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90화 (90/501)

# 90

토지 매각 (2)

구건호의 통장으로 80억원이 들어왔다. 양지건설에서 보내준 돈이었다. 돈은 액수가 커서 3회에 나누어서 들어왔다.

구건호는 강부장에게 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돈 다 들어왔네요.”

“허, 일거에 15억을 버셨네요. 강남의 집 한 채 값이네요.”

“그런가요?”

“사장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내가 65억에 산 토지를 80억에 팔았어도 다운 계약서를 작성했으니 세금은 부담이 안 갈 거로 봅니다. 우선 15억 번 것은 모두 지에이치개발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회사에요?”

강부장이 깜짝 놀라 반문하였다.

구건호는 정지영씨를 불렀다.

“정지영씨는 15억이 회사통장으로 입금되면 우선 대표이사 가수금으로 잡아놓고 있어요.”

“알겠습니다.”

“이 돈은 두 달 후 중국 합자사가 성립되면 보낼 돈입니다.”

이번엔 강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러면 합자사 출자금으로 들어가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합자사는 방배동 총무였던 김민혁씨를 보낼 예정입니다.”

“그럴 것 같았습니다. 김민혁씨는 공무원 시험은 완전히 포기한 모양이지요?”

“포기했어요. 적성도 안 맞고 본인 뜻도 이제 없는 모양입니다.”

“아깝네요. 그동안 공부한 것도 많을 텐데.”

구건호는 정지영씨를 다시 불렀다.

“김민혁씨에게 이달부터 150만원 급여를 책정해 주세요.”

“정식 사원이 되는 겁니까? 그런데 150만원에 올까요?”

“그래도 됩니다. 합자사에서 별도 급여를 또 받습니다.”

“그럼 양쪽에서 받는 겁니까?”

“그렇게 되네요. 중국의 급여는 한국과 다릅니다. 액수가 적어요. 중국 급여 기준에 맞추어야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보전 차원에서 한국 급여를 책정해 주는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바로 급여 책정하고 우리 회사 직원으로 들어온 것으로 하겠습니다.”

“4대 보험도 신고해 줘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민혁씨가 중국 가기 전에 중국어 학원엘 다닙니다. 학원비 영수증 가져오면 정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강부장에게 말했다.

“우리 회사 이번 달 매출액은 총 얼마지요?”

“강부장이 기억이 안 나는지 머리를 긁으며 파일철을 열었다.”

“총 7,250만원입니다.”

“흠, 년 간 매출이 10억도 안 되는 보잘곳 없는 회사네요.”

“그러지 않습니다. 매출이 많아도 나가는 비용이 많고 부채 많은 기업들이 대다수입니다. 지난번 우리 회사 거래하는 세무사 사무실에서도 우리 회사 같은 기업은 드물다고 했었습니다. 그 소리 정지영씨도 들었지요?”

“네, 들었습니다.”

“허허, 그래요? 아무튼 두 분 덕택에 그 정도 매출이라도 올랐으니 점심이나 먹으러 갑시다. 내가 강동구 토지도 팔아 재미 좀 봤으니 기왕이면 멀리 나가봅시다.”

강부장과 정지영씨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저, 사장님.”

강부장이 구건호를 불렀다. 구건호가 강부장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점심 식사 시간까지는 한 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그럼 일 좀 하다가 가면 되겠네요.”

“그게 아니고... 김민혁씨도 이제 정식으로 우리 사원이 되었으니 불러서 같이 식사하러 가면 어떻겠습니까?”

“김민혁씨를? 학원에 안 갔을까? 그럼, 강부장님이 전화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강부장이 김민혁에게 전화를 했다.

“김민혁씨? 나요. 강부장.”

“아, 강부장님. 지금 수업중인데 바로 전화 드리겠습니다.”

“이 친구, 수업중이라고 하네요.”

10분후 다시 전화가 왔다.

“접니다. 강부장님. 학원 수업중이라 전화를 미쳐 못 받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수업 이제 끝났습니다.”

“그래요? 사장님 모시고 같이 식사하러 가기로 했으니 이리 오세요.”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여기하고 회사가 거리가 있으니 10분정도 늦을지 모르겠습니다.”

“알았습니다. 빨리 와요.”

구건호는 랜드로버 승용차에 세 사람을 태우고 양재동 사거리를 지나 청계산으로 달렸다. 구건호 일행은 청계산 옛골로 접어들었다. 정지영씨가 탄성을 질렀다.

“어머, 여기 시골 같아요! 아휴, 저 호박 열린 것 좀 봐!”

구건호는 ‘옛골토성’이라는 돼지고기 구이집으로 들어갔다. 이 집은 구건호 일행이 들린 몇 년후 영화배우 송일국이 삼동이를 데리고 가 식사를 하여 더욱 유명해진 집이었다.

정지영씨가 또 소리를 질렀다.

“어머, 집이 한옥식 옛날집이네요. 이런 집에서 먹으면 맛있겠다!”

식당은 넓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주말이 아니고 주중이라 등산객 손님들도 별로 없었다.

“아직 근무중이라 술은 많이 못하고 딱 막걸리 한잔씩만 합시다.”

“김민혁씨는 마셔도 될 겁니다.”

강부장의 말에 모두 하하 하고 웃었다.

“그럼 나머지는 모두 김민혁씨가 마시는 걸로 합시다.”

구건호의 말에 일행들은 또 웃었다.

“자, 김민혁씨의 입사를 축하하며 건배 한번 합시다.”

“건배! 주식회사 지에이치개발을 위하여!”

“위하여!”

일행들은 전원의 풍경이 펼쳐진 청계산 아래에서 마음껏 고기를 먹었다.

강부장이 농담을 햇다.

“김민혁씨는 이제 중국가면 술 실컷 먹겠네?”

“이제 줄여야지요. 그동안 강부장님 속을 많이 썩여들여 죄송합니다.”

“아, 이사람! 별소릴!”

“아닙니다. 속죄의 뜻으로 부장님께 한잔 올리지요.”

강부장이 웃으며 김민혁의 잔을 받았다.

“술은 조금만 줘요. 오후에 일해야 되니까. 그러나 저러나 이제 나도 중국가면 김민혁씨 덕분에 중국 술 얻어먹게 생겼네.”

강부장의 말에 정지영씨가 말을 받았다.“

“저도 중국 가보고 싶어요!”

이번엔 구건호가 웃으며 말했다.

“정지영씨는 중국 못 가봤어요?”

“친구들하고 일본 오사카는 한번 가봤는데 중국은 아직 못 가봤어요.”

“합자사가 잘 되면 여기 계신 분들도 한 번씩 다녀올 기회가 생길 겁니다. 합자사는 지에이개발의 출자로 앞으로는 연결 재무제표도 작성해야 되니까요.”

“연결 재무제표요?”

“왜? 불안해요? 염려할 것 없어요. 우리 거래하는 세무사에게 물어서 하면 돼요. 그런데 정지영씨는 잔을 받아놓고 한잔도 안 마신 것 같네요.”

구건호의 말에 정지영씨가 막걸리 한 모금을 살짝 마셨다.

‘저는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져요.“

강부장이 능글스럽게 말했다.

“얼굴이 빨개지면 더 예쁠 것 같은데?”

이 말에 모두 또 하하 하고 웃었다.

“기왕에 이렇게 모였으니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모두 구건호 얼굴을 쳐다보았다.

“다음 달 합자사 본 계약을 체결하면 서울에서 공단 입주기업 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합니다.”

“어디서 하는데요?”

“아직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교통이 편리한 코리아나 호텔로 할까합니다.”

“코리아나 호텔이요? 광화문에 있는 곳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김민혁씨와 같이 중국 들어가서 중국의 합작파트너와 상의 후 연락을 하면 바로 코리아나 호텔 예약을 해야 합니다. 그건 강부장님이 잡아주세요.”

“알겠습니다.”

“그 호텔에 글로리아 홀이라고 있습니다. 200명 들어간다고 하니까 그걸 하루 빌려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경제신문과 조중동 신문사 중에서 한군데 5단 광고비용이 얼마가 되는지도 알아보세요.”

구건호는 계속해서 공단 입주기업 유치 설명회 때, 각자의 역할에 대하여 말했다.

“정지영씨는 행사 당일 접수와 음료수를 담당해야 합니다.”

“200명분 다 준비합니까?”

“남더라도 그렇게는 준비해야 됩니다. 커피와 녹차 준비하시고 중국서 준비한 팜프렛도 나누어주고 그래야 됩니다. 방명록도 준비하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민혁이 너는 중국측에서 제공한 팜프렛을 200부만 인쇄해라. 번역은 내가 잘 아는 외대 중국어과 강사가 있으니까 거기 맡기도록 할게. 그리고 설명회 때 참석한 사람들 개별 면담을 진행하는데 A조는 내가 하고, B조는 네가 해라. 그러니까 본 계약하러 중국에 갔을 때 공단 현황에 대하여 잘 숙지를 하고 와야 할 거야.”

“알겠다. 현지답사도 새로 하고 팜프렛도 달달 외우도록 하지.”

“그리고 파워 포인트 준비하고 비용 들어가는 것이 있으면 정지영씨에게 청구하도록 해.”

“알겠어.”

정지영씨는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나중에 따로 합자사에 청구해야하니까 지에이치개발이 현재 쓰는 것과 섞이지 않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이거 모처럼 밖에 나와 함께 식사하는데 업무 이야기만 해서 분위기가 딱딱하네요.”

“아닙니다. 사장님. 오늘 너무 잘 먹었습니다.”

강부장이 인사말을 하였다. 이어서 김민혁도 술기운이 얼굴이 벌거진 채 말하였다.

“행사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이렇게 업무분담을 해주니 고맙네.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드네.”

구건호가 계산을 하고 나왔다. 구건호가 계산을 하고 있는 동안 강부장과 김민혁, 그리고 정지영씨는 서로 장난을 하고 웃기도하며 밝은 표정들을 지었다.

구건호는 사무실 앞에서 직원들을 내려주고 혼자 어디 가서 쉬고 싶었다. 자꾸 졸음이 오고 하품이 나왔다. 청계산 옛골토성에서 마신 딱 한 잔의 술 때문인 것 같았다.

“가까운데 가서 쉬자. 직원들 보는 앞에서 졸고 있으면 보기 흉하지 않은가.”

구건호는 가까운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로 갔다. 호텔 커피숍에서 깜박 깜박 졸다가 잠시 낮 꿈을 꾸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프라스틱 공장에 사출공으로 처음 취업했을 때의 자기 모습이 꿈에 보였다. 갑자기 공장장이 생산부 계장을 앞에 놓고 소리를 치고 있었다.

“이거 제품 R-1640 누가 찍었어? 뭐? 신입사원 구건호가 했다고? 너는 뭐했어!”

“퍽!”

생산계장이 공장장에게 쪼인트를 까였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이거 6,000개나 납품했는데 몽땅 크레임 걸렸으니 어떻게 할 거야?”

“구건호 그 자식 안 되겠어. 들어온 지 1년이 되었으면 똥오줌은 가려야지. 대학이나 다녔다는 놈이 생산부 중졸 아줌마들보다 못하잖아!”

“죄, 죄송합니다. 당장 내보내겠습니다.”

“반품도 우리보고 가져가라고 하니 너하고 구건호란 놈하고 같이 갔다 와!”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생산계장에게 뺨을 맞았다.

“이 개새끼! 술 쳐 먹고 졸다가 만들어도 그것보단 낫겠다. 빨리 트럭에 올라타! 반품 받으러 가야하니까!”

생산계장이 모는 트럭은 엉뚱한 데로 가고 있었다.

“납품처가 원일테크인데 봉담으로 가야되는 것 아닙니까?”

“야, 이 씹새야! 원일테크에서 우리가 납품한 물건 받아서 조립 후 다시 조양모비스로 가는 거 몰라?”

“그, 그렇군요.”

“야, 이 개새끼야, 조양모비스에서 원일테크에게 불량물건 도로 가져가라고 하니까 원일에선 우리보고 책임지라는 거 아니야. 이 개새끼야!”

조양모비스는 화성시 남양에 있었다.

조양모비스는 엄청 큰 회사였다. 첨단식 공장건물들은 사람들을 압도했다. 출입부터 통제가 심했는데 방명록에 주소, 성명과 신분증을 맡겨야 들어갈 수 있었다.

“와, 이 공장은 엄청나게 크네요.”

“야, 이 개새끼야, 지금 그 소리 할 때야? 출입증 명찰 가슴에 달았으면 따라와!”

생산계장은 구건호를 데리고 창고로 갔다. 창고 간판은 영문으로 써 있었다.

높은 창고 안에는 납품받은 각회사의 이름과 함께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싸여져 있었다. 창고 입구는 통제실이라고 되어 있었고 제복을 입은 직원들이 반출증이 없으면 함부로 사람출입을 못하게 하였다.

“화성산업에서 왔습니다. 원일테크에서 납품받은 R-1640 반품 받으러 왔습니다.”

생산계장은 아주 비굴하게 창고 직원들에게 굽신거렸다.

“원일테크에서는 여기 안와요?”

“올 겁니다. 우선 저희들이 원일 하청업체므로 받으러 왔습니다. 반출증은 여기 있습니다.”

지게차가 몇 번 왔다 갔다 하더니 생산계장이 가져온 2.5톤 트럭에 물건을 모두 실었다.

구건호가 공장을 다시 돌아보았다. 운동장이 학교 운동장 몇 배나 되는 것 같았다. 제복 입은 직원들은 구건호가 있는 공장 직원들하고는 게임이 안될 듯싶었다.

“계장님, 여기 직원들은 천명이 넘겠지요?”

“그런 건 알아서 뭐해, 개새끼야. 3천명이 넘는다고 하더라.”

“여기 사장님은 대단하겠네요.”

‘여기 사장님은 H그룹 며느리 집안이라는 소문이 있어, 이 개새끼야.“

구건호는 울적한 마음이 들어 혼자 생각했다.

[한국사회에서는 혈연과 학연, 인맥이 없으면 출세하기 힘들다는데 나 같은 흙수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저런 회사에 들어가서 사원노릇 좀 하고 싶은데 금생에서는 안 되겠지?]

“휴,”

“한숨은 왜 쉬어 개새끼야. 회사 돌아가면 보따리 쌀 준비나 해,”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계장님이...”

‘그거 아니까 다행이다. 너는 잘리고 다른 회사 가버리면 되지만 나는 어떻게 하라고 요렇게 빙신 만들어 놓냐?“

“죄송합니다.”

“지금 저 뒤에 있는 제품 모두 버려야 한다. 아까운 생각 안 드냐?”

“재생 안 됩니까?”

“재생 같은 소리하네. 개새끼! 쨔샤, 재생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어. 저거 다 버려야해. 알아?”

“저걸 다요?”

“버리는 것도 돈 들어 가고 저건 다 산업 쓰레기야. 넌 산업 쓰레기 만드는데 일조를 한 인간 쓰레기고!”

결국 구건호는 잘렸다. 손톱 하나 빠지고 왼쪽 팔뚝에 불에 덴 자국을 남기고서 그랬다. 9급 공무원에 떨어진 대가가 혹독했다.

꿈속에서 구건호는 경기도 화성의 어느 논밭에 앉아 울고 있었다. 저기서 누가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청담동 이회장이었다.

“아, 이회장님.”

“오, 구건호 아닌가? 왜 여기서 울고 있나? 자네 이번에 수 만평 대지 위에 조양 모비스보다 더 큰 공장을 지었다며? 축하하네.”

이회장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려는 순간 꿈이 깨었다.

구건호는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 커피숍에서 잠깐 꿈을 꾼 것이다.

구건호는 테이블 위에 있는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벌써 식어버려 차가웠다.

구건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내 꿈은 부동산이나 하고 주식투자나 하는 것이 아니고 수천 명 종업원을 거느린 거대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지.”

구건호는 벌컥대며 식어버린 커피를 냉수 마시듯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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