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
4대강 대박 (2)
구건호는 결심을 했다.
국민은행 통장에 있는 돈 11억 원을 전부 증권계좌로 옮겼다.
“상대의 패가 보인다.”
구건호는 이화공영 주식을 오전 10시부터 야금야금 사기 시작했다.
“한 주당 900원대에서 놀던 주식이 1천원을 넘었다. 고점인지, 여기서 더 치고 나갈 런지는 오직 신만이 안다. 대통령 선거 기일까지는 반년이 남았다. 그때까지 흥행은 계속 된다에 한 표를 건다.”
구건호는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며 분산 매집에 들어갔다. 오후 3시가 되어 체결조회와 정산수량, 정산금액을 확인해 보았다.
“이화공영 3억 원, 삼목정공 5천만 원이다. 오늘은 이만하자.”
구건호는 매도 가정시의 금액을 확인해 보았다.
“장중 주식은 올라간 게 없고 수수료만 발생했으니 순 손익은 마이너스 120만원이네. 그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구건호가 오늘 주식 매입대금으로 쓴 돈은 3억 5천만 원이다. 이 주식을 만일 되판다면 수수료가 발생해 120만원 손실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침과 점심을 굶었네.”
구건호는 다음날도 점심을 거른 채 매입 주문을 냈다.
“오늘은 챠트가 음봉이다. 어제 집어넣은 돈은 손실이 500만원이 넘었다. 물타기로 마이너스 난 부분을 줄인다.”
구건호는 이날 4억 원을 더 집어넣었다.
3번째 날은 하루 쉬었다.
주가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이러다가 장기간 횡보하는 것 아닌가? 내가 잘못 판단한 건가?”
구건호는 대통령 선거까지는 4대강 관련주들이 크게 요동 칠 것으로 보았다.
구건호는 일주일 간격으로 11억 원을 모두 투자했다. 이화공영에 70%, 나머지 30%는 삼목정공에 분산투자 했다.
“이제 날마다 주가 움직임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대통령 선거가 있는 12월 말까지 도서관에 짱 박혀 책이나 보자!”
구건호는 거울을 보았다. 일주일 사이에 파삭 늙은 것 같았다. 눈이 횡하고 다크서클까지 끼었다.
“라면만 먹고 끼니를 걸러서 그렇구나.”
구건호는 영등포 오피스텔을 나와 국회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았다. 주로 경제, 경영에 관한 책을 읽었다. <권력이동>, <부의 미래>, <화폐전쟁>, <부자가 되는 7가지 습관>,과 같은 책을 읽었고 <경매요령>, <빚을 내서라도 땅을 사라>, <중국의 선택>과 같은 책들도 빌려보았다.
“성공이냐, 실패냐.”
구건호는 여의도 국회 앞의 넓은 광장을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패는 분명한 패다. 변수만 없다면 말이다.”
구건호는 매입한 주식의 주가 등락이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봐서 뭘 하겠냐? 떨어져 있으면 속상할 것이고 올라가 있으면 팔고 싶어 환장을 하겠지. 당분간 참자. 빚내서 투자한 놈이나 신용으로 매입한 놈들이나 안달을 하지 세상을 꿰뚫어보는 내가 방정 떨면 되겠어?”
구건호는 주식을 빚내서 투자하거나 신용으로 몰빵한 놈들이 제일 어리석은 놈들로 보였다.
“지난번 내가 큐엠스틸에 3천만 원을 투자해 300만원을 건졌다. 돈이 없는 사람이 3천만 원을 빚내서 투자했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순식간에 신불자가 되는 것은 뻔하지 않은가?”
구건호는 자기가 공돌이 생활할 때 만일 3천만 원을 신용융자로 빌려 투자했다면 어쩐지 살고 싶은 욕망도 없어져 자살을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게 주식이야. 그래서 청담동 이회장은 확실한 패가 아니면 주식에 손대지 말라고 한 것 아닌가?”
구건호는 이회장의 눈빛이 참으로 영리해 보인다고 생각되었다.
“그는 많이 배우진 못했어도 세상을 보는 눈이 남달라. 마치 사진에서 본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눈빛 같아.”
구건호는 전에 공돌이 생활할 때 햇살론 천만 원 빌린 것 가지고 투자할 때는 거짓말 안 보태 한 시간 마다 한 번씩 주가 움직임이 궁금했었다. 일도 손에 안 잡혀 사출 작업하다가 손을 다치기도 했었다.
지금 여유를 부리는 것은 빚도 없고 총알도 11억 원이나 되기 때문일 것이다. 주식이 반 토막 나더라도 절반인 5억 5천만 원은 건질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였을 것이다.“
구건호는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국회 도서관 앞 광장을 걷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혹시 구건호 아닌가?”
중학교 떼 같은 동네에서 살던 김민혁이었다. 학교는 다르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던 사이라 중학교 때도 잘 어울렸던 친구였다.
“오, 김민혁이구나. 여기서 다 만나는구나.”
“아까 도서관에서 너를 보았어. 긴가 민가 했는데 지금 보니 네가 맞더라. 몸이 좀 뚱뚱해졌지만 변한 건 없네. 지금 뭐하냐?”
“음, 놀아. 너는 뭐하냐?”
“나, 직장생활 하다가 그만두고 지금 공무원시험 준비해. 7급 준비하고 있어.”
“그래? 직장생활 잘하지 왜 방향을 바꾸었냐?”
“아휴, 이 나라에서 해 먹을 건 공무원밖에 없는 것 같다. 중소기업 품질관리팀에서 일했는데 툭하면 야근이고 비전이 없었어.”
“그래? 7급은 어려운 것 같은데 9급 보지 그러냐?”
“양쪽 다 하고 있어.”
“그런데 나이로 보아서 좀 늦었구나.”
“그래도 되기만 하면 올라서는 건데 안 되니 스트레스만 받는다. 하하.”
“되겠지, 뭐. 넌 국민대학 나왔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될 거야.”
“고맙다. 그런데 넌 왜 노는 거냐? 직장생활 한다는 소문을 들었었는데.”
“중국에서 장사하다가 얼마 전에 들어왔어. 지금 뭘 할까 탐색중이야.”
“오, 그랬었구나. 연락처 있으면 적어줘라. 나는 아직 부천에서 살아. 여기 내 연락처다.”
“고맙다. 합격하면 연락해라!”
구건호는 뒤 돌아서 가는 김민혁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 친구도 합격을 해야 할 텐데. 자기 아버지가 버스 운전을 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집안을 일으키려고 애쓰는 구나. 하긴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자기의 영광이고 7급 시험에 합격하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하던데.”
구건호는 한숨을 쉬고 나서 쓴 웃음을 지었다.
구건호는 다시 광장을 걸었다.
“만일 MB가 당선이 안 된다면?”
구건호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도리질을 했다.
“만약 MB가 돌발적 사고로 죽는다면? 어느 책에서 보니까 옛날 이승만 대통령 후보와 맞섰던 조병욱 박사와 신익희 박사도 후보가 되어서 갑자기 죽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구건호는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알았다.
“역시 나는 내공이 약해. 주식 매집하고 나서 일주일도 안 되어 이렇게 마음이 불안해서 되겠어?”
구건호는 도서관에서 책의 내용은 머리에 안 들어오고 잡념만 늘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되겠다. 해외여행이나 하고 오자. 일본이라도 갔다 오자.”
구건호는 3박4일로 일본 동경엘 다녀오기로 했다.
“일본은 한 번도 못 가봤으니 동경 구경이나 하자. 일본 놈들이 어떻게 사는지 구경도 하고 사업 아이템이라도 있으면 찾아보자.”
구건호는 여행사에 들려 일본 여행을 신청했다. 여행사에서는 동경 시내관광과 온천으로 유명한 닛코를 연결하는 코스를 추천했다.
“그걸로 합시다.”
구건호는 만사를 잊으려고 일본행 비행기표 티켓을 예약했다.
구건호는 일본에 가서도 조바심은 여전했다.
가이드의 말은 귀에 하나 들어오지 않고 내가 산 주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만 생각했다.
숙소가 있는 시부야에서 메이지진구(명치신궁)를 구경할 때도 주식만 생각했다.
“돈이 자그마치 11억 원이나 투자했다. 성공이냐, 실패냐.”
이런 생각을 하는데 같은 여행객으로 온 나이 드신 노부부가 자꾸 쳐다보았다.
“내가 100억 정도 돈이 있다면 그까짓 11억 투자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겠지. 하지만 지금 나의 전 재산은 11억 원 뿐이다. 그걸 몽땅 털어 넣었으니 불안할 수밖에.”
구건호는 불안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노부부의 남편이 다가와 웃으며 물었다.
“젊은이는 어찌 여행을 혼자 오셨나? 애인 없어?”
“예? 하하, 없습니다.”
“이제껏 애인도 없고 뭘 했어? 옛날 같으면 자식도 서넛 둘 나이인데.”
참, 오지랖 넒은 노인이 참견도 많다. 부인도 구건호를 보고 미안한지 남편의 팔을 자꾸 끌어 당겼다. 여행객은 노부부가 많고 여자들끼리 어울려 온 경우도 많았다. 젊은 남자는 구건호 혼자였다.
“이번에 같이 온 여행객중에는 처녀들도 몇 있더구만. 잘 한번 사귀어보지 그래?”
“하하, 됐습니다. 어르신.”
이치마루큐의 쇼핑몰에서는 아무것도 안산다고 핀잔도 주었다.
“하나 사서 여자 친구들한테 선물이라도 주어야 연애가 되지.”
구건호는 이 노인장의 머리 속에는 여자만 들어 있고 자기의 머리 속에는 주식만 들어있다고 생각되었다.
다음날은 닛코로 이동하였다. 이동 중 관광버스 안에서 밖의 경치를 즐기는데 어제 만난 노인이 먹을 것을 들고 옆자리로 왔다.
구건호는 이 노인이 찰거머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먹어봐요. 어제 시부야 거리에서 산 모찌떡인데 맛이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하나만 먹을게요. 저, 어르신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될 거라고 보십니까?”
“명바기(이명박)가 되겠지. 정동영이는 약해.”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노무현이가 대통령 되가지고 경제 좋아진 게 뭐있어? 명바기가 CEO출신이라니 한번 밀어줄 수밖에. 안 그런가? 젊은이.”
“어르신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모찌떡 잘 먹었습니다.”
구건호는 노인이 말을 자꾸 걸 것 같아 고개를 차창 밖으로 돌렸다.
닛코의 도쇼구(東照宮)를 보고 여행객들은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들이 없었다.
“어마! 저 원숭이 조각들 좀 봐”
한 직장에 근무하는 듯한 오피스레디 같은 3명의 여자가 구건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 했다.
“혼자 오셨어요?”
이들은 이 말을 구건호에게 던지고 까르르 웃었다.
구건호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 실연당하고 오신 거예요?”
한 여자의 말에 이들은 또 까르르하고 웃었다.
“우씨, 쪽 팔리네. 여행도 제대로 못하겠네.”
구건호는 이 말을 혼자 중얼거렸다.
“아저씨는 무슨 일 하세요?”
“아저씨?”
구건호는 이 여자들이 아저씨라고 부르는데 당황했다. 하긴 35세가 된 나이이니 그렇게 보일만도 했다.
“앙케이트 조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번 대통령 선거는 누가 될 것 같아요?”
“허경영이요.”
이 말에 여자들은 또 까르르 웃었다.
“정동영 후보가 될 것 같지요?”
“에이, 무슨 정동영! 이명박씨가 되겠지요. 얘들아, 가이드가 오란다. 빨리 가자.”
구건호는 MB가 된다는 말이 더 많은 것 같아 한시름 놓았다.
“잘못 찍진 않았다. 확실한 패다.”
구건호는 한국으로 돌아와 자기가 투자한 이화공영과 삼목정공이 얼마나 올랐나 확인했다.
5% 정도 올라 있었다.
“개미들은 꾸역꾸역 모여드는데 아직 불이 붙진 않았군.”
구건호는 주식 상승을 기다리기가 너무 지루하고 불안하여 이번에는 렌트카를 임대하여 전국을 돌기로 했다.
“대한민국 안가본데가 너무 많아.”
구건호는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일대를 돌아다녔다. 돌아와 주식 계좌를 열어보니 큰 변동이 없었다.
구건호는 차라리 일을 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대한민국에 질 좋은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서 그렇지 몸으로 하는 일자리는 많았다. 독산동의 물류센터에서 야간 상하차하는 알바 자리를 구했다. 시간도 빨리 가고 날마다 주식을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을 막기 위해서였다.
상하차 일은 역시 빡셌다. 오줌 누러갈 시간도 없이 바빴다. 일 하러 온 사람들도 춥고 배고파 보이는 사람들로 보였다. 몇 년 전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런 곳에서 일 할 사람 같지는 않은데, 기술 같은걸 배우지 여긴 왜 왔소?”
같이 일하는 50대가 물었다.
“일에 무슨 귀천이 있겠습니까? 아무 일이나 해서 월급 잘 나오면 되지요.”
“이런 일은 오래하면 골병들어요.”
일은 힘들었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팔도 아팠다.
“짐을 그렇게 허리 숙여 들면 안 돼요. 허리는 펴고 무릎만 굽혀 들어요.”
구건호는 야간 상하차 일을 하고 한 달 150만 원 정도를 받았다. 온 몸에 땀투성이에 어깨와 허리에 잔뜩 파스를 붙인 대가치고는 너무 적은 돈이었다.
“역시 노동으로 쇼부가 나긴 죽었다 깨어도 안 돼. 사람은 많이 배워 전문직을 갖거나 부모를 잘 두어 시작부터 달라야 해.”
구건호는 이런 일을 해도 야간이라 아는 사람 만날 일은 없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기는 그래도 11억 원이라는 큰돈을 주식 투자하고 킬링타임 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하지만 이 직업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사람은 빈곤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리라 여겨졌다,
“요즘 젊은이들이 아이를 안 낳는다고 하는데 이렇게 벌어서 되겠어? 아이는커녕 자기 입 풀칠하기도 바쁠 거야.”
구건호가 다행인 것은 하나가 더 있었다. 야간 일이 고되니 낮엔 곤하게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은 잊어버린 채 이런 생활이 2개월 지속되었다.
가을도 지나 코스모스가 질 무렵이었다.
하루는 일하고 돌아와 점심때쯤 일어나 경제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화공영 주가 급등에 대한 경고]
한국 증권거래소는 최근 이화공영의 주가 이상 급등현상으로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헀다는 내용이었다.
주식은 이상 과열로 종가가 5일 전일의 종가보다 60% 이상일 경우 증권거래소는 경고를 때린다. 이 경우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주식 거래가 하루 중지된다.
성공이다!
구건호는 즉시 주식 계좌를 열어보았다.
“매도 가정시 평가액 17억 6천만 원!”
11억 원을 찔러 넣고 6억 6천만 원을 번 셈이었다.
“됐다. 팔자.”
구건호는 경고가 풀리는 내일 팔자 주문을 내기로 했다
구건호는 상하차 물류회사에 나가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일을 잘하시던데 왜 그만두십니까? 구건호씨는 일을 잘해 시급을 좀 올려 드리려고 팀장님과 협의 중인데 나오십시오. 월 170만원 맞추어 드리지요.”
“하하, 고맙습니다만 취업이 되어서요.”
구건호는 물류회사 담당자에게 ‘이놈아, 내가 17억 6천만 원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아니,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