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61화 (61/501)

# 61

중국 부동산 투자 결과 (1)

(61)

구건호와 박종석, 그리고 이석호는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오전 9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아이고, 머리 아파.”

“여기 생수 있다. 생수 마셔라.”

물을 마시자 정신이 좀 들어온 것 같았다.

“이제 좀 씻어라. 화장실 두 개니까 아무데나 들어가서 씻어라.”

“흠, 역시 아파트가 넓으니 좋군.”

“밥은 우리 식당에 가서 먹는다. 여긴 해장국 파는 곳이 없으니 그리 알아라. 술 먹고 나서 먹는 선지해장국, 양평해장국, 뼈다귀 해장국은 없다.”

“그럼 뭘 먹지?”

“우리 호텔 식당에 가면 콩나물 국밥 있다. 한국보단 맛이 없지만 먹을 만은 하다.”

셋은 양치질과 샤워까지 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 어긴 아파트 단지 내에 수영장이 있는 것 같네.”

“응, 여긴 낮에 너무 더워. 그래서 간혹 수영장이 있는 아파트 단지가 있어.”

“와, 중국도 대단하군.”

박종석과 이석호는 수영장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오늘은 밥 먹고 서호 구경을 하고 몇몇 관광지를 돈다.”

“영업은 안하고?”

“됐어. 종업원들이 다 알아서 해.”

“그럼, 미안한데.”

“미안할 것 없어!”

이들은 호텔 한식당에서 밥을 먹고 서호와 천년 사찰 영은사, 녹차밭 등을 구경했다.

다음날은 비단시장과 야시장, 전통놀이공연 등을 관람했다. 꿈같은 3박4일의 중국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날이 되었다.

“미안하다. 괜히 와서 신세만 졌다.”

“원, 별소릴.”

“아니야, 형. 미안해. 시간 뺐고 돈도 많이 쓴 것 같아 미안해.”

“쓸데없는 소릴 말아. 내가 너한테 술 얻어먹은 것이 그동안 얼마냐?”

“한국에서 올 때 명란젓하고 김을 사왔어. 두고 먹어.”

“고맙다. 이 귀한걸 다 사오고. 받았으니 나도 뭘 줘야지.”

구건호가 비닐봉지에 든 보따리를 하나씩 주었다.

“이게 뭐야?”

“중국 전통 차야. 그리고 전통 술 한 병씩 샀어.”

“전통 술? 와, 진짜네. 고마워 형.”

“고맙다. 건호야.”

두 사람은 정말 고마운 표정을 지었다.

박종석과 이석호가 돌아가고 다시 한가한 시간이 되었다.

“개학까지 몇일 남았네. 자전거 타고 운동 삼아 시내나 한 바퀴 돌자.”

중국말이 어느 정도 되는 구건호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중국인들과 곧장 말을 했다.

“장사 잘 되세요? 여긴 임대료가 어떻게 되요. 저는 저 위에서 장사하고 있습니다.”

“잘 안돼요.”

“여기 두부는 어디서 받아와요. 맛이 있는데요?”

구건호는 길거리 음식도 잘 사먹었다. 어느 건 맛이 있는데 어떤 건 냄새가 고약하고 맛도 없어 버리고 싶은 음식도 있었다.

구건호는 중국어 실력이 더 붙자 상해에 가서 HSK 시험을 보았다. 최고 점수인 6급의 장벽은 높았다. 이번엔 5급을 받았다.

“역시 6급의 장벽은 높군. 그래도 4급에서 5급 되었으니 많이 발전했다. 절강대학 졸업 때까지 6급을 따 놓자.”

구건호는 부동산 시세에 대하여도 촉각을 세웠다.

“내가 중국에 온 목적은 돈을 벌러 온 것이지 중국말이나 배우고 학교를 다니는 건 그 다음이다. 화강화원의 내 아파트가 지금 시세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

구건호는 카운터 보는 딩링을 불렀다.

“딩 샤오지에(丁 小姐: 정 소저)! 이게 부동산회사 전화번호인데 화강화원 198평방미터짜리 아파트 살려면 어느 정도 하는지 물어봐 주세요.”

“화강화원요? 여긴 항주시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에요.”

“알아요. 누가 알아봐 달라고 해서...”

딩링이 전화를 했다.

“나온 매물은 없는데 320만 위안은 주어야 된데요.”

“흠, 320만 위안이라... 2년 전 살 때는 260만 위안이었지. 그러면 60만 위안 정도가 올랐다는 이야기네.”

구건호의 온 몸에 열이 솟았다.

“이번 투자는 대박은 아니더라도 짭짤하긴 할 것 같네. 두 채 샀으니 120만 위안 정도 벌었네. 막상 팔 때는 매수자가 깎아달라고 하지는 않는다면 말이야.”

구건호는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120만 위안이면 한국 돈 1억4천4백만 원이네. 1년만 더 묵혀보자.”

구건호는 혼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딩링이 의아해서 물었다.

“쥐쫑, 왜 웃으세요? 뭐 좋은 일 있으세요?”

“아, 아니요. 허허.”

폭염은 계속되었다.

구건호는 은행에 돈을 입금시키러 갔다.

“여기도 이렇게 사람이 많네. 짜증나게.”

은행의 홀 안은 사람들이 꽉 찼다. 이곳에 에어컨이 있으니 은행에 일 보러 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슬금슬금 모여든 것 같았다.

구건호는 대기표를 뽑고 의자에 앉았다.

“에어컨을 틀었어도 덥네. 오늘 한 40도도 넘겠는데?”

“아까 방송 들으니 정부 발표는 39도라고 합디다.”

옆 의자에 앉아있던 50대 아저씨가 말을 붙였다.

“39도가 이렇게 더워요?”

“40도 넘으면 공장들 의무적으로 쉬게 해야 되니까 일부러 39도라고 하는 것 같아요.”

“나쁜 인간들!”

“그런데 아저씨는 북경사람이요? 북경 말을 쓰네.”

구건호의 중국어 발음은 이곳 고장 사람들과 달랐다. 표준어로 중국어를 배우다보니 그런 것 같았다.“

“아니요. 북경에서 좀 살다 와서 그래요.”

“아, 그래요?” 난 또 북경사람이나 동북사람인가 했지요.“

구건호는 중국인들이 자기를 외국인으로 보지 않는다니 흐뭇했다.

“이 아저씨가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깜짝 놀라겠지? 아무튼 북경인이 되었던 어디든 중국인으로 보니 나도 짱깨가 다 된 것 같다.”

구건호는 실소를 했다.

구건호는 은행에서 돈을 입금시키고 호텔 식당으로 왔다.

“딩링, 여기 입금표! 어제 번 돈 입금한 거요.”

“아, 예.”

“딩링, 나 좀 나갔다 올게요.”

“쥐쫑, 우리 오늘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먹으면 안될까요?”

“그렇게 해요. 앞으로 정부 발표 40도 넘으면 아이스크림 사서 하나씩 나눠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딩링이 활짝 웃었다.

쥐쫑은 밖으로 나왔다.

“여기 와서 수영장 한번 못 가봤네. 우리 아파트 단지에 수영장이 있으면서도 말이야.”

구건호는 집으로 와서 반바지로 갈아입고 슬리퍼를 신고 단지 내 수영장을 찾았다.

“하이고, 아직 개학 전이라 그런지 꼬마들이 많네.”

수영장은 초등학생과 중딩들로 만원이었다.

“그래도 단지 내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으니 한국 수영장보단 사람이 덜하다.”

구건호는 신나게 수영을 했다. 가슴보다 깊은 곳은 초딩들이 별로 없으니 수영할 만 했다.

“하이고, 시원하다. 지상 낙원이 따로 없다!”

구건호는 이곳에서 영원히 살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에효, 그래도 한국 다시 들어가야지. 여기 있다간 결혼하기도 힘들겠어. 중국여자와 결혼하면 몰라도 말이야.”

구건호는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송장헤엄, 개구리헤엄, 개헤엄 동작을 모두 취해 보았다.

구건호는 수영을 마치고 샤워를 했다. 샤워장도 초딩들로 만원이었다.

“여기서 대충하고 집에 가서 샤워하자.”

구건호는 샤워를 마치고 젖은 수영복이 든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수영장을 나왔다. 수영장을 막 나오는데 앞에 어떤 사람이 구건호가 든 검은 봉지를 같은걸 들고 걸어왔다. 옷차림도 구건호처럼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이 사람이 구건호를 보자 흠칫 했다. 구건호도 흠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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