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62화 (6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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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투자 결과 (2)

(62)

앞에 걸어오던 사람이 먼저 물었다.

“혹시 절강대 다니지 않습니까?”

자세히 보니 절강대 교수 왕지엔이었다. 예일대 박사출신인 그 젊은 교수였다.

“아, 교수님 아니십니까?”

“혹시, 이 아파트에 사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6동에 삽니다. 교수님도 여기 사십니까?”

“예, 저는 2동에 삽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를 용하게 알아보시네요. 학생들 숫자가 많을 텐데.”

“학생은 좀 특이해서 기억이 납니다.”

“나이가 많아서 그럴 테지요.”

"그렇기도 하지만 출석부 이름이 특이해서요. 중국인 이름이 아닌 것 같아서 알아보니 역시 유학생이더군요.“

“수영하러 오신 것 같은데. 봉지에 든 것 수영복 아닙니까?”

‘아, 이거요? 수영복이 아니고 사이다, 콜라입니다. 사람들 수영하는 것 구경하러 왔어요.“

“아, 그래요? 이것도 인연이니 우리 정문 앞에 있는 식당으로 가지요. 나는 수영을 막 끝내서 맥주 한잔 생각나네요.”

“하하, 그럴까요.”

식당은 중산층들이 사는 아파트 앞이라 깔끔하고 규모도 제법 되었다. 종업원들도 제복을 입었다. 구건호가 음식을 주문했다.

“새우튀김, 가지볶음, 돼지고기 볶음....”

“아니, 아니, 그만 시키십시오. 됐습니다. 됐습니다.”

“아닙니다. 제자가 교수님을 대접하는데.”

“제자라니요. 나이도 비슷할 텐데. 하지만 학생은 중국어를 잘하시네요. 여기 온지 몇 년 되었습니까?”

“한 2년 다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학생이 이렇게 비싼 음식 주문해도 됩니까? 호반화원에 사는 걸 보니 부모님이 부자이신 것 같네요.”

“부자는 아닙니다.”

“여긴 임대료가 만만치 않은데요? 나는 절강대에서 받는 교수 월급가지고 벅차요. 다행히 와이프도 절강대 교수라 그럭저럭 유지는 하고 있습니다.”

“저는 호반화원 임대료를 제가 벌어서 충당하고 있습니다.”

“예? 학생이 무슨... 혹시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까?”

“해방로에 있는 만도호텔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건호가 만도식품 유한공사 사장이라는 명함을 주었다.

“힉! 만도식품 유한공사 총경리(사장)!”

“사실 장사하랴, 절강대에 가서 공부하랴 바쁩니다. 이점 헤아려 주셔서 학점을 좀 잘 주십시오. 헤헤.”

“와, 대단하십니다. 사업도 하시고, 공부도 하시고.”

맥주와 안주가 나왔다.

“캬, 수영하고 나오니 맥주 맛 죽인다!”

“나도 목이 컬컬하던 참이었는데 술맛 좋네요. 역시 맥주는 우리 중국의 칭따오가 좋아!”

두 사람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제법 술을 마셨다.

취기가 무르익었다.

“미국에 계시다가 중국엔 언제 귀국하셨습니까?”

“1년 되었습니다. 절강대는 지난 학기부터 맡았고요. 원래 고향이 여기입니다.‘

“예일대 교수를 그대로 하셨으면 돈을 더 잘 버는 것 아닌지요?”

“미국도 돈 쓸 일이 많습니다. 예일대 교수를 했지만 외국인 교수는 재임용이 까다롭습니다. 마침 절강대에 계신 선배가 오라고 독촉도 하고, 와이프도 고향이 그립다고 해서 왔지요. 오니 좋네요. 고향의 포근한 품에 안겨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습니다.”

“교수님 강의가 신선했습니다.”

“뭘요. 우리 학삐리는 이론이지 실은 실물경제를 잘 몰라요. 그래서 실물경제에 종사하는 쥐쫑 같은 분을 사귀고 싶었습니다.”

“저는 유한회사 명함을 가지고 다니지만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경제 운운할 정도는 가당치도 않습니다.”

“아니요. 사업체도 운영하고 공부도 한다니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우리 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 친구합시다. 나이가 올해 몇이시오? 띠가 무슨 띠 입니까?”

그러면서 왕지엔 교수는 자기의 명함을 주었다.

구건호는 중국인들도 나이를 물어볼 때 띠를 물어본다는 사실을 알았다. 구건호는 자기의 띠를 이야기했더니 왕지엔 교수가 벌떡 일어나며 잔을 부딪쳤다.

“오, 동갑이네요. 친구!”

“아, 그래요? 반갑소, 친구!”

이렇게 되어 두 사람은 이날 코가 비틀어지도록 술을 마셨다. 결국 구건호가 왕지엔 교수를 들쳐 업고 집까지 바래다주어야 했다.

구건호는 왕지엔 교수와 사귀다보니 왕교수의 강의를 빼먹지 않고 들었다. 그의 강의는 언제나 간결 명료하고 이해하기 쉬었다.

“자, 이 도표를 보세요. 총 매출액과 총비용이 교차하는 이 지점이 손익분기점입니다. 이 점이 넘으면 이익이 발생합니다. 공헌이익이라고 합니다.”

구건호는 필기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 이해가 빨랐다.

“기업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고정비를 줄이고 변동비율을 낮추어야 합니다. 이 강의가 끝나면 손익분기점 분석에 대한 쪽지 시험을 보겠습니다.”

“쪽지시험?”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쪽지시험을 끝내고 나오는데 왕교수가 구건호에게 다가왔다.

“어이, 친구. 지난번 미안했어.”

“별 말씀!”

“오늘 저녁에 상해에서 친구가 오는데 만도호텔 한식당으로 가기로 했어. 쥐쫑도 이따 같이 만나지.”

“어차피 나는 식당에서 있으니 만나는 거는 어렵지 않지. 그렇게 하세.”

구건호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한식당으로 왔다. 마침 일본인 유학생들이 몰려와 구건호도 서빙 일을 도왔다. 의자를 정리하고 있는데 딩링이 불렀다.

“쥐쫑, 친구라고 하는 분이 왔는데요?”

돌아보니 왕지엔 교수와 호리호리하고 잠바를 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오, 왔어? 이리 앉아!”

“쥐쫑, 인사해. 상해에 있는 내 친구야.”

“반갑습니다.”

구건호가 명함을 주자 상해 친구는 안경을 위로 올리며 명함을 보았다. 그는 플라스틱 검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시골 초등학교 교사 같은 인상을 풍겼다.

“자 앉아요, 앉아.”

구건호가 의자를 빼어 앉으라고 권했다. 상해 친구는 의자에 앉으며 바지에서 지갑을 꺼내 명함을 주었다. 구건호가 명함을 찬찬히 보았다.

“상해시 건설국 부국장!”

구건호는 부국장이면 몇 급 공무원인가 생각해 보았다. 9급 공무원 시험에 여러 번 떨어져 본 구건호는 앞에 있는 사람이 신기했다.

“이 사람은 나이도 나하고 비슷한 것 같은데 어떻게 부국장까지 올라갔을까?”

구건호가 음식 메뉴판을 왕교수와 상해 부국장에게 주었다.

“난, 한국음식 잘 몰라.”

상해 부국장이 삼계탕을 시켰다.

“한국음식 삼계탕 들어 본적 있습니까?”

“작년에 한국을 출장 갔다 온 적이 있습니다. 광화문 옆에서 먹어본 기억이 납니다.”

구건호가 명함을 다시 자세히 보았다. 부국장의 이름은 리스캉(李石康)이었다.

“여기 쥐쫑은 내 친구인데 나하고 나이도 동갑이야. 그러니 리국장! 너하고도 동갑이겠다.”

왕교수의 말에 리스캉이 웃었다. 왕교수는 리스캉이 부국장이지만 편하게 국장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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