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78화 (78/501)

# 78

법인 설립 (2)

구건호는 강부장과 함께 대치동에 나온 물건도 보았다.

“흠, 깨끗하네요. 오픈한지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아직 공실은 좀 있네요.”

“오픈한지 두 달 정도 되었는데 되팔려고 나온 물건입니다.”

“두 달이요? 왜 그렇게 빨리 내놓았지요? 혹시 여기 사장이 인테리어 대충하고 프레미엄 붙여서 다시 파는 사람이 아닌가요?.”

“하하, 저도 그랬으면 이 물건 손 안 댔을 겁니다. 사장이 고위 공무원 부인이랍니다. 남편이 못하게 하여 다시 내놓았다고 합니다.”

“그래요?”

고시텔을 판 사람은 안경을 낀 40대 후반 여자였다.

“강부장님하고 어제 협의했는데 2억6천만 원은 억울해요. 인테리어 들인 비용이 얼만데 내가 손해 본 느낌이에요.”

강부장이 너스레를 떨었다.

“임자 만났을 때 얼른 파시는 게 돈 버는 겁니다. 자, 사모님 계약서 싸인 하시지요.”

“싸인은 저 앞에 있는 부동산에 가서 하시지요.”

여자가 차갑게 말하며 일어섰다. 구건호가 천천히 한마디 했다.

“매도자 부동산 복비는 우리가 내드리지요. 사모님 억울하다고 하시니까?”

여자가 안경 너머로 구건호를 쳐다보더니 약간 미소를 띠었다.

구건호는 사무실에 돌아와 계산을 해 보았다.

“서초동 고시텔 인수비용이 3억 2천만원, 방배동이 2억 8천만원, 대치동이 2억 6천만원. 모두 합하여 8억 6천만원이 들어갔군.“

구건호는 정지영씨를 불렀다.

“3군데 고시텔 인수비용이 모두 8억 6천만원입니다. 자본금이 3억이니까 5억 6천만원은 대표이사 가수금으로 일단 잡아 놓으세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정지영씨 책상에 있는 컴퓨터에 전산회계 프로그램을 깔아 놓을 테니 사용하세요. 프로그램 판매 회사에 주문은 해 놓았습니다. 할 수 있겠지요?”

“회계 학원에서 배우기는 했지만 직접 해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 보겠습니다.”

“막히는 것이 있으면 앞으로 거래할 세무사 사무실에 물어보시고 또 간단한 것은 나한테 물어보셔도 됩니다.”

“예? 사장님에게요?”

“나도 오래는 안했지만 제조회사 경리는 해 보았어요. 물론 회계프로그램도 약간은 다루어 보았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에 강부장과 정지영씨가 대화를 나누었다.

“어휴, 어제 사장님 승용차 보니까 1억이 넘는 랜드로버를 타고 다니시네.”

“사장님 부자인가 봐요. 4대 보험 신고 때문에 사장님 주민등록등본을 보니까 주소가 타워팰리스로 되어 있더라고요. 거긴 아파트가 20억원이 넘는다고 들었어요.”

“타워팰리스? 허, 돈이 정말 많은 모양이네. 부모님이 아주 부자였던 모양이지?”

두 사람의 대화는 구건호가 돌아오는 바람에 끊어졌다.

“아, 참. 사장님 명함 나왔어요.”

“빨리도 나왔네. 오, 디자인이 예쁘네요. 칼라로 된 무슨 마크도 있네.”

“주식회사 지에이치 개발의 마크에요. 영문이니셜 GH를 도형화 했어요.”

“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 야, 명함이 무슨 큰 기업체 사장 명함 같다. 이걸 정지영씨가 다 만든 겁니까? 혹시 옆에 있는 디자인회사 친구가 거들어 준거 아니에요?”

“예, 제가 한 것에서 조금 수정해 주었어요.”

정지영씨는 말하면서 배시시 웃었다.

“흠, 디자인회사 친구가 고맙네요. 점심이라도 한번 대접해 줘요. 법인카드 가지고 있지요? 나가서 같이 맛있는 거 한번 드세요.”

“감사합니다.”

정지영씨는 새로 나온 명함을 강부장에게도 주었다. 강부장도 좋아서 자기 명함을 받았다.

구건호와 강부장은 같이 방배동으로 나갔다.

지하철 역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사람은 분명히 김민혁이었다. 후줄그레한 잠바를 입고 있었다.

“김민혁, 반갑다.”

“오, 구건호.”

김민혁은 강부장을 힐긋 쳐다보며 누구냐 하고 묻는 것 같았다.

“인사해라. 네가 있을 고시텔을 관리하시는 분이다.”

“그럼, 사장님?”

“사장님은 아니시고, 고시텔이 개인이 아닌 법인에서 운영하는 것이라 강부장님이 다 관리하신다.”

강부장이 명함을 주었다. 구건호도 김민혁에게 명함을 주었다. 김민혁이 명함을 받고 다소 놀라는 눈치였다. 구건호의 명함이 대표이사로 되어있고 강부장은 그 회사의 부장이기 때문이었다.

“타라. 차 가지고 왔으니 밥이나 먹으러 가자.”

김민혁은 또 놀랐다. 구건호가 타고 온 차가 비싼 외제차였기 때문이었다. 김민혁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공부하느라고 힘들지? 저기 보쌈집에 가서 먹자. 저 집 수육이 괜찮다.”

김민혁은 방배동 고시텔을 보고 아주 만족했다.

“오우, 역시 강남지역이라 좋네.”

“강부장님이 이 삼일에 한 번씩 점검하러 오시지만 네가 사장이나 마찬가지다. 여긴 골치 썩이는 입실자가 없다니까 괜찮을 거다. 방도 45개니까 자주 들락거리는 사람도 없을 거야. 아침에 쓰레기 버리는 것 하고, 입실자를 위한 밥이나 김치 준비만 하고 가끔 청소나 해주면 공부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고맙다. 여러 가지로 생각해 주어서.”

강부장이 김민혁에게 쓰레기 버리는 장소와 카드 단말기 사용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강부장이 김치회사 명함을 김민혁에게 주면서 말했다.

“급여는 80만원이고요, 쌀은 앞에 있는 마트에서 가지고 오면 됩니다. 김치도 여기 명함에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배달해 줍니다.”

“감사합니다.”

김민혁이 강부장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그래, 우린 간다. 잘 해라.”

구건호가 김민혁의 등을 두드려주고 돌아갔다. 김민혁은 구건호가 좋은 고시텔 총무자리를 알선해 주어 고맙기는 한데 심정이 복잡했다. 구건호의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언가 머리가 아주 혼란스럽기도 하였다.

3군데 고시텔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니 거의 매일 돈이 들어왔다. 어느 날은 20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올 때도 있었고 어느 날은 40만원만 들어올 때도 있었다. 평균적으로 150만원 내외가 들어왔다.

정지영씨가 매일아침 계좌조회를 했다.

“사장님, 오늘까지 들어온 돈이 1,000만원이 넘는데 어떻게 할까요? 사장님이 가지고 계신 국민은행 법인통장으로 이체할까요?”

“우선은 총무들 급여하고 임대료 정산하세요. 송금한 것은 거래명세서 인쇄해서 출금전표에 붙이고 결재 올리세요.”

“알겠습니다.”

정지영씨는 돈이 들어오고 나간 것은 거래명세서를 뽑아 출근전표에 붙이고 날마다 구건호에게 결재를 올렸다.

아직은 회사 규모가 작아 전표결재가 많지 않았다. 많을 때는 20여장이 넘지만 서너 장 밖에 안 나오는 날도 있었다. 정지영씨와 강부장은 결재판에 전표를 넣어 정중하게 결재를 올렸다. 구건호는 시시콜콜하게 따지지 않고 싸인을 했다.

“저, 사장님. 다음 주에 강부장님과 제 급여를 집행해야 하는데 사장님 급여는 얼마로 할까요?”

“나요? 글쎄... 아직 회사 규모도 작으니까 400만원으로 합시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합시다. 그리고 여기 오피스텔은 내가 5억원을 주고 개인적으로 산 것입니다. 나 개인이 법인인 (주)지에이치에 임대한 것이니까 임대료는 내 개인 통장으로 따로 보내주어야 합니다.”

“얼마를 보내면 되겠습니까?”

“음... 월 200으로 합시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급여 400에 임대료 200 등 매월 600만원이 개인 통장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자동차 운영비와 식대 같은 비용은 법인 카드로 정리했다.

구건호는 자기 개인재산을 확인해 보았다.

“현재 164억원이 남았네. 4대강 주식으로 198억원을 번 것 중에서 그동안 아파트 사고, 자동차 사고, 회사하나 만들어 고시텔 3개 인수하고, 오피스텔을 샀으니 34억원 정도가 나갔군.”

구건호는 증권회사 수원 지점장이 다른 곳으로 발령 난 것을 보고 바로 거래지점을 서울 강남지점으로 옮겼다. 64억원은 은행의 개인계좌에 입금하고 100억원은 증권사 강남지점으로 옮겼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 산다는 강남에서도 부동산이 아닌 현금 100억원은 엄청나게 큰돈인 모양이었다. 계좌변경을 하러 증권사에 간 날 강남지점장이 뛰어나와 구건호를 자기 방으로 모셔 갔다.

증권사 직원들이 수군거렸다.

“방금 지점장실에 들어간 분이 누굽니까?”

“큰손이 거래를 트러 오신 모양이에요.”

“저렇게 젊은 분이?”

지점장이 구건호에게 명함을 주자 구건호도 지점장에게 자기 명함을 주었다.

“주식회사 지에이치개발 사장님이시군요. 개발이면 부동산 개발회사 같네요.”

“하하, 그렇습니다.”

강남 지점장도 수원지점장과 똑같은 말을 했다.

“좋은 정보를 문자서비스 하겠습니다. VIP에게만 따로 보내드리는 문자 서비스가 있습니다.”

예쁜 증권사 여직원이 커피를 가지고 왔다.

“저, 구사장님. 가끔 골프 치십니까?”

“안 치는데요.”

“명함 보니까 지에이치개발이 이 근처이신 것 같은데 골프 좋아하시면 가끔 라운딩이나 한번 하시지요.”

“하하, 글쎄요. 오늘은 제가 바빠서 일어나겠습니다.”

지점장이 증권사 문밖까지 나와서 90도 각도로 잘 가시란 인사를 깍듯이 했다.

구건호의 스마트폰에 날마다 증권사의 문자 메시지가 왔다. 그날의 증권시장 동향과 추천주가 왔다. 추천 이유도 함께 적어서 보냈다.

“증권사 추천주는 모두 우량회사나 대형주 위주네. 이런 건 몇 천만 원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재미가 없어 투자하기 힘들지.”

증권사는 작전주나 정치테마주 같은 위험성 있는 주식은 추천을 안했다.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조금씩 오르는 우량 주식을 추천했다.

“잘못 추천했다가는 증권사도 욕먹을까봐 그렇겠지.”

구건호는 증권사 추천주에 30억원만 투자했다.

구건호가 다녔던 경매학원 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구사장님이세요? 잘 계셨지요?”

“아, 예. 원장님.”

“다른 것이 아니고 이번에 제가 경매학원 졸업 하신 분들 모임을 한번 가져보려고 합니다.”

“아, 그러세요?”

“졸업생은 한 20명 되지만 다들 바쁘고 지방에 계신 분들도 있어 10명 내외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웬만하면 구사장님도 시간되시면 모시고 싶습니다.”

“언제 하나요?”

“다음주 금요일 오후에 용산 남영동에서 하려고 합니다. 시간과 장소를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별일 없으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금요일이 되어 남영동에 있는 갈비탕집에 경매학원 졸업생들 11명이 모였다. 절반은 공인중개사들이었다.

구건호가 와서 인사를 했다. 낯이 익은 사람도 있었고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원장이 일어나 한 말씀 했다.

“에, 제가 오늘 이 자리를 만든 건 앞으로 여러분들이 서로 경매정보를 교환하고 친교도 도모하시라는 뜻에서 만들었습니다.”

박수 소리가 나고 갈비탕에 소주도 몇 잔 건넸다. 각가지 정보가 쏟아졌다.

“나는 정릉에 있는 연립주택을 잡으려고 했는데 세입자가 너무 많아 포기했어.”

“세입자들 쫓아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

“나는 상가를 잡으려고 했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 포기했어요. 5억이나 하는데 내가 감당하기 벅차서 다른 사람과 같이 합동으로 할까도 했지요.”

“나는 경매 2건을 컨설팅 해주고 상담료를 받았습니다.”

술기운에 좌석이 소란해지자 원장이 박수를 쳐 진정시켰다.

“여기 주목해 보세요. 제 옆에 계신 구건호 사장님은 이번에 경매로 타워팰리스 한 채를 낙찰 받았습니다.”

“타워팰리스요?”

사람들이 구건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타워팰리스는 인기지역인데 18억원 감정가를 15억원에 낙찰 받았습니다. 지금 그 아파트는 시세가 19억원 합니다. 우리 구사장님께 큰 박수 한 번 쳐줍시다.”

“와, 19억! 대단하다.”

모두 박수를 쳤다. 구건호가 일어나 인사를 했다.

“그럼, 거기 입주해 사시나요?”

“예, 제가 들어가 살고 있습니다. 저는 투자보다는 거주 목적으로 낙찰 받았습니다.”

“오, 그렇군요.”

구건호가 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들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특히 30대 후반의 광명시에 사는 아줌마는 구건호를 아주 존경스런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원장이 또 한마디 했다.

“경매는 돈이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하시면 됩니다. 단돈 몇 천만 원으로 시작해 몇 년 후에는 수십억, 수백억으로 늘린 사람도 있습니다. 자, 모두 같이 앞에 있는 술잔을 들고 건배 한번 합시다. 다 같이 경매를 위하여!!”

“경매를 위하여!!”

구건호는 살다가 ‘경매를 위하여’라는 구호를 외쳐보긴 난생 처음이었다. 웃음이 났다. 옆자리에 있는 중계동에서 부동산을 한다는 사람이 소주를 입에 털어 넣더니 한탄하며 말했다.

“캬, 소주 맛 죽인다. 내가 돈이 있다면 이번 강동구에 나온 나대지를 잡는 건데!”

원장도 이 물건을 아는 모양이었다.

“그건 덩치가 커서 어디 되겠어요? 감정가만 45억 아닙니까? 그것도 공유지분에!”

“공유자가 80대 영감님입니다. 작업 들어가면 좋은 물건인데. 그렇게 큰돈이 있어야지, 젠장!”

“돈이 있다면 해 볼만 하겠네요. 공유지분이라 누가 대드는 사람도 없을 것 아닙니까? 두세 번 유찰되어 20억원대로 떨어질 텐데. 말이요.

“그럴 겁니다.”

“에효, 20억이 누구 어린아이 이름도 아니고 개인이 그런 돈 가지고 있겠어요? 더구나 나머지 공유 지분 사려면 또 그만한 돈 들어갈 텐데요.”

“혹시 기업 같은데서 손 안댈까요? 그 물건은 땡기기만 하면 15층짜리 오피스텔 건물을 지어도 좋고 호텔을 지어도 좋은 자리입니다. ”

“글쎄... 기업은 제약이 많아서 그것이 문제지요. 또 사업목적 외에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은 세금을 엄청나게 두드려 맞잖아요.”

“아무튼 아까운 물건입니다.”

구건호는 중계동 부동산과 원장이 하는 말을 옆에서 꼼꼼히 새겨들었다.

구건호는 회사에 출근하여 강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강동구에 나대지 하나 경매 나온 것 찾아보세요. 감정가가 45억원이랍니다. 공유지분입니다.”

“강동구면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하겠군요. 알겠습니다.”

강부장이 컴퓨터와 한참 씨름을 하더니 자료를 뽑아 구건호에게 보고하였다.

“대지 200평이구요. 대로변이니 누구든지 군침을 흘릴 만 합니다. 한데 공유지분이라 유찰되겠는데요? 물건 현황명세서와 지적도는 여기 있습니다. 참고하십시오.”

“이 경매물건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등도 떼어 보시고 현장에 가셔서 답사하고 오시지요.”

“알겠습니다. 사진 촬영도 하겠습니다. 혹시 세입자가 있는가도 보겠습니다.”

“나대지인데 세입자가 있을 가요?”

“왜요. 있습니다. 거기다가 사람들이 자기들 물건 쌓아 놓은 사람도 있고 거기서 천막치고 장사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도 보니까 대로변이라 위치가 좋아 그럴 가능성이 많습니다.”

“흠, 알겠습니다. 철저히 조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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