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68화 (68/501)

# 68

한국에서의 새출발 (1)

(68)

구건호는 영등포 오피스텔에서 날마다 경제신문을 읽었고 컴퓨터로 인터넷 검색을 하며 지냈다.

“중국서 부동산으로 재미 보았으니 부동산 시장을 검색해 보자.”

구건호는 강남의 아파트를 한 채 사고 싶었다.

구건호가 들어올 당시는 강남 도곡동의 타워팰리스가 한창 인기를 끌 때였고 반포의 레미안 스포티지 아파트가 한창 짓고 있을 때였다.

“힉! 뭔 놈의 아파트가 이렇게 비싸!”

구건호는 중국에서처럼 강남에 아파트를 한 채 사놓고 자기는 또 자그마한 가게나 운영하던가 아니면 취업을 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도 강남의 아파트 값은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중국서 벌어가지고 온 것 다 털어 넣어도 한 채도 못 사겠네!”

구건호는 낙담했다.

“천안 두정동 고시텔에 살 때 거기 새 아파트가 부러웠는데 거기 아파트 5채를 팔아도 강남 아파트 한 채도 못 사겠네. 웬 놈의 양극화 현상이 이렇게 심해! 융자를 받아서 하나 사? 그럼 이자는 누가 내? 아직 직업도 안 가졌는데.”

구건호는 답이 없었다.

강남의 아파트를 한 채 사면 분명 오를 것 같은데 못 사니 한숨만 나왔다. 인터넷을 다시 검색했다.

“이게 무슨 사진이야? 강남 압구정동 현재의 모습과 옛날 60년대 배나무 밭이었을 때의 사진? 흑백 사진이네. 누가 또 이걸 비교해 올렸을까?”

사진 밑에 꼬리말이 달려진 것이 보였다.

[아이고 아부지, 그때 저기 땅값 쌀 때 땅 좀 사놓으시지요.]

구건호는 픽 웃었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지금도 좋은 데가 많을 거다. 그걸 알면 누구나 돈 벌게?”

구건호는 오피스텔 아래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날마다 경제신문을 사다 읽다가 눈에 띠는 광고를 보았다.

[경매 실전 강좌, 경매는 기술이다.]

“경매를 가르치는 학원도 있는 모양이네. 경매는 한번 배우고 싶었는데 여기나 가볼까? 강사 프로필도 나와 있네.”

구건호는 강사의 프로필을 보았다.

[단돈 2천만 원 가지고 3년 안에 빌딩을 장만한 경매계의 전설 ‘브르스 강’님의 특강. 경매계의 마이더스 손]

“정말 2천 가지고 빌딩을 살까? 강사 이름이 뭐 이래? 미국 물 좀 먹은 놈인가? 수강료 40만원이라니 수강료 날린 셈 치고 한번 들어보자. 학원도 여기서 멀지 않은 용산이네.”

구건호는 경매 실전반 수강신청을 했다.

구건호는 아직 차를 사지 않았다.

중국에서 아우디를 타고 다녀서 이제 시시한 중고차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용산의 경매학원까지 그냥 버스를 타고 다녔다.

“경매 강좌가 오후 2시부터니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버스도 텅텅 비었네.”

경매강좌 수강생은 주부도 있었고 나이 많은 은퇴자들도 많았다.

브르스 강이란 사람이 나와서 자기의 성공담을 이야기 했다.

“저는 2천만 원을 들고 빌라부터 시작했습니다. 경매 낙찰 후 잔금은 융자로 해결했습니다. 경매 받은 물건을 약간 수리 후 다시 내놓고, 팔리면 또 경매로 낙찰을 받고 무려 10여 차례 하니까 종자돈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질문을 했다.

“집을 자주 샀다가 팔면 혹시 양도소득세가 문제가 안 되나요?”

“양도 소득세를 무서워하면 경매로 돈을 벌기 힘듭니다. 그것도 다 피해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세입자나 채무자가 집을 안 비워주면 어떻게 합니까?”

“킥킥, 그것도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다 요령이 있습니다. 그건 이번 실무 강좌를 통하여 다 말씀 드리겠습니다.”

브르스 강은 이후 빌라를 사고팔며 벌은 돈으로 빌딩을 잡은 이야기를 했다. 그 빌딩 가격이 지금은 100억이 넘는다고 했다. 구건호가 주위를 돌아보았다.

“아줌마와 은퇴 아저씨들이 모두 침을 흘리며 듣고 있네.”

정식 경매 강의가 시작되었다.

정식 강의는 브르스 강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강사는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가지고 와서 ‘갑구’와 ‘을구’를 설명했다.

“등기부등본은 대법원 싸이트에 들어가시면 집에서도 뗄 수 있습니다.”

“소유주가 아닌 다른 사람이 떼도 되겠습니까?”

“됩니다.”

구건호는 그렇다면 인천 주안에 있는 부모님이 살고 있는 연립주택부터 떼어 보아야하겠다고 생각했다. 강사가 등기부등본을 들고 계속 이야기 했다.

“자, 여기 보세요. 여기에 보면 ‘갑구’라고 써 있지요? 바로 소유권에 관한 사항을 기재한 것입니다. 이 부동산의 주인이 누구냐 하는 것을 기록한 것이지요.”

“그럼 은행에 담보 잡힌 것은 ‘을구’에 나오겠네요.”

“그렇습니다. 바로 소유권 이외 권리 변동에 관한 사항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은행에 돈을 빌리고 저당을 잡혔다거나 신용카드 돈 못 갚아서 압류가 되거나 하는 것은 ‘을구’에 다 나오지요.”

구건호는 부동산에 관해 하나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중국에서 투자한 것은 무대뽀였구나. 운 좋아 성공했지만 말이야.”

구건호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구건호는 집에 와서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사이트에 들어갔다. 부모님이 살고 있는 인천 주안의 연립주택 등기부등본을 떼어보기 위함이었다.

“이게 뭐야? 보안프로그램 다운 설치?”

“설치하고 나니 부동산 소유주 이름을 써 넣는 난이 있네.”

구건호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집주인 성함을 알려달라고 했다.

“집주인 성함을? 왜?”

“아니, 좀 필요한 일이 있어서요.”

“주인 이름은 임대계약서를 봐야하는데 좀 기다리거라.”

아빠가 집주인 성함을 알려주었다.

구건호는 집주인 성함을 입력했다. 등기부등본이 컴퓨터에서 인쇄되어 나왔다.

“흠, 집주인 이름과 소유주 이름은 일치하네. 거참 편한 세상이네.”

구건호는 출력되어 나온 등기부등본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이게 뭐야? 신한은행에서 3천만 원 빌린 것이 나오고 마을금고에서 천만 원 빌린 게 나오네.”

구건호는 등기부등본을 분석해 보았다.

“만약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면 우리 아버지 임대보증금은 찾아갈 수 있겠나? 임대보증금이 2천만 원이었다는 소리를 전에 들은 기억이 있으니 그건 찾아 가겠군. 엄마가 그 집도 시가 1억 원은 된다고 했으니 말이야. 한때는 그 동네도 재개발 된다는 소문이 있더니 요즈음은 그런 소리가 쏙 들어갔어. 취소되었나?”

구건호는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내가 갖고 있는 11억원 중에서 1억을 빼내 집을 한 채 사드릴까? 그러면 부모님도 월세 부담이 덜하지 않겠나. 사논 집은 명의야 내 명의로 해도 되니까 말이야.”

구건호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눈을 떴다.

“아니야. 지금은 때가 아니야. 조금 더 있다가 사드리자. 두 분이 그 집에서 아직은 만족하고 사시니 우선 조금만 더 버티시라고 하자.”

구건호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지금 살고 있는 집 불편하지는 않아요?”

“하이고, 이 집이라도 내 집이면 좋겠다.”

“몇 년만 참으세요. 불편하더라도.”

“얘가 갑자기 철난 소리를 하네. 말이라도 고맙다. 하하.”

구건호는 오후에 경매 교육을 받으러 가므로 오전엔 할 일이 없었다.

경제신문을 보고 인터넷을 하는 게 전부였다.

“급하게 서두를 것 없다. 내가 일 년 놀더라도 한 2천만 원 정도밖에 더 깨지겠냐.”

구건호는 가끔 도서관에 가서 그동안 읽어보지 못한 인문 교양서나 경영에 관련된 책을 보았다.

“맛보기로 주식이나 조금할까? 많은 돈을 집어넣으면 위험하니 5천만 원 정도만 투자해 보자.”

구건호는 차트를 보고 연구를 했다.

“거래량과 평균이동선을 볼 때 대한통운과 롯데케미칼, 큐엠스틸이 좋아 보인다. 더군다나 대한통운은 M&A시장에 나왔으니 다른 대기업에 흡수되면 대박 날 것 같다. 롯데케미칼도 전망이 밝다. 큐엠스틸도 스텐레스강관을 생산하는 기업이고 부채비율도 적다.”

구건호는 경리 출신이고 절강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재무제표는 빨리 보았다. 구건호는 이들 3개 기업을 선정하여 날마다 데이트레이딩을 했다. 돈은 따기도 하고 잃기도 했다. 컴퓨터 화면만 계속 쳐다보고 사니 영양가 없이 눈만 아팠다.

“대한통운은 팔려고 내 놓았다는데 말만 무성하고 결정되는 게 없네. 주가가 움직이는 것이 영 시원치 않아. 짜증만 나네. CJ그룹이나 금호아시아나그룹, 롯데그룹 등이 입질한다는데 어느 세월에 결정 되는 거야?”

구건호는 대한통운의 비중을 줄였다.

“롯데케미칼은 왜 또 빠지는 거야? 큰 회사가 빠지면 회복도 더딘데 미치겠네. 케미칼 분야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 수출도 많이 하는데 주식 움직임이 너무 무거워. 원금 올라오면 팔자.”

구건호는 롯데케미칼에서도 재미를 못보았다.

“챠트와 거래량은 죽여주는데 누가 자꾸 주가를 누르는지 알 수가 없네.”

구건호는 큐엠스틸에서 재미를 보았다.

“큐엠스틸에 1천만원 집어넣고 3.5% 올랐다. 수수료 제하고 30만원 먹었네.”

구건호는 큐엠스틸에서 번 30만원을 오피스텔 근처의 ATM기에 가서 인출했다.

“이틀사이에 30만원 벌었으니 할 만 하네.”

구건호는 영등포 경방백화점엘 갔다. 30만원 공짜 돈이 생긴 것 같아 티셔츠와 잠바를 하나 샀다. 경방백화점 꼭대기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 비싼 음식도 시켜먹었다.

“대한통운과 롯데케미칼 비중 줄인 돈으로 큐엠스틸에 찔러 넣자.”

구건호는 큐엠스틸에 3천만 원을 집어넣고 놀았다.

큐엠스틸은 끼가 있는 종목이었다. 다음날도 구건호는 큐엠스틸이 시가를 상회하는 움직임이 보이자 주시하고 있다가 분봉챠트가 꺾일 때 잽싸게 팔아 치웠다.

“오늘은 20만원 벌었네.”

구건호는 큐엠스틸에서 재미를 계속보자 모든 걸 때려치우고 편하게 오피스텔에 앉아 주식만 하고 싶었다.

“경매학원 시간이 다 되어가네. 갈까? 말까? 아직 주식 시장이 종료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구건호는 그래도 경매학원은 가야되겠다고 생각되었다.

“경매도 알아 두어야겠지. 수강료도 이미 냈는데 말이야. 하지만 주식도 계속 수익률을 안겨주는데 자리뜨기도 좀 아쉽기는 하네.”

오늘 경매학원 강의는 법원에 가서 경매에 참여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경매물건을 소개하는 사이트는 많습니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면 약간의 회비를 내는 유료사이트도 많습니다. 여기서 ‘이거다’ 하는 물건이 나오면 일단은 현장 답사를 해야 되겠지요?”

경매교육은 재미도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그런 것 같았다.

“현장 답사 전에 법원 사이트에 뜬 경매 정보를 잘 파악하셔야 됩니다. 금융기간 채무는 낙찰과 동시에 소멸되지만 세입자 문제, 지상권이나 임치권등은 잘 살펴야 합니다.”

교육생 하나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임치권이 무엇입니까? 오늘 우리 집에서 나오다 보니까 어떤 건물에 임차권이 아닌 임치권 행사 중이란 현수막이 붙어 있던데요?”

“임치권은 법률용어로는 당사자중 한쪽이 금전이나 물건을 맡기고 상대방이 이를 보관하기로 약속한일이나 그 계약을 말합니다. 통상 건물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공사대금을 못 받은 경우에 임치권 행사를 하게 됩니다.”

구건호는 강사의 말이 알 듯 말듯했다.

“역시 법률 용어는 어려워.”

구건호는 데이트레이딩 주식으로 최근에 몇 푼을 벌자 씀씀이가 헤퍼졌다. 용산에 있는 경매학원에서 영등포에 있는 오피스텔까지 버스나 지하철을 안타고 택시를 타고 다녔다.

“버스는 자주 안 오고 또 강의 끝나고 이 시간에 타면 자리에 못 앉아 갈수 있어.”

구건호는 택시값 몇 푼 나오는 것이 별로 대수롭지 않았다.

오늘은 경매 강좌가 없는 날이다.

구건호는 아침밥도 해먹기 귀찮아 오피스텔 근처의 본죽점에 들어가 야채죽을 한 그릇 먹고 나왔다.

“오늘 데이트레이딩도 큐엠스틸로 하자. 다른 종목은 시가를 깨고 틱챠트 급등하는 종목만 들어가자.”

구건호가 컴퓨터 앞에 앉아 증권 트레이딩 창을 화면에 띄웠다. ID와 비밀번호, 공인인증서를치고 트레이딩에 들어갔다.

“어? 이게 뭐야? 현재가가 그대로고 거래량이 0이네?”

구건호는 이상한 감이 들어 공시란을 클릭했다.

“뭐? 증권거래소의 상장 폐지 실질심사? 대표이사 횡령사건 조사라고?”

큐엠스틸에만 3천을 꼴아 박았는데 그럼 상장 실질심사 끝날 때 까지는 거래 못한다는 이야기인가? 돈만 묶였네. 이런 개 씨팔! 우아아!“

역시 주식은 어려웠다. 구건호는 나름대로 주식 공부도 하고 재무제표도 분석하고 바닥에 기는 챠트의 종목을 선택하여 놀았는데 이렇게 되었다.

상장 폐지 실질심사는 해당기업에서 횡령이나 배임 사건이 일어나거나 허위로 매출을 속이거나 투자자에 중대 영향을 끼치는 불성실 공시 등이 있을 경우에 적용된다. 구건호는 증권사이트의 종목토론장엘 들어갔다. 여기에 각종 정보가 흘러 나올 수도 있었다.

“대표이사가 먹튀 했다더라.”

“큐엠스틸의 최대 주주 회사도 기업회생에 들어갔다더라.”

“대표이사가 전에도 횡령사건이 있었는데 집행유예기간에 또 해먹고 외국으로 날랐다더라.”

이른바 카더라 통신이 난무했다.

구건호는 맥이 탁 풀렸다, 만일 중국서 번 11억 원을 몽땅 큐엠스틸에 몰빵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도 생각해 보았다. 공포감에 머리털이 솟구치고 닭살이 돋았다.

“우와, 하루아침에 알거지 되는 것도 시간문제군.”

청담동 이회장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주식은 안한다네. 주식은 상대의 패를 알 수 없어. 그래서 안한다네.”

청담동 이회장이 희미한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저러나 상장폐지 실질 심사에서 탈락되면 어쩌지? 주식 값이 똥값이 되어 정리 매매에 들어갈 텐데. 큰일이군.”

구건호는 걱정이 되어 점심 먹을 생각도 싹 가셔버렸다.

“큐엠스틸의 투자금 3천이 날라 가고 생활비로 오피스텔 임대료까지 합하여 년 2천이 까지면 일 년에 5천이 까지는 것인데... 이러다가 중국서 벌어온 것 곶감꼬치 빼먹듯 야금야금 다 없어지는 것 아닌가!”

구건호는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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