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65화 (65/501)

# 65

환율 대박 (1)

(65)

아파트가 팔렸다.

이사철이 되자 아파트는 금방 나갔다. 서호가 바라보이는 고급아파트가 더 이상 공급이 딸리자 매수 대기자가 많았던 모양이었다. 사실 이 아파트는 구건호가 판 이후에도 계속 올라 구건호의 배를 아프게도 하였다.

아파트는 인테리어 한지가 2년이 넘었다고 깎아달라고 하여 425만 위안(元)에 팔았다. 두 채를 팔았으므로 850만 위안을 손에 쥐었다.

“공상은행에서 융자받은 돈 190만 위안을 갚자!”

공상은행 융자금을 갚자 구건호의 통장에는 660만 위안이 남았다.

“한국 돈 환전하면 7억9천 2백만 원이다. 중국 들어올 때 4억 8천 가지고 들어왔으니 3억 원 조금 넘게 벌었다. 2년 8개월 만에 말이다. 한국서 억대연봉 받는 사람들 몫은 했다!”

구건호는 이렇게 생각하며 통장을 만져보았다.

“청담동 이회장님 말씀하신 경제성장율 보다는 좀 더 벌었군. 역시 아파트는 가장 비싼 지역 아파트를 잡아야 해. 그래야 경제성장율 플러스알파가 있어. 혹시 서울에 가거든 수도권 아파트는 쳐다보지 말고 강남만 쳐다보자. 강남은 불패 신화가 있다. 주식도 올라가는 주식이 더 올라가듯 아파트도 비싼 아파트가 더 올라간다. 이건 진리다!”

구건호는 김매향이 돌아가는 시점에 맞추어 한식당을 접었다. 종업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한 달 있으면 식당을 비워줘야 합니다. 계약기간까지는 영업을 하려고 했는데 다들 마음이 떠난 것 같고 저도 역시 마찬가지라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종업원들이 눈을 내리깔고 듣기만 했다.

“6개월 후 호텔 공사가 끝나면 다시 식당을 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해진바가 없습니다. 혹시 생업이 어려우신 분들은 다른 직장에 취업을 하셔도 상관이 없습니다. 일단은 폐업계를 내고 저도 쉬도록 하겠습니다. 식당이 다시 문을 열면 여러분들에게 바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식당 아줌마 한분이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눈물을 글썽거렸지만 딩링이나 김매향, 서빙하는 여종업원 2명 등 젊은 사람들은 고개만 숙였지 울지는 않았다.

“경제보상금은 줄 거지요?”

울던 주방 아줌마 한분이 눈물을 뚝 그치고 말했다.

“경제보상금?”

구건호가 의아해서 묻자 딩링이 앞으로 나왔다.

“중화인민공화국 합자기업 노동관리규정에 보면 경제보상금이 있지요.”

구건호가 김매향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경제보상금은 퇴직금을 말하는 거야요.”

구건호는 아차 했다. 식당을 판 변희열 사장에게 종업원 퇴직금을 정리하고 인수받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그러나 지금 와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구건호는 얼른 머릿속으로 계산해보았다.

[절반은 3, 4년 된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2년 정도니 평균 3년씩 잡으면 5만 위안은 깨지겠군. 3년 근무했으면 3개월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주어야하니까 말이야. 중국에 와서 기업하는 한국 사장들이 망하면 야반도주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안주면 내가 공안에 잡혀가니 씁쓸하지만 기분 좋게 주자.]

구건호는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아, 퇴직금! 당연히 드려야지요.”

이 말에 훌쩍거리던 사람들의 얼굴이 활짝 펴지고 미소까지 지었다.

구건호는 다음번 깔세를 위하여 모아놓은 돈 25만 위안이 있었다. 구건호는 이 중에서 일부를 인출하여 봉투에 담아 종업원들 퇴직금으로 주었다.

“감사합니다.”

구건호는 봉투에 또 돈을 담았다. 퇴직금 외에 전별금조로 500위안씩을 나누어 주었다.

“헉! 가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전별금을 받자 모두 고마워했다. 딩링과 김매향은 별도로 조용히 불러 2천 위안씩을 전별금조로 주었다.

다음날 구건호는 식당으로 나갔다.

불이 꺼진 채 의자는 테이블 위에 모두 올려놓았다. 김매향에게 전화가 왔다.

“쥐쫑, 전별금까지 주시고 고맙습니다. 지금 기차역입니다. 건강하세요. 혹시 인연 있으면 서울서 뵈요.”

김매향의 목소리는 식당에서 있을 때 보다 더 명랑해진 것 같았다. 12시가 다 될 무렵 딩링이 나왔다.

“쥐쫑, 언제 나오셨어요?”

“아까 나왔어요. 호텔 측에는 오늘부터 영업 안한다고 통보했어요.”

“저... 여기 주방기구들은 어떻게 하지요?”

“이거 다 한국으로 가져 갈수도 없고 정말 어떻게 하지요?”

구건호가 웃으며 말하자 딩링도 웃었다.

“식당을 다시 할 것 같으면 어디 보관하시고 그렇지 않으면 적당한 가격에 팔아야하지 않겠어요.”

“일단은 파는 걸로 합시다.”

“제가 한번 알아볼까요?”

“이렇게 합시다. 세무국에 폐업계를 냈지만 만도식품 유한공사 법인해산 처리문제가 있으니 그걸 딩링이 맡아서 해주십시오. 여기 주방기구 판돈은 모두 딩링이 교통비로 쓰고 버릴 것은 버려주십시오.”

“그렇게 해도 되겠어요?”

구건호는 월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도 내 놓았다.

“한식당도 접었고, 투자한 화강화원 아파트도 팔았고, 월세로 살고 있는 호반화원도 내 놓았으니 이제 한국 가는 일만 남았다.”

월세 아파트는 내 논 다음날 현지 체류 중인 한국인이 임대 받았다.

“열흘 후에 들어온다고? 열흘간 시간 있네. 학교도 졸업했고 식당도 안 나가니 상해에 가서 중국 돈 위안화 환전이나 하고 이 기회에 중국 여행이나 하자.”

구건호는 상해 홍차오에 있는 국민은행에 들렸다.

공상은행에서 외화 송금한 위환화를 한국 돈으로 환전하기 위해서였다.

“660만 위완화를 한국 돈으로 환전하려고 합니다.”

“어이쿠, 금액이 많네요. 사업을 정리하신 모양이지요?”

은행 차장이라는 사람이 환전요청서 금액을 보고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네, 그렇습니다.”

“여행경비가 아니고 이렇게 많은 금액은 외환당국에 보고해야합니다. 혹시 사업을 정리하신 관계서류가 있습니까?”

“여기 폐업증명서 사본이 있습니다.”

은행직원이 컴퓨터를 한참 쳐다보았다.

“환전한 금액은 이 통장에 그냥 입금하면 되겠지요?”

“네.”

“선생님은 중국사업에 성공하신 것 같네요. 중국사업이 어려워 대개 실패하신 분들이 많은데 성공하셨네요.”

은행 직원이 웃으며 통장을 내주었다. 구건호가 통장을 보고 크게 놀랐다. 통장에 찍힌 금액은 구건호가 예상한 7억9천만 원이 아니고 11억 7천4백 80만원이었다.

“이게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잘못된 것 없는데? 오늘 매도환율 178원 아닙니까?” (당시의 환율임)

“매도환율!”

구건호는 은행원이 가리키는 전광판을 보았다. 분명 매도환율은 178원이었다.

“헉! 178원!”

2년 8개월 전 구건호가 중국 들어올 때 원화를 위안화로 바꾼 매입환율은 120원이었으나 지금의 매도환율은 178원이나 되었다. 구건호는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구건호는 중국에 와서 한식당 경영은 거의 망한 거나 다름없었지만 아파트 투자로 크게 돈을 벌었다. 노량진 식당에서 까지고 4억 8천만 원을 들고 들어와 거의 7억에 가까운 돈을 벌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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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2017년 12월 18일 현재의 위안화 매도환율은 1위안대 156.33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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