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115화 (115/501)

# 115

기업 확장 (3)

(115)

구건호는 상임감사를 불렀다.

상임감사는 감사 업무라는 고유의 업무 영역이 있다. 하지만 현재 이 회사에서는 관리 상무가 부재중이라 상임감사가 이 일을 대신하고 있었다.

“다음 주에는 제가 영업담당 김상무와 함께 일본 출장을 갑니다.”

“말씀 들었습니다. 디욘사라는 일본 주재 미국업체에 가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영업이나 기술 쪽은 제가 아는 바가 없어서 조언은 못해드리네요. 하하.”

“혹시 제가 없어도 직원들 관리 감독을 잘 부탁드립니다. 현재 이 회사에서는 감사님이 제일 어른이십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가시기 전에 협력사 사장들 모임 한번 갖는 게 어떻겠습니까?”

“협력사요?”

“우리가 납품하는 거래처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납품을 받고 있는 업체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납품받는 곳이 30군데 되지요?”

“36곳입니다. 그 중애서 납품 받는 액수가 큰 15개 업체만 불러보도록 하시지요.”

“흠.”

“우리가 부탁할 것이 있으면 말씀 드리고, 또 그들로부터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것도 경영의 일환이니까요.”

“협력업체 회의는 나도 생각 중에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지급하지 못한 외상매입금이 있습니다. 용역업체는 미지금금도 있고요. 법정관리 들어갈 때 채권자 신고한 것을 보더라도 못 갚은 돈이 억대가 넘는 곳도 많습니다.”

“흠.”

“모임은 빠를수록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감사님이 내일 모레 온양관광 호텔로 모이라고 하세요. 법정관리 이후 우리가 이 회사를 인수해서 운영하기까지의 과정도 설명하고요.”

“알겠습니다. 자료 준비하겠습니다.”

상임감사는 사장 방을 나가다 말고 다시 들어왔다.

“저, 사장님 차를 바꾸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왜요?”

“작은 기업이면 몰라도 앞으로 매출액이 1,000억을 넘게 되면 사장님은 명실 공히 공인입니다. 혼자 운전하시다가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안 됩니다. 차를 새로 구입하시고 운전기사를 두도록 하십시오.”

“렌드로바를 팔란 말입니까?”

“아닙니다. 그 차는 집에서 개인적으로 쓰시고 회사 업무 수행 중에는 기사 딸린 차를 타시라는 말씀입니다.”

“쓸데없는 비용이 나갈 것 같은데요?”

“지금 종업원들 사기도 많이 오르고 매출 주문량도 조금씩 늘어 지난달부터 영업이익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비용이 많이 있어 흑자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사장님 자동차 유지와 기사 월급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흠.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지요.”

상임감사는 가지 않고 또 할 말이 있는 듯 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또 뭡니까?”

“이 회사는 이사2명과 감사 1명으로 등기되어 있습니다.”

“그랬지요.”

“감사는 저지만 이사 2분은 사장님과 사장님 부친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랬지요.”

“현재 이사중 대표이사인 사장님과 감사인 저는 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이사 한분은 근무를 안 하니까 사외이사가 됩니다.“

“그렇지요.”

“사외이사도 이사회 참여 구성 인원이니까 보수가 나가야 합니다. 급여를 상근자 보다는 작아도 책정해야합니다. 책정해 주십시오.”

“얼마를 책정하지요?”

“그것은 제 권한이 아닙니다. 사장님의 권한입니다.”

“현재 내가 이 회사에서 받는 월급이 1500만원이고 감사님이 800만원을 받지요?”

“네, 그렇습니다.”

“사외이사 월급은 내 급여의 10% 어떻겠습니까?‘

“그건 너무 약합니다. 30% 드리는 회사도 있고 50% 드리는 회사도 있습니다.”

“20%로 합시다. 월 300보내드리도록 하지요. 저희 아버님 노인 양반이라 돈 잘 안 씁니다. 전에 물파의 오세영 회장님처럼 씀씀이가 큰 분도 아닌 데요. 뭘.”

“알겠습니다. 제가 총무과에 지시해서 사외이사의 급여를 책정하고 4대 보험도 책정하라고 하겠습니다.”

상임감사가 나가자 구건호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세요?”

“건호냐? 인감증명 또 필요해서 전화했냐?”

“아녜요, 아빠. 아빠 급여를 책정하려고요?”

“급여를 책정해?”

“사외이사로 여기 회사에 등기가 되어있어서 보수를 책정해 드리는 겁니다. 매월 300만원 나갑니다. 300만원 타시면 엄마와 함께 맛있는 것 사 드세요.”

“돈 필요 없다. 너도 힘들 텐데, 너 아쉬울 때 써라.”

“저는 따로 많이 받아요. 아빠 신한은행 통장 번호 알고 있으니까 그리로 보내드릴게요.”

“허, 참, 별스런 일이 다 있네.”

아빠는 크게 기뻐하지도 않고 궁시렁거렸다.

아빠 전화를 끊고 나서 20분 후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아빠한테 매월 300만원씩 보내준다고?”

“네.”

“정말 그래도 되는 거니?”

“네, 아빠가 사외이사로 등재가 되어 보수를 드리는 겁니다.”

“그래? 그거 잘됐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침 맞으러 다니는데 병원비 하면 되겠다. 아빠하고 150만원씩 나눠도 되지?”

“하하, 그거 두 분이 알아서 하세요.”

“고맙다. 우리아들 최고다. 대한민국 만세다.”

아빠보다는 엄마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온양 관광호텔 협력사 회의에는 구건호를 비롯하여 상임감사와 공장장, 연구소장, 영업상무 등 임원들도 같이 참석했다.

협력사 사장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구건호와 임원들이 일어서서 협력사 사장들을 맞이했다. 와이에스테크의 박영식 사장의 얼굴도 보였다. 구건호는 회의 시작 전 복도의 한 구석에서 박영식 사장을 따로 만났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연락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

“나도 소문은 들었지만 연락을 못했네. 기업 인수하느라 바쁜 자네를 연락하면 민폐 끼치는 것 같아 일부러 피했었네. 그래, 이젠 정리가 어느 정도 되었는가?”

“예, 이젠 안정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하네. 내 매형도 자네 이야기를 많이 하네.”

“오세영 회장님이요?”

“자네보고 보기 드문 인물이라고 늘 이야기했네.”

“오세영 회장님 근황은 어떻습니까?”

“자네한테 받은 20억으로 수원에 꼬마빌딩 하나 사서 월세 받고 사신다고 하네. 방배동 옛날 집에 그대로 살면서 요즘은 산에만 다녀.”

“잘 했네요.”

“얼굴은 물파 회장할 때보다 더 좋아졌더군.”

“그래요?”

“아들 인철이는 취업했네. 대기업에 다시 들어갔어.”

“오, 아드님인 오인철씨는 좋은 대학 나오고 스팩이 있으니 금방 그렇게 취업이 되었네요. ”

협력업체 사장들이 계속 들어오자 와이에스테크 박영식 사장은 자기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협력업체 사장들 15명이 다 모였다.

구건호가 협력업체 사장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모두 얼굴이 두둑하고 돈 좀 붙게 생겼네. 이 사장님들이 종업원 50명 정도에 매출액 년 7, 80억씩 올리는 사람들이란 말이지?”

구건호가 5년 전만 하더라도 하늘처럼 우러러보던 사람들이었다.

상임감사가 나와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경과보고를 하였다. 이어서 구건호가 인사의 말을 하였다.

“여러분들 덕에 지에이치 모빌이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납품대금은 현금지불을 원칙으로 하고 지연시키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좋은 물건이나 용역을 제공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구건호의 말이 끝나자 다들 박수를 쳐주었다.

점심식사는 회의 장소에서 바로 실시했다. 원형 테이블에 스테이크가 나오고 포도주 와인이 나왔다.

“우리 모두 구건호 사장님 선창에 따라 지에이치 만세를 외칩시다.

“지에이치 모빌 만세!”

“지에이치 모빌 만세!”

누군가 일어서서 말했다.

“지에이치 협력사 사장들 모이기가 쉽지 않으니 기왕 모임 김에 우리들 끼리 정례모임을 하나 만듭시다. 지에이치 협력사 친목회로 하면 어떨까요? 어때요? 여러분들!”

“좋아요. 좋습니다.! 회장도 뽑읍시다. 회장은 납품액수가 가장 많다는 와이에스테크 박영식 사장님으로 합시다.”

“박영식 사장 좋지요! 박수 한번 칩시다.”

와이에스케크 박영식 사장이 나와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우리 좋은 친목회로 발전을 시켜 나가도록 합시다. 정기적 골프 모임도 하고 어디 해외여행이라도 같이 다니도록 합시다.”

“좋아요, 좋아!”

“저도 붙여주는 거지요?”

구건호의 말에 참석자들이 와하하하 하고 웃었다.

박종석은 중국으로 향했다.

소주 공항에서 김민혁이 아우디 승용차를 가지고 나왔다.

“종석아!”

“민혁이 형!”

“반갑다. 이게 몇 년 만이냐?”

“민혁이 형은 몸이 많이 불었네.”

“나이가 들어가니 그런 모양이다.”

“지에이치 모빌에 들어오니 어떠냐? 할만 해?”

“지금 많이 배우고 있어. 생산 쪽 보다는 난 공무 쪽 일을 많이 해서 배우고 있는 중이야.”

“그래?”

“여기 공장은 기계가 많아?”

“사출기 10대야. 플라스틱이 아니고 고무제품을 많이 찍어. 아직 압출기는 없어.”

“사출기가 모두 유압식인가?”

“6대가 유압이야.”

박종석은 현장에 가자마자 기계를 뜯어놓고 고치기 시작했다.

그가 연장통을 옆에 놓고 기계를 분해 조립하자 중국인 기술자들이 몰려와 구경하였다.

“한꿔런 지수 흔하오!(한국인 기술 최고로 좋아요)”를 연방 외쳐댔다.

박종석은 하루 종일 기계와 싸우면서 수리해 나갔다.

멈추어 섰던 기계들이 박종석의 손길을 타자 커다란 굉음을 내면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야, 종석아, 너 아주 여기서 근무해라.”

“월급 많이 줄래?”

“너하고 나하고 월급 따지냐? 그러나 저러나 너 이 기술들은 다 어디서 배웠냐?”

“내가 기름밥 몇 년 먹은 줄 알아?”

“몇 년 되었는데?”

“제대 후 이 짓만 해 왔으니 벌써 7년차네.”

“흠, 벌써 그렇게 됐나?”

“여긴 종업원이 몇 명이나 돼?”

“40명이야. 앞으로 더 늘어날 가망이 많아. 내가 요즘 스톡옵션을 받기 때문에 정신없이 뛰고 있어.”

“스톡옵션이 뭔데?”

“말하자면 실적에 따라 돈을 받는 일종의 능률급이지.”

‘그래? 난, 복잡한건 싫어. 지에이치모빌의 공장장이 내 꿈이야.“

“구건호가 그러는데 거기 공장장이 나이가 많아 곧 그만둔다고 하더라.”

“응, 금년 말이 정년이야.”

“네가 곧 공장장 되겠다. 야.”

“너무 빨라도 못써. 지에이치모빌은 종업원 숫자가 250명이나 돼. 거기서 새파란 내가 공장장이 되면 여러 사람들이 나를 씹어댈 거야.”

‘넌 실력 있잖아?“

“실력들은 다 좋던데 뭘.”

“아니야, 건호가 그러는데 박종석이 가장 믿을 만 하다고 했어.”

“건호 형은 정말 인물이야.“

“건호는 그렇지.”

“우리 인천에서 인물 났어.”

“건호가 한번 그러더라. 자기는 고등학교 시절에도 우울했고 대학도 정상적으로 다니지 못해 친한 사람들도 없고 실상은 외로웠다고 하더라.”

“건호 형이 친구는 거의 없지. 낚시터도 나하고만 다녔으니까.”

“종석아, 우리 이렇게 하자.”

“뭘?”

“건호는 그 총기와 명석한 판단력으로 틀림없이 재벌이 될 거야. 너하고 내가 구건호의 오른팔과 왼팔이 되자.”

“그럼, 우리가 지에이치 그룹의 개국 공신이 되겠네?”

“그렇게 될 거다.”

‘형, 그런데 나 인민폐 5,000위안 환전해 가지고 왔어. 어디 근사한데 가서 한잔하자.“

“나도 여기서 법인카드로 술값 정도는 마음대로 지출해.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사야지. 더구나 이곳 공장 일도 매끄럽게 보아줬는데.”

“그럼 이렇게 하자.”

“어떻게”

“술은 형이 사고 가라오케는 내가 쏘지.”

“좋지.”

“가라오케는 여자들 있는 물 좋은 데로 가자.”

“가자. 너랑 나랑은 아직 총각 아니냐?”

둘은 어깨동무를 하고 시내에 있는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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