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
합자사 설립 (2)
구건호는 김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민혁이 중국에서 쓰고 있는 개인 은행계좌를 알려 달라고 하였다.
“왜?”
“내가 3만 달러를 보내줄 테니 인출해서 절강대 왕지엔 교수에게 전달해라. 이유는 묻지 말고.”
“알았다.”
“너, 거기 회사에서 배정한 차가 있지?”
“과분하게도 아우디 타고 다닌다. 기사도 있어. 중국애들이 총경리는 대외 활동을 많이 하므로 그 정도는 타고 다녀야 한다고 해서 산거지. 그 내용은 지난번 주간 업무보고에 다 써서 올렸는데 잘 보았는지?”
“응, 잘 보았어. 아우디 사주라고 내가 이야기 했었어. 네 차 가지고 통역 조은화와 함께 다녀와라. 왕교수가 이게 무슨 돈이냐고 하면 잘 모르겠고 구사장이 보낸 것이라고만 해라.”
“알았다.”
다음날 왕지엔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이, 구사장. 뭔 돈을 이렇게 많이 보냈나?”
“합자사 소개에 대한 리베이트 아닌가? 자본금 300만 달러에 대한 1%네.”
“아니, 리베트 보내려면 투자액에 1%지 자본금의 1%는 또 뭔가? 내가 1만 5천 달러까지는 받겠네. 국제관례가 그러니까. 이 1만 5천 달러도 나는 건드리지 않겠네. 모두 미스터 ‘L'의 정치 활동비로 보내겠네. 고맙네.”
“아니야, 그렇다면 나도 미스터 ‘L'에게 내 개인 명의로 활동 지원금을 보내는 것으로 하겠어.”
“그건 안 돼. 그러면 신의가 깨져. 외국인 직접 전달도 위험하고. 앞으로 우리 3사람이 더 큰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할 텐데 이러면 서로 일하기가 힘들어져. 나머지는 내가 금계 합자사 진쫑에게 전해 주겠네.”
‘허, 사람 참, 고집은!“
며칠 후 김민혁에게 전화가 왔다.
“왕교수가 와서 책상에 봉투를 던져놓고 갔는데 구사장 주라고 하더군. 돈이야. 1만 5천달러가 들어 있어.”
‘휴, 알았다. 갖고 있어라.“
리스캉 한테도 전화가 왔다. 그는 공무원이라 목소리가 언제나 조용하였다.
"구건호? 쓸데없는 짓을 했네."
"나는 국제관례에 따랐을 뿐이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가 리스캉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알겠네. 고맙네.”
리스캉은 보안 때문인지 짤막하게 이야기 하고 전화를 끊었다.
기업유치 설명회 날이 되었다.
중국에서 리스캉과 왕지엔, 및 건설국장이 왔다. 합자사 부총경리인 까오쫑과 김민혁도 들어왔다.
구건호는 통역을 할 사람으로 번역을 맡았던 외대 강사를 불렀다. 강부장과 정지영씨도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행사장을 나왔다.
코리아나 호텔 글로리아홀 입구에서 테이블을 갖다 놓고 강부장과 김민혁, 그리고 정지영씨가 설명회 참석자들을 맞이했다.
“팜프렛 받아가세요.”
“죄송하지만 방명록 좀 부탁합니다.
“음료수는 이쪽에 있습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자 김민혁은 파워포인트를 조작하러 홀 안으로 들어갔고 강부장은 사회를 보기 위하여 마이크를 잡았다.
넓은 홀이지만 참석자는 100여명 정도 되었다. 모두 신문 광고를 보고 찾아온 기업 관계자들이었다. 그래도 보기 흉할 정도의 이가 빠진 자리는 없었다. 단상 위 의자에는 리스캉과 건설국장, 왕지엔, 그리고 까오쫑과 구건호가 앉았다. 강부장이 전날 많이 연습을 했는지 매끄러운 음성이 흘러 나왔다.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부터 중국 곤산시 산업공단 설명회를 하겠습니다. 1부는 간단한 공단 소개를 하고 2부에서는 개별 상담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중국에서 오신 분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앞줄 오른쪽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곤산시 부시장 리스캉 선생입니다. 박수 부탁드립니다.“
리스캉이 일어나 정중히 인사했다.
강부장은 단상 위에 있는 5명을 전원 다 소개 시켰다. 단하에 있던 김민혁도 소개했다.
다음은 곤산시 리스캉 부시장님의 공단 설명이 있겠습니다.
리스캉이 마이크를 잡고 중국어로 설명을 했다. 외대 강사가 순차통역을 시작했다. 통역은 경험이 있는지 잘했다.
리스캉의 공단 설명이 끝나자 강부장이 구건호를 소개했다.
“다음은 중국과 합자를 한 한국 지에이치개발의 구건호 사장님께서 보다 자세한 설명이 있겠습니다.”
구건호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민혁이 파워포인트를 조작했다. 구건호는 지휘봉으로 스크린 화면을 집어가며 설명했다.
“지금 한국에서 공장 하나 가지려면 3천 평짜리면 보통 20억 갑니다. 임대도 월 500내지 1,000만원은 나갑니다. 곤산시 금계산업공단은 보증금 1억에 월 200만원 미만이면 이 사진에서 보는바와 같이 새 건물에 쾌적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종말처리장을 보세요. 중국도 기술발전이 장난이 아닙니다. 도로가 넓어 40피트짜리 콘테이너 차량도 얼마든지 들어옵니다. 법인세도 3년간은 면제입니다.”
중간 좌석에서 누가 큰 소리로 ‘질문 있습니다’를 외쳤다.
“질문 시간은 별도로 드립니다.”
리스캉이 이야기할 때보다 구건호의 설명은 알아듣기 쉬웠다. 풍부한 공장 공돌이 경험을 바탕으로 종횡무진으로 이야기 하였다.
질문 시간에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전기료는 키로와트당 얼마입니까?”
“전기 용량은 어느 정도 가능합니까?”
“계약기간은 몇 년입니까?”
“공장은 등기 가능합니까?”
“대출도 가능합니까?”
“상해의 항구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중국 근로자 평균 급여는 어느 정도 합니까?”
이 질문들을 구건호는 매끄럽게 대답해 주었다.
참석자들은 현지답사 후 결정하겠다는 업체들도 있었다. 그래서 구건호는 답사 희망업체를 즉석에서 모집하였다. 17군데 업체가 희망하였다.
설명회가 끝나고 개별 상담 시간을 가졌다. A조,B조로 나누어 구건호와 김민혁이 분담하였다.
개별 상담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중간에 가버려 50개 업체만 상담하였다.
이날 구건호가 4건, 김민혁이 2건을 계약하였다.
개별 상담이 끝나고 구건호가 리스캉에게 상담 결과를 말해주었다.
“6건 계약이라고? 그 정도 예상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라. 17개 업체가 현지답사 후 결정하겠다니까 거기서 두, 세 건은 건질 수 있다.”
리스캉이 합자사 부사장 까오쫑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
“보증금 들어오면 업체가 지정한 표준 설계 도면대로 가건물을 빨리 지으시오. 몇 개 공장 건물 올리면 현지 나와 있는 업체들도 구경 올 것이요. 그러면 임대분양은 바로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공장 건물 짓는 거야 원래 우리들 전공 아닙니까?”
구건호는 미소를 지었다.
“보증금 들어오면 조립식 건물 올라가는데 쓰겠지. 입주 업체가 한두 군데라도 들어와 임대료 받기 시작하면 내가 집어넣은 돈은 덜 건드리겠군. 10개 업체면 한국 돈으로 월 2,000만원 들어오니 현지 직원들 인건비는 커버하겠구나. 킥킥, 고시텔 임대료 받는 거와 비슷하네.”
공단 입주기업 유치를 위한 설명회는 그런대로 성공작이었다. 구건호는 다소 불만이 많았지만 중국에서 온 리스캉이나 금계건설 사장은 성공작이라고 평가해 주었다.
“씨팔!”
“왜 그래?”
“100개 기업에서 몰려와 설명회를 들었는데 6개 기업만 계약했으니 양에 안 찬다.”
“걱정마라. 6개 기업 계약했으니 중국에서 계약된 것 까지 합치면 8개 업체 계약이다.”
“공단 입주기업 유치 목표가 50개 업체인데 어느 세월에 다 찰까?”
“8개 업체라도 괜찮아. 공장건물 8개 정도 올라가면 지나가다 보고서라도 입주 문의 하게 되었어.”
“그래?”
“또 현지답사 후 결정하겠다는 업체가 17개라며? 그 사람들이 공단 구경하고 몇 개 업체는 또 계약하게 되어 있어.”
“허허벌판만 보고 계약할까?”
“지금 구경하는 공장 하나 짓고 있어. 이를테면 아파트 모델하우스 같은 것 말이야. 이달 25일이면 완공이니 17업체 현지답사는 25일 지나서 일정 잡으면 돼.”
강부장이 하나 제안했다.
“답사 신청한 17개 업체에 공문 보내도록 할까요? 답사 일정표 하나 짜서 공문과 함께 보내고 신청금으로 10만원씩 받으면 신청금 보낸 업체는 캔슬 안하고 옵니다.”
“흠.”
“보통 해외 전시회 관람을 추진하는 여행 기획사들이 그렇게들 많이 합니다.”
“그럼 답사일정표는 김민혁이 만들고 공문 기안은 강부장님이 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이달 말에 출발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중국에서 온 사람들과 회사 직원들을 모두 종로 2가에 있는 종로타워로 안내했다. 코리아나 호텔에서 가깝고 걸어서 갈수 있는 곳이라 그랬다.
“모두 행사 준비로 고생들 하셨습니다. 식사들이나 하러 갑시다. 종로타워에 있는 종로 탑클라우드가 전망도 좋고 음식도 뷔페식이니 그리로 갑시다.”
중국인들은 부패를 좋아했다.
“흔하오(좋다)! 흔하오!”
중국인들은 흔하오를 외쳤다.
입주기업 유치 설명회도 끝나 구건호는 한가해졌다. 주식회사 지에치개발은 고시텔 임대사업이니 바람 탈 일도 없었다.
강부장이 서류 하나를 올렸다.
“중국공단 견학 신청한 공문 기안한 것입니다.”
“그래요?”
“뒤에 김민혁씨, 아니 김사장이 보낸 답사 일정표도 첨부되어 있습니다.”
“흠, 2박 3일로 잡으셨네요.”
“그 정도가 가장 적당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건 답사를 위한 여행 경비인가요? 너무 금액이 쎈 것 아니요?”
“여행사에서는 기업체 임직원이 가는 여행 경비는 넉넉하게 잡으라고 했습니다. 보통 기업체 임직원 여행 경비는 회사에서 부담하므로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흠,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강부장이 올린 서류에 승인 싸인을 하였다.
답사를 가겠다고 신청금 10만원씩을 보내온 기업은 15개 업체였다. 설명회 날 신청서 작성은 17개 업체가 했는데 2개 업체가 포기한 것이다.
“15개 업체는 신청금을 냈으므로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흠.”
“그리고 여행사에서는 15명이 넘는 단체 여행객은 1명을 무료로 해줄 수 있다고 합니다. 사장님이 혹시 보낼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 주십시오.”
“그래요? 허허, 그런 게 있었나? 그러면 강부장님이 같이 따라갔다 오시오. 중국 공단 구경 못해보았으니 이번 기회에 갔다 오시오.”
구건호는 중국에서 근무하는 김민혁에게 전화를 했다.
“어째, 할만 해?”
“응, 할만 해.”
“그래?”
“지금 구경하는 공장 건물이 거의 다 올라갔어. 한번 구경 와.”
“동사회(董事會: 이사회)때나 가지. 합자사 정관에 보면 동사가 금계건설 사장과 나, 그리고 진쫑(김민혁)과 까오쫑(합자사 부사장)으로 되어 있나?”
“응, 맞아.”
“동사회는 1년에 두 번 한다고 했으니 그때 보자. 아, 그리고 중국 측에 이야기해라. 출자금 150만달러 중에서 15만 달러는 지난번 보냈으니 나머지 135만 달러는 오늘 보내겠다고 해라.”
“오늘?”
“그래.”
“그렇지 않아도 중국 애들이 135만 달러 언제 들어 오냐고 자주 물었었어. 구경하는 공장 건물 올리는데 돈 들어가니 그런 모양이야.”
강부장이 15업체가 여행경비 110만원씩 1,650만원이 다 들어왔다고 보고했다.
“출발하기 전날 여행안내에 대한 미팅을 갖기로 했습니다.”
“미팅?”
“여행 일정 안내와 공항에서 모이는 장소, 여권과 비자 확인 같은 것을 하려고 합니다. 또, 가는 분들 상견례도 하고 그럴 계획입니다.”
“어디서 하는데요?”
“지방에서 올라오는 분들도 있어 KTX가 정차하는 용산역에 사무실을 3시간만 임대하려고 합니다.”
“용산역에 그런 데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내가 김민혁한테 가시는 분들 대접 좀 잘 하라고 전화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구건호는 금호석유화학 주식 챠트를 확인해 보았다.
“흠, 2배 오른 상태에서 추세선이 꺾이는군. 30억만 팔고 흔들 때 동참해 볼까?”
구건호는 가지고 있는 주식 300억중 10%인 30억원어치를 팔기로 마음먹었다. 계속 호가 창을 주시하기로 하였다.
“이제 추세선 꺾이면 개미들 아우성 대겠군.”
강부장이 중국으로 출발하는 날이 다가왔다.
“내일 간다고요?”
“네.”
“김민혁 한테는 구경하는 공장 동(棟)이 모두 완공되었다는 보고는 받았습니다. 구경하는 공장 말고 정식으로 두 군데를 짓고 있다고 하는군요.”
“예, 저도 들었습니다. 지난 설명회 때 나온 한국 기업 하나와 중국 현지의 한국 기업하나가 빨리 입주해야겠다고 보증금을 보낸 모양입니다.”
“이번에 가는 사람들 그곳 공사현장은 보겠군요.”
“아마 그럴 것입니다.”
“정지영씨! 우리 회사 출장비 규정 있나요?”
“따로 없는데요.”
“100만원만 강부장님 업무가불 해주세요. 정산은 갔다 와서 해도 되니까.”
“가, 감사합니다.”
구건호가 중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내일 15명, 아니 강부장까지 16명이 답사 가는데 대접 잘해야 하네.”
“응, 알고 있어. 최고급 호텔에 최고급 식당도 준비해 놓았어, 구경하는 공장 완공되었는데 중국애들 참 기술이 좋던데? 나도 놀랐어. 금방 뚝딱하니까 지어 놓던데?”
“그래? 원래 금계건설이 오래된 회사야. 고급 기술자들도 많고.”
“금계건설에서 한국 답사 방문단 열렬히 환영한다는 현수막도 크게 써서 벌써 걸어 놓았어.”
“아, 그래?”
“그리고 중국 애들이 공단 입구에 금계 산업공단이라고 크게 석조 탑을 만들었어. 그거 못 봤지? 내가 사진 찍어서 보내 줄게.”
“그래? 알았다.”
“그리고 답사팀을 위해서 가라오케까지 준비했어. 물론 가라오케 경비는 강부장님이 오시는 분들한테 돈을 걷기로 한다고 했어.”
“그래? 아무튼 실수 없이 잘 해라.”
“염려 마!.”
“너 거기서 합자사 급여는 5천 위안인가?”
“응, 그래.”
“조금 적지만 다음번 동사회 때까지 참아라. 그때 조정해 줄게.”
“아니, 괜찮아. 방값을 회사에서 지원해주니 그런대로 지낼 만 해. 한국에서 받는 급여는 지금 어머님 갖다 드리고 있어.”
“그래? 우리들 조금만 고생하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