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
기업 인수 (4)
(112)
구건호는 김민혁에게 전화를 하였다.
“중국 물파 공장을 내가 인수하기로 했다.”
“뭐라고? 물파를?”
“너 거기 사장 한번 안 할래?”
“여기 합자사는 어떻게 하고?”
“거기 합자사는 정리하자. 공단 관리만 하는 회사라 재미가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어리둥절하다.”
“거기 공단이 절반은 찼다고 그랬지?”
“오늘 날짜로 삼분의 이가 넘어.”
“보증금 들어온 것이 꽤 되겠구나.”
“한국 돈으로 17억 넘을 거야.”
“일단은 합자사 동사장으로 있는 금계건설 사장을 만나봐라.”
“만나서 무슨 말을 하지?”
“소주 오현에 있는 공장 인수로 합자사 철수 의사를 넌지시 던져봐라.”
“만약에 안한다면 물파 공장은 어떻게 하지?”
“관리할 사장을 새로 공개모집하지. 뭐. 워크넷에.”
“거기, 내가 하고 싶은데.”
“왜? 합자사 싫증나?”
“사실 사장이라고 아우디 차까지 배정받았지만 난 여기서 허수아비야.”
“하하, 그런가?”
“중국 애들이 일은 다하고 나는 서명만 하는 꼴이야.”
“그래?”
“그래도 여기 와서 배운 게 많아. 중국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중국 기업 돌아가는걸 알았으니 좋아.”
“그래? 하긴 사장이면 전반적인 것을 쳐다볼 수 있으니까 그럴 만도 하다.”
“금계건설 사장 만나보고 결과를 알려줄게.”
“알았다.”
이틀 후 김민혁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금계건설 사장을 만났는데 철수 의사가 있다니까 좋아하던데? 얼굴빛이 달라졌어.”
“그래?”
“자기들도 내가 있으니까 불편한 모양이야.”
“그럴 테지.”
“그렇지 않아도 무상 증자계획을 시 건설국에 신청해 놓았데.”
“그래? 몇 프로 증자계획이 있는데?”
“20프로.”
“흠, 좀 적은데.”
“증자는 왜 하지? 새롭게 투자할 때도 없는데.”
“증자해야 우릴 명분 있게 내 보낼 수 있지.”
“명분?”
“거기 자본금이 한중 양국 합쳐서 300만 달러였지?”
“그랬지.”
“20프로 증자하면 얼마냐? 360만 달러가 되겠지?”
“그렇지.”
“그럼 우리한테 얼마 내줄 수 있냐? 180만 달러 내줄 수 있지? 투자는 150만 달러 였지만 조금은 보상해 줘야 하잖아. 난 그래도 30% 정도는 무상증자 할 줄 알았는데.”
“아, 그거였구나!”
“무슨 연락이 올 거다. 기다려 봐라.”
“물파 공장은 어떻게 하지?”
“인수 받고 공장 가동은 천천히 하자. 종업원 대표하고 지난번 식사 같이 했다고 했지? 그놈 잘 사귀어 놓아라. 그놈한테 흩어진 종업원들 모아보라고 해라.”
“알았다.”
“기계뿐만이 아니고 금형도 철저히 인수 받아라. 금형은 물파 것이 아니고 납품처 소유로 되어있는 것이 있을 거야.”
“알았다.”
“서두를 것 없다. 합자사가 정리되어야 넘어갈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해라.”
안창회계법인에서 추진한 제3자 매각은 구건호 외에 매수 희망자가 없었다. 인수 대금이야 보잘 것 없지만 막대한 부채에 부담이 가는지, 두어 개 회사가 입질만 하고 끝났다. 회장은 구건호로부터 20억을 받자 그날로부터 회사를 안 나왔다. 법원에서는 물파 산업이 제3자 매각으로 회생절차를 종료한다는 결정문을 보내왔다.
“축하드립니다. 이제 정식으로 대표이사가 되셨습니다.”
관리인으로 있었던 상임감사가 이사회 회의록 초안을 가지고 왔다.
“이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구건호 이사를 대표이사로 만장일치로 선임했다?”
구건호는 피식 웃었다.
구건호는 회장이 쓰던 방에 들어갔다. 인테리어를 밝은 색으로 새로 하고 회장이 쓰던 집기들을 최고급의 새것으로 갈았다.
“경리부장이 사장 방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어머, 회장님이 쓰실 때는 음침했는데 산뜻해 졌어요!”
노인의 취향하고 젊은이의 취향이 다른 모양이었다. 구건호는 회장방 벽에 걸린 한문 액자를 떼어내고 산뜻한 유화를 새로 걸었다.
사장 취임식을 해야 된다는 상임감사의 말에 따라서 전 직원을 강당에 모아놓고 사장 취임식을 하기로 했다.
취임식 날 구건호는 감개가 무량했다. 이런 공장을 얼마나 갖고 싶었던가! 구건호는 마침내 긴 터널을 지나 매출액 700억원에 종업원 250명의 회사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현수막까지 붙여 놓았네.”
공장 강당에는 대표이사 취임식이라고 현수막까지 붙여 놓았다. 아직 부채가 많아 위험하기는 했지만 사업을 하면서 조금씩 갚아나가기로 하였다. 성질 같아선 증권사에 2100억의 현금이 있으니까 ‘몇 백억 가져다가 쏟아 부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웬 화환이 이렇게 많아?”
공장장이 얼른 뛰어와 설명을 한다.
“전부 우리 거래업체의 화환입니다. 원재료 매입업체서만 화환이 20개 넘게 들어왔습니다.”
“쓸데없는 낭비들을 했네요.”
구건호가 강당에 들어서자 250명의 직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다.
구건호가 마이크를 잡았다.
생산직 주부사원들이 소근 거렸다.
“저렇게 젊은 사람이 사장이네.”
“이번에 이 회사를 인수했는데 뒤에서 돈을 댄 사람은 따로 있다고 하지요?”
“그럴 거예요. 저렇게 젊은 사람이 돈을 벌면 언제 벌었겠어요.”
“나는 누가 사장이 되더라도 월급만 잘 나오면 돼.”
“6개월치 밀린 월급을 관리인 덕분에 3개월치 받고 3개월만 남았네요.”
“관리인도 이번에 우리 회사 상임감사로 눌러 앉았데요.‘
“상임감사가 뭐하는 자리에요?“
마이크에서 구건호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그동안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 여러분들도 마음고생이 많으셨을 줄 압니다. 이제 우리 회사는 단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인재를 중시하겠습니다. 회사 발전에 대하여 공헌이 있는 분에게는 철저히 보상해 드리고 태만하거나 조직의 분위기를 헤치는 분이 계시다면 우리 식구로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누군가 박수를 치자 전 직원이 따라서 박수를 쳤다. 구건호는 취임사가 길면 못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보다 더 좋은 환경 속에서 여러분들이 근무하도록 해드릴 것이며 회사의 이익이 증대하면 그 이익을 여러분들과 같이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과거의 근무방식을 버리고 능률적으로 일을 하여 생산성을 높여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박수가 터져 나오고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상임감사만 새로 온 것이고 나머지는 전부 유임이었다.
취임식이 끝나고 구건호는 영업 상무와 함께 매출처를 한 바퀴 돌았다. 매출처는 많지 않았다. 10여 군데 였다. 이중에서 대기업은 4군데라 사장을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담당 임원을 만나고 돌아왔다.
납품처 중에서 대기업 한곳은 사장이 오세영 회장과 친구였다. 그 사장은 구건호가 오자 파격적으로 구건호를 불렀다.
“오세영 회장으로부터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오세영 회장이 구건호 사장 칭찬을 많이 해 내가 직접 얼굴을 보고 싶어 불렀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습니다.”
“아니, 아니, 그렇지 않아요. 나는 대기업이라도 월급쟁이 사장이지만 당신은 오너 아니요? 앞으로 우리 잘해봅시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불량 없이 제품만 잘 나오면 우리가 신제품 구매 오더를 더 줄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 같이 배석한 영업상무가 즉석에서 말을 받았다.“
“사장님, 전에 BH5604 신제품은 우리 준다고 하고선 다른데 주었습니다. 그거 주문량이 늘어나는 것 같은데 늘어나는 것은 저희 주시지요.”
“그래? 박상무는 물파에서 오래 근무했지요? 앞으로 새로 온 구건호 사장 보필 잘 해드리도록 해요. 신제품은 우선 시제품 만들어 보내 봐요. 검토해 보지요.”
영업상무가 차 안에서 구건호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공장장이 애들을 잘못 다룹니다. 불량이 너무 나와요. 공장장이 회장님과 함께 40년을 근무했다고 하지만 너무 연세가 많아 가끔 헷가닥 하는 모양입니다.”
“흠, 그래요?”
구건호는 공장장을 관찰해 보기로 하였다.
구건호는 후배 박종석이 생각났다. 박종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맥가이버 박! 지금 뭐해?”
“어? 형! 나 지금 용접하러 나가려고 그래.”
“그래? 너 지금 거기서 월급 얼마 받냐?”
“갑자기 그건 왜 물어? 팀장이라 한 300가까이 받아.”
“아산으로 내려와라. 원룸 잡아줄게.”
“느닷없이 뭔 소리야?”
“나, 공장 하나 인수했다. 너 부장시켜줄게. 여기 부장 월급 400 넘는다.”
“거짓말.”
“이 새끼가 속아만 살아왔나? 너 거기 직원들 40명이라고 했지?”
“45명이야.”
“여긴 250명이 넘는다. 내일 당장 보따리 싸들고 내려와!”
“글쎄.”
“형이 언제 거짓말 했냐? 그리고 여기 공장장이 정년퇴직할 때가 됐으니 장래를 바라보아도 좋다.”
“거기 공장 기계하고 지금 내가 있는 여기 공장하고는 기계 사양이 틀려 곤란할 텐데.”
“넌 눈썰미 좋으니까 금방 배울 거다. 내려와라!”
“내가 내일 조퇴하고 오후에 아산 갈게. 눈으로 보고나서 모든 걸 결정해야지.”
“그래, 와라. 맛있는 것 사줄게.”
중국 김민혁에게서 합자사는 증자한다는 연락이 왔다.
“시 건설국 허가가 떨어졌데. 무상증자 15% 결정되었고 무상증자 끝나면 우리한테 172만 5천 달러를 반환한다고 하네.”
“그동안 고생하고 22만 5천 달러를 번거네. 생각 보다는 적다, 야.”
“가서 따질까?”
“놔둬라. 리스캉 부시장 체면이 있으니까 그대로 둬라. 리스캉이 미안하면 나중에 또 한건 주겠지. 손해 안본 것 다행으로 여겨라. 그래도 22만 5천 달러 벌었으니 됐다.”
“돈은 구건호 사장 통장으로 반환한다고 하네.”
“돈 들어오면 바로 소주시 오현으로 넘어가라. 가서 아파트 하나 얻어라. 임대료 월 5천 위안 안 넘어가면 어떤 집을 얻어도 상관없다.”
“알았다. 오현에 가서 다시 전화 할게.”
리스캉 부시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합자사가 철수 한다는 소식 들었다.”
“응, 그렇게 됐다. 거긴 합자로 하는 것보다는 관리가 중심이니까 이제 독자로 하는 게 좋아. 임대분양도 거의 끝나가니까 유치활동보다는 관리 활동이 주체가 될 테니까 그렇게 했다.”
“무상 증자를 많이 못해 미안하다. 우리 정부부문에서 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져서 융통성이 없구나.”
“괜찮아. 그래도 손해 안보고 이익 챙겨 철수하니까 괜찮아.”
“오현으로 간다고 들었다.”“맞아. 거기도 소주시 관내니까 혹시 너한테 도움 청할 일도 있을지 모르겠다.”
“김민혁 사장 말로는 거긴 자동차 부품 생산 회사라고 들었다.”
“맞아. 물건 만들어 자동차 제조회사에 납품하는 공장이야.”
리스캉은 미안하다고 여러 번 말했다. 전에 왕교수로부터 1만5천 달러의 리베트를 받은걸 많이 의식하는 것 같았다. 구건호가 철수하면서 받은 돈 22만5천 달러에서 1만5천 달러를 빼면 21만 달러 남은 셈이다.. 별것 아닌 돈이었다.
그러나 구건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은 성공작이다.”
일단은 손해는 안 보았고 리스캉 부시장으로부터 마음의 빚을 지게 했으니 성공으로 보았다. 리스캉은 언젠가 보답을 할 것으로 보았다. 두 번째는 김민혁이라는 친구를 인재로 양성한데 있었다. 중국에서의 근무 경험이 있으니까 오현에 있는 물파의 사장으로 보내기가 쉬웠던 것이다.
“민혁아, 나는 너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으니까 멀리 날아가는 건 이제 네 몫이다. 땅을 박차고 더 높게, 더 멀리 날아보도록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