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77화 (77/501)

# 77

법인 설립 (1)

법인설립 허가가 나왔다.

구건호는 법무사 사무실에서 알려준 대로 법인 등기부등본과 정관, 주주명세서, 오피스텔 임대차계약서를 들고 세무서에 가서 법인 사업자등록증을 신청했다.

“오피스텔 소유주하고 임대하는 신설법인 대표자하고 이름이 같네요.”

“예, 법인에서 임대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오피스텔은 출자에 안 들어갔습니다.”

“알겠습니다.”

세무서 직원은 빠르게 처리해 주었다.

“일사천리로 해 주네.”

구건호는 명함 집에 가서 대표이사 명함도 하나 의뢰했고 법인 인감도장도 새로 팠다.

명함도 인쇄 전에 디자인한 것을 즉석에서 컴퓨터로 비추어 주었다.

“골목길 분식집 하나만 새로 내도 개업 축하 화분도 오고 그러는데 나도 회사 창업했다고 여기 저기 알릴까? 에이, 그만두지! 그런 건 내 취향이 아니야.”

구건호는 법인 운영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명함도 나오고, 사업자등록증도 나오고, 인터넷과 팩스도 개통되고, 이제 슬슬 사업거리나 찾자.”

구건호는 푹신푹신한 사장용 책상에 앉아 낮잠을 잤다. 사무실도 돈을 좀 발라 화려하게 꾸며 놓았다.

구건호는 서초동에 고시텔이 하나 나와 법인 명의로 샀다. 가격은 3억 2천만 원이었다.

“룸이 50개에 샤워시설, 소방시설, 닥트시설 모두 되어있고 깨끗하군.”

룸은 하나에 월 이용료로 40만원을 받았다. 주로 근처 회사에 다니는 샐러리맨이 많고 후진 고시원처럼 노숙자 비슷한 이상한 아저씨는 없다고 하였다.

고시텔을 판 사람은 공무원을 하다가 정년퇴직한 사람이었다.

“현재 공실은 거의 없습니다. 시설이 좋아 지방에서 올라온 샐러리맨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90% 찬다고 보시면 됩니다.”

구건호는 속으로 계산해 보았다.

[룸 하나에 40만원 받으면 50개에 2천만원. 2천만원에 90%면 1,800만원이 들어온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서 임대료와 총무 월급 등을 빼면 1,300을 번다? 조금 뻥이 있으니 월 1,000만원 번다고 생각하면 될까?]

구건호가 눈알을 굴리며 뭔가를 계산하는 표정을 짓자 고시텔을 판 전 주인이 너스레를 떨었다.

“전에는 ‘나가요’ 아가씨들이 많아 100% 꽉 찼었습니다.”

“나가요 아가씨요?”

“예, 술집에 다니는 나가요 아가씨들이 단속 때문인지 많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우리 집은 거의 찹니다. 여기 총무한테 물어봐도 아실 겁니다.”

총무는 2년째 로스쿨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구건호 보다는 5년 정도 아래로 보였다. 구건호는 총무를 친구인 김민혁을 쓸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아무래도 오래하던 사람이 더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총무는 학교를 어딜 다녔소?”

“지방 국립대를 졸업했습니다.”

“흠, 내가 여기에 자주 못나오니 잘해줘요.”

구건호가 명함을 총무에게 주었다. 총무가 황송하게 두 손으로 명함을 받았다.

구건호는 고시텔을 하나 더 사려고 인터넷을 뒤졌다.

“고시텔 3개를 사면 내가 일일이 돌아다니는 것 보다 관리할 직원을 뽑자. 내가 사소한 일까지 챙기다 보면 시간을 빼앗길 것이 아닌가? 그러면 더 큰일을 하기가 어려우니 인건비가 좀 나가더라도 직원을 뽑자.”

구건호는 워크넷에 광고를 냈다.

한 사람은 부동산 개발관련 사원이고 한사람은 경리와 4대 보험을 담당할 직원을 모집한다고 했다. 경력과 학력, 나이, 성별 등은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응모 마감일이 지나 이메일로 들어온 이력서를 보고 구건호는 깜짝 놀랐다.

“와, 이렇게나 이력서가 많이 들어왔어?”

불황은 불황인 모양이었다. 이력서가 무려 50통도 더 넘게 들어왔다.

구건호는 부동산관련 응모자 이력서를 보았다. 대부분이 공인 중개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기획부동산이나 분양업무에 경력이 많은 사람들도 있었다.

“너무 부동산 쪽에 닳고 닳은 사람보다는 도덕적으로 문제없는 사람을 뽑자.”

구건호는 은행 차장출신으로 부동산 자격 취득 후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했던 사람을 추렸다.

“나이가 48세면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인데 퇴직했군. 퇴직 후 부동산 사무실 운영한지가 1년 지났으니 지금은 놀고 있겠네. 사진을 보니 착한 사람으로 보이네.”

구건호는 이 사람을 면접 보러 오라고 문자 메세지를 보냈다.

경리직원은 입시학원에서 경리와 4대 보험 업무를 1년간 본 사람이 눈에 띠었다.

“실물은 모르지만 사진으로 보아서는 얌전하게 생겼네. 집도 봉천동이면 2호선으로 강남역까지 출퇴근하니 괜찮을 것 같군. 나이는 27세인데 요즘은 결혼을 늦게 하는 경향이 있으니 같이 일해도 괜찮겠지. 전산회계 자격증도 있고 컴퓨터관련 자격증도 많이 따 놓았네. 킥킥, 고등학교 때 우등상장 받은 것도 적어 놓았네.”

면접일이 되었다. 면접은 부동산관련 사원 면접을 먼저보고 경리는 다음날 보기로 하였다.

은행 차장 출신이란 사람이 면접을 보러왔다.

“은행 차장출신인데 명퇴하셨나요? 아니면 다른 사업 때문에 그만 두셨나요?”

“명퇴했습니다.”

“나오셔서 바로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셨네요.”

“네.”

“잘 안됐나요?”

“중개사 자격증은 은행 다닐 때 따놓았습니다. 자격증이 있어서 은행 나와도 벌어먹고 사는 건 문제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2년간 사무실 임대료만 내다 말았습니다.”

“부동산 접으시고 1년 동안은 노셨습니까?”

“재취업을 하려고 했는데 사무직은 불가능했습니다. 여기서 일할 수 있다면 열과 성의를 다해 일하겠습니다.”

“가족은 어떻게 되십니까?”

“처와 딸이 있습니다. 딸이 고3입니다.”

“보다시피 여기는 새로 법인을 설립한 신생 회사입니다. 급여를 많이 드릴 수 없습니다. 얼마정도 맞추어드리면 되겠습니까?”

“월 200정도면 만족하겠습니다.”

“흠, 인상도 좋으시고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많으시네요. 일단은 돌아가시고 합격 여부는 문자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면접을 받으러 온 사람은 구건호에게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고 나갔다.

다음날 경리업무를 볼 여성이 면접을 보러왔다.

“여기가 지에이치 개발 맞나요?”

“예, 맞습니다.”

“면접 보러 왔는데요.”

여자는 대봉투에 여러 가지 서류을 꺼내 구건호에게 주었다.

“이게 뭡니까?”

“자격증 사본이에요.”

“많기도 하네요. 거기 앉아요.”

“학원에서 경리업무를 보셨으면 무슨 프로그램 쓰셨나요?”

“학원 규모가 작아 전산 회계프로그램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구건호는 전에 자기가 다녔던 양주시의 방일가스가 생각났다. 구건호도 방일가스에 다닐 때 경리업무를 보았지만 회사 규모가 너무 작아 경리업무를 수기로 작성하였었다.

“흠, 4대 보험 업무는 해 보셨지요?”

“예, 4대 보험 업무는 자신 있습니다.”

“전에 다녔던 직장에서 얼마 받으셨나요?”

“180 받았습니다. 주5일 근무했는데 토요일은 격주로 근무했습니다.”

“집이 봉천동이면 지하철로 여기 한 번에 올수 있지요?”

“예, 교통은 아주 좋습니다.”

여자가 몸을 꼬며 배시시 웃었다. 구건호는 웃는 모습에 호감이 갔다.

“그런데 여기는 뭐하는 회사인지요?”

“고시텔 임대업도 하고 부동산 경매 같은 것도 하고 그럽니다.”

“아, 그렇군요. 혹시... 지원자들이 많은가요?”

“예, 좀 있습니다.”

구건호의 말에 여자는 얼굴에 걱정하는 빛이 돌았다.

“됐습니다. 돌아가셔도 됩니다. 합격여부는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여자가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고 조용히 사무실을 나갔다.

구건호는 어제 면접을 본 은행 차장 출신과 오늘 면접 본 여직원을 채용하기로 하였다.

새로 뽑은 두 사람이 출근을 했다.

은행 차장 출신의 부동산 개발담당 사원의 이름은 강성일이었고 경리 여직원의 이름은 정지영이었다.

구건호는 은행 차장 출신인 강성일 씨에게 부장 직함을 주고 급여는 220만원을 주기로 했다.

“경영 성과가 있으면 급여는 차츰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구건호는 경리 여직원에게는 185만원을 주기로 하였다.

“정지영씨도 마찬가지로 경영 성과에 따라 급여를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 사람이 근무하니 진짜 회사처럼 보였다.

“책상하고 컴퓨터가 마음에 들어요.”

정지영씨가 새 책상에 새 컴퓨터를 보고 좋아했다.

“여기 세 사람 오늘날짜로 4대 보험 신고해주세요. 그리고 주거래 은행 통장은 내가 관리하고 운영비 쓸 것은 여기 신한은행 통장으로 쓰세요. OTP카드는 여기 있으니 공인인증서 신청하고요.”

정지영씨는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벌써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자기 책상 유리판 밑에 깔아 놓았다.

“주거래 은행인 국민은행 법인 카드는 내가 가지고 있으니 큰돈 쓸 땐 나한테 이야기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건 신한은행 법인카드인데 잔고가 50만원 정도 밖에 없습니다. 우선 이 카드로 A4 용지나 출금전표 같은 문구류 사는데 쓰세요. 커피도 사다 놓고요.”

“알겠습니다.”

옆에서 구건호와 정지영이 말하는 것을 듣고 있던 강성일 부장이 말했다.

“저는 뭘 하지요?”

“강부장님은 저하고 가볼 때가 있습니다. 이 근처에 법인 명의로 사논 고시텔이 있는데 한번 가보시고 여기서 가까운 지역에 매물 나온 고시텔을 답사해 보세요.”

“휴,”

강부장이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러세요?”

“저는 여기가 기획부동산 하는 곳인지 알았습니다. 고시텔을 여러 개 운영한다는 것을 알고 자금력이 탄탄한 회사란 걸 알았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구건호는 서초동에 있는 고시텔을 강부장에게 보여주었다.

총무가 낮잠을 자고 있다가 깜짝 놀라 일어났다.

“피곤하신 모양이네.”

구건호의 말에 총무는 난감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우리 회사 강부장님이에요. 강부장님이 하루 한 번씩 여기를 들릴 거예요. 일하다가 어려운 점이 있으면 강부장님과 상의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여기...”

“이게 뭡니까?”

“어제 새로 입실한 사람 방값 받은 돈이에요. 카드 계산하지 않고 40만원을 현금으로 가져왔어요.”

“회사 계좌번호로 무통장 입금하세요.”

“저, 그리고 쓰레기봉투를 사야 하는데요.”

“쓰레기봉투 사서 영수증 받아 놓으세요. 영수증은 강부장님이 오시면 드리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강부장과 함께 사무실로 왔다.

“강부장님은 아까 말한 대로 점심 먹고 매물 나온 고시텔을 답사해 보세요. 관리 문제도 있으니까 가급적 가까운 서초구와 강남구에서 알아보도록 하세요. 인터넷에 역삼동과 양재동에 하나씩 나온 것이 있던데 가 보세요.”

“가격대는 어느 정도를 알아볼까요?”

“가격대는 제한을 두지 않겠습니다. 물건만 좋으면 잡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전에 부동산 할 때 고시텔 중개 경험이 있으니 꼼꼼히 따져 보고 드리겠습니다.”

“오, 그래요? 앞으로 강부장님만 믿겠습니다.”

세 사람은 오피스텔 근처의 식당으로 갔다. 점심때가 되어 식당이 혼잡하였다.

세 사람은 해물잡탕을 시켰다.

“오늘은 첫날이니 같이 식사하고요. 다음부터는 셋이 모이기도 힘드니 식대를 드리도록 하지요. 중식대는 월 12만원으로 하겠습니다. 각 고시텔에서 총무들이 방값 입금하면 거기서 쓰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강부장과 정지영씨는 놀다가 새로 취업이 되어서 그런지 표정들이 밝아졌다.

“정지영씨, 신한은행 법인카드 가지고 왔지요?”

“네.”

“오늘 밥값은 정지영씨가 계산하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직원들이 들어오니 구건호가 편해졌다.

구건호는 출근하여 오전에 일간신문과 경제신문을 읽고 오후에는 헬스클럽으로 갔다. 강부장도 오전에는 사무를 보다가 오후에는 매물 나온 고시텔을 보러 다녔다.

“고시텔 새로 사는 것은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물건은 나중에 되팔아먹기 좋은 것으로 하시면 됩니다. 소방시설 잘 돼있나 확인하시고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아침에 출근하면 정지영씨가 미리 나와 사무실 청소와 정리 정돈을 하여 기분이 좋았다. 정지영씨는 옆 사무실인 디자인 회사 여직원들과 벌써 친해져 화장실에서 웃고 떠들고 하였다. 점심밥도 이들과 어울려 먹으러 다니는 것 같았다.

강부장이 고시텔 매물 답사 결과를 정리해 보고했다.

“흠, 표까지 만들었네요. 벌써 다섯 군데나 보고 왔어요?”

“예, 외부 전경과 실내도 사진 찍어 왔습니다.”

“괜찮은 데가 있습니까?”

“양재동 것은 좀 허름한 것 같고, 방배동에 새로 나온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급하게 나온 것이라 가격도 저렴하고 인테리어 한지도 얼마 안 된 물건입니다.”

“얼마에 나왔나요?”

“3억 달라고 하는 것을 2억 8천까지 깎아 놓았습니다. 내일 사장님과 같이 한번 보러 가시지요.”

“또 있습니까?”

“대치동에 나온 것이 마음에 듭니다. 학생들 보다는 삼성동쪽이나 테헤란로에 있는 회사원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그럼 내일 방배동 들렸다가 대치동도 한번 가보지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정지영씨를 불렀다.

“정지영씨, 이게 내 명함입니다. 이 스타일대로 강부장님과 정지영씨 명함을 만드시지요.”

정지영씨가 구건호가 준 명함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저... 사장님. 명함 디자인 제가 새로 해도 되겠습니까?”

“왜? 디지인이 촌스러워요?”

“예, 좀....”

“하하, 알아서 하세요. 그건.”

구건호는 방배동과 대치동의 고시텔 나온 물건을 보러가기로 했다.

“강부장님은 오피스텔 정문 입구에서 기다리세요. 지하 주차장에 있는 내 차를 끌고 나올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를 끌고 나오자 강부장이 다소 놀라는 눈치였다.

“방배동부터 가지요.”

“사장님, 이 차 비싸지요?”

“한 1억 주었습니다.”

“헉! 1억!”

구건호는 방배동 고시텔이 마음에 들어 계약했다. 법인 명의로 계약했다.

고시텔을 판 사람은 뚱뚱한 50대 후반의 아줌마였다.

“여기는 총무가 없이 우리 애 아빠하고 나하고 고시텔 운영을 직접 했어요. 사장님네는 총무를 두어야 할 겁니다. 입실자 관리도 하고 쓰레기도 치워야 하니까요.”

“총무는 강부장님이 구하시지요. 아니, 가만 있어보세요. 총무 할 사람이 있을 겁니다.”

구건호는 국회도서관 앞에서 만난 동창 김민혁이 생각났다. 전화를 걸었다.

“나, 구건호다.”

“오, 구건호! 반갑다. 그런데 내가 영등포에 안 있어. 고시원 주인하고 다투고 나왔어.”

“어, 그래?”

“시시콜콜 간섭해서 못 있겠어. 싸구려 고시원이라 이상한 아저씨들이 또라이 짓거리 하는 놈들도 있고 해서 나왔어. 지금 인천 부모님 집에 있는데 여기도 고시원 못지않게 지옥이다.”

“혹시 고시텔 총무 안할래?”

“하고는 싶은데 요즘 자리가 안 나오네.”

“내가 아는 곳 추천할게. 방배동 고시텔이야. 내일 12시까지 방배역으로 나와라.”

“그래? 그런 자리가 있어? 고맙다. 내일 나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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