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67화 (67/501)

# 67

환율 대박 (3)

(67)

환율이 오를 것 같으냐는 구건호의 질문에 왕교수는 롱징차를 한 모금 홀짝 마셨다.

“글쎄,.. 그거야 낸들 알겠는가? 내가 꽁밍얼쓰(孔明二世: 제갈공명 2세)도 아닌데.”

“넌 재무관리를 가르치는 교수님 아니냐?”

“실은 내가 성정부(省政府) 금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또 부동산 대책 위원도 맡고 있고. 위안화는 더 이상 오르기는 힘들겠지. 미국의 수출이 줄어들 테니 말이야. 너무 오르면 정부는 위안화 상승 억제를 위하여 여러 가지 정책을 펴겠지.”

“흠... 그런 게 있구나.”

“부동산도 너무 오른 것 같아 정부에서 칼을 뺄까 하다가 도로 집어넣었어.”

“왜?”

“아직은 아니야. 인민들의 부(富)를 더 늘려주고 외상기업 유치를 위해선 아직은 옥죄일 필요가 없다고 느낀 거지. 그런 면에서 넌 기회를 잘 탔다. 학삐리는 그런데 투자할 종자돈이 없어. 부럽다. 부자가 되기 위해선 5가지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부자가 되는 5가지?”

“누가 우스게 소리로 지어낸 말인데 다음에 이야기하지. 허허.”

“실없는 사람!”

“그래, 한국 가서도 부동산 투자할 것인가?”

“한국엔 부동산이 비싸. 내가 갖고 있는 돈 가지고 투자할 여력이 될까 모르겠어.”

“발달국가는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가 심하겠지. 모르긴 해도 초과이익은 정부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환수해 가져가려고 하겠지. 또 인구절벽이 오면 부동산이 오르겠어? 하지만 한국도 분명 다른 데는 다 떨어져도 혼자 올라가는 지역이 있을 거야. 서호 주변의 화강화원 아파트처럼 말이야. 그걸 잘 찾아보면 되겠지.”

“음, 있어 한국도. 서울 강남이라고. 다른 데는 안 올라도 거긴 계속 올라.”

“그거야! 강남이라고 했나? 거긴 더 올라갈 거야. 공급이 적은데 수요가 많다면 말이야.”

“그럴까?”

“강남은 올라. 주식이나 부동산은 펀더멘탈도 중요하지만 군중 심리도 무시 못 하지. 강남을 잘 연구해봐. 그런데 강남은 양자강 이남을 강남이라고 하는데 한국에도 강남이 있는 모양이지? 하하.”

“음. 있어. 한강 이남을 말해.”

“그래? 그럼 언제 귀국할건가?”

“내일 모래.”

“그렇게 빨리? 여긴 다 정리했나?”

“다 했어. 여행까지 다녀왔어.”

“한국에 가면 연락해라. 나도 한국인 친구가 생겨 좋다. 우리 교배주 한잔 마시자.”

“좋지!”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팔을 엇갈려 낀 채 술을 마셨다.

구건호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른 짐들은 다 버리고 11억 7천 4백만 원이 든 국민은행 통장과 중국 돈 20만 위안이 든 공상은행통장, 절강대학 졸업장, HSK 6급 합격증만 챙겨가지고 돌아왔다. 우선 임시로 인천 주안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가 반겼다.

“너, 아주 들어온 거냐?”

“네, 여기서 하루 이틀만 있다가 나갈 거예요.”

“갈 데는 있냐?”

“알아봐야지요.”

“중국에서 손해는 안 봤냐? 이제 뭐할 거냐?”

“중국에서 4년제 대학도 졸업했고 한식당 해서 약간의 돈도 모았어요. 취업을 할까, 아니면 장사를 할까 고민 중이에요.”

구건호가 절강대 졸업장을 엄마와 아빠에게 보여주었다.

“어이쿠, 이게 다 중국 글씨라 뭐가 뭔지 모르겠다.”

“절강대학교 회계학과 졸업장이에요.”

“음, 장하다. 우리 아들.”

엄마가 졸업장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참한 색시 자리가 하나 나왔는데 내가 대답을 못했다. 빨리 네가 자리를 잡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결혼요? 앞으로 그 이야기는 꺼내지 마세요.”

구건호가 짜증을 내자 엄마는 눈을 껌벅이며 쳐다보았다. 혹시 이 녀석이 숨겨둔 여자라도 있나? 하는 눈치였다.

구건호는 중국의 넓은 아파트에 있다가 18평짜리 낡은 연립주택 방에 있자니 갑갑하고 지옥 같았다. 화장실까지 부모님이랑 같이 쓰니 말할 수 없이 불편했다.

“엄마는 고모가 사는 구월동쪽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늘 부러워했지. 무슨 복을 타고 났기에 그런 집에 사나 하고 말이야. 인천 시청이 있는 구월동쪽에 고모가 살고 있는 아파트보다 더 큰 아파트를 한 채 사고 대형 커피숍이나 롯데리아 같은 페스트후드 가게나 할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돈 가지면 이 인천 바닥에서는 충분하겠지.”

구건호는 좁은 방에 누워서 이리저리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외제 차나 한 대 사서 굴리고 살면 이 바닥에선 그래도 부자소리 듣겠지? 아니야, 더 크게 되려면 서울로 가야지.”

구건호는 머릿속에 거창한 청사진을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잠이 들었다.

인천 주안의 부모님 집은 월세 집이었다. 지은 지가 20년도 넘는 낡은 연립이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에 오니 안정감은 있었다. 식구들과 아침밥을 먹으니 좋았다.

“한 그릇 더 주세요.”

맛있는 된장찌개와 겉절이 무침까지 먹고 구건호는 길게 트림까지 하였다.

“역시 집 밥이 좋아.”

구건호는 밥을 먹고 나서 자기가 살 원룸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다시 노량진으로 가자!”

구건호는 그래도 몇 년간 살았던 노량진이 만만해 보였다. 전에 살았던 노량진 동작구청 뒤의 부동산을 찾아갔다.

부동산 주인이 원룸을 소개했다. 마당도 없는 허름한 단층집 3층이었다.

“여기는 좀....”

부동산이 보여준 방이 탐탁치 않았다.

전에 베트남 쌀국수집 가게를 할 때는 이 방도 대궐 같은 집이었지만 지금의 구건호는 눈높이가 달라져있었다. 사람은 원래 간사한 동물이다. 그동안 중국에서 넓은 아파트에 살다가 다시 전에 살던 원룸을 보니 양이 차지 않았다.

“에이, 돈이 좀 들더라도 깨끗한 오피스텔로 가자!”

구건호는 오피스텔을 보기위해 노량진 초등학교 쪽으로 가다가 발걸음을 되돌렸다.

“노량진에서 방 얻지 말자. 공시생들만 왔다 갔다 하고 복잡하니 다른 데로 가자. 더구나 이곳 노량진은 내가 물만 먹었던 곳 아닌가! 여기서 몇 년간 9급 공무원 시험공부 했지만 계속 떨어지기만 했고, 베트남 쌀국수집 연 것도 개피 보지 않았던가! 나하곤 뭔가 잘 안 맞는 모양이다. 다른 데로 가자!”

구건호는 강남 쪽 오피스텔을 알아볼까 하다가 부모님이 계신 인천하고 가까운 영등포로 정했다.

“아직 강남에 들어갈 때는 아니야. 강남은 좀 더 힘을 기른 후에 들어가자!”

마침 영등포 시장 뒤에 있는 오피스텔은 임대료도 비싸지 않아 얼른 계약을 했다. 천만 원 보증금에 월세 50만원으로 방도 넓고 냉장고, 세탁기, 가스렌지, 에어컨 등이 다 되어 있었다.

“KT에 연락해 인터넷 선만 깔면 되겠다.”

구건호의 영등포 시대가 열렸다.

구건호는 성능 좋은 컴퓨터와 작은 TV를 한 대 샀다. 침대와 책상도 새것으로 바꾸었다.

“여기서 내 꿈을 펼친다. 중국의 대재벌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기를 받고 온 사람이니 나도 여기서 우뚝 선다.”

구건호는 우뚝 선다를 3번 복창했다.

“젠장, 그러니까 아랫도리가 우뚝 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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