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63화 (63/501)

# 63

중국 부동산 투자 결과 (3)

(63)

구건호와 왕교수, 리국장 세 명은 삼계탕에 바이주(白酒)를 마셨다.

구건호는 바이주에 약해 맥주를 시킬까 했는데 리국장이 바이주를 시키는 바람에 할 수없이 마시게 되었다.

일본인 유학생 손님이 가고 홀 안이 조용해졌다.

“두 분은 같은 고등학교를 동창입니까?”

“아니야, 난 항주고 이 친구는 상해인데.”

“그럼 어떻게?”

“북경대를 같이 다녔지. 만날 둘이 같이 붙어 다니며 우다코 거리에서 양꼬치만 먹었지. 안 그래?”

리국장이 웃었다.

“양꼬치만 먹다가 나는 미국으로 공부하러 떠나고 이 친구는 정부부문에 공무원으로 들어갔지. 이 친구는 아버지가 현장(縣長: 우리나라의 군수급 정도 공무원) 출신이고 할아버지는 팔로군 출신이야.”

“어이, 왕지엔 자넨 수재 아닌가? 이 사람은 수재입니다. 아버지도 이름난 학자시고.”

“야, 그러지 말고 너도 쥐쫑과 친구해라. 같은 동갑내기들이 이 시대를 서로 호흡하고 있잖아.”

“아이고, 감히. 교수님과 국장님을!”

구건호가 이렇게 말하자. 리국장이 말을 받았다.

“아니요. 정부부분에 멍청한 사람들 많습니다. 기업하시는 분들이 더 똑똑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습니다. 한국에 가보니 한국의 공무원들도 똑똑한 사람이 많지만 답답한 분들도 많습디다.”

“친구하라고 했잖아!”

“그래, 친구! 남의 나라에 와서 이런 식당이라도 운영하니 얼마나 대단해. 존경한다. 쥐쫑! 한잔 받아라.”

리국장도 슬슬 취기가 도는 모양이었다.

“내가 북경대를 졸업하고 공무원이 되겠다고 하니까 우리 아버지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그땐 너희 아버지 현직에 있을 때 아니야?”

“나보고 공장에 취업하라고 하드라. 그래야 인민들의 삶을 제대로 파악한다고 말이야. 그래서 쑤저우(蘇州)에 있는 압연 공장에 들어가 한 2년 일했지. 이 팔뚝에 상처가 다 그때 생긴 거야.”

리국장이 팔을 걷어 올리자 불에 덴 흉터가 많이 남아 있었다.

"어이, 한국 친구, 자넨 공장일 안 해 보았지.“

“무슨 소리. 나도 해 보았어. 나도 한국의 화성과 포천, 양주 등에서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했어. 내 팔뚝 봐. 나도 덴 자국 많아.”

구건호가 팔뚝을 걷어 보여 주었다.

구건호의 팔뚝 상처를 본 왕교수와 리국장이 놀라는 눈치였다.

“역시, 우린 친구야. 술이 떨어졌다. 한 병씩 더하자.”

세 명은 쪽쪽거리며 술을 마셨다. 김매향이 안주를 더 가져오면서 웃었다.

‘세 분 맛있게 드시는 것 같네요.“

술이 몇 순배 더 돌았다. 왕지엔이 잔을 놓으며 구건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이, 한국 친구. 상해의 리국장이 누구인줄 아는가?”

“취했나? 이 사람아! 누구긴 누구야. 사람이지.”

“시골 초딩학교 선생처럼 생겼지만 상해시 전체의 공청단(共靑團: 중국 공산주의 청년조직) 단장 출신이네. 거기다가 쑤저우 압연공장에 있을 땐 사회주의 이론 무장으로 토론에 탁월하여 공회주석(工會主席: 우리나라의 노조 위원장에 해당)까지 해 먹었지.”

“쓸데없는 소리!”

“자, 한잔씩 더해. 오늘 술값은 이 왕지엔이 내지. 지난번 쥐쫑한테는 내가 얻어먹었으니까.”

구건호는 훗날 중국과 큰 사업을 할 때 왕지엔 교수와 리스캉 국장 인맥의 도움을 받으리라곤 지금은 생각도 못했다.

구건호는 절강대학을 졸업했다.

“얏호! 드디어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

한국 사회에선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행세를 못한다. 취업은 물론 결혼하기도 쉽지 않다. 구건호는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들의 집안은 어떤 집안인가 했는데 자기도 늦게나마 해외에서 졸업했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졸업식 날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한식당 종업원들에게는 굳이 알리지도 않았다. 단지 왕지엔 교수만 축하를 해 주었다.

“어이, 친구. 축하해! 아주 절강대학에서 MBA까지 받지 그래? 명색이 사업하는 사람인데 경영학 석사학위는 하나 따야 되지 않겠어?”

“아니, 아니야. 나 좀 지쳐있어서 쉬었다 생각해 볼게.”

구건호는 중국에 온 목적이 돈을 벌러 왔지 학위를 자꾸 따는 것은 목적이 아니었다.

구건호는 학교를 안 나가니 생활이 여유로워졌다.

“HSK 6급이나 따자.”

구건호는 HSK 5급 자격이 있어 조금만 노력하면 6급은 딸 수 있었다.

“이제 듣기가 좀 되네. 역시 어학은 그 나라에 체류하면서 익혀야 돼.”

구건호는 6급 문제집을 사다가 열심히 공부했다.

구건호는 드디어 HSK 6급에 합격했다. 절강대 졸업한 것만큼 기뻤다.

“휴, 드디어 땄네. 한국서 이 자격증 가지고 취업해도 되겠다. 절강대 출신에다 HSK 6급 스펙이면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은 취업이 안 되겠어?”

구건호는 화강화원 아파트를 팔아 인천에 아파트나 하나 사놓고 취업이나 할까도 고려해 보았다.

“아니야, 취업하기는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이제 30대 중반이 되었잖아. 결혼 문제도 있는데 어떻게 할까? 식당 운영을 계속해? 하지만 식당은 수입이 별로 없잖아. 한국서 결혼 후 다시 들어온다고 해도 아이 낳고 하면 이 식당으로는 어림도 없지 않은가?”

구건호는 새로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춥던 겨울도 지나가고 매화나무의 꽃이 필 무렵 만도호텔 측에서 공문을 하나 보내왔다.

“이게 뭐야? 만도반점문건(萬都飯店文件: 만도호텔 공문)?”

구건호는 공문을 차차 읽어나가다가 얼굴이 굳어졌다.

<입주자 여러분에게>

당 호텔의 외벽과 내부 파이프 등이 오래되어 일부는 균열이 심하고 부식 현상이 있어 부득이 실내공사를 해야 될 입장입니다. 이것은 또한 시청의 단속에도 두 번이나 적발되어 공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입주 업체의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공사를 할 예정이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공사 완공 후에는 현재 입주자는 우선적으로 보다 깨끗한 새 건물에 재 입주토록 편의를 제공할 것이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 만도호텔 총경리 백 -

구건호는 황당했다.

“그럼 공사기간 6개월간은 문 닫으란 말인가?”

구건호는 만도호텔의 공문을 딩링을 비롯한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아이야,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요?”

“6개월간 쉬던가 아니면 딴 장소에 가서 식당을 하던가 해야 되겠지.”

“쥐쫑은 어쩌실 생각 이야요?”

“글쎄... 나도 갑자기 이런 문서를 받아 얼떨떨하기만 하네."

"우린 쥐쫑의 의사에 따를 거야요.“

“일단은 비워 달라고 하는 날짜가 3개월 남았으니 그 안에 연구 좀 더하고 결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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