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60화 (60/501)

# 60

중국대학 편입 (3)

(60)

여름이 되었다.

중국 양자강 이남의 강남지역은 습하고 더워 거리엔 맨살을 들어내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구건호도 방학을 맞아 당분간 학교는 안가도 되었다.

“휴, 학교 안가니 살겠다.”

구건호는 정말 정신없는 생활을 보냈다. 한식당 운영하랴, 학교 다니랴, 중국어 공부하랴 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보람이 있었다.

“학교는 한학기만 더 다니면 졸업이다. 절강대학 졸업장은 손에 쥐게 된다! 절강대학 들어올 때 HSK는 4급인데 6급이나 한번 도전해 보자. 가정교사 하는 조은화도 이제 취업이 되어 가르치러 오기가 힘든 모양이니 그 안에 따 놓자.”

조은화는 1년 동안 김매향의 집에서 신세를 지다가 최근에 가흥(嘉興) 지역에서 취업이 되어 나갔다. 섬유를 만드는 한국 합자회사라고 하였다. 그래서 구건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러 오는 것은 일주일에 두 번만 왔다.

구건호는 한가해져서 한국에 있는 후배 박종석에게 전화를 했다.

“종석이냐?”

“어? 형! 그렇지 않아도 내가 전화하려든 참이었는데.”

“뭐, 좋은 일 있냐?”

“있긴 뭐가 있겠어. 나 같은 놈한테!”

“무슨 소리! 너는 못 만지는 게 없는 맥가이버 박 아니냐?”

“입 사려! 다른 게 아니고 나 곧 여름휴가야.”

“그래? 그럼 중국 한번 놀러 와라.”

“그렇지 않아도 이태원 경리단길 석호 형이 중국 한번 같이 가자고 전화 왔어.”

“그래? 좋아! 비자는 받았니?”

“신청해 놓았어. 한 달 짜리 관광비자야. 내일이나 모래쯤 나올 거야. 비행기표 예약하고 연락 다시 할게.”

“어, 그래라.”

“우리가 상해로 가니까 상해 공항에 나올 수 있다고 했지?”

“그래, 내가 차 가지고 나갈게.”

“안 나오면 안 돼. 우린 중국말도 모르는데 형이 안 나오면 우린 큰일 나. 당장 미아가 돼.”

“염려마라. 미리 나가 있을 테니까.”

“거기 호텔비는 얼마씩 해?”

“호텔비 걱정마라. 우리 집에서 자면 된다.”

“형, 원룸에? 좁아서 어떡해?”

“원룸 아니다. 아파트다.”

“그래?”

“비행기표만 구해가지고 와라. 여기서 먹고 자는 건 다 해결해 줄 테니까.”

박종석과 경리단길 이석호가 중국엘 왔다.

“어, 형 살쪘네.”

“너도 쪘다. 일이 편한 모양이구나. 석호도 반갑다.”

“간판 글씨가 복잡해. 글자는 역시 한글이 최고야. 세종대왕이 우리 글자는 참 잘 만들었어.”

“어? 이게 형 차야? 아우디네. 출세했네. 기사님은 어디 가셨나?”

“내가 직접 운전할거야.”

“형이? 한국 면허증 가지고 돼?”

“나, 중국 면허증 땄어. 볼래?”

구건호가 박종석과 이석호에게 중국 면허증을 보여 주었다.

“와, 정말이네.”

구건호는 상해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

“여기가 난징루, 저기가 와이탄.”

“와, 중국 상해도 대단하네. 완전히 국제도시네.”

박종석과 이석호는 두리번거리며 거리를 구경하기 바빴다.

이들은 포동에 있는 동방명주도 보고 예원도 구경했다. 황포강을 바라보고 와이탄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배고프지? 밥 먹자. 중국 왔으니 중국 전통음식 먹어야지.”

구건호가 난징루 뒷골목에 있는 커다란 중식당으로 들어갔다. 호화스런 고급 식당이었다.

“와, 이 식당은 엄청 크네. 300평도 넘겠다. 그런대도 사람들로 꽉 찼네.”

치파오를 입은 중국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왔다.

구건호가 중국말로 음식을 시켰다. 구건호의 중국어가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종석과 이석호가 듣기에는 무지무지하게 잘하는 것으로 들렸다.

“와, 형 중국어가 장난이 아니네.”

이석호도 놀란 것 같았다.

“너, 언제 그렇게 중국어를 배웠니? 상당히 유창한 것 같다.”

“나, 잘하는 건 아니야. 여기 와서 나 절강대학 편입학 했어. 다음 학기에 졸업이야.”

“그래?”

두 사람은 또 놀라는 것 같았다.

“한식당 운영하는 건 어떻게 하고 학교를 다녀?”

“응, 같이 해. 여긴 종업원들을 많이 둘 수 있어 내가 특별히 할 일은 없어. 돈만 세면 돼.”

“몇 명인데.”

“8명.”

“8명? 식당 규모가 큰 모양이네.”

“아냐, 그렇진 않아. 한국보다 인건비 부담이 덜해 몇 명 더 썼을 뿐이야.”

세 사람은 어두워질 무렵 항주시에 도착했다.

“여기도 엄청 큰 도시이네.”

“여긴 시 전체 인구가 750만 명이고 시내 인구는 170만 명이 넘어.”

“그래? 한국의 대구보다 큰 것 같은데?”

구건호는 만도호텔에 도착하여 한식당을 구경시켜 주었다.

“와, 깔끔하고 좋네. 형이 여기 사장이란 말이지? 참 공돌이가 출세했네.”

이석호도 박종석이 하는 말을 듣고 웃었다.

이석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식당 규모도 큰데 임대료도 만만치 않겠다. 하루 매상은 얼마나 오르냐?”

“대중없어. 관광객이 많이 온 날은 매출이 팍 오르는데 평상시는 3, 4천 위안 정도?”

“3, 4천 위안이면 우리나라 돈 얼마냐?”

“50만 원 정도 돼.”

“여긴 인건비가 싸다며? 얼마나 주면 되냐?”

“한국 아줌마 두 사람 쓸 정도면 여기선 8명 써.”

“그렇구나. 흠....”

이석호가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경리단길 너 가게는 어때? 잘 되냐?”

“응, 그럭저럭. 그냥 밥 먹고 살 정도야.”

“여기도 마찬가지야. 자영업은 중국이나 한국 모두 힘들어. 그냥 인건비 따먹는 수준이지 뭐.”

구건호는 박종석과 이석호를 데리고 숙소인 호반화원으로 왔다.

구건호가 아파트에 들어와 불을 키자 넓은 거실이 보였다.

“와! 집이 넓네. 한 40평은 될 것 같은데!”

박종석과 이석호가 감탄을 했다.

“36평이야.”

“혼자 사는 사람이 왜 이런 집에 살아? 형, 혹시 살림 차린 것 아니야? 중국 여자하고?”

“하하, 그건 아니다. 이놈아!”

“와, 이제 보니 형 진짜 출세했네. 포천과 양주에서 콧물 찔찔 흘리며 공돌이 생활할 때가 엊그저께 같은데.”

“또 그 소리!”

“아니야, 출세했어. 넓고 깨끗한 호텔 식당 사장이지, 궁궐 같은 아파트에 살지. 아우디 끌고 다니지. 누가 봐도 출세했다고 그럴걸?”

구건호는 웃기만 했다.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이게 모두 다 실속 없이 월세로 빌리고 렌트한 것들이다. 돈 버는 것도 없다. 그냥 먹고 사는 정도지 남는 건 없단 말이다. 내가 노리는 건 중국 부동산이다. 알겄냐? 이놈아!”

구건호는 슈퍼에서 사 가지고 온 보따리를 풀었다.

맥주와 마른안주, 과일, 육포 등이 쏟아져 나왔다.

셋은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그동안 못했던 말들을 하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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