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58화 (58/501)

# 58

중국대학 편입 (1)

(58)

구건호는 상해에서 시험 본 HSK시험에 4급으로 합격했다.

은근히 5급을 기대했는데 못되어 실망했지만 기회는 계속 있으니 걱정은 안했다. 한국에서 9급 공무원 시험 떨어질 때처럼 좌절하거나 절망하지는 않았다.

“옛날에는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면 인생 패배자라는 생각만 들었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살고 싶지도 않았으니 말이야. 에이그, 징그러운 대한민국의 9급 공무원 시험!”

구건호가 HSK시험에 4급으로 합격했다는 소리에 조은화는 축하를 해야 될지 위로를 해야 될지 몰랐다.

“쥐쫑, 4급도 잘 하신거야요. 이번 시험이 처음이잖아요.”

“은근히 5급을 기대했는데 역시 듣기에서 많이 틀렸어요.”

“한국서 4년제 대학 중국어 전공하신 분들이 5급 붙는다고 해요. 쥐쫑은 짧은 기간에 아주 잘하신 거야요. 중국 대학도 유학생 뽑을 때 지원자격이 HSK 4급 이상자로 기준을 정했잖아요.”

“아, 그래요?”

조은화의 이 말을 듣고 구건호는 무언가 머리를 퍼뜩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래, 그거다!”

“무엇을 생각하는 거야요?”

“중국 대학에 학사편입을 해보자. 내가 사논 아파트 옆에 있는 절강대학이 중국내에서 유명한 대학이라고 하지 않던가!”

구건호는 조용히 절강대학 편입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했다.

구건호는 그동안 중국어 지도를 해준 조은화에게 미안했다. 조용히 안 포켓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몰래 300위안을 담았다.

“조은화씨, 이거 받아요. 내가 HSK 4급 받는데 조은화씨 공이 커요”

“어머나, 이거 저 주시는 거야요?”

조은화는 부끄러워하며 봉투를 받았다.

구건호가 운영하는 만도호텔 한식당에는 가끔 유학생들이 온다. 이들도 중국음식에 질리면 이곳을 찾지만 비싼 식대에 자주오지는 못한다. 토요일 유학생 몇 명이 왔다.

“공부하느라 고생 많지요?”

“아, 예.”

“이거 먹어봐요. 한국 빈대떡이에요.”

“서비스에요?”

“걱정 말아요. 돈 안 받을 테니까.”

유학생들이 맥주를 시켰다. 구건호는 술이 떨어질 쯤 해서 한 병을 가져와 식탁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뭡니까? 추가로 시키지 않았는데요.”

“내가 동생들처럼 생각해서 주는 서비스에요.”

“와, 감사합니다. 사장님!”

“에, 그리고 뭐 하나 물어봅시다. 절강대학 학사편입하려면 어떻게 해요?”

“9월 학기니까 지금 접수할거예요. 학사편입은 일반 입학보다 경쟁률이 낮다고 들었어요.”

“HSK 4급도 되요?”

“될 거예요. 강의 듣기가 어렵겠지만 기준은 4급부터니까요.”

“사이버대학 나와도 학사편입 가능한가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 학사학위 있으면 되겠지요 뭐. 자세한 것은 학교 외사처에 물어보세요.”

“흠... ”

“왜요? 사장님 동생분이 절강대학에 학사편입하려고요?”

“음? 그건 아니고 누가 알아봐 달라고 해서.”

구건호는 속으로 ‘동생이 아니고 내가 편입학 하려고 그런다. 이놈들아!’라고 말하고 싶었다.

구건호는 절강대학을 찾아갔다.

더듬거리는 중국말로 학과와 학사편입에 대하여 문의했다.

“여권 사본, HSK 성적증명서, 학사학위증, 학교 성적표, 학비 조달을 위한 송금내역서 등을 제출하시면 됩니다.”

“사이버대학 졸업자도 됩니까?”

“사이버 대학요? 디엔스따(電視大: TV강의대학) 같은 건가요? 학사학위 있으면 됩니다.”

“사회과학계열엔 무슨 학과가 있는가요?”

직원이 학과소개 유인물을 보여주었다.

“흠... 나한테 맞는 것은 관리학원 회계학과가 맞겠다. 회계분야는 한국서 전산회계 2급도 땄고 실무경험도 있으니 강의받기 좋을 거야. 또 회계분야는 말 보다는 수식이 많이 나오니 중국어에 서툰 나 같은 사람은 오히려 유리할거야.”

구건호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서류 때문에 한국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구건호는 여러 가지 서류 때문에 한국엘 왔다.

구건호 엄마는 밤중에 느닷없이 도착한 아들을 보고 놀랐다.

“온다는 전화는 받았지만 이렇게 빨리 왔냐?”

“예, 입학서류 준비가 촉박해서요.”

“입학? 무슨 입학?”

“네, 이번에 중국 대학에 편입학 하려고요.”

“편입학? 너 장사하러 중국 간 게 아니냐?”

“장사도 해요. 한식당 잘 하고 있어요. 일 하면서 대학 다닐 수 있어요.”

“야간대학이 있냐? 학비는 어떻게 하고?”

“아, 이제 그만 물어보세요. 엄마 잘 만드는 된장찌개나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이건 엄마 좀 젊어지시라고 공항 면세점에서 화장품 하나 샀어요.”

“어머나! 이게 외제 아니냐? 이 비싼걸!”

“누나 것도 하나 샀으니 누나오면 줘요. 그리고 이건 마오타이라고 하는 고급 중국술인데 아빠 드리세요.”

“하이고 시상에! 이게 다 비싼 것들일 텐데.”

“이건 초코렛이에요. 정아한테 주세요.”

정아는 유치원에 다니는 누님 딸이다.

“음마, 이렇게 큰 초코렛이 다 있네. 조카까지 다 챙겨주고.”

엄마는 기운이 나는지 부엌으로 가 힘차게 도마질을 했다.

구건호는 33살에 중국 절강대학 회계학과에 3학년으로 학사 편입했다.

제일 늙은 학생이라 유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또 식당 관리하느라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큰 형님, 이번에 저희 유학생 단합 대회하는데 찬조 좀 해 주세요.”

유학생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다. 어떤 넉살 좋은 학생은 사장이라고 안 부르고 큰 형님이라고 부르는 학생도 있었다.

“난 바빠서 못 어울려 미안해. 학생이기도 하지만 난 장사를 해야 하니까. 대신 이번 유학생 모임에 맥주는 내가 3박스 찬조하지!”

“와, 큰 형님 최고다!”

구건호는 이렇게 장사도 하면서 학교도 다녔다.

“어느새 중국에 온지가 1년 하고도 반이 지났네. 이곳에 와서 아파트 두 채를 사 놓은 지는 1년이 되었고 학교를 다닌 지는 8개월이 지났네.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공상은행 지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봄도 지나고 여름도 오는데 그간 만난 지가 오래 되었네요. 혹시 볼링 칠 줄 아세요?”

“볼링요? 잘은 못 치지만 구경은 좋아합니다. 하하.”

구건호는 지난번 한국 들어갔다 나올 때 한국 화장품을 사 지점장에게 선물한 적이 있었다. 지점장은 굉장히 고마워했었다.

“볼링 칠 줄은 모르지만 구경하는 것 좋아한다고 해야 만나줄 것 아닌가? 혹시 누가 알아? 또 좋은 정보가 있을지.”

구건호는 이렇게 생각했다.

볼링 구경은 좋아한다는 말에 지점장은 계속 이야기 했다.

“볼링은 우리도 잘 못 칩니다. 원알루(文二路) 볼링장에서 만나지요. 내일 오후 3시 괜찮겠습니까?”

마침 수업이 없는 날이었다. 식당은 딩링과 김매향이 있으니 크게 걱정될 것이 없었다. 가정교사 조은화가 아직 취업을 못하고 있으니 조은화랑 같이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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