 직산에 5천평 공장이 나왔습니다. 시가 70억인데 두 번 유찰되어 34억으로 떨어졌습니다. 요즘 경기 불황이라 응찰자가 많지 않습니다. 조사해본 바로는 건물은 낡았지만 전기 용량은 풍부합니다.”

“그거 한번 경매 받아보도록 하세요.”

“예? 돈은요?”

“창고와 기숙사를 적극적으로 팔도록 하세요. 안 팔리면 또 다른 방법을 연구해 보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다행히 기숙사가 팔렸다.

기숙사에 있던 관리직 직원들과 생산직 직원들에게는 급여에 숙소수당을 얹혀주고 전원 기숙사를 나오게 했다.

“근처에 원룸을 얻던가, 아니면 친척집에 들어가든가 그건 각자 알아서 하도록 하세요.”

직원들은 자기들 돈을 더 보태어 원룸을 얻은 사람도 있고 고시텔로 들어간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회사를 그만 두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창고도 팔렸다. 감정가격보다 조금 낮게 팔렸다. 임자가 나타난 김에 싸게 바로 처분했다. 창고는 24억, 기숙사는 11억원에 팔려 회사로 35억원의 돈이 들어왔다. 구건호는 이 돈으로 천안 직산에 있는 5천평 공장을 낙찰 받았다. 35억원에 낙찰 받았다.

상임감사가 구건호를 찾았다.

“이사 계획을 세울까요?”

“아니요. 그 공장은 건물이 20년이 넘었습니다. 공장을 신축합니다. 공장은 신축기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예? 신축이요? 공장 짓는 건 좋은데 지금 돈이 없습니다. 창고와 기숙사 판 것은 지금 공장 토지 경매에 모두 들어갔습니다.”

“빌리면 되지요.”

“빌려요? 어디서 빌립니까? 우리 회사는 차입금이 지금 한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내가 빌려드리지요.”

“예? 사장님이요?”

“20억만 대표이사 차입금으로 넣고 나중에 여기 공장 본 건물과 연구소가 있는 제2공장이 팔리면 내 돈 빼줘야 합니다.”

상임감사는 입을 멍하니 벌리고 구건호를 쳐다보았다.

[도대체 구건호 사장은 돈이 얼마나 있는가? 20억이라는 큰돈이 주머니에서 공깃돌 빼듯이 하니 말이야.]

상임감사는 구건호가 불가사의하게 보였다.

며칠 후 구건호는 상임감사를 다시 불렀다.

“이번에 경매 받은 천안 직산에 있는 공장 건물을 새로 짓는다면 돈이 정확히 얼마가 들어 갈가요?”

“당분간 그냥 쓸 수 있어도 좋을 것 같은 공장인데 새로 짓기는 아깝네요.”

“우선 계획이라도 한번 잡아보지요.”

“좋긴 한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공장 제대로 지으려면 평당 건축비가 2백만원 정도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공장 부지가 5천평이니 바닥면적 1천평에 2층으로 올리면 연면적 2천평이 됩니다. 평당 2백만원이면 40억 들어간다는 이야기네요.”

“그렇습니다. 돈이 너무 어마어마하게 들어갑니다. 대기업이라면 모를까 우리로서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흠.”

“2천평은 불가능합니다. 생산동은 1층으로 하고 나중에 사무실이나 연구실 같은 건 별도로 지어야 합니다. 사무실은 콘테이너 박스를 활용해도 될 것입니다.”

구건호는 상임감사의 이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뭔가 골똘히 생각을 했다.

“저, 사장님....”

“뭔 말을 하시려고 그럽니까?”

“실은... 저는 은행에서 돈이나 세던 사람이지 공장 실무에 대하여는 아는 게 없습니다. 더구나 공장 건축 같은 것은 전문가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흠.”

“공석중인 관리 상무를 한분 영입했으면 좋겠습니다.”

“흠.”

“전에 제가 건설회사 관리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회사는 청산가치가 크다고 하여 공중 분해되고 말았지만 거기 관리이사로 있던 친구가 꽤 유능했습니다.”

“지금 어디 다니고 있을 것 아닙니까?”

“저를 좋아하는지 가끔 문자 같은 것을 보내곤 하는데 특별히 하는 일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나이가 있다 보니 재취업이 어려운 모양입니다.”

“흠”

구건호는 팔짱을 끼고 생각을 해보았다.

“나이가 몇입니까?”

“50대 중반입니다. 아까운 사람입니다.”

“흠.”

“원래 그 친구는 서울공대 건축과를 나와 대기업 해외 건설현장에서 오래 근무했습니다. 다니던 회사가 다른 기업에 흡수되면서 잘렸습니다. 인수한 회사의 텃새를 견디지 못했고 파워게임에서 밀려나 작은 건설회사 임원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작은 건설회사가 부채가 많아 법정관리 들어갔겠군요.”

“그렇습니다. 대형 상가를 건축하면서 금융권 부채가 많아지고 상가 분양도 안 되다보니 쓰러지게 된 거지요. 건설회사 망하는 건 순식간입니다.”

“건축과 나와 건설현장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 관리업무를 할 가요? 영역이 틀린데.”

“아닙니다. 그 작은 건설사에서 관리업무를 맡았었습니다. 회사가 작다보니 이 친구가 통반장 다하더군요.”

“흠... 한번 데려와 보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직산 공장 신축을 위해 추가로 20억 회사에 넣겠습니다.”

“예? 20억 추가요? 그럼 모두 40억?”

상임감사는 구건호의 재력에 또 한번 놀랐다.

상임감사는 점심식사 후 영업 상무를 불러 같이 차 한잔을 하였다. 영업상무는 궁금한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소문에 직산에 공장 하나를 경매 받았다면서요? 5천평이면 엄청 큰 공장인데 여기공장을 이전하려고 그러는 겁니까?”

“글쎄, 나도 확실히 모르지만 사장님 의도가 그런 것 같아요.”

“그럼 여기 공장은?”

“팔겠지요. 뭐.”

“연구동이 있는 2공장도 팔겠네요. 그럼.”

“2공장은 팔려고 부동산시장에 이미 내 놓았어요.”

“그럼 경매 받은 직산 공장은 연구소 건물이 그 안에 별도로 있나요?”

“없어요.”

“그럼 연구소는요?”

“상무님은 연구소가 꼭 필요하다고 봅니까?

“필요하지요. 생산회사에서 연구소가 없으면 안 되지요.”

“연구소 인력이 30명인데 그럼 그동안 실적 같은 게 있습니까?”

“실적은... 좀, 그렇지만”

“우리 연구소 직원들이 너무 늙었어요. 최근 3년간 이렇다 할 연구 성과도 없고 월급만 축낸 건 상무님도 잘 알잖아요.”

“그래도 오더 따는데 연구소가 있는 것 하고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른데...”

“30명 인건비는 월간 억대가 나갑니다”

“많기는 하네요.”

“연구소의 존폐여부는 구건호 사장님이 결정하겠지만 나도 연구소를 살리자고 주장할 명분이 거의 없네요.”

“그럼 구사장님이 없애는 방향으로 할까요?”

상임감사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많겠지요. 내가 사장이라도 그런 결정을 안 하겠습니까?”

“그것 참.”

영업상무는 상임감사와 대화가 끝나자 쪼르르 연구소로 달려갔다.

연구소장은 점심을 먹고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형님.“

“오, 왔나?”

“한가하게 낮잠만 주무시면 어떡합니까? 공장 이전 소문 못 들었습니까? 그렇게 되면 연구소가 있게 될지 말게 될지도 모르는 판국에 말입니다.”

“왜? 무슨 소식 있나?”

“연구소 연구 실적이 없답니다. 새로 이사 갈 공장에는 연구소 건물이 없답니다.”

“끙.”

“연구소 직원 30명의 월간 인건비가 억대가 넘는답니다.”

“끙.”

“그런데 이렇게 낮잠만 자요? 형님도 참 딱하네요.”

“나야 이제 해먹을 만큼 해먹었으니 그만 두어도 괜찮은데 밑에 직원들이 걱정이네.”

“그러기에 연구 좀 잘하시지 그랬어요. 특허도 좀 따고 말입니다. 직급에만 관심이 있어 책임연구원이다, 선임연구원이다 하는 것만 만들면 뭐합니까.”

“할 말 없네.”

영업상무가 떠든 지 이틀이 안 되어 공장 이전소식은 회사 안에 파다하게 퍼졌다. 연구소를 없앤다는 소문도 돌았다. 연구소 직원들은 슬슬 자기 자리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회사내 이런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구건호는 일본으로 날아갔다. 아카사카에 있는 한식당 최지연 사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최지연 사장이 구건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전보다 얼굴이 더 밝아 보이네요.”

“별 말씀을.”

“모리에이꼬 기를 받아서 그런 모양이네요.”

“그래요? 하하.”

“시부야의 다이칸야마로 가시지요. 거기에 마마상 세가와준꼬도 나온다고 했어요.”

“난, 계약금도 안 가져 왔는데요. 더구나 외환관리법이 엄격해서 이거 고민이네요. 일본에 사업상 투자한 것도 아니고요.”

“호호호,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하시지요.”

“어떻게요?”

“내가 일본에 와서 평생 모은 돈이 있어요. 1억엔(한국돈 10억 정도)쯤 합니다. 다이칸야마에 있는 맨션은 살수 있을 겁니다.”

“그걸 날 빌려주겠다는 말씀입니까?”

“호호호, 가족 간에도 안 빌려주는데 구사장님한테 어떻게 빌려줍니까?”

“그럼 왜?”

“내가 노후는 한국에서 보내려고 해요. 나이가 드니 그래도 모국이 생각날 때가 많습니다.”

“흠,”

“어때요? 여기서 내 돈으로 모리에이꼬의 맨션을 사주고 한국에 있는 내 통장으로 구사장님이 한국에서 돈을 보내시면 됩니다. 엥화가 아닌 원화로 말입니다.”

“흠. 그런 방법도 있었군요.”

“환전 수수료는 정확히 계산해 주셔야 합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드리지요.”

“액수가 많아 환전 수수료도 꽤 됩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최지영 사장과 함께 맨션을 보러 가기위해 시부야의 다이칸야마로 갔다. 맨션은 한국의 아파트 단지보다는 작지만 연립주택 단지보다는 컸다. 신축건물이라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주변 환경도 일본 특색답게 아기자기해 보였다.

“참, 좋네요. 환경도 좋고.”

“마마상 세가와준꼬가 추천한 집입니다. 그 여자 눈이 보통 아닙니다.”

구건호는 직접 집에 들어가 보았다. 집은 넓고 깨끗했다. 채광도 좋고 거실 앞의 풍경도 좋았다. 집은 가구가 아직 들어오지 않아 넓어보였다.

“아휴, 혼자 쓰기에는 너무 넓네.”

최지영 사장이 감탄한 듯 말했다.

“참, 모리에이꼬도 이 집 구경했답니까?”

“구경뿐입니까? 좋아서 두 번이나 보러 왔데요. 너무 좋아 팔딱팔딱 뛰더랍니다.”

“그래요?”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요정의 인기 좋은 게이샤라도 이런 집 장만하기는 평생 걸려도 힘들 거예요. 서울 강남의 아파트 장만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평생 걸려도 장만 못하잖아요.”

전화벨이 울렸다.

“맨션 분양회사 직원과 마마상이 같이 올라온다고 하네요.”

“저, 계약금 안 가져 왔는데.”

“여기 있잖아요.”

최지영 사장이 자기의 천만원짜리 악어가죽 핸드백을 흔들어보였다.

맨션 분양회사 직원과 마마상이 들어섰다.

구건호는 마마상이라고 부르려다 흠칫 했다. 밖에 나와서 마마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단한 결례가 되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입니다.”

“반가워요.”

마마상이 웃으며 구건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 계약자 이름은 모리에이꼬 명의로 합니다. 신분증과 위임장을 저에게 써주었습니다.

마마상이 모리에이꼬의 위임장을 흔들어 보였다.

맨션 분양회사 직원이 최지영사장과 마마상을 보고 감탄한 듯 말했다.

“우리 부동산 고객 중 가장 아름다운 귀부인 두 분을 모신 것 같습니다. 앞에 계신 신사분도 귀하신분 같습니다.”

구건호가 최지영사장과 마마상을 보았다.

고급 코트에 고급핸드백 그리고 왕년에 날렸던 미모들이라 정말 귀부인 티가 났다.

“정말 아름다운 귀부인들이십니다.”

“구사장님까지 그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두 여자는 깔깔거리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맨션 분양회사 사무실에 가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모리에이꼬 명의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구건호는 최지영 사장에게 1천만엥을 빌리는 차용증을 써주고 계약금을 지불했다.

마마상이 계약서를 품에 넣으면서 말했다.

“모리에이꼬가 복이 많네요. 남들이 평생 걸려도 못 갖는 걸 가지게 되었네요. 모리에이꼬는 후견인 덕분에 이제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하게 되었으니 더욱 발전해 나갈 겁니다.”

구건호와 최지영 사장은 마마상을 배웅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마마상이 밖에 세워둔 검은색 도요다 승용차에 올라탔다. 마마상이 자동차 유리문을 내리면서 구건호를 향해 말했다.

“먼 길 오셨으니 모리에이꼬는 만나고 가셔야지요. 요정 일이 9시에 끝나니 10시까지 뉴오따니 호텔 로비로 보낼게요.”

“감사합니다.”

구건호는 마마상이 탄 도요다 승용차를 향해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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