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
중국 부동산 투자 결과 (4)
(64)
구건호는 식당을 비워주는 문제로 계속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한다? 다른 장소를 임대해 볼까? 다른 장소에 가면 인테리어를 새로 해야 되는 게 아닌가? 그러면 또 돈이 깨질 것 아닌가? 호텔이 좋긴 한데. 깨끗하고 사람들 찾아오기도 좋고, 따로 인테리어 할 필요도 없었는데.”
구건호는 아무리 생각해도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구건호가 식당 홀 빈 테이블 의자에 앉아 고민을 하고 있는데 카운터 쪽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딩링과 통역 김매향이 싸우고 있었다.
“왜들 그래?”
“저게 조선족 운운하면서 사람을 깔보잖아요.”
“내가 언제 깔봤냐? 니가 깔봤지?”
구건호는 골치가 아팠다. 전에도 딩링과 김매향이 사이가 안 좋아 다툰 적은 있지만 오늘처럼 큰소리를 지르고 삿대질을 한 적은 없었다.
“그만들 해.”
“쥐쫑이 저년만 감싸니까 그렇죠.”
김매향이 불만을 쏟아 놓았다. 사실 김매향은 처음 올 때 통역 일을 해서 쥐쫑이 자주 찾았지만 최근 들어 김매향을 찾은 일은 거의 없었다. 이 틈을 타 힘의 균형이 김매향에서 딩링에게로 쏠린 모양이었다.
두 사람 다 막상막하였다.
딩링은 호텔 지배인이 언니였고 지역사회에서 아는 사람도 많았다. 김매향은 통역 일을 했고 구건호는 아직도 어려운 통역은 그녀에게 의지해야 했다. 또 김매향의 엄마는 주방장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다.
“거 참, 골치 아프네.”
구건호의 입장에서는 이 편을 들 수도 없었고 저 편을 들 수도 없었다.
“차제에 그냥 모든 걸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갈까? 식당만 해가지고는 떼돈 버는 것도 아닌데.”
구건호는 차츰 식당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구건호는 저녁 신문에 서호 주변의 아파트 값이 이사철이 되면서 폭등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여기도 서울 강남처럼 서호 주변의 고급아파트는 폭등하는데 서민들의 아파트는 꿈쩍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식당 홀 안에 있는 TV에서도 똑같은 뉴스가 나오자 딩링이 한숨을 쉬었다.
“서호 주변 고급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무슨 복을 타고 났을까?”
“현실에 만족하고 살아요. 그러다가 몸 상할라.”
구건호가 이렇게 말하자 딩링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우리 부모님이 사시는 여항(餘杭)의 아파트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데요. 평수도 작고 18평이라 그런 모양이에요. 정부에서 배정받은 집인데 안 올라요.”
“흠...”
“동북에 있는 우리 집은 100평방미터야요.”
옆에서 김매향이 자랑삼아 딩링 앞에서 이야기하자 딩링은 또 입이 나왔다.
구건호는 부동산 시세를 알아보고 싶었다.
“작년에 화강화원 집값이 320만 위안 정도 나간다고 했는데 1년 지났으니 더 붙었을 것 아닌가?”
부동산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여러 번 간 후에 굵직한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부동산이지요? 화강화원 198평방미터는 지금 살려면 시세가 얼마나 합니까?”
“198평방미터요? 지금 나온 물건 없습니다.”
“그러면 기다리면 나옵니까?”
“연락처 주세요. 나오면 알려드리지요. 작년 가을 360만 위안 정도했는데 지금 더 나갈 겁니다. 이사철이 되어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구건호는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채 알았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휴 부동산은 실패하지 않은 모양이다. 현재 360만 위안이면 경제성장율 정도는 오른 것 같네.”
구건호는 식당도 골치 아파 이번 계약기간까지만 하고 화강화원 아파트 두 채는 팔기로 마음먹었다.
봄비가 부슬부슬 오기 시작했다.
혼자 식당 홀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김매향이 쪼르르 다가왔다.
“저, 쥐쫑. 저,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왜? 계약기간이 한 달 더 남았는데.”
“딩링과 사이도 그렇고, 엄마랑 동북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합니다.”
“엄마하고 의논한 거요?”
“예, 의논 많이 했어요. 고향에서 한국 가는 거 다시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오빠도 한국에서 자리 잡은 모양이에요. 서울 대림동에 집도 얻어 놓았데요.”
“그래요? 오빠는 잘된 모양이네요.”
“그래서 돈이 좀 들더라도 엄마와 제가 한국 가는 거 다시 수속 밟기로 했어요.”
“에효, 엄마까지 빠지면 여기 식당 주방 일은 누가 보나?”
“똑똑한 딩링이 알아서 잘 하겠지요.”
“허.”
구건호는 식당을 비워주는 날짜가 얼마 안남아 새로 사람을 모집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에이, 문 닫아야겠군.”
구건호는 식당을 계약기간까지는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계속하기도 어려울 것만 같았다.
“한 달 앞당겨 문 닫지 뭐.”
구건호가 부동산을 방문하여 아파트를 정식으로 내 놓았다.
“김매향이 동북으로 가기 전에 내놓아야지. 내가 중국말은 어느 정도 하지만 혹시 계약할 때 복잡한 말이 나오면 통역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구건호는 김매향을 불렀다.
“부동산에 같이 갑시다. 2년 전에 나한테 아파트를 사달라고 했던 서울의 투자자가 아파트를 팔아달라고 하네요.”
“저 안가도 되잖아요? 중국말은 이제 쥐쫑도 잘 하시지 않습니까?”
“에이, 그래도 부동산 매매는 법률적 용어도 나오고 그럴 텐데. 김매향 처럼 통역 잘 하는 사람이 있어야지.”
구건호는 김매향을 한껏 띄워주며 데리고 나갔다.
“두 채를 다 내 놓으실 겁니까?”
부동산의 눈이 둥그레졌다. 최근에 서호 주변 아파트가 막 올라가고 있어 매물을 거두어드리는 판국이라 부동산이 놀랄 만도 하였다.
“얼마까지 받을 수 있겠습니까?”
“얼마 받기를 원하십니까?”
“글쎄요. 그건 부동산에서 더 잘 알 것 아닙니까?”
“지난달까지 380만 위안에 나왔다가 매물이 들어갔는데... 일단 400에 내놓지요.”
“비싸다고 안 나가면 어떡하지요?”
“380까지도 괜찮겠습니까?”
“글쎄요. 생각 같아선 400만 위안 받고 싶은데.”
“일단 연락처 적어주세요. 400에 팔아주면 담뱃값 좀 주셔야 합니다.”
“당연하지요.”
“팔려는 아파트가 몇 동 몇 호지요?”
“2동 306호와 2동 502호요.”
“가만있자. 2동 같으면 혹시 장식을 다한 집 아니에요?”
“인테리어요? 들어올 때 다 했지요.”
“에이, 그러면 430에 내 놓아야 합니다.”
구건호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아파트는 원래 실내 인테리어를 안 하고 판다는 생각을 깜박 잊었다. 자기는 월세 놓기 위해서 인테리어 공사를 다하지 않았던가!
“그, 그렇습니다. 인테리어 포함하면 430만 위안은 받아야겠습니다.”
구건호는 집을 내놓고 부동산을 나왔다.
김매향이 종종 걸음으로 따라오며 물었다.
“쥐쫑, 화강화원 아파트를 투자한 한국 사람은 돈이 많은 모양이야요. 저렇게 비싼 아파트를 두 채씩이나 사놓았으니 말이야요. 부럽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쥐쫑도 사업 잘해 나중에 저런 집 사요.”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됩니까. 어? 저기 피자집이 생겼네. 피자 두 판 살게요. 이따 가게로 가셔서 종업원들과 사이좋게 나눠 먹어요.”
“헤헤, 감사합니다. 쥐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