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21화 (121/501)

# 121

기업 구조조정 (3)

(121)

구건호와 아미엘, 김영진 변호사는 서초동에 있는 한정식 집으로 식사를 하러갔다. 불고기 전골을 시켰다.

“아미엘, 오늘 우리 공장을 본 느낌이 어땠어?”

“음, 좋던데. 생각보다는 규모가 컸어.”

“그래? 좋게 봐줘 고맙다.”

“년 간 매출액이 얼마나 된다고 했지?“

매출액 규모는 김영진 변호사도 궁금한지 귀를 기우렸다.

“인수할 땐 700억이었는데 곧 800억 넘어갈 것 같아. 내년 목표는 1000억이야.”

“헉! 1000억?“

김영진 변호사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미엘은 고개만 끄덕였다.

“요꼬하마에 있는 디욘제팬 보다는 부지가 두 배는 넘겠던데?”

“난, 근데 그 공장을 옮길까 해.”

“왜?”

“구조조정도 해야겠고 다른 이유가 있어.”

“뭘 하려고?”

“그 공장에다 디욘사 합작사를 하면 어떨까 하고.”

“뭐?”

아미엘과 김영진 변호사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구건호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어때? 아미엘! 오늘 본 그 공장에다 디욘사 합작사를 만드는 거야. 우린 인력도 충분하잖아? 250명의 종업원이 있어. 그 중에서 몇 십 명만 뽑아다 투입해도 기계 돌릴 수 있잖아?”

“흠.”

아미엘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당장 답변을 못한 채 팔짱만 끼고 앉았다.

침묵은 김영진 변호사가 깼다.

“야, 그거 좋은 생각인데?”

아미엘이 팔짱을 풀면서 말했다.

“넘어야할 산들이 많아. 그 회사의 재무상태 분석도 하고 기술력과 연구 인력도 보아야 하고 특히 사장의 의지나 캐릭터도 중요해.”

“흠.”

“미국 본사에서는 체크항목을 여러 개 나열하여 점수를 매기는데 여기에 합격해야 돼.”

김영진 변호사가 아미엘 앞에 있는 맥주잔에 맥주를 부우며 말했다.

“아미엘 입김으로 안 되나?”

“하하, 어림도 없어. 체크항목 뿐만이 아니고 평가단이 실사도 나와.”

“흠.”

“공장 부지는 오늘 보고 온 아산 부지면 되지만 그 회사 부채비율이 너무 높으면 안 돼.”

“흠.”

셋은 말없이 고기만 먹었다.

“내가 구조조정을 앞당겨 실시하겠네. 일단 부채비율은 떨어트려 놓을게.”

“신용도도 좋아야 해. 신용평가기관의 영문 평가서가 들어가거든.”

“흠.”

“만약에 모든 걸 합격한다면 기계가 배편으로 들어오기 전에 기술 인력을 미국으로 보내 몇 주간의 트레이닝도 받아야 돼.”

“기계는 리스도 가능한가?”

“평점에 합격하면 리스도 가능해.”

“흠.”

“코리아에 세우는 합작사는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도 바라봐야 할 거야. 미국 본사는 그걸 원할 수도 있어.”

“사장이 영어도 잘 해야 되나?”

“하하, 그런 건 없어. 사장은 경영을 잘하면 되지 꼭 영어가 필수는 아니야. 영어 잘하는 사람을 채용하면 돼.

구건호는 다음날 아미엘 및 김영진 변호사와 함께 용인에 있는 골프장엘 가기로 하였다.

구건호는 아산으로 내려갈 수도 없어서 도곡동에 있는 타워팰리스 아파트에서 자고 가기로 하였다.

“이 집 오래간만에 와보네.”

우편함에 각종 고지서 같은 것이 잔뜩 쌓여 있었다.

넓은 아파트가 더 적막해 보였다. 구건호는 피곤하여 안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가정을 가져야겠다.. 모리에이꼬를 불러 여기서 살까?”

구건호는 베개를 끌어당겨 가슴에 안고 잠이 들었다.

용인에 있는 아시아나 골프장에서 18홀을 돌았다.

구건호는 이번엔 별로 실수를 하지 않았다. 아미엘과 김영진 변호사에게 크게 방해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김영진 변호사가 핀잔을 주었다.

“구사장은 아산에 내려가더니 일은 안하고 만날 골프만 쳤나?”

아미엘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마디 했다.

“오우, 구사장 실력이 많이 늘었네. 캘리포니아 패블비치 골프장에 가도 손색이 없겠다.”

“패블비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이야. PGA메이저 대회가 거기서 열리잖아.”

“그래?”

구건호 일행은 골프장을 나와 가까운 이천에 있는 미란다호텔에 가서 사우나 온천을 즐겼다.

“어, 물 좋다.”

“온천은 일본만 유명한 것이 아니야. 내가 있는 아산에도 온천물이 유명하고 여기 경기도 이천의 온천도 유명해.”

김영진 변호사가 탕 안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말했다.

“맞아, 아산에 있는 온양 온천은 옛날부터 유명했지. 기록에 보면 세종대왕도 눈병이 나서 온양 온천까지 온천물에 눈 씻으러 갔다는 기록이 있어.”

“그런가?”

구건호 일행은 미란다 호텔의 야외 워터파크와 연결된 테라스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와인과 곁들여 먹었다.

“야, 구건호! 미란다 호텔비용은 내가 계산할 테니까 넌 저녁에 한남동에 가서 한번 쏴라. 장마담 집에 가자.”

“한남동 요정? 그렇지 않아도 아미엘이 가야금 소리 듣고 싶다고 했어.”

구건호는 장미향 마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우, 구사장님, 구사장님은 우리 집을 완전히 잊은 줄 알았습니다.“

“오늘 갈 사람은 미국인 한명, 한국인 2명입니다.”

“미국인이 있어요? 영어 잘하는 도우미 앉히도록 할게요.”

“저녁 8시까지 가면 되겠지요? 가야금 준비도 하시고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구건호 일행은 저녁 8시가 되어 한남동 요정 ‘솔‘에 나타났다.

지난번처럼 검은 양복을 입은 깍두기들이 나와서 안내를 했다. 깍두기들은 구건호를 조폭 두목 대하듯이 하였다.

“장마담 안에 계셔?”

“안으로 드시지요. 사장님들 오실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장미향 마담이 화사한 한복을 입고 거실에서 구건호 일행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구사장님은 우리 집 몇 년 만이에요?”

“몇 년이라니요? 몇 달 전 같은데.”

“일본 요정만 다니고 한국 요정은 안 다니실 거예요?”

“일본 요정은 딱 한번 갔었습니다.”

“하긴 세가와준꼬가 나보단 한수 위죠.”

“나는 장마담이 더 한수 위인 것 같은데요?”

장마담이 구건호의 저고리를 받아 옷걸이에 걸면서 투정을 부렸다.

“일본서 좋은 소문 들리던데요?”

“무슨 소문을?”

“일본 제일의 게이샤 머리를 올려주었다면서요?”

이 말에 김영진 변호사와 아미엘이 어리둥절하였다.

“하하, 쓸데없는 소리 마시고 음식상이나 가져와요. 술은 발렌타인 가져와요.”

“청담동 이회장님은 젊었을 때 사흘에 한 번씩은 꼭 우리 집 오셨어요.”

구건호가 자수 병풍이 있는 방석에 아미엘을 앉혔다. 신선로가 있는 커다란 상이 들어왔다. 음식은 말 그대로 상다리가 휘어질 듯 많았다.

구건호 일행은 낮에 친 골프 이야기를 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였다. 한복을 곱게 입은 여성 두 명이 가야금을 들고 들어왔다. 이들은 손님들 앞에서 가벼운 목례를 하고 가야금을 타기 시작했다.

아미엘이 눈을 감고 곡을 감상했다. 곡이 끝나자 아미엘은 박수를 크게 쳤다.

“굳!”

아미엘은 가야금 한곡을 더 주문했다.

“일본의 사미센보다 한국 가야금이 더 울림이 좋아요. 깊은 맛이 있어요.”

가야금 세곡이 끝나고 다시 새로운 젊은 여성 세 명이 들어왔다. 예쁜 도우미들이었다. 한명은 영어를 잘했다.

아미엘은 기분이 좋아졌다. 골프 대접에, 온천물 대접에, 저녁에는 가야금과 도우미 서비스까지 받으니 붕 날아갈 것만 같은 모양이었다.

아미엘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구건호에게 말했다.

“구사장, 실은 말이야. 아산 공장을 보고 조금 놀라기는 했어.”

“왜?”

“나는 구사장이 부동산 개발이나 임대업을 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런 큰 공장을 하리라곤 몰랐어. 물론 메카닉 출신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말이야.”

“좋게 봐주어 고마워.”

“디욘사와 합자사 정말 하고 싶어?“

“그렇다니까.”

도우미들이 고기와 생선살을 발라 아미엘에게 주었다. 술도 따라 주었다.

“탱큐유. 테이스트 굳!”

아미엘은 생선을 오물오물 먹으며 말했다.

“구조조정 한 후에 재무제표를 근사하게 한번 만들어봐.”

“흠. 그래 알았다.”

김영진 변호사도 옆에서 초를 쳤다.

“구사장은 중국에도 공장을 갖고 있어. 중국 판매 네트웍이 탄탄한 사람이야.”

“흠, 좋아. 나도 지원할 테니 일단은 구조조정이 끝나면 합작사업 계획서를 만들어봐. 중국이나 동남아 들 해외 예상매출액까지 계산해 만들어야 할 거야.”

“흠.”

“디욘사와 관련된 기초 정보는 내가 일본에 가는대로 보내줄게. 이를테면 원재료 종류, 공급가격, 콤파운드 비용등 말이야.”

“그래, 알았다. 우리 한번 해 보자.”

세 명은 잔을 부딪쳤다.

“너희들도 같이 잔 부딪치자!”

도우미들도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

아산으로 내려간 구건호는 아미엘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들어 기분이 좋았다. 사장실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했다.

“구조조정은 강제로 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자. 가급적이면 손에 피를 안 묻히고 하는 게 상책이겠지.”

구건호는 공장을 옮기기로 했다. 조용히 경매 나온 공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상임감사를 불렀다.

“공장을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옛? 공장을요? 어디로요?‘

“경매사이트를 잘 보세요. 덩치가 커서 감정가의 50%이하로 떨어진 것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위치는 상관없습니까?”

“위치는 아산시 이북 쪽이면 어디나 상관없습니다. 가급적이면 5천평 이상으로 하시면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여기 아산공장은 매각합니까?‘

“아닙니다. 그대로 둡니다. 다만 연구소가 있는 재2공장이나 창고와 기숙사는 매각합니다.”

“그건 찬성입니다. 구조조정을 위해 2공장과 창고, 기숙사는 매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연구소 건물이 있는 2공장이 매각되면 연구소는 어떻게 합니까?”

“감사님은 우리 회사 연구소가 실적이 있다고 보십니까?”

“그, 그건 그렇습니다.”

“지난 3년간 연구 실적이 없습니다. 특허 낸 것도 없고요. 특허를 사는 것 보다 못한 실정입니다. 그리고 연구소 직원들 나이가 너무 많아요. 연구소장만 하더라도 독일 박사지만 60대입니다.”

“그, 그렇다고 없앨 수는....”

“없애진 않습니다. 연구실 직원 30명은 전원 일반부서로 재배치 발령합니다.”

상임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방법입니다. 일반부서 발령이 나면 그대로 와서 근무하는 사람도 있고 기분 나쁘다고 자진 사퇴하는 사람도 나오겠네요.”

“그리고 여기 생산라인의 주부사원들 50세가 넘은 분들이 많습니다.”

“공장 이전하면 이분들도 많이 떨어져 나가겠네요.”

‘그렇지요. 이들은 대부분 집이 아산입니다. 다른 곳으로 가면 살림하는 사람들은 따라오지 못합니다. 그럼 비효율적 라인은 없애버리고 잔여인원은 다른 부서로 배치해 헤쳐모여 하도록 하면 됩니다.”

“하하, 역시 사장님은 대단하십니다. 손에 피 안 묻히고 구조조정 하네요.”

“문제는 관리직입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관리직이 너무 인원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오세영 회장님은 회사가 오래되어 온정주의로 나간 것이 많습니다. 허물이 있어도 굳이 자르진 않았지요.”

“흠.”

“그래서 조사해보니 이력서를 허위로 작성해 들어온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그래요?”

“오세영 회장님의 친척이거나 지인의 자녀들이지요. 공장 이전을 하면서 이들에게 입사 구비서류 정리 차원에서 서류를 다시 내달라고 하겠습니다. 이를테면 졸업증명서나 신원증명서 같은 것 말입니다. 서류제출을 못했을 땐 정리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요?”

“이 회사는 입사시험을 면접으로만 뽑았지 필기시험이 없었습니다. 전 관리직에 필기시험을 부과하겠습니다. 컴퓨터 관련이나 어학시험 같은 것 말입니다.”

“이미 들어온 사람들을 시험 성적이 나쁘다고 자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 어렵겠지요. 하지만 성적 결과를 고과에 반영은 가능합니다. 승진이나 호봉조정에 반영은 가능합니다.”

“쪽 팔린다 생각되면 스스로 나갈 수도 있겠네요.”

“맞습니다. 이력서를 허위로 작성해 들어오는 사람이나 시험성적이 극도로 나쁜 사람들을 우리가 안고 갈수는 없습니다. 직원을 새로 뽑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흠”

“공장 이전하면 250명중 50명은 떨어져 나갈 것입니다. 회사가 몸집이 가벼워진 상태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건호는 다음날 상임감사를 다시 불렀다.

“공장 이전 계획이 있다는 말을 소문내십시오. 갑자기 발표하는 것 보다는 소문을 흘리다가 발표하는 것이 저항이 적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상임감사는 사장실을 나오면서 구건호를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젊은 사람이 참 무서운 사람이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