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66화 (66/501)

# 66

환율 대박 (2)

(66)

구건호의 기분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크흐흐흐. 내 재산이 11억 7천 4백만 원이란 말이지! 크흐흐흐. 밥 안 먹어도 살겠다. 공상은행 통장에는 식당 깔세 모아둔돈 20만 위안도 그대로 있다. 이건 내가 중국에서 쓰려고 남겨놓았다. 크흐흐흐, 으하하하.”

구건호는 방안에서 혼자 웃고 춤을 추었다.

“못난 놈!”

갑자기 청담동 이회장이 못난 놈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그까짓 11억 정도 되는 돈 가지고 춤을 춰? 못난 놈!”

구건호는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 그렇지. 이럴 때 일수록 표정관리를 잘해야지. 강남 박도사 말마따나 내가 만석꾼이가 될 팔자인데 그까짓 11억 가지고 방방 뛸 필요는 없지!”

구건호는 한국에 돌아갈 날짜가 많이 남아 중국을 여행하기로 했다.

“언제 이런 기회가 있겠나? 견문이나 넓히자!”

먼저 항공편으로 북경으로 날아가 자금성을 구경했다.

“여기가 옛날 황제들이 살았던 자금성이란 말이지?”

구건호는 절강대학 왕교수와 상해 건설국의 리국장이 놀았다는 북경대학 앞의 우다코(五道口) 거리도 가 보았다. 양꼬치집이 정말 많았다.

자금성과 서태후가 놀았다던 이화원을 구경하고 온 구건호는 다리도 아프고 피곤했다.

“비도 오기 시작하는데 저 양꼬치집에서 한잔하자.”

구건호는 양꼬치와 칭따오 맥주를 시켰다.

“오늘은 술이 좀 받는군.”

구건호는 양꼬치와 맥주를 마시며 창밖을 보았다.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종종걸음들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중국에 온지 3년이 다 되었군. 3년이란 세월이 흘러갔지만 그래도 나의 중국행은 실패작은 아니야. 재산이 11억 7천만 원으로 늘었지. 절강대학 졸업장을 받았지. 어학 하나는 할 줄 아는 게 있어야 했는데 이제 중국어가 어느 정도 되지. HSK 최고등급인 6급도 땄지. 이만하면 성공작 아닌가.”

구건호는 양꼬치 한 접시와 칭따오 맥주 2병을 더 시켰다. 숙소도 초대소나 여관이 아닌 3성급 호텔로 방을 잡았다.

“그래, 돈을 더 벌자. 다음번 북경에 올 땐 3성급이 아닌 5성급 호텔에서 묵도록 하자.”

구건호는 창가에 기대어 쏟아지는 빗줄기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맥주를 마셨다.

구건호는 비행기를 타고 중국 위글족이 많이 산다는 우루무치까지 가 보았다. 위글족들은 정말 중국인들과 생긴 것부터가 달랐다. 러시아사람처럼 생긴 위글족 노인들이 하릴없이 앉아 있었다. 노인들은 가방을 든 구건호를 흘깃흘깃 쳐다보았다.

“여기는 양을 직접 사육하는 목장이 많은 고장이니 여기서 양고기 맛 좀 보자.”

구건호는 재래시장 통을 걸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양꼬치집을 찾았다. 가게도 허름하고 고기 굽는 연기가 가득했다. 가게의 기둥과 벽은 끄름으로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사람이 많은 걸보니 맛은 있는 집 같은데.”

구건호는 양고기와 맥주를 시켰다.

하얀 사각형 전통 모자를 쓴 주인이 웃으며 양꼬치 한 접시를 내왔다. 꼬치는 호두알만큼 크게 썰어 고치에 꿰었다.

“음? 시커먼 게 맛이 없는 줄 알았는데 기가 막히게 맛있네.”

고기는 냉동고기가 아니고 잡은 지 얼마 안 되는 생고기 같았다.

“이게 한국 가서 팔면 대박이겠는데!”

구건호는 이렇게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식당은 인건비 뜯어먹는 사업이라 승산이 없어. 큰 기업을 해야지.”

구건호는 이제 가게를 얻어 하는 장사는 진절머리가 나 안하기로 하였다.

옆에 앉은 위글족 신사가 말을 건다.

“여행용 가방을 들으셨는데 혹시 대만인입니까?”

“아니요. 나는 한국인이요.”

“한국인!”

위글족 신사가 깜짝 놀란다. 신사는 한국에 대하여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한국의 인구와 국군의 숫자, 국토면적, 전투기나 해군력 등을 물었다.

“왜 그런 걸 물으시오?”

“부러워서 그래요. 한국 정도의 실력이면 우리도 중국에서 독립을 하겠는데. 우린 인구가 700만 밖에 안 돼요. 휴.”

위글족 신사는 한숨을 쉬었다.

“중국 속에 있으니 좋지 않습니까? 중국은 경제가 한참 발전중인 세계 강국이고 소수민족 우대정책도 많이 편다고 들었는데 안 그렇습니까?”

위글족 신사는 시니컬한 웃음을 지으며 부정의 뜻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직업이 무엇입니까?”

“우루무치대학 교수입니다.”

신사는 서글픈 모습을 하고 술을 들었다. 어쩐지 그의 표정이 쓸쓸해 보였다.

구건호는 우루무치에서 러시아 여성처럼 생긴 미인에게 300 위안을 주고 전신 맛사지도 받았다.

“돈이 좋군. 냄새나는 발까지 뜨듯한 물로 다 씻어주네.”

구건호는 우루무치에서 사천성 성도를 거쳐 웅장한 삼협 댐을 구경하고 항주시로 돌아왔다.

여행의 노독 때문인지 구건호는 돌아오자마자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지금 몇 시인가? 아침 10시네. 그럼 내가 몇 시간 잔거야? 어제 저녁 밥도 안 먹고 잤으니 말이야.”

구건호는 갈 날도 얼마 안남아 작별의 인사나 하려고 절강대학 왕지엔 교수에게 전화를 하였다.

“어? 쥐쫑? 그렇지 않아도 내가 전화하려든 참인데. MBA 정말 입학 안할 거야?”

“그게 아니고, 나 한식당 정리했어. 호텔 리모델링 공사 들어가. 한국 가기 전에 나 친구 얼굴한번 보려고.”

“그래?”

“서호에 있는 핑후반점에서 오후 5시에 만나지. 그 시각이면 학교 수업도 없을 것 같은데.”

“거긴 비싼 집 아닌가? 좀 싼 데로 가지 그러나.”

핑후반점은 전에 공상은행 지점정장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식당이었다.

“괜찮아, 와. 나 사장이잖아!”

“하하, 그래 알았다.”

구건호와 왕지엔 교수는 핑후반점의 창가에 앉았다.

전통 중국 의상인 치파오를 입은 여성이 녹차를 따라 주었다.

“녹차는 역시 항주의 롱징차가 제일이야.”

“나도 미국에서 공부할 때 늘 이 차를 마셨지. 논문 쓸 때 이 차를 마시면 머리가 그렇게 맑아질 수가 없어.”

“그런 것 같아. 나도 사업 구상할 때는 이 차를 마셔.”

“중국에서 사업 더 안할 건가? 한국 들어가면 새롭게 사업할 아이템이 있나?”

“부동산에 관심 가져보려고.”

“부동산? 발달국가일수록 부동산 규제가 심할 텐데.”

“나, 사실은 여기서 한식당해서 크게 돈 번 것 없어,”

“흠... 그럴 테지. 중국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어야 하는데 한국 상사원이나 유학생들만 들락거리면 대박나기가 어렵겠지.”

“그래서 난 여기서 부동산엘 투자했었어. 화강화원 아파트를 2년 반 전에 샀다가 이번에 팔았지.”

“호, 그래? 거긴 엄청나게 비싼 아파트인데. 절강대학 총장님이나 그런 아파트에 살까 말까 하는데 대단하군. 거기에선 좀 벌었겠는데?”

“음, 약간.”

“가만있자. 2년 반 전에 인민폐인 위안화로 돈이 들어 왔었다면 집값 상승에 환율 이익도 좀 봤겠는데?”

“역시 교수님이라 다르군. 그런데 말이야 앞으로 환율은 더 오를 것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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